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노동건강권‧기후환경 파괴하는 초광역특구법안 폐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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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역대급 규제완화 특례 입법 추진,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노동건강권 파괴‧기후환경 파괴하는 초광역특구법안 폐기하라!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를 뒷받침할 「지방주도성장을 위한 초광역권전략산업특구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이하 특구법안)」을 10월 20일 발의했다. 이 법안은 정부가 국가전략산업으로 일찌감치 지정한 AI‧반도체 산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 및 육성을 위해 메가특구 내 광범위한 규제특례를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앞서 정부‧여당은 법안 명칭을 ‘메가특구특별법’으로 검토했으나, 노동권 후퇴 우려와 특정 지역에 혜택을 몰아준다는 문제 제기가 잇따르자 간판만 ‘초광역특구법’으로 바꿔 달아 내놓았다. 이날 여당은 노동계의 거센 반발을 의식해 박상혁 의원안(국회 정무위원회 간사)과 최기상 의원안(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간사)으로 나누어 법안 발의했다. 이들 두 개 법안은 재벌 특혜를 통해 공공성과 노동권을 파괴하고 기후위기를 심화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사실상 정부안인 박상혁안은 △기간제 노동자의 사용기간을 최대 4년으로 연장, △선택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6개월 범위 내에서 탄력적으로 운영, △소득 상위 3%에 해당하는 연구개발‧전문직의 노동시간 상한 규정 및 연장·야간수당 지급 대상에서 제외,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한 파견 업종 및 기간 확대, 무급휴일 부여 등 그간 숱한 우려가 쏟아졌던 노동시간 유연화와 고용 유연화 조치를 고스란히 담았다. 정부안의 위상을 갖는 박상혁안은 이렇듯 노동조건의 최저 기준을 설정한 근로기준법마저 형해화하는 내용으로 점철돼 있다. 최기상안 역시 “노동특례를 포함하지 않았다”는 민주당 측 주장이 무색하게도 외투기업 대상 파견 확대 규정을 동일하게 담고 있다. 노사정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를 염두에 둔 최기상안조차 파견 규제 완화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이 두 개 안으로 발의한 특구법안의 문제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특히 법안이 공표되기 이전부터 제기되었다시피, 메뉴판식 규제특례(박상혁안 기준 – 이하 동일 – 제4장 ‘법률에 따른 특례’ 제18~174조) 관련 조항에서는 150여 개에 달하는 조문을 통해 노동특례뿐 아니라, 건축, 토지이용, 농어촌정비, 산업입지, 교통, 교육, 의료, 주택공급 등 전방위적인 규제완화 조항을 폭넓게 담았다. 이에 더해 수요응답형 규제유예(제3장 ‘신청에 의한 규제특례’ 제15~17조) 관련 조항에서는 기존의 법령이나 행정규제를 일정 기간 면제하거나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권한을 특구기관 또는 신청권자에 부여했다. 즉, 이 법안에서 미리 정해놓은 규제완화 조항(메뉴판)뿐 아니라, 법안에 명시하지 않은 규제까지도 기업과 지방정부가 신청하면 일정한 심사 절차를 거쳐 해당 규제를 대폭 완화 또는 허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특구법의 전방위적인 규제완화 조치는 노동자 건강 영향 역시 제대로 살피지 않는다. 기업 특혜를 위한 목록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만큼 수두룩한 반면, ‘근로자 보호 및 안전‧보건에 미치는 영향과 그 개선계획은 이법 제9조(특구계획의 수립)제2항제13호에 단 한 줄로 기입돼 있을 뿐이다. 그마저도 연구개발 업무 종사자의 근로시간 등, 선택적 근로시간제, 기간제 근로에 관한 제도 특례를 규정한 132조부터 제134조가 적용될 경우에만 한정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이러한 특구법의 예외가 국가첨단전략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불가피한 것처럼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가 수차례에 걸쳐 거듭 주장해 왔듯, 장시간‧불규칙 노동에 따른 건강위험은 지역과 업종, 소득 규모 등을 가리지 않는다. 정부‧여당의 주장은 특구 입주기업의 안착과 성공을 위해서라면 길게 일하는 것은 물론이고, 몰아서 일해도 되고, 밤샘 노동도 마다하지 말라는 말과 다름없다. 더욱이, 기간제와 파견 노동의 범람은 고용이 불안정한 노동자들에게서 유해‧위험한 공정에 대해 개선을 요구하거나 작업을 중지할 권리를 송두리째 앗아갈 것이다.

 

이렇듯 정부는 ‘첨단산업 육성 및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특별법이라는 미명하에 광범위한 규제완화를 재벌 대기업에 제공하고자 한다. 이 같은 의도는 이 법의 입법 목적에서 보다 분명히 드러난다. 특구법안 제1조에 따르면, 이 법은 “초광역권전략산업특구의 지정 및 운영을 통하여 규제특례를 부여하고 종합적인 정책지원을 제공함으로써 초광역권전략산업특구 내 전략산업 육성 및 기업의 대규모 투자를 촉진하고, 지방주도성장과 산업안보 및 국가 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특별법의 목적대로라면, 기존 법률에서 규율하고 있는 생태환경 및 노동에 관한 각종 보호 조치는 ‘기업 투자 유치의 걸림돌’로 판단되는 순간 언제든지 그 법적 효력을 예외로 두거나 유예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법안은 첨단전략산업의 요건을 반도체‧AI 산업에만 한정하지 않는다. 이 법안 정의 조항(제2조 제3호)에 따르면, “기업의 투자 수요 등을 고려하여 산업통상부장관이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를 거쳐” 별도로 정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법안이 향후 미치게 될 파급력을 일부 지역과 업종의 예외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따라서 특구법안의 가장 심각한 해악은 바로 이 점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기본권과 생존권, 환경권,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할 가능성이 다분한 예외 규정이 기업과 지방정부의 필요에 따라 손쉽게 허용된다는 사실이다.

 

결국 이 법안은 무엇으로 보나 고쳐 쓸 수 없는 악법에 지나지 않는다. 이재명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를 고쳐 쓸 수 없듯이 초광역특구법안도 당장 폐기해야 마땅하다. 우리는 초광역특구법안을 저지하고 메가프로젝트에 맞서기 위해 노동시민사회와 함께 끝까지 싸울 것이다.

특별법의 이름으로 노동자와 시민의 건강은 물론, 기후생태의 복원력까지 심각하게 손상시키는 정부‧여당의 계획을 우리는 강력히 반대하며 다시 한번 촉구한다. 이재명 정부는 반도체‧AI 산업 등 이른바 ‘첨단전략산업’의 성장과 발전에 국가 역량을 총동원할 게 아니라, 모든 노동자와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위해 온힘을 쏟아부어야 한다.

 

 

2026년 10월 21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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