[매일노동뉴스] 당신의 일터, 나의 삶터 (23.01.19)

기고

박다혜 변호사(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지하철을 이용할 때마다 꺼림직하게 떠올리는 사건이 있다. 수년 전 서울지하철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의 폐암 발병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해요인으로 지목된 라돈을 검토할 기회가 있었다. 이미 한참 전부터 정부는 역학조사 등을 통해 지하공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라돈으로 인한 건강장해가 발생하고 있음을 알았지만, 당시 환경부는 노동자들이 업무를 수행하는 지하공간은 작업환경이기 때문에 고용노동부 소관이라고 하고 노동부는 실내공기질 관리는 환경부 업무라면서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 바빴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작업환경에서 확인되는 초고농도 라돈은 터널·승강장·역사 등의 농도에 영향을 미친다. 라돈 같은 발암물질은 역치의 개념이 없고 노출에 비례해 암 발생 위험도가 높아진다. 노동조합의 파업이나 장애인단체의 이동권 투쟁이 시민들의 발을 묶는다며 노동자와 장애인을 비시민으로 명명하는 정부나 지자체·지하철공사가 매일 발암물질에 노출되는 시민들의 일상에는 얼마나 느긋한지 아이러니하다. 안타깝게도 상시적인 모니터링 체계와 정보 공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저감 대책에 대한 요구가 여전히 유효한 현실에서 이것이 지하철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만의 문제라고 볼 수 있을까.

이뿐 아니다. 최근 광주 학동과 화정동 공사장에서 아파트가 붕괴했을 때 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뿐 아니라 많은 시민이 죽고 다쳤다. 사실 조금만 둘러봐도 공사장의 위험이 시민의 일상에 영향을 주는 사고가 숱하게 발생해 왔음을 알 수 있다. 2017년 서울 강서구에서도 버스에 타고 있던 시민이 정류장 옆 공사장에서 쓰러진 크레인에 깔려 사망했다. 실제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거나 산재은폐 등을 한 사업장을 집계했을 때 절반 이상이 건설사일 정도로 건설현장은 대표적인 위험한 일터다. 공사장 사고는 특별한 뉴스조차 되지 않는 사회에서 출근길에 마주치는 집 근처 공사현장을, 그곳에 우뚝 선 크레인을 불안한 마음으로 주시하면서 길을 걷는 것이 지나친 염려라 할 수 없다.

전문읽기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3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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