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故 황유미 11주기 및 삼성직업병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
황유미와 함께 걷는 봄, 희망을 피우다
* 집중행동의 날 : 18년 3월6일(화)
오전 11시 기자회견
13시 방진복 행진 (서울일대)
19시 농성장 문화제
* 영화 <클린룸이야기> 상영회
3월8일(목) 저녁7시, 아트나인
※ 문의
반올림 상임활동가 이상수 (010-9401-1370)
후원
국민은행 043901-04-206831 (예금주 반올림)
한노보연
근기법 개악 중단 및
노동시간 특례 즉각 폐기 촉구
과로사 OUT 대책위 기자회견
○ 일시: 2018년 2월23일(금) 오전 10시
○ 장소: 국회 앞
○ 주최: 과로사 OUT 대책위
○ 기자회견 프로그램
여는 말 —————————– 이상진 (과로사 아웃 공동대책위 공동대표)
노동시간 특례 폐기 현장 발언 (특례 유지 발표 업종 사업장)
공공운수 영화산업노조 : 안병호 위원장
서비스 연맹 민주 택시노조 : 김성한 사무처장
공공운수 의료연대본부 새 서울병원 분회 : 김경희 분회장
시민이 바라보는 59조 특레 ——– 생명안전 시민 넷 박순철 사무처장
장시간 노동에 대한 국제 기준 및 규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이나래 활동가
노동시간 특례 폐기 촉구 ———— 과로사 예방센터 소장 정병욱 변호사
기자회견문 낭독
◯ 과로사 OUT 대책위원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공공운수노조, 금속노조, 언론노조, 서비스연맹, 법률원), 과로사예방센터(준),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한노동세상, 노동건강연대, 노동시간센터,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노동자연대, 노동자의미래, 대한불교조계종노동위원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노동위원회, 반올림, 안전사회 시민연대, 사회진보연대(노동자운동연구소), 생명안전 시민넷,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일과건강, 전국학생행진,집배노조, 참여연대, 천주교 노동사목,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한국진보연대


820만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무제한 장시간 노동
노동시간 특례 59조 즉각 폐기하라
세계 경제 11위 권인 한국에서 장시간 노동으로 노동자들이 죽고, 자살하는 참극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버스, 택시, 항공의 장시간 노동으로 시민들의 죽음이 계속되고, 병원에서는 의료사고의 위험에 내몰리는 등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사업주 맘대로 무제한 장시간 노동이 강제되는 노동시간 특례 59조 적용 대상자가 820만명에 달한다. (2015년 통계청 조사 기준) 이에 노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과로사 아웃 대책위는 살인적 장시간 노동의 대표적 악법인 노동시간 특례 59조 폐기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그러나, 과로사, 과로자살이 발생할 때마다, 교통사고로 시민의 안타까운 희생이 반복될 때마다 노동시간 특례를 없애겠다고 하던 정치권의 행태는 어떠한가? 공약과 법안은 누더기가 되어 정치공방의 도구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다. 정치권이 노동시간 특례를 정쟁의 도구화 한 지난 2017년 한해에만 과로로 1,809명의 노동자가 산재를 신청했고, 589명의 노동자가 산재 인정을 받았다. 매년 300명이 넘는 노동자의 과로사망도 이어지고 있다.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도 지속되고 있다.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은 이 노동자, 시민의 죽음을 방조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국회에서 특례제도 폐기를 처리하지 않고 있는 동안 지난 2월6일 우리는 특례적용 사업장에서 일하는 한국항공의 이기하 노동자를 가슴에 묻었다. 최근 서울아산병원의 27살 간호사 노동자의 자살에도 일터 괴롭힘과 더불어 하루 16시간을 일하는 장시간 노동이 있었다. 항공운송, 병원, 집배노동자, 이 한빛 PD 모두 특례적용 사업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노동자들로 장시간 노동이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다. 운수업 노동자의 18시간 노동과 졸음운전 교통사고의 문제는 또 어떠한가? 지난 7월 1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던 버스 사업장의 장시간 노동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고, 버스기사 노동자들은 구속 처벌은 물론 피해자 보상으로 가정이 파탄 났다. 국회가 버스, 택시 사업주의 경영여건을 운운하며 특례제도 폐지를 손 놓고 있는 동안, 무고한 시민의 죽음은 물론이여 구조적 문제로 인한 노동자 처벌과 가정 파탄은 반복되고 있다.
2018년 1월26일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로 의사 1명, 간호사 1명, 간호 조무사 1명을 포함해 고귀한 50명이 사망했다. 고귀한 생명등을 한순간에 잃은 후 교훈은 무엇인가? 장성요양병원 참사에도 불구하고, 스프링 쿨러 설치와 같은 재발방지대책이 법제화 되지 못하고, 반쪽짜리 법제화나 기업의 이해관계를 반영하여 단계적 폐지가 진행되었다. 사고 때마다 강력한 대책을 앞 다투어 발표하면서도 실질적인 법 제도 개선에서는 결국 반쪽짜리 누더기 규제를 반복하는 행태가 결국 제2, 재3의 참사로 이어졌던 것이다. 노동시간 특례도 마찬가지다. 국회는 무제한 장시간 노동이 가능한 이 적폐를 완전 폐기하지 않고, 반쪽짜리 누더기로 만들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과연 얼마나 더 많은 영화, 방송제작 노동자가 죽고, 택시 노동자가 죽고, 시민들이 죽어나가야 근본적인 대책을 세울 것인가?
노동시간 특례는 아무런 규제 없이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을 유지하는 전 세계의 유래 없는 악법으로 전체 노동자의 절반 이상을 몰아넣고 있다. 그 어떠한 근거와 기준도 없이 확대되어온 대표적인 적폐제도이다.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죽음에 직면하게 되는 현실에 어떤 노동자는 그 제도에 적용되고, 다른 노동자는 빠지는 것을 가를 수 있다는 것인가. 어떤 직업을 선택했다는 이유만으로 장시간 노동에 방치되어야 할 이유가 있는가? 과연 노동부는 노동시간 특례제도의 단 하나의 요건인 <근로자 대표 서면합의> 에 대해 감독한 바가 있는가, 아니 근로시간 특례를 적용하고 있는 사업장이 도대체 어느 정도인지 파악이나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1961년 제정이후 오로지 사업주의 이익만 반영되어 최소한의 요건조차 폐지 된 체, 점차 대상 업종과 노동자 숫자만 확대된 노동시간 특례 59조는 즉각 폐기 되어야 한다. 사업주 맘대로 무제한 장시간 노동을 강요 할 수 있는 노동자가 절반인데. 그 어떠한 근로기준법의 근로시간 규제로 노동시간을 단축 한다는 것이 무슨 실효성이 있겠는가?
오늘 우리 과로사OUT 대책위는 다시 한번 강력하게 요구하는 바이다.
– 노동자는 과로사로 시민은 대형 참사로 몰아넣는 노동시간 특례 59조를 즉각 폐기하라
–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 살인적 장시간 노동 근로기준법 59조 즉각 폐기하라
– 시민안전 위협하는 근로기준법 59조 폐기하라!
– 국회는 근로기준법 개악 중단하고, 노동시간 특례 폐기하라.
2018년 2월 23일
과로사 OUT 공동 대책위원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공공운수노조, 금속노조, 언론노조, 서비스연맹, 법률원), 과로사예방센터(준),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한노동세상, 노동건강연대, 노동시간센터,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노동자연대, 노동자의미래, 대한불교조계종노동위원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노동위원회, 반올림, 사회진보연대(노동자운동연구소), 안전사회시민연대, 생명안전 시민넷,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일과건강, 전국학생행진, 집배노조, 참여연대, 천주교 노동사목,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한국진보연대
여전히 같은 환경에서 일하는 간호사들… 불길한 상상이 나를 괴롭힌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의 신규 간호사가 자살했다. 인터넷에는 여기저기 태움이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태움…누가 처음 그렇게 부르기 시작한 건지 모르겠지만 이름 한 번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종류의 괴롭힘을 “태운다”라는 표현 외에 어떤 말이 대신할 수 있을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 법률안에 대한 입장
(2018.2)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1. 전부 개정이 필요한 시대적 요구와 개정안의 취지에 대한 입장
산업안전보건법은 최근 몇 년 사이 다른 노동 관련법보다 상대적으로 빈번하고, 꾸준히 부분 개정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 개정의 요구는 끊이지 않았다. 그 이유는 첫째, 원청의 위험과 안전에 대한 책임이 모든 면에서 더욱 취약한 하청으로 이전되는 사업 형태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 둘째, 새로운 형태의 다양한 고용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 셋째, 다양한 형태의 노동재해에 따른 노동자의 주체적 참여가 더욱 필요하다는 점, 넷째, 정신건강의 침해로 인한 문제가 증대하고 있다는 점, 다섯째, 기업의 영업비밀을 이유로 노동자의 알 권리가 제한되고 있다는 점, 여섯째, ‘재래형 사고’가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현행 산안법이 이러한 변화와 필요에 부응하지 못하는 한계로 인해 큰 폭의 법 개정의 요구가 새 정부 들어 더욱 커져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2월 9일 정부는 다음과 같이 ‘제안이유’를 밝히며,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을 제출했다.
“…산업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모든 사람이 안전한 일터에서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하여 법의 보호대상을 일하는 모든 사람으로 넓히고, 발주자ㆍ도급인 등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책임주체를 확대하며, 법 위반에 대한 처벌 수준을 상향하고 제재수단을 다양화하여 법의 실효성을 제고하고자 함. 아울러, 산업재해 발생의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근로자가 작업을 중지하고 긴급대피 할 수 있음을 명확히 하고, 사업주가 작업을 중지하고 긴급 대피한 근로자에게 불이익 처우를 한 경우에는 형사적 제재를 할 수 있도록 함. 한편, 생산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함에 따라 산업현장에서는 새로운 화학물질이 생산공정에 경쟁적으로 도입되고 있으며, 특히, 유해하거나 위험한 물질의 경우에는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에 치명적인 위험이 될 수 있으므로 이를 국가가 관리하기 위하여 유해하거나 위험한 화학물질을 제조하거나 수입하는 자로 하여금 물질안전보건자료를 작성하여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제출하도록 하고, 영업 비밀을 이유로 화학물질의 구성성분 등 일정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기 위해서는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함.”
위와 같은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의 ‘취지’는 그 자체로 환영할 만하다. 노동자와 노동안전보건운동진영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와 요구가 일부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개정이 아닌 ‘전부개정’ 즉, 법률의 전면손질이라고 하기에는 그 철학적 방향과 내용이 빈약하다. 모름지기 전부개정이라 한다면, 기존의 산업안전보건이라는 개념을 직업안전보건으로 전환하고, 신체적 건강에 국한된 규율을 정신적 건강까지 확대하고, 근로기준법의 ‘근로자’의 개념에서 확장된 ‘노동력을 매개로 사업에 관계하는 자’를 기본 보호대상으로 설정해야 하며, 이를 통해 사업이익을 취하는 모든 자를 법의 수규자로 하며, 노동자의 참여와 거부의 권리를 개별 및 집단에게 부여하여 노동자를 권리주체로 명확히 설정하고, 알 권리가 전면적으로 보장되도록 하는 것이 마땅하다.
물론 제출된 전부개정안이 이전과 비교하면 도급사업자(원청)의 책임성, 물질안전보건자료 정보, 보호대상자의 확대 등 진전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산업재해를 ‘사회적 재난’으로 규정한 대통령의 인식이나 ‘산업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개정 이유를 고려한다면, 행정부로서 개정의 현실적 고려를 한다 하더라도, 미흡한 지점이 다수이며, 전부 개정안은 상당 부분 보완되어 재 제출되어야 할 것이다.
2. 주요 내용에 대한 입장
1) 법의 보호대상 확대
개정법안 제77조(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산업재해 예방), 제78조(배달종사자에 대한 안전보건조치), 제79조(가맹본부의 산업재해 예방 조치) 등은 변화되는 다양한 고용형태 속에서 노동자 보호의 확대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여전히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일부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 플랫폼(platform) 노동자 중 유독 배달중개업의 이륜차 배달노동자만을 특정하여 보호 대상으로 한 점은 법의 위계적 차원에서도 걸맞지 않고, 보호 대상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한편, 개정법안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는 나름 혁신적인 개념을 도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에 대한 ‘정의’가 부재하고, 보호 대상의 확대나 사업주의 책임에서는 효과적인 규정이 부재하다. 그러면서, ‘일하는 사람의 의무’에서는 의무만을 규정 하고 있어 혼란스럽다. ‘근로자’에서 확장된 ‘일하는 사람’의 개념을 명확히 중심 개념으로 삼고 이를 중심으로 보호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노동자가 법의 보호대상이면서 동시에 권리의 주체로 자리매김하여야 함에도 의무만을 규정하고 권리를 배제하는 현행법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2) 회사 대표이사의 산업재해 예방에 관한 책임 강화
개정법안 제13조는 안전보건관리체계에 대표이사(업무집행지시자)를 포함하고, 매년 회사의 안전과 보건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여 이사회에 보고하고 승인을 얻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시 벌칙도 부과하였다. 안전보건관리책임자에서 종종 벗어나 있는 대표이사에 대한 책임을 환기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나, 대표이사의 책임과 의무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안전과 보건조치의 미비로 인한 재해에 법률적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
3) 산업재해 발생의 급박한 위험 시 작업중지 강화
개정법안은 ‘근로자가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음을 명확히 하고, 대피한 근로자에게 불이익 처우를 하는 경우에는 형사책임을 부담하도록 함’을 주요한 내용으로 하였다. 그러나 개정법은 현행법을 분리하여 재배치하고, 대피 노동자 불이익 처우에 대한 벌칙을 추가하였을 뿐 내용적 진전이 없다.
누차 지적한 바와 같이 ‘급박한 위험’은 그 해석이 매우 협소하여 중대재해를 막을 수 없기에 최소한 ‘급박한 위험’과 더불어 산안법에 규정된 ‘안전과 보건조치’가 미비할 경우 노동자의 중지(거부 및 대피권)을 명시적으로 부여해야 하며, 동시에 근로자대표, 산안위 위원 또는 명예산업안전감독관에게 작업중지를 실시할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또한 작업 재개 시에도 해당 작업 노동자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재해가 발생하고 실시되는 사업주 또는 고용노동부의 작업중지는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없다. 아무리 산업안전감독관을 충원하고 권한을 확대한다고 해도 전국의 사업장을 포괄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데 있어 관건은 사업주의 인식전환과 법을 준수하도록 지도감독 하는 것과 동시에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보호의 대상이자, 예방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마땅히 그에 부합하는 권한과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 이는 작업중지 뿐 아니라 개정 산안법의 전반의 중심 고리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현시대가 요구하는 중요한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이러한 최소한의 조건과 권한이 부여되지 않고는 작업중지는 실효성을 가질 수 없다.
4) 중대재해 발생 시 조치 강화
개정법안에서는 고용노동부장관의 작업중지 명령의 근거와 요건을 명확히 하고, 작업중지 해제와 관련한 절차를 마련하였다. 이 점에 대해서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작업중지 해제 절차에 있어, 근로자 대표, 산안위위원, 명예산업안전감독관 등 노동자 측 관계자와 해당 작업 노동자의 의견 청취 또는 동의 여부에 대한 규정이 부재한 점은 매우 우려되는 지점이다. 현장 안전보건에 있어 ‘일하는 사람’의 주체적 참여를 언제나 고려하여야 한다.
5) 유해하거나 위험한 작업의 도급 제한 등
개정법안에서는 도금, 수은, 납 등 12개 물질에 한정하여 도급을 금지하고 있고, 도급금지 범위확대에 대한 논의나 절차 관련 조항이 전혀 없다. 원청이 적격 수급업체를 선정하도록 하는 안도 적격기준의 세부 내용을 찾을 수 없고, 이를 위반 시 처벌 조항도 없다.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6) 도급인의 산업재해 예방 책임확대/건설공사에 관한 특례
개정법안에는 도급의 정의, 원청의 책임범위 확대, 건설업에서 발주처 책임강화 등 일부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 그러나 현장의 기형적인 임대차 계약 형태는 명확히 정리되지 못했다. 발주처의 책임강화도 건설공사로 한정함에 따라, 하청의 산업재해가 다발하고 있는 대표적인 화학산업단지, 제철소, 발전소 등에 대한 근본 대책도 누락되었다.
7) 고객응대근로자의 보호
개정법안이 보호대상을 ‘정보통신망 등을 통하여 상대하면서 상품을 판매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로 국한하여, 서비스 산업에 종사하는 수많은 고객응대 노동자를 제외하고 있다는 점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고객응대 노동자인 금융노동자의 경우 금융관련법에서 선언적 수준에서 보호 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산업안전법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포용하여 보호 조치를 취하여야 함에도 개정법안은 이들 노동자 역시 보호대상으로 수용하지 않고 있다. 나아가 고객응대노동자들의 건강장해는 정신건강의 침해로 시작됨을 주목하여야 하며, 고객응대업무 뿐 아니라 각 산업에서 정신건강의 침해가 날로 심각해지는 지점 역시 착목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정신건강장해 예방에 대한 ‘보건조치’를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이에 규율되는 ‘규칙’에서 고객응대업무를 포함한 다양한 노동자의 정신건강장해 예방을 규정하여야 하지만 개정법안은 이를 누락하여, 결과적으로 정신건강 문제를 매우 국소적으로 다루고 있다.
8) 물질안전보건자료의 작성, 제출
물질안전보건자료와 관련하여 비공개 정보에 대한 사전 승인제도를 도입하고 비공개 승인의 유효기간(3년)을 정하는 한편, 대체정보 기재의무를 규정한 것은 바람직하다. 다만 관련 심의(비공개 승인 여부와 대체정보의 적정성에 대한 심의)를 산재보상보험예방심의위원회에 맡기는 것이 적정한지 의문이며(개정안 제115조 제6항), 심의의 기준과 절차에 대한 세부규정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어야 할 것이며, 심의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에 있어 노동계의 참여를 구체화하여야 한다. 아울러 심의를 위해 제출되어야 하는 자료와 그 자료의 보관, 공개에 관하여도 세부적인 규정이 필요하다.
또한 물질안전보건자료의 작성 주체로 하여금 물질안전보건자료 기재 내용에 대한 근거 자료를 보관하도록 하고, 고용노동부가 이를 관리감독하는 규정이 필요하다. 개정법안 제115조 제5항은 기존에 사문화된 규정으로 평가되던 현행법 제41조 제11항을 개정한 것인데, 정보 요구권자를 확대한 것은 바람직하나, 여전히 요건을 엄격하게 정하고 있고(“근로자의 안전ㆍ보건을 유지하거나 직업성 질환 발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하여 근로자에게 중대한 건강장해가 발생하는 등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경우”), 대상 물질을 양도ㆍ제공하는 자 또는 이를 취급하는 사업주에게 해당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여,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며, 개별 근로자에게 정보 요구 권한을 부여하지 않은 것도 문제이다.
역학조사 기관이나 질병판정위원회의 경우 당연히 해당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해당 물질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될 수 있는 개별 근로자도 그 정보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개정법안 제115조 제6항이 비공개 심의를 산재보상보험예방심의위원회에 맡기고 있으므로, 결국 제115조 제5항의 “대체정보로 기재된 구성성분의 명칭 및 함유량 정보”를 동 위원회가 갖게 될 것이므로, ‘심의위원회’도 정보제공의무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현행 물질안전보건자료 제도와 달리 개정안은 유해 성분만을 기재하도록 하였고(개정안 제113조 제1항 제2호), 다만 유해하지 않은 성분 물질에 대한 정보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하도록 하였다.(동조 제2항). 물질안전보건자료가 화학제품의 유해성을 전달하는데 충실하도록 개정한 것은 수긍이 가나, 전체 성분 물질에 대한 정보를 고용노동부가 체계적으로 관리하여 향후에라도 해당 물질을 취급한 노동자가 그에 대한 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동조 제2항에 따라 수집된 정보의 관리, 공개에 대한 규정을 함께 마련하여야 한다.
한편, 현 고용노동부장관이 의원으로서 대표 발의하였던 ‘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과 발의에 참여하였던 ‘화학물질의 영업비밀 남용금지에 관한 법률(안)’ 등에 이미 담겨 있던 노동자의 자료청구권 및 자료공개 등의 문제의식이 이번 개정안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음은 매우 유감이다.
3. 이외 개정이 필요한 사항에 대한 입장
1) 명예산업안전감독관 권한 확대의 필요
현행법 제61조의2의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을 개정법안 제22조로 하여 제2장 안전보건관리체계에 속하게 하였다. 그런데 이것 이외에는 어떠한 추가 개정내용이 없다.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의 필참 성원이며, 주로 노동자 조직 추천으로 선임되는 ‘명예산업안전감독관’임에도 불구하고, 작업 현장에서의 별다른 권한(예컨대 대체정보로 기재된 구성성분의 명칭 및 함유량 정보에 대한 자료 제공 요구권, 자료열람권, 작업중지권 등)이 없으므로 인해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제도가 유명무실한 현 상황을 주목해야 함에도, 개정법안이 이에 대해 어떠한 고려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실망스럽고, 노동자의 참여와 권리 보장에 대한 정부의 기본 태도가 무엇인지 재차 확인하게 되는 지점이다.
2) ‘보건조치’로서 정신건강 예방 의무의 편입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현행법은 신체건강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신체와 정신의 조화라는 측면에도 부적합하고, 증대되는 정신건강의 문제에도 적정하지 않다. 따라서 전부 개정의 시점이라면 ‘보건조치’ 규정에 ‘업무수행이나 이와 관련한 인적·물적 환경에 따른 신체적 피로 및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건강장해’에 대한 예방의 의무를 사업주에게 부과하여, 고객 응대 뿐 아니라, 일터 괴롭힘을 포함한 정신건강을 저해하는 노동환경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여야 한다.
3)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안건심의 배제 대한 제재
산업안전보건위원회는 비록 전 사업장에서 구성될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으나, 노동자의 참여와 권한을 보장하는 중요한 법률상의 ‘안전보건관리체계’이다. 그러나 현행법의 매우 모순된 규정에 의하여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의 심의 자체를 무시할 수 있는 법 불비 사항이 존재하고 있다. 현행법 제19조 제2항에서 ‘사업주는 다음 각 호의 사항에 대하여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각호의 사항을 심의하지 않고 사업주가 일방적으로 시행할 경우 이에 따른 별다른 벌칙조항이 없다. 의결된 사항을 지키지 않으면 처벌을 받게 되나, 아예 명시된 심의(안)을 올리지 않으면, 사업주 임의대로 할 수 있다. ‘공정안전보고서’ 작성이나, ‘안전보건개선계획’을 수립 시 반드시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심의를 거치고 이를 위반할 경우 벌칙이 있음을 상기한다면, 제19조 제2항 위반의 벌칙이 없는 것은 분명한 법 불비 사항이다. 전부개정안에서는 이 점이 개선되어 사업주의 악의적인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심의절차 무시를 제어하여야 한다.
4. 결론
정부의 개정안은 방향에 있어 일부 타당하나, 그 내용은 부실하여 전부개정에 부합하지 않는다. 대통령이 강조한 생명존중, 노동존중 그리고 산업재해의 획기적 감소의 핵심 관건은 ‘일하는 사람’의 참여와 권리 보장이다.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은 위에 언급한 바와 같이 다음의 부분을 포함하여 구체화되어야 한다.
첫째, 보호대상의 확대가 ‘일하는 사람’으로 전면화되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특수고용이니 플랫폼 노동이니, 하청이니 구분하여 보호할 이유가 없으며, 그 수규자는 이를 통해 사업 이득을 보는 자로 하면 된다.
둘째, 보호 대상자는 보호의 대상임과 동시에 권리의 주체로 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작업중지의 주체, 정보청구와 수합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셋째, 신체건강과 동시에 정신건강이 보호예방의 영역에 속해야 한다.
재차 강조하건대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은 ‘전부개정’의 취지에 걸 맞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개정법의 정부 감독권한의 명확화와 강화 및 벌칙의 강화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겠으나, 변화된 고용 지형과 관계에서 현장의 안전과 건강을 누가 어떻게 지속적이며, 즉각적으로 나서서 예방하고 감시할 것인가에 대한 응답이어야 한다.
벌써 10년이 지났다. 반도체공장에 근무하던 노동자들이 암·희귀질환 등에 걸렸고, 직업병으로 인정하라는 산업재해보상 신청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까지 94명의 노동자가 산재를 신청했다. 행정소송을 통해 직업병으로 인정된 사례까지 포함해 노동자 24명이 산재로 인정받았다. 반도체 노동자들이 산재를 신청한 질병은 반도체 질병으로 알려진 백혈병을 비롯해 뇌종양·난소암 등 암과 다발성경화증·루게릭병·파킨슨병 등 희귀질환이 다수를 이룬다. 이와 같은 암이나 희귀질환이 현재의 산재보험 체계에서 직업병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해당 질병을 일으키는 동안 알려진 원인(화학물질이나 방사선)에 노출되고, 일정 기간(잠복기)이 지난 이후 해당 물질이 질병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전문가들이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다른 산업에 비해 반도체 산업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 종류와 양이 국내 최대 수준이지만 어떤 화학물질에 노출됐는지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고, 화학물질을 안다고 해도 발생한 희귀질환과의 관련성을 밝힌 연구는 아직까지 매우 부족하다. 그동안 산업안전보건연구원 등에서 한 대규모 역학연구에서도 혈액암을 비롯한 일부 질환과의 연관성만을 확인할 수 있었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9880
야간 노동 제대로 된 규제가 필요하다
– ILO 제171호 야간노동 협약 검토
이혜은 회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야간노동이 노동자의 삶과 건강에 미치는 해악에 대해 우리 노동시간센터는 끊임없이 이야기해왔다. 정상적인 생체리듬이 방해받아 다양한 증상과 질병이 생기는데 가장 흔한 문제인 수면장애와 이로부터 이어지는 우울과 불안, 규칙적인 식사를 하지 못하기에 발생되는 소화기계 질병, 오랜 기간 야간노동에 종사할 경우에 높아지는 유방암, 뇌심혈관질환이 대표적이다. 안전사고의 위험도 높아 본인의 손상뿐만 아니라 대형사고로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가족, 친구와 함께 여가를 보내기 어렵고 사회의 시계와 맞지 않는 시계에 맞춰 살다 보니 삶 자체가 피폐해지기도 한다.
노동자의 건강권과 인권의 측면에서 야간노동은 최소화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공공의 안전과 돌봄, 사회유지를 위해 불가피한 경우, 공정의 특성상 연속적으로 수행될 수밖에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 야간노동은 철폐되어야 한다. 불가피하게 야간노동을 해야 하는 노동자들은 그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보호받아야 한다. 그런데도 현재 한국의 야간노동에 대한 법적 규제는 매우 미흡하다. 한국에서 아직 비준하지 못하고 있는 국제노동기구의 야간노동협약을 검토함으로써 앞으로 야간노동 규제를 준비하는 데에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야간노동 관련 법적 규제
근로기준법에서 야간노동에 대해 규제하고 있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임금의 가산 : 야간근로(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사이의 근로)에 대하여는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하여 지급한다.
– 보상 휴가 : 사용자는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에 따라 야간근로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갈음하여 휴가를 줄 수 있다.
– 야간노동의 제한 : 18세 이상 여성의 야간근로는 그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야 함. 임산부와 18세 미만자는 야간근로를 시키지 못함 (예외 : 18세 미만자와 산후 1년이 지나지 아니한 여성의 동의가 있는 경우, 임신 중의 여성이 명시적으로 청구하는 경우)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야간노동을 수행하는 노동자에 대한 보호조치의 일환으로 특수건강진단을 받도록 하고 있으며 그 대상은 다음과 같이 정해져 있다.
– 6개월간 밤 12시부터 오전 5시까지의 시간을 포함하여 계속되는 8시간 작업을 월평균 4회 이상 수행하는 경우
– 6개월간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 사이의 시간 중 작업을 월평균 60시간 이상 수행하는 경우
ILO 야간노동협약 시사점
1) 야간노동자의 건강 보호
ILO 협약에서도 야간노동자에 대한 정기적인 건강검진과 이상이 있을 경우에 대한 사후관리를 명시하고 있다. 그중에 특히 제6조에 명시된 야간작업 부적합 시 가능한 유사직종 전환, 급여 보전, 해고로부터의 보호 조항이 눈에 띈다. 한국에서도 야간작업에 대한 특수건강진단이 수행되고 있고 건강진단 의사는 이상자에 대해 “작업전환”을 사후관리 방법으로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작업전환이 가능한 경우가 거의 없고 만약 그렇게 일자리를 잃게 되면 열악한 복지제도만으로는 생계가 곤란하기 때문에 건강진단 의사는 소신껏 작업전환을 권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건강문제로 야간노동이 어려워진 노동자에 대한 보호 대책이 훨씬 강화되지 않는 한 현재의 야간작업 특수건강진단은 그 한계가 너무나 크다.
2) 야간노동과 모성보호
한국에서도 18세 미만과 임산부에 대해 야간노동을 제한하고 있듯이 (물론, 예외조항 덕택에 완벽한 제한이라고 보기 어렵다.) 야간노동에서의 모성보호는 ILO 야간노동협약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제7조) 무엇보다 임산부에 대한 최소 16주 이상의 필요한 기간에 대해서 예외 없이 야간노동을 제한하고 있는 점은 중요한 차이점이다. 또한, 소득과 기타 직책, 승진기회 등에서 불이익이 없도록 명시하고 있다. 한국에도 이러한 제도가 도입된다면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과 동료에 대한 미안함으로 울며 겨자 먹기로 스스로 야간노동에 ‘동의’하는 임산부들이 없어질 수 있을 것이다.
3) 노동자의 협의 하에 계획되는 야간노동
ILO 야간노동협약에서는 사용자가 야간노동을 계획할 때에는 도입 이전에 노동자대표와 세부사항을 협의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제10조) 한국에서도 노동조합이 있는 대기업의 경우 교대제에 대해 노사협의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는 매우 제한적인 사례로 일반적으로 근무형태를 정하는 것은 사용자의 경영권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야간노동과 같이 노동자의 인권에 직결되는 문제를 다루는 데에서는 ILO 협약에서 규정하는 대로 노동자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이와 같이 야간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의 피해를 줄이는 데에 ILO 야간노동 협약이 중요한 시사점들을 주고 있다. 우리 근로기준법의 앙상한 조항을 볼 때 이 협약을 비준하는 것은 참 요원해 보이지만 그래도 가이드라인이 주어져 있으니 이를 향해 개선되도록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다만, ILO 협약에서도 야간노동 자체를 줄이는 문제는 깊이 다뤄지지 않고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야간노동의 피해를 줄이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야간노동이라는 원인을 최소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때 그 군인은 어떻게 되었을까?
최혜란 회원, 직업환경의학 전공의
나는 직업환경의학과 전공의 2년차이다. 2017년 상반기에는 컨설트 환자를 볼 기회가 있었다. 컨설트란 병동에 입원한 다른 과 환자들이 직업환경의학과 진료를 원하는 경우, 찾아가 면담 및 진찰을 하는 의료행위를 말한다. 그렇게 의뢰된 환자의 수는 많지 않았다. 또한, 대부분이 환자나 보호자가 질병에 대한 업무 관련성을 의심하는 경우에 주치의를 통해서 의뢰해달라고 부탁해서 이뤄지는 경우였다.
컨설트를 통해서 다양한 사례를 접할 수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은 군인이었다. 30대 초반의 젊은 남성이었고 2017년 5월 급성백혈병으로 진단받았으며, 본인이 맡았던 부대 내의 업무와 질병의 관련성에 대해 소견을 적어달라는 의뢰였다. 그의 이야기에 따르면, 부대에서 전차 등의 모형을 제작하는 업무를 수행했고 그 과정에서 환기나 보호구 지급 등은 이뤄지지 않았으며 꽤 오래 그 업무를 맡았기 때문에 유기용제 노출 등에 의해 백혈병이 발병된 것 같다는 것이었다.
처음 그를 만나러 갔을 때는 백혈병에 관한 두꺼운 전공 서적을 읽고 있었다. 간단히 질병력과 직업력, 취미 등을 이어 물어보았고 그가 사용했었던 여러 가지 도장 재료들의 성분이 무엇인지 물어 그 자료들까지 받을 수 있었다. 그는 조금 불안해하고 있었다. 아직 공상을 신청하지 않은 상태여서 걱정 반 기대 반인 모습이었다.
본인은 성실히 업무를 수행했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국방신문에 이슈 인물로 선정되어 실린 적도 있으며 표창도 여러 번 받았다며 자랑스러워했다. 그러면서 공상 위원회에 병원 기록과 업무 관련성을 서술하는 서류를 제출하면 공무상 질병으로 인정받게끔 도와주겠다는 이야기를 상사로부터 들은 차였다.
한편, 백혈병 치료를 받아야 하고 장기간 추적 관찰해야 하기에 더 이상 군에서 근무할 수 없어서 아쉽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군이 그의 일들을 인정하고 그 질병의 업무관련성을 수용해줄 것이라고 믿고 있는 듯 했다. 나도 그의 이야기를 액면 그대로 믿고 싶었다.
과연 그는 어떻게 되었을까? 퇴원 후 혈액 내과 외래를 오가는 기록 사이에 직업환경의학과에도 두 번 방문한 기록이 있어서 확인해보았다. 교수님의 외래 기록에 따르면, 공상처리위원회에서 그가 제출한 모든 자료를 반려해서 업무관련성을 인정받지 못할 위기에 놓여있는 것 같았다.
처음에 그를 방문했을 때 들었던 모든 상황을 종합해보면 공상이 쉽게 인정될 것 같았지만 상황은 반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것은 어쩌면 아직 이 방면의 일을 많이 경험해보지 못한 탓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누군가 나에게 찾아와 그런 상황에 대해 상담을 한다고 하면 무엇을 말해줄 수 있을까 생각해보았으나 뾰족한 대안이나 해줄 수 있는 조치는 떠오르지 않았다. 지식이 부족한 탓인지 경험이 부족한 탓인지 모르겠다.
이전에 군대와 같은 폐쇄적인 조직에서 보건관리가 잘 되고 있을지 의문이 들어 세미나 주제로 삼고 발표했던 기억이 있다. 국내 연구는 많지 않았고 그나마 행해진 연구도 상대적으로 재정상태가 좋은 미군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고, 이라크나 아프간전에 참전 후 발생한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중에서 전쟁터 주변 주둔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분진의 종류와 폐질환에 대한 것이 그나마 내가 궁금해 하던 영역과 비슷하여 정리해 발표했던 기억이 있다. 실제 내가 궁금해 했던 것은 군대에서 취급하는 전반적인 유해물질과 작업환경들, 그리고 군인들의 직업병 유병률이 궁금했었는데, 당연하게도(?) 그런 좋은 자료는 발견하지 못했다. 아니면 전혀 그 방면의 연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일까? 다소 막연한 희망사항에 그칠 수도 있겠지만, 언젠가는 군대 내의 작업환경에 대한 조사와 그들의 건강상태와 함께 공상 심의 과정상의 합리성도 점검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본다.
후암동에서 食(식)빵과 함께
– 빵 만드는 오너 셰프 이유나 님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장
이번 일터가 만난 이유나 님은 서울 후암동에서 빵을 만들고 판매하는 오너 셰프였다. 이유나 님은 오래도록 좋아하는 빵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러기 위해 어떠한 노동과 일상을 보내고 있는지,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있어서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어려움은 없는지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인터뷰는 지난 1월 22일 월요일 빵집 인근에서 진행하였다.
좋아했던 빵을 만들기 위해 준비했던 시간
“저는 원래 음악을 전공했는데, 졸업을 앞두고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며 여행을 다니다가 다른 삶도 살아보고 싶었어요. 제과에 관심이 많던 터라 대학졸업을 하고 한국에서 ‘르 꼬르동 블루’를 다니게 되었어요.”
르 꼬르동 블루란 프랑스 본교와 여러 나라에 분교를 가지고 있는 프랑스 요리, 제과, 제빵 전문 학원인데 이유나 님은 여기서 제과 공부를 마치고 관련된 일을 하다가 좀 더 심도 있게 일을 배우기 위해 캐나다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그러다 마침 다운타운의 큰 빵집에서 함께 운영하는 비스트로에서 일을 하면서 빵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정말 혼자 아무도 없는 곳에 빈손으로 영어 이력서만 몇 십장 준비해서 캐나다로 떠났어요. 그러다 괜찮아 보이는 곳에 무작정 들어가서 일자리가 있는지 물었어요. 정말 운 좋게 취직이 되었고 몇 번의 해프닝 끝에 집도 구했어요. 함께 일하는 빵팀, 제과팀, 요리팀 친구들 대다수가 퀘벡사람들이라 그런지 서투른 저의 영어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아했고, 밥은 잘 먹고 다니는 지 힘든 건 없는지 걱정해주고 많이 챙겨줬어요. 캐나다에 가기 전에 한국 가로수길 레스토랑에서 1년 넘게 막내 일을 해서 그런지 일은 하나도 힘들지 않았어요. 워킹비자가 끝날 때쯤에는 제가 원하면 취업비자를 알아봐주겠다고 했는데 제가 혼자 있기에는 외로워서 돌아가겠다고 했어요. 그 시절 생각하면 내가 꿈을 꿨었나 싶어요. 한국에 다시 돌아와서는 유명한 빵집을 돌며 맛보고 그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개인 빵집에 문을 두드려서 취업하게 되었어요.”
우리가 흔히 아는 파리바게트나 뚜레쥬르 같은 프랜차이즈와 달리 개인 빵집은 빵을 만들기 위한 준비부터 만드는 과정, 판매까지 한곳에서 이뤄진다. 때문에 그곳 직원들은 권위와 실력을 겸비한 셰프에게 빵에 대해 배우는 것은 물론 판매 등 가게 운영 전반에 대해서도 배움의 기회를 얻게 된다.
“어디서 일을 하느냐에 따라 조금씩 과정이 다른데 제가 처음으로 일한 빵집은 저희 업계에서 알만한 사람은 아는 셰프가 있는 곳이었는데 취업하고 2년 넘게 빵은 만져보지도 못했어요. 오래토록 그 가게의 미래와 함께 성장할 사람이라는 검증을 마친 사람만이 주방으로 들어올 수 있다면서 손님과의 소통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라고 했었죠. 그 당시 저희 직원들 모두 정말 열심히 일했어요. 다음날, 다 다음날까지 빵 예약은 넘쳐났고 판매는 맨투맨 시스템이라 손님 한 분 한 분 서비스에 신경을 많이 썼어야 했어요. 쉬는날에는 시장조사를 다니며 셰프님께 고서를 써 내야 했고 항상 모든 것에 대한 피드백을 서로 쏟아내고 받아들이는 시간을 보냈어요. 그러다 번아웃 된 직원들이 하나둘씩 그만두고 저 역시 그곳을 나오고 로테이션이 확실히 되는 빵집으로 취업을 하게 되었어요.”
이유나 님은 두 곳의 빵집에서 5년의 시간을 보낸 후에 2015년 5월 후암동에 [후암동 食빵]이라는 식사 빵을 만드는 빵집을 열었다.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 중에도 본인들의 가게를 운영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고 있다.
후암동에서 꿈을 펼치다
“학창시절에 부모님께서 준비해주시는 밥만 받아먹다가 외국에 나갔을 때 직접 밥을 차려 먹어보니 삼시세끼 차려먹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닌 거예요. 특히 한식이 손이 많이 가더라고요. 아침식사로라도 빵으로 대신해보니 간편했어요. 그래서 저는 밥 대신 식사로 먹을 수 있는 식사빵에 관심이 가고 만들게 되었어요.”
이유나 님은 다양한 맛을 연구하면서 후암동食빵 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식사빵을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일반적으로 빵에 관심이 없으신 분들은 치아바타 나 깜빠뉴(컨트리브레드) 등의 유럽 빵들을 조금 생소해 하더라고요. 그래서 누구나 친숙한 식빵 틀에 넣어서 치아바타食빵, 시골食빵 등등 이런식으로 개발했어요. 건강한 아침식사를 위해 상대적으로 저온에서 장시간 발효를 하여 소화가 잘 되는 식사빵이 되도록 하고 있어요.”
후암동 동네는 어떤 곳인지, 주로 어떤 분들이 빵집을 찾아오는지 물었다.
“후암동은 남산아래 서울 한 중심에 있지만 고즈넉한 분위기를 가진 동네에요. 오래사신 터줏대감 같은 어르신들도 많고 교통편이 좋다보니 새로 유입된 젊은 가족들도 많고요. 연령대를 불문하고 많은 분들이 찾아주세요.”
후암동에서의 하루
“일단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출근해요. 낮 12시에 가게를 오픈하려면 5시에는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해야 되거든요. 전날 반죽을 해서 저온발효 해 놓은 빵도 있고요, 전날 계량해둔 재료들로 당일 반죽을 하는 빵도 있어요. 반죽을 하고 1차 발효, 2차 발효, 분할, 벤치타임, 성형, 최종발효 등등 중간 중간 짬날 때 크로와상 제품도 만들고 하면 12시까지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12시에 가게 오픈을 하고 손님응대를 하면서 최종 발효만 남은 빵들을 2~3시 까지 차례로 구워요. 빵이 다 나오는 3시부터는 식빵 틀을 닦고 발효실이나 오븐을 청소하고 다음날 계량과 프렙을 준비해요. 그러면 해가 지고 매장 청소를 하고 빵이 다 팔리면 바로 퇴근하고 빵이 남으면 늦게까지 손님을 기다리기도 해요. 보통 8시에 끝나는 편이에요.”
이유나 님은 쉬는 날을 제외하곤 보통 15시간씩 일했다. 직원을 채용해서 교대로도 일해 봤지만 여러 문제로 인해 계속해서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루에 문 열고 있는 시간을 생각하면 제 생각에 2명이 교대로 일하면 될 것 같거든요. 이전에는 직원분이 있어서 제가 새벽에 나와서 빵 만들고 낮에 그분과 교대를 했는데 지금은 휴무를 늘리고 혼자 일하고 있어요.”
허리에서부터 전해지는 고통
“일하면서 무거운 걸 많이 들어야 할 일이 많은데 이점이 가장 힘들어요. 제가 이쪽 일을 하면서 허리가 많이 안 좋아졌는데요 밀가루포대 라던가 무거운 걸 요령 없이 무조건 허리힘으로만 들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10여 년간 주방에서 일을 하다 보니 손목 무릎 안 아픈 곳이 없어요.”
이유나 님은 노동과정에서 겪는 어려움도 있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겪는 또 다른 어려움이 있다고도 했다.
“저처럼 결혼과 맞물려 있는 여성들이 1인 가게를 운영하기에는 굉장히 힘든 거 같아요. 저한테는 후암동 食빵이 자아실현의 공간인데 주변에서는 올해 나이가 몇이냐, 애는 언제 낳을꺼냐 이런 거만 물어보고 관심을 가지세요. 남성들과 달리 여성들은 가정을 꾸리게 되고 아이가 생기면 최소 몇 년은 일을 하기 힘들기 때문에 정말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거든요”
일과 삶 균형을 맞추기 위한 노력
“쉬는 날도 바빠요. 밀린 빨래해야죠, 물리치료 받으러 병원도 다니고요, 은행일도 봐야하고요. 가게에서 사용하는 포장지에 도장도 찍어야 해요.”
이유나 님은 지난 3년간 쉼 없이 달려온 끝에 요즘 영업일을 주 4일(화~금)로 변경하면서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
“저는 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충분히 쉬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가게를 오픈할 때 휴무를 정하려고 하니 사람들이 다 말리는 거예요. 가게가 자리 잡을 때까지 하루도 못 쉰다는 생각으로 일해야 한다고요. 결국 그 얘기에 설득되어 첫해엔 주6일을 영업했어요. 사실 하루 쉰다 해도 영업을 쉬는 것이지 가게는 나와서 다음날 반죽과 프렙 등을 준비하고 들어가야 해요. 무튼 그러고 나서 가게를 운영해보니 손님이 없는 요일이나 특정 시기가 있잖아요. 그래서 두 번째 해에는 주5일 영업을 했어요. 그 당시엔 후암동 食빵 이라는 책을 작업 중이라 판매는 직원과 함께 했어요. 그러고 최근에 날이 추워지면 손님도 줄고 해서 주4일 영업으로 파격 결정했어요.”
요즘 이유나 님은 소비를 줄이고 나에게 휴식이라는 시간을 투자하는 게 낫겠다는 마음으로 휴일을 보내고 있다.
“지금은 제가 몸을 혹사하면서 일하고 싶지 않아서 이렇게 결정을 했는데 사실 부양할 가족이 없으니까 가능 한 것 같아요. 만약 책임져야하는 자녀나 부모님이 계신다면 아무리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도 선뜻 이렇게 쉬겠다고는 못 했을 것 같아요.”
오래도록 빵을 곁에 두었으면
인터뷰 마지막으로 이유나 님에게 이 일을 길게 하고 싶다고 했는데 10년 뒤 후암동 食빵은 어떤 모습일 것 같은지를 물었다.
“글쎄요. 저도 요즘 고민이에요. 요즘 들어 혼자 운영해 가는 것이 버거운 감이 없지 않아 들어서요. 우물 안 개구리가 되는 것 같기도 해요. 추상적으로 10년 후에 시골에 작은 빵집을 운영하고 싶어요. 저는 꼭 내 가게를 해야 되는 건 아니라서 좋은 곳이 있다면 하나의 구성원으로써 사람들과 복작대며 일하고 싶기도 해요.”
가게운영의 책임, 육체적인 부담, 여성으로서 결혼과 출산의 압박 등으로 인해 결코 쉽지 않겠지만 오래도록 이유나 님이 좋아하는 빵을 손에서 놓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
‘복지’라는 이름으로 착취되는 노동자, 사회복지사
천주희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몇 달 전, 문재인 정부의 정책 플랫폼이었던 <광화문 1번가>에는 사회복지사 처우 개선을 위한 정책제안(“복지사도 복지가 필요해”)이 올라왔다. 제안 내용을 몇 가지로 요약하면 이렇다. 현재 사회복지 종사자는 연장근로가 가능한 특례업종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특례업종 분야에서 제외하라는 것. 다음은 인건비 가이드라인에 맞춰 표준임금을 지급하라는 것. 마지막으로 돌봄 영역뿐만 아니라 학교, 의료 등 사회복지 영역의 일자리 부족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었다.
이처럼 표면에 드러난 문제만 보더라도, 사회복지사는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인력난으로 과로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사람을 대면하는 사회복지사는 감정노동에 시달리거나 복지제도에서 탈락한 사람들로부터 위협을 받는 등 정신적 괴로움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회복지사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우려는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2011년) 제정으로 이어졌고,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과 지방자치단체장은 3년마다 한 번씩 실태조사를 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의식에도 불구하고 2013년 네 명의 사회복지공무원이 잇따라 자살했다. 이들은 20~30대 사회복지공무원이었다.
한 사회복지공무원의 유서를 통해 사유를 짐작하건대, 그는 일터에서 비인격적인 대우, 직장 내 위계적 관료문화, 업무 압박, 과로 등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들의 죽음 이후, 사회복지사의 처우에 관한 문제가 잠시 수면 위로 떠올랐으나 여전히 현장의 사회복지사는 제도 개선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대체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걸까?
나는 아웃소싱 직원입니까?
고우리(가명, 35세) 씨는 7년 차 사회복지사다. 그녀는 현재 지역사회교육 전문가로 교육복지센터에서 일한다.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 사회복지사로 일했다. 현재 우리 씨가 일하는 곳은 세 번째 일터이다. 사회복지사로서 그녀의 이력을 보면, 2~3년 단위로 일터가 바뀌었다. 정규직으로 채용되었지만, 비정규직과 다를 바 없었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정규직이라고 하면 안정된 고용형태라고 생각한다. 본인이 그만두지 않는 이상 계속 일을 할 수 있고, 연차에 따라 임금도 상승해야 한다. 하지만 사회복지사에게 정규직이란, 다른 의미였다.
정규직이긴한데, 사회복지는 정규직이 특별히 크게 의미가 없는 게 워낙 위탁사업이 많아요. 그러다보니까 위탁이 종결되면 사실 일자리가 없어지는 거나 마찬가지인 경우가 좀 있어요. 지금은 정규직이라고 하지만 위탁상황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어요. (…) 조건부 정규직? (웃음) 뭐라고 따로 붙이진 않는데 저희는 정규직이라는 정체성은 없어요. (…) 평가가 연 단위로 이루어지고, 3년 단위로 법인 운영 평가가 같이 이루어져요. 법인이 잘 운영하고 있는지 평가해서 재위탁 심사에 들어가는 거죠. 탈락되면 더 운영할 수 없어요. 이게 사실 사회복지사업에 굉장히 많은 부분을 (차지해요). 이걸 민간위탁이라고 하거든요? 그래서 아웃소싱 같은 거.
우리 씨의 고용구조를 보면, 교육청에 소속되어 있으면서 교육복지센터에서 일한다. 상세하게 말하면, 교육청에서 법인에 위탁하고, 위탁업체에서 우리 씨를 고용한 것이다. 하지만 임금과 업무규칙은 교육청에서 받는다. 사회복지사는 취직하더라도 2~3년마다 기관의 위탁 기간에 따라 불안정한 고용을 경험한다.
우리 씨뿐만 아니라, 시설 사회복지사들 또한 지자체에서 법인에 위탁을 주면, 그 위탁업체에서 사회복지사를 고용하여 일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씨가 자신을 “정규직”이라고 생각하기보다 “아웃소싱”에 채용된 것처럼 느끼는 이유는 바로 이런 구조 때문이다.
사회복지 분야에서 불안정한 노동 구조의 골자가 되는 것은 우리 씨가 말한 것처럼 “위탁사업”구조이다. 사회복지사는 개인의 업무 실적이나 만족도에 따라 평가받는 대신, 기관의 평가를 위해 일한다. 그로 인해 사회복지사는 자신과 기관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높다. 자신의 고용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3년마다 행해지는 기관평가에서 기관이 좋은 점수를 받아야 위탁이 갱신되고, 사회복지사의 고용은 연장된다.
어느 사회복지사는 자신의 업무가 “(위탁)평가를 위한 평가”에 따라 배치되고, 연중 프로그램이나 행사 또한 최대한 높은 평가를 받기 위한 방식으로 조직된다고 했다. 프로그램 이용자의 수, 식당을 이용하는 사람의 수 등은 전년도보다 절대 내려가서는 안 된다고 했다. 시설이 독립적인 재정구조를 확보하지 못하기 때문에 기관은 평가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더 많은 프로그램과 더 많은 이용자가 필요하다.
과로의 다른 언어들
: ‘페이퍼를 위한 페이퍼’, ‘깔때기’,
그리고 ‘양심 없는’ 사회복지사
운영비가 부족하고 프로그램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사회복지사는 본인 업무 외에 외부 사업을 지원해서 운영비를 마련한다. 외부 사업의 경우 10원을 쓰더라도 기록하고 보고서를 작성하기 때문에 “페이퍼를 위한 페이퍼” 작업으로 인해 야근은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일은 추가되고, 그것이 곧 조직의 실적으로 쌓인다.
사회복지사들 사이에서 사용하는 은어 중 하나는 ‘복지 깔때기’이다. 사회복지공무원들에게는 민원에 ‘복지’만 들어가도 사회복지담당 공무원에게 업무가 몰리고, 사회복지사들은 하나의 일이 끝나기도 전에 또 다른 일이 자신에게 끊임없이 생기기 때문에 “깔때기”라는 말을 쓴다.
지역아동센터에서 일하는 이유리(가명, 26세) 씨는 자신의 일주일을 “월화수목금금금”이라고 표현했다. 지역아동센터에는 센터장과 본인만 일한다. 그러니 토요일에도 프로그램이 있으면 외근해야 하고, 휴가는 엄두조차 못 낸다. 자신이 노동자로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다른 사회복지사의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또 다른 경우는 주말에 외부 행사에 참여하면, 평일에 대체휴일을 쓸 수 없다. 이런 시간은 ‘(담당자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여기는 관행 때문에 근무시간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면접에서 “야근이 많은데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을 받는 건 기본이고, 계약서를 쓸 때 추가근무나 당직을 하더라도 추가수당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내용에 서명을 한 사람도 있었다. 지자체의 지원을 받는 곳은 야근이나 주말에 일하더라도 의도적으로 기록하지 못하게 만들거나 휴가를 요구해도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거절한다.
임금을 많이 줄 수 없다면,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이 상식이지만, 돈에 대한 이야기는 금기시한다. 따라서 노동자로서 권리를 요구하는 것은 곧 ‘양심 없는’ 사회복지사가 되는 것이고, 추가 노동은 사회복지사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로 장려된다.
‘헌신’과 ‘후원’을 강요당하는 사회복지사
다시 우리 씨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그녀의 한 달 임금은 190만 원 정도이다. 7년 차 사회복지사 임금이 190만 원이냐는 질문에, 그녀는 그래도 자신은 낮은 편이 아니라고 했다. 우리 씨는 교육청에서 임금을 받기 때문에 그나마 급여기준이 정해져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회복지사가 더 많다고 했다. 사회복지사가 각각 다른 임금을 받는 이유는 2005년 지방분권화 정책으로 복지시설 운영비 책임은 지자체에서 부담하고 있으며, 지자체에서는 법인에 사회복지 사업을 위탁하기 때문에 인건비를 운영비에서 지출해야 한다. 따라서 사회복지사는 자신이 속한 지자체와 법인에 따라 각각 다른 임금을 받게 된다.
김가람(가명, 26세) 씨는 지난해 인턴 2년을 마치고 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임금이 인상됐다. 그녀는 월 195만 원을 받는다. 임금은 기본급 178만 원(복지관)+5만 원(재단)+12만 원(지자체 사회복지종사자 특별수당)으로 구성된다. 가람 씨가 있는 곳은 되도록 <인건비 가이드라인>에 맞춰 지급하려고 하지만, 계약직과 정규직 사이에 임금 차이는 큰 편이라고 했다.
한편, 이유리(가명, 26세) 씨는 임금이 기본급 150만 원(센터)+20만 원(지자체 사회복지종사자 특별수당)으로 구성된다. 두 사람은 같은 학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지만, 현재 다른 지역, 다른 기관에서 일하기 때문에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특별수당이 차이가 난다. 또한 재정이 튼튼한 시설의 경우, 사회복지종사자에게 임금을 줄 수 있지만 영세한 시설(아동, 장애인 등)이나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일수록 보다 낮은 임금을 받았다.
이처럼 저임금 구조가 지속되는 데는 사회복지 사업의 재정구조도 문제이지만, 다른 한편 사회복지사를 “봉사자”나 “헌신”을 해야 하는 사람으로 인식하여 임금 인상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편함을 드러내는 관리자나 후원자들에 의해 지속되기도 한다.
한 사회복지사는 주변에서 “사회복지사는 그래야(가난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을 듣거나, “후원금으로 어려운 사람들 돕는 데 쓰라고 했지, 너희들 주려고 하는 거 아니다”는 말을 들으면 속상하다고 했다. 사회복지사도 노동하는 사람이지만, 그 노동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사회복지사로서 일의 가치를 찾기 어렵게 만든다.
더 나아가 인터뷰에서 만난 네 명의 사회복지사는 낮은 임금에도 자신이 일하는 곳에 후원금을 내고 있었다. 그들이 자발적으로 냈다기보다, “암묵적으로 대부분 후원을 하는” 문화 때문에 월 10만 원씩 후원하고 있었다. 일하는 곳 외에도 다른 곳에 기부를 강요당하는 일이 왕왕 있다.
유리 씨는 세금과 후원금을 제외하고 한 달에 140만 원을 받으며, 그 금액으로 생계비를 해결한다고 했다. 당장은 부모님 집에 머물기 때문에 주거비가 들지 않지만, 독립을 생각하는 상황에서 낮은 임금은 독립을 주저하는 요인이 된다고 했다.
사회복지사는 경력이 있더라도, 경력에 따른 보상체계가 잘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20대~30대 사회복지사는 빠른 이직을 고민한다. 미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사 둘이 결혼하면 기초생활수급자가 된다’는 자조 섞인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사회복지사는 결혼하거나, 아이가 생기거나, 부양가족이 생길 때를 대비하기 어려운 경제적 조건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상환은 개별 사회복지사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복지 사업의 생태계가 얼마나 불안정하게 재생산되고 있는지 보여준다.
과로자살의 문턱에서
사회복지사의 사회적 역할과 그들이 있는 현장을 떠올리라고 하면, 사람들은 ‘착한 사람’ 혹은 ‘선의, 희생, 봉사’를 떠올린다. 타인을 위하는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배려하고, 이타적이고, 헌신적으로 사명감을 위해 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회복지사는 이래야한다’는 관념이 오히려 사회복지사의 노동을 더욱 열악하게 만드는 데 일조한다. 다시 말해, 희생과 헌신을 강요하는 문화가 사회복지사를 노동자의 관점에서 바라보기 어렵게 만든다.
타인의 복지를 위해 일을 하더라도 그것이 일하는 사람에게 사회에 헌신하고 감내하고, 희생해야 한다는 노동윤리와 규율을 강제해서는 안 된다. 사회복지사의 과로 노동은 위탁구조라는 한 축과 동시에 희생과 헌신을 강요하는 문화가 만나 지속되고 있었다. 사회복지사가 이로운 일을 한다고 해서, 저임금, 장시간 노동, 감정노동 등으로 이어질 이유는 없다. 이것은 잘못된 인식이다.
갈수록 사회복지서비스 영역은 확대되고, 기존의 자원으로 사회복지 정책이나 제도를 운영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다면, 여기서 발행하는 비용은 모두 사회복지사 개인의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으로 대체될 것이다. 이것은 사회적 비용을 사회복지사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복지사도 복지가 필요하다”라는 목소리는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한 사회복지사가 타인의 복지를 위해 살지만 정작 자신의 복지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노동환경조차 제공받지 못하는 삶에서 나온 것이다. 우리가 사회복지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 우리의 복지 또한 함께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