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노동뉴스] 화장실과 노동조합 (23.02.02)

기고

손진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지난해 여름 신축 아파트의 인분 문제가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적이 있다. 한 입주민이 새로 입주한 자신의 집에 악취가 발생해 하자보수를 신청했는데, 이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해당 아파트의 천장에서 인분이 담긴 비닐봉투가 발견된 사건이었다. 이를 두고 애초 건설노동자들의 몰지각한 행동을 비판하던 여론은, 금새 건설현장에 화장실이 변변히 마련돼 있지 않았다는 믿지 못할 사실로 옮겨 갔다. 먹고, 마시고, 싸는 것이 당연한 인간과 노동자의 생리현상조차 해결 불가능한 건설현장의 작업환경과 실태가 주목되며, 문제 해결 필요성에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 곧바로 건설노조가 앞장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는 등 스스로 문제 해결에 나섰다. 그리고 바로 지난 1월31일 인원수에 비례해 건설현장의 화장실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건설근로자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고용노동부가 제출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남성노동자 30명당 1개 이상, 여성노동자 20명당 1개 이상의 화장실(대변기)을 설치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동안 관련법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건설현장으로부터 300미터 이내에 화장실을 설치하면 법적 요건을 충족했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늦었지만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화장실이 없어 쩔쩔매는 건설노동자들의 고충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인분 문제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 직전 참가했던 건설노조 노동안전 담당자 회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건설노조가 혹서기 대비 휴게시설 및 편의시설 실태조사를 진행하던 중 현장에 설치된 간이 소변기가 문제가 됐다. 화장실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겨우 하반신만 가릴 수 있는 3면의 가림막으로 만들어진 남성용 소변기가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일하는 현장에 제공된 편의시설의 하나로 취합됐다. ‘이걸 과연 화장실로 봐야 하는가’라는 설왕설래를 멈추게 한 것은 회의 참가자의 발언이었다. “이렇게라도 설치돼 있으면 그나마 ‘모범사례’인 것이 지금 우리 일터예요”

전문읽기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3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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