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국회는 심야노동 확대하는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시도 즉각 중단하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가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허용을 골자로 한 법안 논의에 본격 착수했다. 지난 5월 20일 국회 산자위는 대형마트의 심야영업 규제완화, 의무휴업 자율화, 온라인 기반 새벽배송 허용 등의 내용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했다. 그간 마트 노동자와 중소상공인, 노동자건강권단체 등이 이 법안 논의를 줄기차게 반대했음에도 최근 정치권의 행보는 거침없다. 그러나 지금 국회가 해야 할 일은 물류‧유통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대기업의 고삐 풀린 속도 경쟁을 규제하는 것이지, 노동자를 과로와 위험으로 내모는 심야노동의 확대가 아니다.
주지하다시피 이번 개정안 논의는 쿠팡 등 온라인 플랫폼의 급성장에 대응해 유통산업 경쟁력을 뒷받침하겠다는 미명하에 추진돼 왔다. 쿠팡의 독점적 지위를 견제하기 위해 심야노동을 유통업계 전반으로 확장하겠다는 발상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올초 거세게 일었던 쿠팡발 새벽배송 논쟁을 국회는 벌써 잊었단 말인가? 새벽배송 제한 논쟁이 모든 노동자의 건강한 일과 삶을 위한 마중물이 되기는커녕 물류‧유통업 전반으로 심야노동을 확대하는 상황으로 미끄러지기까지 정부와 국회는 대체 무얼 했는가?
그동안 노동자건강권운동 등 시민사회 진영은 새벽배송 시스템이 생산, 유통, 소비의 전 과정에서 24시간 체제를 강화하는 수단이라고 강조해 왔다. 24시간 내내 끊임없이 이윤을 창출하는 체제는 낮과 밤의 구분을 무의미하게 하고, 수면 및 휴식 시간조차 낭비로 여기도록 만든다. 그럴 때 일하는 시간의 경계는 쉽게 허물어도 되는 것으로, 쉴 권리는 부수적인 문제로 전락한다. 하기에 새벽배송 제한은 ‘기업 이윤’ 대신 ‘노동자 건강권’을 지속 가능한 공동체의 출발점으로 새겨넣는 중요한 사회적 논쟁이었다. 그런데 새벽배송 논쟁은 제대로 된 해법을 찾기도 전에 쿠팡의 무책임한 모습과 정치권의 미온적인 대응 속에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 건강권을 파괴하는 대형마트 심야배송 허용에 나선 국회의 행태는 몰염치의 극치라 할 만하다. 특히 ‘유통 혁신’을 말하며 오로지 경제 논리에만 기대는 국회의 개정안 처리 움직임은 흡사 쿠팡의 ‘물류 혁신’ 논리처럼 보인다. 이미 쿠팡발 새벽배송 문제에서도 유사한 우려점이 제기된바, 대형마트 심야배송은 온라인 배송 부문에 종사하는 노동자들만이 아니라 상품을 분류하고 포장하는 다른 노동자들까지 심야노동에 밀어넣을 게 뻔하다. 이에 따라 전국 400개 대형마트는 사실상 쿠팡과 다를 바 없는 물류센터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국회와 정부에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 지금 정치가 해야 할 일은 새벽배송 확대에 골몰하는 게 아니라, 24시간 속도 경쟁의 악순환을 하루빨리 끊어내는 것이다. 국회와 정부는 오로지 대형마트 자본을 위한 졸속입법 추진을 당장 중단하고, 노동자 건강권 실현을 위한 심야노동 규제 방안 마련에 조속히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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