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 특집] 누구를 위하여 메가프로젝트는 질주하는가?

일터기사

[특집] ‘3대 메가프로젝트’ 정부와 자본의 폭주에 제동을 걸자

누구를 위하여 메가프로젝트는 질주하는가?

–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앰코지회 이수옥 지회장 인터뷰

 

이숙견 상임활동가

 

3대 메가프로젝트 발표 후 정부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2030년 6월 첫 양산을 목표로 800조 원 규모의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지역 균형 발전을 내세우며 일자리 창출, 지역 경제 성장의 장밋빛 미래를 예측하는 환영 여론이 호남 지역에서 특히 높다.

하지만 3대 메가프로젝트가 기업 규제 완화로 노동기본권을 훼손하고, 막대한 전력과 용수 사용으로 지역의 생태를 파괴하며, 결국 재벌의 이익만 보장하는 정책이라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1997년부터 광주 지역에서 온갖 특혜를 받으며 반도체 후공정 기업 세계 2위로 성장한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아래 앰코)에서 반도체 기업의 반인권적 노동 탄압을 드러내고 노동자 건강권 보장을 위해 활동 중인 금속노조 광전지부 앰코지회가 그렇다. 9월 16일 앰코지회 노조 사무실에서 이수옥 지회장을 만났다.

– 사업장과 노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예전 아남산업주식회사 시절, 1987년 부천공장, 1988년 서울공장과 부평공장에서 각각 노동조합을 설립하였습니다. 이후 2000년 3개 노조가 ‘아남반도체노동조합’으로 통합했고, 회사가 앰코(자회사이자 지주회사)에 매각되어 2003년부터 2017년까지 3개 공장의 조합원들이 광주공장으로 배치됐어요.

앰코는 세계 2위의 반도체 후공정 업체로 퀄컴, 마이크론, 브로드컴과 같은 시스템 반도체 회사의 후공정 작업(패키징, 테스트, R&D 등)을 담당합니다. 현재 한국에는 앰코 생산공장이 광주, 부평, 인천 송도에 있는데, 공장별로 주된 업무는 조금씩 다릅니다. 광주공장은 후공정 중 생산(패키징)을, 부평공장은 테스트 업무, 송도 공장은 생산과 함께 R&D 센터를 운영하고 있어요. 반도체 종류와 업무 형태는 조금씩 다르지만, 공정별 작업은 거의 똑같습니다.

– 지난 4월 16일 서울행정법원은 앰코에서 일한 여성 노동자의 유방암을 업무상질병으로 인정했는데요. 직업성질환 발생 현황은 어떠한가요?

2018년부터 지금까지 노동조합에 제보된 현황은 백혈병(5명, 모두 사망), 유방암(8명 중 사망 3명), 폐암(6명, 모두 사망), 뇌종양(2명 중 사망 1명), 위암(사망 1명), 췌장암(사망 1명), 자궁암(사망 1명), 난소암 1명입니다. 이 중 이번 건을 포함하여 3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인정받았어요. 현재 투병중인 노동자도 많고, 최근에는 직업성 암뿐 아니라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하신 분도 있습니다.

제보에 비해 산재로 인정된 노동자가 적은데요. 근로복지공단의 부실 조사와 부실 판정도 문제이지만, 산재 신청 시작부터 인정받기까지 회사의 탄압과 비협조적인 태도가 큰 원인입니다. 회사는 질병을 개인 탓으로 돌리고, 징계나 해고로 위협하며 아픈 노동자를 더 힘들게 합니다. 심지어 유방암으로 치료받고 복귀한 노동자에게 3교대 근무나 잔업 근무도 시키고 있습니다. 산업재해를 신청하는 것 자체가 회사의 눈 밖에 나는 상황이기에 노동조합이 설득해도 신청조차 쉽지 않습니다.

 

▲2026.4.16. 앰코코리아 반도체 여성노동자 건강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이수옥 지회장 ⓒ 금속노조 광전지부 앰코지회

 

– 반도체 산업 특성상 많은 유해 위험 요인이 있는데, 회사는 안전보건 조치는 제대로 하고 있나요?

취급하는 유해 물질 자료를 모으려고 4년 전부터 물질안전보건자료를 요구했지만 받지 못했어요. 단체협약에 보장된 작업환경측정 참여도 못하고, 작업환경측정 결과서도 노동조합에 공개하지 않아요. 과반수 이상의 대표노조가 아니라며 산업안전보건위원회도 참석 못하게 합니다.

안전보건교육도, 기계가 계속 돌아가는 도중에 받도록 해요. 교육받는 동안 작업이 밀리는 일도 흔하죠. 결국 작업자 스스로 형식적인 서명만 하고, 서류 제출용 사진 촬영을 하고 바로 일하러 갑니다. 몇 년째 지속적으로 증가한 노동강도로 교육조차 제대로 받을 수 없는 현실입니다. 회사가 해야 할 안전보건조치도 제대로 안 하고, 노동자의 알 권리, 참여할 권리, 작업중지권도 보장하지 않고 있어요.

– 최근 반도체 산업 호황으로 현장의 노동강도는 더욱 강화되었을 것 같은데요.

앰코는 반도체 호황 전부터 365일 단 하루도 쉬지 않고 3조 3교대로 라인을 돌리는 회사입니다. 광주공장 설립 이후 생산량은 계속 증가하고, 장시간 노동과 교대근무, 잔업을 해야 했어요. 모자란 인원은 한 사람이 다기능 다공정을 맡는 방식으로 해결했습니다. 7~8년 전부터는 모든 사원이 다기능 다공정 작업을 합니다. 10명이 할 공정을 7명, 5명이 하니 한 사람이 10대의 기계를 맡거나 심지어 3~40대의 기계를 맡게 됐어요.

더 심각한 상황은 2023년 반도체 산업 불황을 겪으면서입니다. 예전처럼 연장근무를 못하자 실제로 받았던 임금이 최저임금도 안되는 저임금(상여금 포함)이란 걸 알게 된 거죠. 그동안 몸을 갈아 넣으며 잔업과 특근, 교대근무 등 장시간 노동으로 임금을 보전해 왔다는 사실을 10년~15년 차 직원들이 깨닫게 되면서 줄줄이 퇴사했어요. 지난 2년 동안 2,088명이 퇴사한 자리에 995명만 채용된 상태로 현장을 돌리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더 많은 생산량을 감당해야 하는데, 신입사원을 채용하면 그만두는 상황이 많아지면서 노동강도 문제가 정말 심각합니다.

최근 이재명 정부는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밀어붙이며 폭주하고 있습니다. 광전 지역에도 반도체 클러스터 육성 정책을 발표했는데요. 우려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예전에 IMF를 겪으면서 정부 지원과 규제 완화를 통해서 많은 기업이 혜택받았고 특히 반도체 기업들은 엄청나게 성장했어요. 앰코 또한 그러한 특혜를 기반으로 16개 국가에 공장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반도체 산업의 초고속 성장 아래는 목소리 한 번 못 내고 숨죽이며 일하다 죽어간 노동자들이 많습니다. 제가 입사한 지 1년 만에 급성 백혈병으로 죽은 동료를 봤어요. 어제 나랑 함께 장난치고 일했던 동료가 다음 날 안 나왔어요. 갑자기 코피가 터져서 병원에 갔는데 급성 백혈병이라고 했다는 거예요. 그 동료 뿐 아니라 많은 노동자가 일하다가 아파서 죽었는데 산재 신청한 사람이 없었고, 그러한 죽음이 회사의 문제라는 것도 당시에는 몰랐죠. 지금까지 반도체 기업이 폭발적인 성장을 했고, 작년에는 천문학적인 이익을 봤잖아요. 그럼에도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재벌을, 국가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며 이렇게 몰아주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미명하에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정부가 냈고, 광주를 비롯한 호남 지역민은 대부분 환영하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실제로는 어떤지도 궁금합니다.

얼마 전 민주노총 광주본부 주최로 조합원 대상 ‘3대 메가프로젝트’ 교육이 있었습니다. 모 일간지 기자가 강사로 왔었는데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필요한 정책이라며 찬양일색이더군요. 조합원이 많이 참석했는데 우려도 되고 화도 나서, 강사에게 반도체 산업, 특히 삼성의 외주화 증가 문제, 직업병 문제, 용수 문제, 영광 원자력 수명 연장 문제 등의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강사는 오히려 “광주에는 앰코가 있으니까 많이들 아시죠? 앰코 엄청 좋은 회사잖아요.”하는 거예요. 엄청 열불이 터져서 회사의 알 권리 박탈과 노동자의 심각한 건강권 문제에 대해서도 짚어줬어요.

다음 날 ‘3대 메가프로젝트’에 우려를 느낀 참석자로부터 “반도체에 대해서 잘 몰라서 질문도 못했다. 그런 질문을 해 줘서 속이 조금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라는 응원 문자도 받았어요. 다른 산별노조의 관계자 한 분은 전남지역에서 하는 교육이 고민된다며 연락하시기도 했어요. 하지만 지역 전반적으로 보면 일자리 창출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있어서, 지역 경제 성장이라는 담론에 힘이 실리는 상황입니다.

– 노동자·시민이 존중받고 안전한 지역을 만들기 위해서 정부와 지자체에서 할 역할과 노동계의 과제는 무엇일까요?

먼저, 2018년 문재인 정부 때 도입한 광주형 일자리(이하 GGM) 문제를 아실 겁니다. 임금 절반을 받는 대신, 노동자들의 정주 여건을 사측이 보장해 주기로 했지만, 실제 사측의 지원은 거의 전무합니다.

GGM 노동자가 일어나 문제 제기하기도 하고, 대거 퇴사하는 일이 반복되기도 합니다. 300명 들어왔다, 200명 나간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최대 주주인 광주시도, 회사도, 두 팔 벌려 환영했던 시민사회도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습니다.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좋은 일자리가 많아야 해요. 저임금에 불안정한 일자리만 많으니,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서 서울로 가고 있잖아요. 다시 지역으로 돌아오게 하려면 안정되고 건강한 ‘양질의 일자리’가 많아야 하지 않겠어요? 노동기본권을 훼손하고 공공재인 토지, 용수, 전력을 전면 지원하면서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발상은 진정한 지역 균형 발전은 아닌 거 같아요.

정부나 지자체의 역할은 이렇게 재벌의 배만 불리는 산업 육성이 아니라, 천문학적인 이익을 보는 반도체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게 감시하고, 질 좋은 일자리를 양산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더불어 민주노총과 노동계도 재벌의 장밋빛 미래에 현혹되어 노동자·시민의 생명과 삶을 망각하는 잘못을 더 이상 되풀이하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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