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노동뉴스] 타들어 가는 일터에 필요한 ‘법과 원칙’ (22.08.04)

기고

박다혜 변호사(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금속노조 법률원)

전 세계가 역대 최악의 폭염을 겪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역대 최악’이라는 기록이 곳곳에서 수시로 경신된다는 것이다. 인간의 예상과 경험은 기후위기 앞에서 쉽게 힘을 잃고, 가장 취약한 이들이 맨 앞에서 전례 없는 재난을 겪고 있다. 연일 폭염특보가 울리는 한국의 상황도 심상치 않다. 더위에 쓰러지는 노동자의 소식은 매년 끊이지 않는데, 기업은 언제나 그렇듯 눈 깜짝하지 않고, 정부는 한참 부족한 수준의, 그마저도 의무가 아닌 권고만 하며 일단 이 순간이 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에게 고온에 의한 노동자의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규정한다.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고용노동부령, 즉 고용노동부 장관이 정하는 법령인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안전보건규칙)에 위임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안전보건규칙은 ‘고열’을 ‘열에 의하여 근로자에게 열경련·열탈진 또는 열사병 등의 건강장해를 유발할 수 있는 더운 온도’라고 정의하는데(558조1호), 이상하게도 ‘고열작업’은 위와 같은 정의에 따른 고열이 발생하는 작업 일체가 아닌, 용광로, 가열로, 갱내 등 몇 개의 특정 장소에서의 작업으로 한정하고 있다(559조1항). 다만 “그 밖에 고용노동부 장관이 인정하는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작업 역시 고열작업으로 보아, 냉방장치 가동 등 온도조절, 작업시간 조정 등 고열장해 예방조치를 하도록 열어두었다(559조1항13호). 그런데 놀랍게도 노동부가 위 규정(13호)에 따라 고열작업으로 인정한 경우가 확인되지 않는다. 용광로, 가열로, 갱내 등 특정 장소 작업 외에도 고열작업으로서 건강장해 예방이 필요한 경우를 노동부 장관이 추가할 수 있도록 마련한 규정을 사실상 사문화시킨 것이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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