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노동뉴스] 죽음의 일터, 그 다음은 ‘기울어진 운동장’ (22.03.10)

기고

박다혜 변호사(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내부 전문가와 외부세력이 합세해 압도적인 힘과 정보의 우위로 만든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노조는 불공정한 게임을 한 것.”

노동조합의 보도자료 속 문구가 아니다. 서울중앙지검이 2018년 삼성 노조파괴 사건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밝힌 내용이다. 그룹 차원에서 전문가를 영입·육성하는 것에 더해 고용노동부 장관 정책보좌관 출신 전문가·경찰·경총 등 “활용 가능한 모든 세력을 동원”해 조직적인 노조와해 공작을 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경찰들과 노동부 고위관료들에 대한 기소가 줄줄이 이어졌다.

‘기울어진 운동장’은 노동의 자락 곳곳에 있다. 그저 내내 목격만 되느냐, 위 사건처럼 널리 확인되느냐의 차이뿐이다. 하루 평균 7명의 사람이 일터에서 떨어지고, 끼이고, 깔리고, 불타거나 화학물질에 노출되거나 감전을 당해 죽는다. 그런데 남겨진 노동자와 가족은 운동장에 출입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국가가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다시는 같은 재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고 책임을 지게 하는 일련의 과정에 노동자와 유족은 아예 참여하지 못하거나 기울어진 발밑을 바라보며 자주 절망한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와 법체계의 중요한 책무인데, 그 과정에서마저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닫는다.

전문보기 : 매일노동뉴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7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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