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죽고 싶지 않다고 108배를 하는 노동자… CJ대한통운은 더 죽이고 싶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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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지 않다고 108배를 하는 노동자… CJ대한통운은 더 죽이고 싶은 것인가?

택배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선 지 거의 50일이다. 그러나 협상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급기야 노동자들은 CJ대한통운 본사 로비를 점거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역시 대화는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노동자들은 108배를 시작했다. 역시 회사는 묵묵부답이다. 2020년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배송물량은 증가했고 최소 14명의 택배노동자들이 스러져 주검이 되었다. 과로사였다. 새벽부터 심야까지 주6일 근무를 해내야 했으니 너무나 당연한 결과였다. 이에 노동자들도 놀라고 시민사회는 분노했다. 국민들도 화가 났다. 이에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와 노동자가 머리를 맞대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냈다.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핵심적인 내용은 2022년부터 ‘공짜노동’이었던 분류작업을 완전히 제외시켜 배송업무만 전담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주당 60시간을 넘지 않는 노동시간을 유지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소비자는 택배 배송비 부담을 더 안기로 했다.


그런데 사달이 났다. CJ대한통운 등 택배 대기업들이 사회적 합의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택배요금은 올렸지만 이 자원을 택배노동자들의 분류작업에 투입하지 않고 기업의 이윤으로 가져간 것이다. 이 결과 30%의 택배노동자는 여전히 공짜노동인 분류작업을 하고 있으며 주당 70시간이 넘는 노동을 하고 있다. 이는 CJ대한통운의 택배분야 영업이익이 코로나19 2년간 103%, 두 배나 증가한 데에서 확인할 수 있다. 평균 227원 증가한 택배요금 중 170원 이상을 기업이 이윤으로 가져간 것이다. 사회적 합의를 지키지 않았음은 물론이려니와 소비자를 우롱한 처사이며 택배노동자들을 여전히 과로상태에 빠뜨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신도시 아파트가 택배 차량이 지하로 진입할 수 없는 구조의 공원형으로 설계되면서 저상차량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 또한 택배노동자의 근골격계질환을 악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저상차량을 개조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이 비용이 만만치 않아 개조 비용으로 사실상 택배요금인상분을 사용해도 부족한 판국에 기업의 이윤을 챙겨가는 모습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소관부처인 국토교통부나 고용노동부는 작금의 상황에 대해 뒷짐을 지고 있다. 심지어 국토교통부는 사회적 합의를 지키지 않는 기업들을 그대로 놔두고 오히려 노동자들에게 ‘더 기다려 보라’는 황당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럴 것이라면 왜 사회적 합의를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합의는 지켜야 하고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렇게 저신뢰 사회를 만든 책임은 기업과 정부에 있다. 이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더 가열찬 투쟁을 해야 하는 노동자들이 현재 108배를 하고 있다. 무거운 택배에 허리가 손상된 노동자들이 이제는 무릎과 팔꿈치에 상처를 입으면서 절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제발 기업이 대화에 나서라고. 이는 참혹하고 비정상적 상황이다.


우리 노동안전보건단체는 택배노동자의 정당한 파업을 적극 지지하며 소비자의 한 주체로 택배요금 인상분이 택배노동자의 과로사와 근골격계질환을 예방하는 데에만 쓰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택배노동자 과로사 예방을 위한 사회적 합의의 주관부처인 국토교통부는 택배사들의 갈취행위에 대한 감독을 철저히 수행해야 한다. 고용노동부 또한 분류작업으로 인한 장시간 노동 피해집단을 확인하고 개선하도록 감독해야 한다. 특히 대한민국을 저신뢰 사회로 빠뜨린 재벌 택배사들은 이제라도 사과하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

2022년 2월 14일
노동안전보건단체 일동
(건강한노동세상, 김용균재단, 노동건강연대,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일과건강, 충남노동건강인권센터 새움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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