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크라우드소싱’이 배달노동자에게 자율성을 가져다줄까? / 2019.10

일터기사

크라우드소싱이 배달노동자에게 자율성을 가져다줄까?

  지안 상임활동가

 



배달앱 배달의 민족은 지난 9월 새로운 광고 하나를 올렸다. 30초짜리 광고는 주인공의 역동적인 몸의 움직임으로 시작해,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팝핀댄스를 추고, 옥탑방에 걸터 앉아 옷을 매만지는 모습으로 이어진다. “춤춘 지는 15년이 넘었어요. 세계대회도 크루들 하고 계속 나가고 있어요. 강의도 하면서. 제가 디자인에 관심이 많아서 요즘 옷도 만들고 있어요.”  

크라우드소싱, 초단시간 미만의 배달노동을 가능케 하다

이 배달앱에는 당신을 위한 다양한 음식점이 구비되어있어요라는 것도 아니고, 빠른 배달에만족할 거라는 메시지도 아닌 대체 무슨 광고일까? 라는 의문이 들 때쯤, 주인공은 그래피티가 그려진 지하차도에서 춤을 추다가, 배달 옷과 보호구를 착용한 채 자전거를 열심히 밟으며 같은 차도를 지난다. 그리고 되묻는다. “제 직업이 뭐냐고요? 그게 뭐 중요한가요?” <춤도 추고, 디자인도 하고, 배달도 해요>라는 제목의 이 광고는 배달의 민족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 우아한 형제들의 새로운 배달 프로그램인 배민커넥트를 홍보하는 영상이다. 배민커넥트는 대중(Crowd)과 아웃소싱(Outsourcing)의 합성어인 크라우드소싱방식의 배달 프로그램을 활용한, ‘일반인대상의 배달 서비스이다. 이러한 방식은 대표적으로 우버이츠가 한국 시장에 진출하던 초기에 크라우드소싱 기반 배달 프로그램을 기업의 대표적인 전략으로 내세우면서 잘 알려졌다. 현재는 우버이츠와 배민커넥트 뿐만 아니라 쿠팡이츠, 쿠팡플렉스 등 다양한 배달, 물류 서비스들이 크라우드소싱 기반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고 참여자들을 모집하기 위해 홍보하고 있다.

배민커넥트가 만든 구글링크로 신청을 하면, 1회의 오프라인 교육 이후에 바로 원하는 시간”, “원하는 만큼일할 수 있다. 이동수단도 각 서비스에 따라 자차부터 전동자전거, 전동킥보드, 심지어는 도보나 일반자전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강력한 유입책이 된다. 애초에 1~2시간, 혹은 분이나 건단위의 배달이 이 서비스의 핵심이기 때문에 기업은 시간 단위로 일하는 노동자가 필요하지 않다. 또 최대한 많은 인력을 단시간 확보하여 개별 사용자들의 집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를 배차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배달노동의 대표적 이동수단인 오토바이도 크게 필요하지 않게 된다. 그래서 특정 구에서 공유서비스로 이용할 수 있는 전동킥보드나 서울시 따릉이를 활용한 배달도 가능해진다.

내가 원할 때, 달리고 싶은 만큼만”, 누구의 자율성인가?

지금까지 배달노동자들에게 가장 우선적인 문제는 이들이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되어 근로기준법에서 적용제외 된다는 문제점이다. 배달앱의 관리/감독 속에서 일을 하더라도 현재 노동법 상으로 플랫폼과 노동자를 고용관계로 보지 않기 때문에 플랫폼 노동자들은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는다. 일을 해도, 심지어 장시간 해도 특수고용노동자 신분으로 인해 각종 법적 보호에서 배제되는 것이다. 반면에 배민커넥트 등의 서비스들은 플랫폼과 노동자간의 고용관계가 성립 안 된다는 문제점을 넘어서 초단시간 미만의 건당 배달자 다수를 채용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 점에서 이 일반인노동자들의 기본적인 노동법 적용이나 노동환경은 물론이고, 배달 과정 중 사고가 났을 때 책임은 기업이 부담하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다.

그러나 단순히 초단시간 배달 노동자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초단시간 노동에 대한 법적 규제가 없다거나 플랫폼 노동자들에 대한 법적 보호가 없다는 점만이 문제는 아니다. ‘크라우드’ ‘소싱이라는 말 자체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기업은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 속의 남는 인력, ‘일반인들을 모집하고 건당, 시간당 가격을 지불한다. 그래서 배달앱이라고 하는 전체 서비스에서 사용자와 가장 최적의 경로로 배달 장소가 배치되는 프로그램, 지금 배달하면 얼마를 더 주겠다는 공지만 있을 뿐 이 배달 프로그램에 배달을 수행하는 노동자는 없다. 노동자와 노동이라는 과정은 지워지고 그 자리를 무수히 많은 초단시간 미만의 건당 배달들이 채우는 것이다.

내가 정하는 자유로운 스케줄” “자유로운 근무”(배민커넥트), “스스로 선택하여 일할 수 있습니다.” “유연합니다”(쿠팡플렉스) 등의 수사를 통해 볼 수 있듯이 자율성과 유연성은 이 서비스들이 참여자에게 부여하는 가장 큰 혜택이다. 참여자들의 후기를 담은 형식으로 만든 쿠팡플렉스와 배민커넥트 웹페이지는 시간이 남는 김에, 근처에 볼일이 있어서, 운동 삼아 잠깐씩 일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제시한다. 이러한 인식 속에서 서비스에 참여하는 일반인라이더들 역시 이 행위를 노동으로 인식하거나 스스로를 노동자로 생각하지 않는다. 여기서 이 서비스들이 강점으로 꼽는 자율성은 마치 노동(과 그에 따르는 법적 보호)과 교환되는 것처럼 생각된다.

이 자율성은 분명히 기업에게 이익이다. 이 자율적인 일자리를 통해서 4대보험, 퇴직금, 각종수당 등 수많은 비용이 절감된다. 그러나 퇴근 이후나 주말을 이용해서 배달할 수 있는 자율성이란 대체 어떤 자율성인가? 여기에는 쉬지 못하는 삶, 진정한 의미의 자율성과 협상한 비자율적인 노동만 있을 뿐이다. 앞으로도 다양한 플랫폼이 개발될 것이고 그에 따라 쿠팡플렉스에 등록된 30만명의 일반인라이더들은 여러 형태의 일자리로 옮겨갈 것이다. 이 초단시간 미만의 노동을 어떻게 문제화할 수 있을지 지속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32일터기사

[연구리포트] 문화예술노동자의 노동시간 / 2019.10

일터기사

문화예술노동자의 노동시간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기업들은 노동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며 노동자들이 더 많은 일을 하도록 만든다. 그런데 노동자들은 기계가 아니기에 적정한 노동시간, 적정한 노동강도로 일을 해야 하고, 충분한 휴식을 보장받아야 한다. 그래서 노동시간을 둘러싼 기업과 노동자들의 투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문화예술노동자도 마찬가지다.

1. 노동시간을 둘러싼 투쟁

기업들은 가급적 노동시간을 늘리려고 한다. 장시간노동을 시킬수록 시간당 노동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업들은 노동시간을 늘리는 것만이 아니라 노동시간에 대한 주권을 빼앗아서, 언제라도 기업이 원하는 시간에 노동자들이 일하도록 만들고자 한다. 노동하지만 노동시간으로 인정되지 않는 부지불노동시간을 늘리기도 한다. 이것은 표준화된 노동시간이 있을 때의 이야기이다.

프로젝트 노동이나 플랫폼 노동 등 표준적이지 않은 노동의 경우에도 노동시간에 대한 통제는 이루어진다. 건당수수료 등 임금체계를 바꾸면 노동자들은 생존을 위해 장시간노동을 택한다. 개인도급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은 기업에게 선택되기 위해 경쟁하면서 임금을 낮추고 그러다 보면 더 장시간노동을 하게 된다. 준비 비용도 노동자들이 감당한다. 겉으로는 자율적으로 시간을 쓰는 것처럼 보이지만 생존경쟁은 더 시간에 매달리도록 만든다. 이 경우 노동자들의 권리는 더 이야기 되기 어렵다. 법은 표준적인 노동시간을 기준 삼기 때문에, 비표준적인 방식으로 일하는 노동자들 은 권리에서 배제된다. 때로는 자신이 표준적인 노동시간에 해당한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그러므로 표준적인 노동시간을 기준으로 만든 법에 얽매이지 않고, 노동시간에 대한 권리의 원칙을 수립해야 한다.

예를 들어 건강권을 지킬 수 있는 충분한 휴식시간이 보장되어야 한다. 불규칙하지 않아서 예측할 수 있는 노동시간이 보장되어야 한다. 노동하기 위한 준비시간과 마무리 시간이 노동시간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지나치게 짧거나 단속적인 노동시간을 강요해서, 생계를 위해 투잡을 하도록 하면 안 된다.” 등 원칙을 수립하고, 그 원칙 위에서 제도적 방안 등을 논의해야 한다.

2. 문화예술노동자들의 노동시간

문화예술노동자들은 프로젝트형 노동도 많고 단시간 노동도 많다. 부지불노동도 일상이고, 행이라는 이름으로 장시간노동도 강요된다. 문화예술노동자들의 노동시간에 대한 권리를 생각해보자.

단속적 노동시간(프로젝트형 노동)

문화예술노동은 일하는 시기와 휴지기로 나누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휴지기라 하더라도 온전한 휴식시간이 아니라, 대기시간이거나 일을 구하는 시기일 확률이 높다. 그리고 그 시기에는 생계유지가 안 된다. 언제 일을 구할 수 있을지도 알기 어렵다. 고용보험 가입률은 24.1%¹이므로 사회적 보장도 안 된다. 문재인정부가 약속한 예술인 고용보험’²을 공약했지만, 아직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다. ‘예술인고용보험을 하루 빨리 도입하고, ‘실업부조등 문화예술가들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휴지기의 생계를 보장해야 한다. 여기에서 또 다른 질문이 필요하다. 정말로 문화예술 노동자들은 단속적 노동을 하고 있는 것일까? 문화예술노동자들은 계약을 체결하여 일하는 시기가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노동을 위한 준비를 한다. 사람을 만나고 미술관을 가고 현장을 찾아 가는 모든 활동이 축적의 시간이다. 그런데 단속적 노동이라는 특성은 계약 이외의 시간을 모두 불필요한 시간으로 간주하고, 예술활동 바탕의 축적을 모두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긴다. 휴지기가 일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라 다른 형태의 준비기간임을 사회적으로 인정해야 한다. 문화예술은 사회서비스의 성격도 갖고 있다. 문화예술이 사회적으로 미치는 좋은 영향은 이미 많은 연구가 증명한다.

따라서 문화예술가들과 향유자들의 공적 문화예술활동을 늘리고 많은 예술가가 여기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활동만이 아니라 공적 문화예술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예술가들의 휴지기가 사회적인 가치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장시간·고강도 노동시간

예술노동자들은 프로젝트로 일을 하는 경우, 그 기간에는 매우 집중적인 장시간 노동을 한다. 그런데 장시간 노동이 인정되지 않거나, 높은 노동강도가 제대로 보상되지 않는다. 1년간 해야 할 일을 몇 달에 몰아서 하도록 요구하되, 단지 일을 한 시간만 인정해주는 셈이다. 그러면서도 이것을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한다. 그런데 이 관행은 문화예술노동자들의 권리를 배제하는 수단에 불과하며, 충분히 변화 가능하다.

이런 장시간 고강도 노동을 해결하려면 문화예술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아야 한다. 그런데 회사는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고용노동부는 계약의 형식을 문제 삼아서 근로기준법 적용을 회피하려고 한다. 문화예술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2018년 말 산업안전보건법의 적용 대상을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 확장했던 것처럼 노동자성 인정 여부와 무관하게 노동시간 제한이 법적으로 보장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적정노동시간을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업종별 T/F’를 통해 연구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작품 전체에 들어가는 비용과 그 안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공개되어야 하고프로젝트 당 얼마라는 도급계약 구조도 바뀌어야 한다. 이 경우 계약기간의 적정성이 노동시간과 연계될 수밖에 없다. 계약서상에 노동시간이 명시되어야 하며, 숙련에 따른 시간당 임금도 명시되어야 한다. 또한 계약기간보다 기간이 더 늘어났을 때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면 안 된다.

문화예술노동자의 단시간노동

문화예술노동자들은 근로계약서를 쓰더라도 단시간노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예술강사들이 대표적인데, 이들은 2017년 기준 연 최대 374시간 근무하는 초단시간 노동자이기도 하다. 이 초단시간 노동에는 준비시간과 상담시간 등이 제외되어 있다. 제대로 지불되지 않는 노동시간인 것이다. 단시간 노동으로 인해 생계유지가 어려운 문화예술노동자들은 겸업할 수밖에 없다.

<2018년 예술인 실태조사>에 의하면 42.6%가 겸업예술인이다. 불규칙한 소득 때문인데 겸업을 할 때 예술관련 직업은 기간제와 계약직 혹은 임시직, 비예술직업은 파트타임과 형태가 많았다. 겸업을 하다보니 예술활동 외 직업 투입비율이 74.8%로서 예술활동을 충분히 하지도 못하며, 단시간노동을 하지만 겸업이다 보니 실제로 평균 주 58.6시간의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

문화예술활동을 전업으로 한다는 것은 예술활동에 충분한 시간이 투입된다는 의미이다. 그러려면 문화예술노동자들에게 많은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런데 인적 네트워크에 따라 하고 예술활동을 하게 되는 구조라서 어떤 네트워크 안에 포함되어 있는가가 예술노동자들의 노동시간에 영향을 미친다. 인적 네트워크에 의존하지 않고도 문화예술노동에 종사할 수 있도록 창작활동이나 교육활동의 기회를 늘려야 하고, 노동조합이 모든 문화예술노동자의 열린 네트워크로 기능해야 한다.

노동시간을 측정하기 어려운 노동

노동시간을 측정하기 어려운 문화예술노동도 많다. 기획을 하고 창작을 하는 과정은 사람마다 다르며 매우 큰 시간의 편차를 보이기 때문이다. 노동시간 평균적 측정이 어렵고, 노동시간이 개인마다 다르다고 해서 이 시간을 보상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간주근로시간제등 노동시간을 합의하는 방식도 있다. 즉 노동시간을 엄격하게 측정해서 계산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기획이나 준비에 들어가는 시간 자체를 노동시간으로 인정하지 않는 관행에 제동거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문화예술노동자들 스스로가 이런 관행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도 서울시향 교향악단 단원의 개인연습시간은 노동시간으로 봐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 경우에도 개인연습시간을 간주근로로 인정한 것이다. 개인마다 연습시간의 양은 차이가 있겠지만 합주를 하기 위한 기본 연습시간은 평균적으로 특정할 수 있고, 그 시간을 인정한 것이다. 서울시향의 사례에서 해당 노동자는 연습시간을 노동시간으로 인정받아 연차휴가를 받을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고용보험에 편입되더라도 근무일수가 확인되어야 한다. 노동시간을 측정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표준적 노동시간을 정하고 그 시간을 제대로 인정받는 것은 임금만이 아니라 부가적 복지와 사회복지 시스템에 잘 편입되기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3. 문화예술 노조의 과제

문화예술노동자들의 건강권과 재생산을 위해서 노동시간은 매우 중요하다. 우선 법적인 측면에서, 근로기준법상 노동자 개념을 확대하여 프로젝트형으로 일하는 문화예술 노동자들이 노동자성을 인정받도록 해야 한다. 근로기준법의 적용 대상이 되어야 노동시간에 대한 강제도 가능하다.

또한 고용보험과 실업부조 제도를 통해 문화예술가 재생산을 위한 시간을 사회적으로 인정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문화예술노동조합의 교섭에서도 노동시간의 권리가 중요하다. 준비시간과 교육훈련 시간을 노동시간으로 인정하도록 하고, 적정노동시간을 명문화하기 위한 협약도 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나 사용자단체에 업종별 적정노동시간을 산출하는 T/F 구성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충분한 휴식과 노동자들의 관계형성이라는 면에서 휴일과 휴게시간 명문화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예술가들에게 더 많은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노동조합이 노력해야 한다. 문화예술 노동자들은 창작물을 만들고 공유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 교육과 훈련의 기회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정부가 공적 예술활동의 공간을 만들어야 하고, 노조가 교육훈련을 담당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노조는 시민사회 및 지역사회와의 교류와 협력을 통해 예술가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를 위해 문화예술노동조합은 지역사회 및 시민사회와 지속적인 연관을 가질 필요가 있다.

01. 문화체육관광부, <2018년 예술인실태조사>

02. 문화예술노동연대에서는 프랑스의 앙떼르미땅과 같은 제도 도입을 고민한다. 그런데 앙떼르미땅의 경우 최근 재정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수급자들의 대상이 확대되지 못하고 수급 기간도 줄어드는 추세이다. 독립적인 고용보험제도를 활용할 것인지, 전체 고용보험 구조 안에 포함되도록 하고, 문화예술인의 특성에 맞는 실업부조의 성격을 보충할 것인지는 검토가 필요하겠지만 독립적인 고용보험 구조가 자칫 ‘권리’가 아닌 ‘시혜’가 되지 않도록 전체 고용보험 안에 편입하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03. 건설산업 공공입찰에서는 표준품셈을 적용하도록 되어 있다. 표준품셈이란 시설공사의 대표적이고 보편적인 공종, 공법을 기준으로 하여 작업당 소요되는 재료량, 노무량, 장비사용시간 등을 수치로 표시한 표준적인 기준으로서 매년 정부가 발표한다. 물론 이것은 입찰상의 기준일 뿐, 현실에서 이 표준품셈에 훨씬 못 미치는 임금이 지급된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집단적 요구를 하는데 주요 기준이 되기도 한다.

44일터기사

특집3. 직업병 수출-공해수출에대응하는 사회운동의 의의와한계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 / 2019.10

일터기사

[불법인 사람은 없다③]

직업병 수출-공해수출에대응하는 사회운동의 의의와한계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

최예용 아시아환경피해자권리네트워크 부조정관  

20191027일부터 30일까지 사흘 간 서울에서 아시아 직업·환경 피해자 대회라는 이름의 국제행사가 열린다. 이 행사는 15여개 아시아 나라의 산업재해, 직업병 등 노동안전보건문제와 환경오염으로 인한 건강상의 피해인 환경보건문제를 다룬다. 이들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학술 또는 정책 관련해 논의하는 행사가 아니라, 피해자들을 위한 피해자들의 자리다. 즉 환자와 유족들이 주인공인 대회다. 이들과 노동안전보건운동가, 환경보건운동가 그리고 의학, 사회학 등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일부 함께한다.  

이 대회는 아시아 직업 및 환경 피해자 권리네트워크(ANROEV, Asia Network for Right of 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Victims)’라는 이름의 기구가 주관한다. 이 네트워크는 20여 년전 태국, 방글라데시, 중국 등에서 발생한 대규모 공장화재 사고로 인해 수백, 수천 명의 노동자 사망한 참사를 계기로 아시아 각국에서 노동자들을 보호하고 건강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노동안전보건운동의 일환으로 조직되었다. 매년 아시아 주요 도시에서 대회를 개최하고 각국, 각 분야의 노동안전보건운동의 경험을 교류하고 구체적인 연대활동을 추진해왔다.  

이 네트워크의 활동성과 중 하나가 석면분야다. 2009년 아시아석면추방네트워크가 결성되었고 이를 중심으로 현재 아시아 10여개 나라에서 석면추방운동과 석면피해자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더불어 10여 년 전 연간 200만 톤에 이르던 세계석면소비량이 2017130만 톤규모로 감소되었고, 아시아에서 일본, 한국에 이어 홍콩, 대만, 태국, 네팔 등에서 석면사용이 전면금지 또는 크게 제한되었다.  

필자는 2008년부터 아시아 직업·환경 피해자대회에 참가해왔는데, 한국에서 가동되던 석면방직공장이 인도네시아로 이전하면서 노동자와 지역주민들에게 석면피해가 나타나는 문제를 조사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한국은 2009년부터 석면사용을 전면금지했다. 원료나 제품을 사용해서도 수입, 수출해서도 안 된다. 발암물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가동되던 석면공장이 인도네시아, 중국 등지로 옮겨가서 가동되고 있다.  

인도네시아나 중국에서는 아직도 석면사용이 허용되기 때문이다. 그들 나라의 노동자나 주민들은 석면에 노출되어도 괜찮은가? 당연히 아니다. 한국에서 가동될 때 노동자들과 주민들에게 석면피해를 입혔던 석면공장이 그대로 인도네시아로 옮겨가서 가동되기 때문에 그들 나라에서도 똑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석면에 대한 안전기준이 더 허술한 인도네시아에서는 오히려 한국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2007년 부산의 법원이 석면공장에서 일했던 노동자가 석면암인 악성중피종으로 사망한 사례에 대해 해당 공장이 유족에게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때 필자는 1971년부터 부산에서 가동되던 석면공장 일부가 1992년 인도네시아로 옮겨간 사실을 알게 됐다. 그 석면방직공장은 1971년 일본에서 옮겨온 것이었다. 필자는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 동안 10여 차례 일본과 인도네시아 현지를 방문해 석면방직공장의 국가 간 이동과 노동자 및 주민 피해상황을 조사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의 짐작(?)대로, 일본에서 한국으로, 다시 한국에서 인도네시아로 석면방직공장 설비들이 이전되면서 안전관리시스템은 전달되지 않았고, 노동자와 주민들의 석면피해는 고스란히 아니 더 심각한 형태로 한국과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했고 지금도 발생중이다. 소위 전형적인 형태의 공해수출 문제다. 유해·위험 산업이 일찍 발전한 선진국에서 이제 막 산업화를 시작하는 개발도상국으로 유해·위험 산업이 이전한 것이다.

필자는 학자가 아닌 활동가로서 이 문제를 조사하고 다루면서 이미 석면문제를 노동운동의 주제로 다뤄오던 노동안전보건운동가 및 전문가들과 결합해 환경보건운동의 주제로 삼았고, 특히 석면공장 인근 지역으로의 석면오염과 주민건강 피해문제에 집중했다. 그 동안의 가시적인 성과라면, 한국의 경우 석면사용이 금지되었고 환경성 석면피해를 구제하는 석면피해구제법이 제정되어 지난 89개월간 3,883명이 석면피해 및 구제 대상자로 인정되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석면질환자가 진단되었고 업무관련성이 인정되었다.  

이러한 성과는 아시아 직업·환경 피해자 권리네트워크를 통한 활동에 힘입은 바다. 일본과의연대활동을 통해서도 일본 센난과 한국 부산의 석면피해문제를 법정에서 제기하고 인정받는 성과가 있었다. 역시 이 네트워크의 힘이었다. 이 네트워크는 평생을 산업보건운동에 바친 운동가들과 양심적인 전문가 그리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갖는 피해자의 세 축으로 구성되고 유지된다. 세계적으로도 이런 방식의 사회운동은 매우 드물고 한 나라를 넘어 권역차원으로서는 유일하다. 2년마다 개최되는 대회의 경비는 석면 피해자와 유족의 기부와 시민사회단체의 지원으로 충당한다. 정부와 기업 또는 국제단체의 지원을 받지 않으면서 20여 년 간 피해자 중심의 네트워킹을 통해 노동안전보건분야의 성과를 내온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에서의 환경운동을 통한 석면문제의 사회이슈화와 전자산업 피해자운동의 성과, 일본에서 진행 중인 석면암 중피종환자들의 전국투어프로그램, 인도네시아에서의 산업보건운동의 약진, 인도 스리랑카 지역에서의 산업보건운동의 분투 등 국가별 모범 사례가 적지 않고, 극동, 동남아, 남아시아 등 아시아내에서도 권역별로의 연대가 세분화되고 있다.  

나름의 성과와 함께 한계와 부족한 점도 많다. 노동안전보건운동과 환경보건운동간의 접점을 넓혀야 하고, 나라마다 다른 경제적 정책적 문화적 차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공동의 목표설정과 구체적인 행동계획이 추진되어야 하지만, 아직은 피해사례 공유에 머무는 매우 초보적인 수준이다. 피해자를 위한 네트워크라고 하지만 실제 활동에서 아직은 피해자가 중심에 있지 않다. 피해자들은 국제회의는 물론 자국 내에서의 네트워킹에서도 어려움이 많다. 이러한 아시아연대를 담당하는 활동가나 전문가도 소수에 불과하다.  

직업병과 환경문제를 다른 나라로 수출하고 피해를 확대하는 문제가 국제사회의 이슈로 떠오르게 하고, 이를 규제하는 UN차원의 협약과 피해지원을 위한 국제펀드가 형성되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피해자는 시혜의 대상이 아닌 문제해결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삼성백혈병, 태안화력피해자 등 유족들이 만든 산재피해자단체 <다시는>의 사례가 아시아로 전파되고 확대되어야 하는 이유다. 2015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대회에서 한국참가자들은 노동자 산재피해자와 시민환경 피해자간의 국제연대로 노동해방 녹색세상 만들자라는 구호의 붓글씨 작품을 만들어 아시아 참가자들과 함께했다. 유럽공동체와 달리 아시아공동체는 아직은 이름뿐이지만 조금씩 실체가 만들어 지고 있다.

36일터기사

특집2. 베트남 전자산업의 여성 노동자가 처한 현실 / 2019.10

일터기사

[‘불법’인 사람은 없다②]

베트남 전자산업의 여성 노동자가 처한 현실

팜 티 민 항(Pham Thi Minh Hang), CGFED 부원장

번역 : 선전위원회

허울 좋은 이야기일 뿐인 경제 핵심, 발전전략으로서의 전자산업

베트남은 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경제성장을 하는 곳 중 하나다. 베트남 경제성장의 대부분은 국내 총생산(GDP)20% 이상을 차지하는 전자산업 덕분이다. 베트남은 정치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에서 전자산업을 환영했다. 2007423일자 총리령 제55/2007/QD-TTg’으로, 2007~2020년의 기간 동안 전자산업을 3대 핵심 산업 중 하나로 계속 선정함을 확인했다. 그리고 총리령 제1290/QDTTg’를 통해 2030년에 전자 산업이 베트남 경제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비전을 가지고서, 2020년까지의 전자산업 발전을 위한 실행 계획을 승인했다. 베트남 계획투자부의 외국인투자 부서에서 낸 통계를 보면, 지금까지 베트남은 삼성, 스콘, LG, 파나소닉, 인텔, 노키아 등 주요 기업들로부터 100억 달러 이상의 해외직접투자(FDI)를 유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트남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처음으로 전자제품 수출 규모가 핵심 산업이었던 의류 부문을 앞질렀다. 2015년 베트남 전자산업은 총 46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고, 2016년에는 수출 규모가 530억 달러로 증가했다. 그 결과, 다른 모든 산업을 통틀어 1위를 차지했다. 응우옌 쉬안푸크 총리는 20186월 지구환경기금(GEF) 협의회 회의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베트남은 경제성장을 위해 환경을 희생하지 않고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우리의 목표를 이룰 것을 맹세합니다.” 그러나 산업의 규모와 그것의 경제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해당 산업이 인간의 건강과 환경에 미치는 잠재적 유해성에 대한 현재의 정보는 부족하다.  

베트남이 WTO의 정식 회원국이 된 200711일 이후, WTO 가입 조건에 따라 전자산업에 주어지는 정부 지원과 특혜도 없어졌다. 몇몇 FDI 회사들은 파산하거나 생산을 중단하거나, 상업 또는 서비스 부문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WTO 가입 이후 전자산업 내 주요 대기업들의 투자를 포함한 새로운 외국인 투자 물결이 베트남으로 유입됐다. 이들의 투자 프로젝트로 인해 베트남 전자산업의 FDI 자본이 100억 달러 이상으로 늘어났다. 베트남에서 30여 년 넘게 전자산업이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 전문가들은 갓난아기가 걸음마를 시작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한다. 전자산업은 언제나경제의 핵심으로 여겨지지만, 베트남의 국내 기업 대부분은 생산 단계 중 이윤이 가장 낮은 생산단계인 소비재 조립 작업만 담당할 뿐이다.  

삼성은 베트남에서 1996년에 처음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20년 만에 총 등록 자본금 148억 달러(2015년 기준)로 베트남 최대 외국인 투자자가 됐다. 2016년 삼성이 베트남에서 기록한 총 매출액은 463억 달러로, 그 중 수출액은 40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2015년 대비 9.9% 증가한 것이며, 국내 총 수출액의 22.7%를 차지한다. 그리고 삼성은 137000여 명의 직원을 채용했다. 베트남에 있는 삼성공장 중 박 닌 공장과 타이 응우옌 공장이 핵심인데, 베트남은 물론 삼성의 글로벌 시스템 전체를 놓고 봐도 그렇다. 예를 들어, 현재 베트남에서 삼성이 출시하는 휴대폰의 50%를 생산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에서는 8%를 생산하고 있다. 2016년 삼성 베트남 공장의 매출은 360억 달러로 이들의 제품은 78개국에 수출되며, 주로 유럽과 미국에서 팔린다. 베트남에서 삼성전자는 전자산업과 FDI의 성공적인 시범 사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베트남 전자산업을 지탱하는 여성 노동력과 노동권의 부재  

전자산업에 근무하는 노동자는 2005년부터 현재까지 9년 동안 46000여 명에서 411000여 명으로 급증했다. “현재 많은 가치를 가져다주지 못하는 조립라인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 노동자들이 전자산업 하위부문 노동자의 80%가량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들 대부분은 기술직이나 관리직이 아닙니다. 모든 선임 관리자 자리는 외국인이 맡고 있습니다.”  

이렇듯 전자산업이 급성장하여 베트남 경제에서 통합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전자산업 내 노동조건에 관한 정보, 특히 환경과 노동자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정보가 매우 제한적이다. 더구나 노동조합의 결성과 단체행동의 자유는 ILO협약 87호와 98호의 요건이지만, 베트남은 두 협약 모두비준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산업통상노조(VUIT)IndustriALL에 가입되어 있으며 전자산업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은 무노조 방침을 갖고 있으며, “노조가 필요 없는 경영 원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의 내부 문서(ITUC, 2016)는 노동조합을 조직 할 가능성이 있는 노동자를 식별하는 방법, 그들을 감시하는 방법, 그리고 노동조합 결성을 막기 위해 그들을 고립시키는 방법 등 노동조합 결성을 저해하기 위한 회사의 행동들을 기술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삼성경제연구소(SERI)가 개발한 것이다. 이 전략으로 인해 삼성 관계자가 한국 검찰에 구속되는 사건이 촉발되었고 회사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이어졌다. 

IPEN & CGFED의 삼성 베트남 공장 작업환경 조사 보고서  

국제환경보건단체 IPEN과 베트남 시민단체 CGFED가 수행한 <베트남 전자 산업에서의 여성노동자 이야기>라는 조사 보고서는 베트남 전자 산업의 노동조건에 관한 기존 연구에 특별한 공헌을 했다. 이 연구는 산업영역 조사와 박닌, 타이 응우옌 두 곳의 대형 삼성 공장에서 일하는 45명의 여성들에 관한 질적 연구(구술 작업)을 결합한 것이다. 그 내용을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연구에 참여한 여성 노동자들은 다양한 건강상의 영향을 토로했다. 45명 모두 직장에서 실신하거나 현기증을 느낀다고 얘기했지만, 교대 근무로 인한 정상적인결과라고 보고되었다. 유산했을 경우엔 만약 그들이 어리다면, 매우 정상적이라고 보고되었다. 다른 문제들로는 시력 손상, 코피, 미관 상 변화, 그리고 복통, 뼈와 관절의 통증 등이 있었다.  

노동자들은 4일씩 돌아가는 주야맞교대 근무(alternating day and night shifts for periods of 4days), 9~12시간 내내 서 있어야 하는 점(standing for the entire 9-12 hours shift), 그리고 베트남 법정 제한치를 정기적으로 초과하는 높은 소음 수준을 포함한 열악한 작업 환경을 지적했다. 임산부 노동자들은 근무시간 내내 서있어야 하지만, 휴식을 취할 순 있다.  

여성 노동자들 중 어느 누구도 제품 세척에 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나 공장 내 다른 곳에서의 화학물질 사용으로부터 노출되는 일에 관해 생각해보지 못했다. 휴대전화 생산 공장의 직종에는 페인트, 잉크, 화학물질이 함유된 청소 제품을 사용하는 업무들이 포함되어 있다. 생산 공정 단계들에는 가열, 금속 코팅(가스 처리), 도장, 레이저 조각 및 절삭이 포함되며, 이 모든 과정에서 화학 물질이 방출될 가능성이 있다.  

연구에 참여한 여성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결혼했고, 회사에서 근무하기 전에 아이를 낳았다. 그러나 자녀를 둔 모든 여성은 회사의 주거 규율로 인해 아이들과 따로 떨어진 채 살아야 했고, 아이들은 다른 마을이나 도시에서 조부모와 함께 지내고 있다.  

베트남은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전자제품의 표준 개발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전자산업 노동자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구체적인 작업장 안전 규정은 없다.

* 이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베트남 노동보훈사회부(MOLISA)에서 삼성 휴대전화 공장에 대한 간단한 후속 조사를 진행했다 위 보고서에 포함된 내용 중 빠진 것들도 많았지만, 장시간 노동, 근로계약 위반, 교육·훈련 부족 등도 확인됐다.

글로벌 리더들, 삼성에 베트남 노동자 보호를 촉구하다

이 보고서가 발표된 직후, 국제사회는 베트남의 삼성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강력하게 목소리를 높였고, 베트남에 관한 유엔 특별보고관의 성명을 통해 베트남 여성 노동자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보고서의 조사 결과에 대한 평가는 관할 당국의 대응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건강에 유해하고 부적절한 노동 조건을 알리는 연구원이나 노동자들에게 민간이나 정부 관료들이 위협을 가하는 것은 받아들일수 없다.” 세계 각국의 인권, 노동권, 여성권리, 공중보건, 환경정의, 지속가능한 구매관리(sustainable purchasing) 단체의 지도자들은 삼성에게 베트남공장에서 휴대폰을 만들고 있는 수천 명의 노동자들그들 대부분은 가임기 여성들이다을 보호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 탄원서는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의 지지를 받았다.

201851일 아시아, 유럽, 미국에서 전자업계의 거인인 삼성의 건강·노동·인권 침해를 규탄하는 세계 삼성 반대의 날(International Day Against Samsung)’이 열렸다. 이러한 실천에는 세계 곳곳에 있는 삼성 공장 노동자들과 연대하는 과정에서, 전 세계에서 2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이 수십만 전자산업 노동자들을 보호하라고 삼성에 항의하는 요구를 담은 탄원서들을 전달하는 것이 포함된다. 이러한 국제적 실천과 청원은 삼성이 노동자와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위협을 공식적으로 철회하고, 공장에서 사용하는 모든 화학물질을 공개하며, 정보를 차단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고, 더 안전한 대안을 마련하며, 노동자들이 독립적인 노동조합을 결성할 권리를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경제 발전 과정에서 GDP 증가만 추구해선 안 된다. 전자산업 등 주요 산업이 급속히 팽창하고 있는 개발도상국에선 그와 동등한 수준으로 경제 발전 과정에서 노동자의 건강과 지역사회가 받는 영향 또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중기적으로는 화학물질, 전자기장, 방사능, 교대제 및 기타 잠재적 유해·위험에 관한 규제 등 전자 산업에서 노동자의 안전을 보장하는 종합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유해물질 및 유해환경 노출 제한 값은 가임기 여성을 포함해 가장 취약한 집단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하며, 직장 및 지역사회에 균등한 수준의 보호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회사는 노동자들의 전폭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개방적이고 진정성 있는 자세를 갖고서 투명하게 연구 결과를 발표해야 한다. 또한 노동조합을 약화시키는 정책을 개혁하고, ILO 협약과 세계 인권 선언에서 확립된 권리들을 존중해야 한다.

36일터기사

[안내] 김용균재단 출범

활동소식



 

고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의 의미를 되새기며,
비정규직 없는 세상,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활동에 나서는 
김용균 재단 창립총회와 출범대회가 열립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 

32활동소식

[안내] 이한빛PD 3주기 추모제 “다시는”

활동소식



 

연구소도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과 함께 참여합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랍니다. 

이한빛 PD 3주기 추모제를 후원하는 카카오 같이가치 캠페인! 
댓글과 공유하면  카카오가 대신 기부합니다. 

https://together.kakao.com/fundraisings/69918

32활동소식

[기자회견] 중대재해 기업처벌법ㆍ위험의외주화 금지법 제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위한경기지역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활동소식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위험의외주화 금지법 제정!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위한

경기지역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자료

 

일시: 20191021() 11:00

장소: 경기고용노동지청 앞

공동주최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청년 건설노동자 고 김태규님 산재사망 대책회의

 

[기자회견 식순]

(사회: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한영수 사무처장)

번호

내용

발언자

1

참가자 소개

사회자

2

발언 1. 여는 발언

양경수 (민주노총 경기도본부장)

3

발언 2. 법 제정 발언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박승하 (일하는2030 대표)

4

발언 3. 법 제정 발언

(위험의외주화 금지법)

손진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집행위원장)

5

발언 4. 연대 발언

김도현 (“고 김태규님누나)

6

주요 활동계획 발표

사회자

7

기자회견문 낭독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유병욱 운영위원장

경기공동행동 신건수 집행위원장

 

[기자회견문]

성장주의와 양극화에 가려져 일 년에 2,400여명 이상, 하루 평균 6~7명이 일하다가 사망. 매년 10만명에 가까운 노동자가 산업재해의 고통을 당하고 있다. 2017년 기준 산재 사망자의 81.8%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비정규직의 산재 발생률이 정규직의 1.5~6.4배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에서 보듯, 대부분의 산재 사망자가 외주하청비정규직이다. 삶의 차별을 넘어 죽음조차 차별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을 겪으며 위험의 외주화, 죽음의 외주화가 일상이 된 대한민국의 현실을 바꿔야 한다는 전 국민적 공분이 만들어졌고 투쟁했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노동자들의 죽음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2년까지 산재 사망자 수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했지만, 작년에도 사망자 수는 거의 줄지 않았다. “우리가 김용균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으나, 지금도 매일 김용균을 저세상으로 보내고 있다.

최근 920일부터 열흘 사이에만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한화토탈 서산공장, 부산 공사 현장에서, 네 명의 노동자가 처참하게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모두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이었다. 비용 절감과 이윤 극대화를 위해 원청 사업주가 하청노동자들에게 위험 작업을 떠넘겼고,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안전보건조치를 해야 하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를 방기하였고, 그 결과가 죽음으로 이어졌다.

경기지역에서도 지난 4월 초 청년 건설노동자 고 김태규님 산재사망으로, 경기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는 물론 원청까지 책임을 묻기 위해 싸워오고 있지만, 그 이후에도 용인에서, 화성에서, 시흥에서, 평택에서, 고양에서 노동자들의 죽음이 계속되고 있다.

노동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사업주를 제대로 처벌하기 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공약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2, 28년 만에 전면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는 법을 위반해 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업주에 대한 하한형 도입이 반영되지 않았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수년째 입법 발의 상태로 국회에 머물고 있고, 현실은 노동자를 죽인 사업주에게 불과 몇백만원의 과태료만 부과되는 솜방망이 처벌로 그치고 있다. 작업중지권도 더 후퇴되었다. 노동부는 일방적으로 해당 지침을 개악해 작업중지 범위를 재해 발생 공정동일 작업으로 매우 협소하게 축소시켰다. 결국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김용균법은 경영계의 우려와 고충 해소라는 명분으로 누더기가 되고 있다.

반복되는 죽음을 막기 위해서는 산재 사망은 불운한 사고가 아니라 안전을 도외시한 기업이 저지른 살인이라는 인식하에 강력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 자본만 살찌우고 하청업체 노동자에게는 죽음의 노동을 강요하는 위험의 외주화를 금지하고, 화학물질 취급 노동자와 공장 주변 주민 등의 알권리를 보장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무엇보다 산재 예방 감시를 위해 노동자 참여를 보장하고 의견을 폭넓게 반영하는 법이 마련돼야 한다. 이를 위해 중대재해 기업처벌법과 위험의 외주화 금지법을 즉각 제정해야 하며,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받도록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해야 한다.

이제 경기지역 시민사회단체들과 민주노총 경기도본부는 매일같이 반복되는 노동자의 죽음을 끝내기 위해, 10~11월까지 집중 활동을 시작하고자 한다.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몬 자본을 제대로 처벌하기 위한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위험의 외주화 금지법제정을 위해 나서고자 한다. 아울러 문재인 정권이 후퇴시킨 생명안전제도를 바로잡고, 노동자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다.

= 우리의 요구 =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을 제정하라!

위험의 외주화 금지법을 제정하라!

중대재해 근절하고 작업중지 명령제도 개선하라!

노동자 참여 강화하는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하라!

20191021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청년 건설노동자 고 김태규님 산재사망 대책회의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민주노총 수원지부, 민주노총 건설노조 수도권남부본부), 일하는2030,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경기공동행동 준비위원회 (경기대학생연대, 경기민예총, 경기자주여성연대, 경기진보연대, 경기청년연대, 노동당 경기도당, 노동자연대 경기지회,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민중당 경기도당, 사회변혁노동자당 경기도당, 전국회의 경기지부, 전농경기도연맹),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수원시민사회단체협의회 (매산지역아동센터, 수원YWCA, 수원나눔의집, 수원여성의전화, 수원여성회, 수원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수원이주민센터, 수원일하는여성회, 수원지역목회자연대, 수원환경운동센터, 수원환경연합, 전교조 초중등사립지회 외 10개 단체), 다산인권센터, 수원청년민중당, 정의당 수원시위원회, 수원권역노동네트워크, 전국특성화고졸업생노동조합, 아르바이트노동조합,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 경기지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노동위원회, 노동건강연대, 천주교 수원교구 최재철 신부님과 사무국장, 산재피해자 가족모임 다시는

34활동소식

[호소문] 2019년 전국이주노동자대회를 맞아 드리는 호소문 (2019.10.20)

활동소식



 

2019년 전국이주노동자대회를 맞아 드리는 호소문
모든 노동자는 하나다! 이주노동자도 소중한 동지입니다!
민주노총은 건설노조가 이주노동자 배척 입장을 바꿀 수 있도록 촉구해주십시오!

한국 정부와 자본가들은 고용형태, 성별 등 다양한 방법으로 노동자들을 분열시켜 각개격파하려 해왔습니다. 실업과 저임금의 책임을 이주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것도 그중 하나입니다.

문재인 정부 역시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내국인 저임금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며 집권 이래 지속적으로 단속추방을 강화해왔습니다. 최저임금을 줬다가 뺐고, 조선업과 한국GM 등에서 구조조정을 추진하거나 방관하고, 자회사 전환도 정규직화라고 우기는 문재인 정부가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탓하는 것은 위선의 극치입니다.

이에 맞서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연대를 강화하고, “모든 노동자 하나다”라는 민주노조 운동의 대원칙을 굳게 지키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9월 19일 건설노조 광주전남건설지부의 간부가 고용 안정, 임단협 체결 등을 촉구하며 타워크레인 위에 올랐습니다. 타워크레인에는 ‘외국인 불법고용 근절’이라는 요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었습니다.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건설노조는 내국인 조합원의 일자리를 얻는 방편으로 이주노동자 고용을 문제 삼아왔습니다. 임단협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더욱 이런 문제가 심화되어 왔습니다. “불법고용 근절하고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플랜카드를 걸고 행진을 합니다. 고용노동부에 ‘내국인 고용대책 마련! 외국인 고용허가 쿼터 확대 폐지!’를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건설노조 지부들은 이주노동자의 조합원 가입을 받아 주지 않고 있습니다. 가입을 받더라도 등록 이주노동자만 받고 있습니다.

물론 고용 안정과 임단협 체결을 위한 건설노동자들의 투쟁은 정당합니다. 불법다단계하도급을 근절해야 한다는 것도 옳은 지적입니다. 또한 건설업체들이 ‘불법 고용’을 통해 이주노동자들에게 저임금, 장시간, 중노동을 강요하고 이윤을 쥐어짜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건설노동자들이 느끼는 고용불안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가 아닙니다.

이주노동자를 배척해 일시적으로 일자리를 얻어낼 수는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해당 현장이 마무리되면 그 효과도 사라진다는 점에서 매우 근시안적인 해결책입니다. 또한 이주노동자들은 더욱 사용자에 의존하게 되고, 건설 사용자들은 이를 이용해 다시 내국인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끌어내리거나 이주노동자를 대체인력으로 투입하는 등 내국인 노동자들을 공격할 것입니다.

특히 이주노동자와 내국인 노동자의 갈등이 깊어지면 정부와 건설 사용자를 향해야 할 분노가 노동자 내부를 향한다는 점에서 투쟁의 동력을 약화시키는 일입니다. 건설 경기가 위축될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고용이 더욱 불안정해지면 이것이 내국인 노동자 중에서도 어떤 집단은 배제해야 한다는 논리로 나아가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이런 생각이 자라나는 것은 조직 확대에도 해로울 것입니다. 건설노조의 투쟁에 대한 연대를 넓히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외국인 불법고용 근절’을 요구하는 것은 결코 장기적이고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불법다단계하도급을 없애려면 등록이든 미등록이든 이주노동자를 조합원으로 조직하여 현장의 힘을 강화해야 합니다. 특히 이주노동자에게 강요되는 저임금과 장시간, 중노동을 이용해 내국인 노동자의 조건 하락을 압박하는 것에 대처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라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이주노동자는 열악한 조건에 있는 다른 건설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착취 받는 노동자들이고,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커다란 차별까지 겪고 있습니다. 즉, 이들은 임금과 일자리를 악화시키는 원인이 아니라 잘못된 정부 정책의 피해자들입니다. 따라서 피해자들을 속죄양 삼을 것이 아니라, 이들과 함께 사용자에 맞서 투쟁해 모두의 조건을 지켜야 합니다.

민주노총은 건설노조가 내국인 노동자와 이주노동자의 단결을 훼손하는 현재의 입장을 바꾸고, 더 나아가 이주노동자 조직화에 나설 수 있도록 건설노조에 촉구해주기를 호소합니다. “우리는 남녀, 직종, 학력, 기업, 국가 간 차별을 철폐하고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쟁취한다”는 것이 민주노총의 20대 기본 과제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건설노조의 강령에도 모든 형태의 차별을 철폐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습니다. 이런 강령 및 과제가 현장에서 실천되도록 적극적으로 대책을 세워주기를 바랍니다.

2019년 10월 20일

단속추방 반대! 노동비자쟁취!
경기지역 이주노동자 공동대책위원회

33활동소식

[노동시간센터] 10월 월례토론 : 발제문

활동소식



10월 31일 저녁 7시 
노동시간센터 10월 월례토론이 열렸습니다. 

발제하신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의 엄진령 활동가는, 
애초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이 공공부문의 고용 구조를 바꿔낸다는 측면에서 접근된 것이 아니라, 일부 노동자들에게 시혜를 준다는 관점에서 시작되면서, 공정성 시비, 정규직 노동자와의 갈등, 자회사 전환과 같은 또다른 간접고용 확대 등이 예견돼 있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자회사 전환의 경우, 본사와 용역계약으로 맺어져 있는 매우 불안정한 고용 구조인데다, 처우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사실상의 파견업을 공공부문에서 대규모로 운영하는 방안이 옳은지도 의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노동자의 단결과 연대 관점에서도 한 회사 내에 노동자들이 공히 고용되는 것이 더 낫다고 평가했습니다. 

토론 과정에서, 민간부문 비정규직 조직화 과제, 공정성 논란 등 업무와 급여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공고한 차별 극복 등은 여전히 남아 있는 과제로 확인하였습니다. 

특히 최근 뜨거운 자회사 전환의 허구를 조목조목 밝힌 발제문을 읽어보세요~ 

25활동소식

특집1. 국경을 가로지르는 환경, 노동안전보건 의제, 공해수출 / 2019.10

일터기사

[‘불법’인 사람은 없다①]

 

국경을 가로지르는 환경, 노동안전보건 의제, 공해수출

 

박기형 / 상임활동가

 

환경·노동안전보건 운동에서 국제적 연대가 왜 중요한가?

“아시아 환경·산재 피해자 네트워크”(이하 ANROAV)의 연례 회의가 올해 10월 28일~30일 사흘간 한국에서 열린다. 아시아 지역의 환경·산 재 피해자들과 노동안전보건활동가 및 환경운동가들이 모여 여러 의제에 대해 발표하고 토론하는 자리다. 이 대회의 취지 중 하나는 ‘국제적 연 대’를 모색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환경·노동안전 보건 의제를 다룰 때 국제적 연대를 지향하는 이 유는 무엇일까? 환경·노동안전보건 문제는 한 사 회에국한된게아니다.여기서주의할점은우리 모두같은문제를겪고있으니,서로경험을나눠 보자는 정도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람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산업재해, 환경 오염은 여러 사회를 교차하며 형성된다. 한 사회 내부에서 부자에서 빈민으로, 자본가에게서 노동 자로, 정규직으로 부터 비정규직으로 전가될 뿐만 아니라, 국경을 가로지르면 서도 위험이 전가된 다.

‘유해·위험 산업의 국가 간 이전’이라는 문제

역사적 경험에 비춰보면, 이는 더욱 명확해진 다. 한국 사회에서 환경·노동안전보건 의제가 사회문제로 등장 하게 된 배경에는 원진레이온 사 건, 부산석면공장 문제 등이 있었다. 모두 한국에 서 발생한 일이었지만, 왜 이런 참사가 일어났는지 추적하면 한국의 산업화 과정에서 일어난 불행한 일로만 여길 수 없다. 원진레이온 사건의 물리적 원인으로 꼽는 인조견사 제조설비는 일본의 동양레이온 시가현 제1 공장으로 부터 건너온 것이다. 해당 공장의 노동 자 44명이 이황화탄소에 중독되어 논란이 일자 1962년 설비 가동을 전면 중단하고 기계를 폐기 하기로 했다. 하지만 한·일 국교 정상화를 위한 교섭 및 한국의 중화학공업화 경제개발정책 추진 과정에서 1964년 화신백화점 창업주 박흥식이 36억 원을 주고 이 기계를 도입 했고, 1966년 당 시 국내 최대 규모의 인견 제조 공장인 흥한화학 섬유주식회사(1976년 원진레이온으로 명칭 변 경)을 세웠다. 이미 1900년대 초반 미국에서 레 이온 산업의 유기용제 중독 증상이 보고 되었고, 일본으로 이전한 것임에도 말이다. 결국, 이 ‘죽 음의 기계’와 레이온 공장은 미국과 일본의 노동 자뿐만 아니라 한국 노동자까지 이황화탄소 중독 에 걸리게 했고, 1993년 원진레이온이 폐업하면 서 문제가 된 설비는 중국 단둥으로 팔려갔다.

석면의 위험 또한 마찬가지 였다. 1960년대 말 부터 일본 오사카 센난 지역에 밀집해 있던 중소 규모 석면공장들이 부산으로 옮겨왔다. 일본 석면회사 니치아스의 자회사인 다츠타와 제일화학 공업사가 합작해 1971년에 청석면, 1974년에 백석면 방직설비를 들여와 석면방직공장을 세웠고, 부산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노동자와 지역 주민들이 석면질환에 걸렸다. 이 또한 유럽, 미국,일본 등 석면 산업이 일찍 발달 했던 나라에서 석면의 유해성이 발견된 이후였다. 하지만 석면 산업이 전면 폐기되기는커녕, 제일화학공업사와 인도네시아 현지 기업의 합작회사가 설립되는 등 1990년대 중반부터 동남아시아로 옮겨갔다. 이 후 2000년대부터 그곳에서도 석면 질환이 증가 하는 현상이 나타났으며, 석면 비산으로 인한 환경오염 또한 심각해졌다. 일련의 두 사례를 검토해봤을 때, 확인할 수 있는 공통점 중 하나는 바로 ‘유해 산업의 국가 간 이전’, ‘국가 간 위험 전가’이다. 학술 용어로는 ‘공해수출(pollution export)’이라 부르며, 유해 물질·설비를 취급하는 산업이나 전자폐기물·핵 폐기물 등의 오염물질이 한 국가에서 다른 국가 로 이전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기존 국가에서 직 업병과 환경오염을 유발했던 유해산업의 자본이 법제도적 규제, 사회적 압력, 기계설비 개선 등을 이유로 다른 국가로 이전하면서, 기존 국가에서 발생했던 직업병과 환경오염을 다른 국가에 다시 발생시키는 것이다.

국가간위험 전가를 어떻게 인식하고, 그에 대응할 것인가?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뭘까? 대표적인 설명은 ‘이중기준(double standard)’이라는 구조적 요인에 근거한다. 이중기준은 국가마다 환경 및 안전보건 기준이 상이하여 유해산업에 대한 규제 가 일관되게 적용되지 않는 것을 가리킨다. 이미 특정 물질이나 원료, 특정 산업의 유해성을 인지 한 국가에서는 규제가 적용되나, 그렇지 못한 국 가에서는 규제가 없거나, 있더라도 제대로 집행 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산업화를 미 리 경험했는지에 따라 발생하는 것처럼 보인다. 산업화가 일정 정도 진행된 선진국에서는 규제가 강하고, 산업화가 한창 진행 중인 개발도상국에 서는 규제가 약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해수출과 이중기준을 자칫 잘못 이해 하면, 공해수출의 메커니즘이 경제발전 정도에 따라 좌우되는 것으로 ‘인식의 전도’가 발생할 수 있다.즉경험수준에서볼때,선진국에서개발

도상국으로 위험이 전가되는 것으로 나타나기 때 문이다. 공해수출이 일어나는 현상을 그대로 받 아들일 경우, 부유하고 산업발전이 성숙한 나라 들이 유해물질·산업을 수출해 이윤을 챙기고, 가 난하고 산업화가 덜 된 나라들은 이를 수입해서 피해받는다는 식의 선진국 대 개발도상국의 대립 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사회경제적 발전 정도에 따라 규제 수 준이 달라지기에, 모든 국가의 발전 수준이 비슷 해지면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라는 기계적인 설 명으로 흐를 수도 있다. 더욱이 공해‘수출’이라고 했을 때, 위험한 기계설비나 유해산업 자체를 금 지하거나 수출 규제를 하면 되는 게 아니냐는 손 쉬운 해결책을 제시할 수도 있다.

이런 설명이 현상적으로는 타당할지 모른다. 하지만 산업화를 누가 먼저 경험했는가의 시간적 선후 관계만으로 환경·안전보건 규제상의 격차 가 발생하는 건 아니다. 최근 사례를 떠올려보자. “정부가 관리 감독을 철저하게 했다면 이런 참사 는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지난 8월 28일 열린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청문회에 서 옥시레킷벤키저(옥시RB)의 박동석 대표가 한 발언이다. 그의 발언은 비난받아 마땅했지만, ‘공 해수출’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다. 이를 통 해 드러난 것은 산업화라는 경제발전단계에 따라 서 자연스럽게 위험 전가가 이뤄지는 게 아니며, 공해수출 역시 유해·위험 요인을 ‘내부’로부터 ‘외부’로 내보냈다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즉 직 업병과 환경오염은 선진국에서는 사라졌고 개발 도상국에만 있다는 식의 이분법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선진국이라도 규제와 관리·감독이 텅 비 어있는 곳이라면, 유해산업의 자본은 언제든 그 공백을 비집고 들어와 비용을 줄이고 이윤을 늘 리는 대가로 사람들을 위험에 내몰고 환경을 오

염시켜왔다. 따라서 공해수출과 이중기준이 함 의하는 바는 경제발전 수준이 아닌, 사회와 자본 간의위험규제를둘러싼역학관계에따라직업 병및환경오염이언제든발생할수있다는것이 다.

따라서 인식의 전도 없이 공해수출에 대응하려 한다면, 안전보건 및 환경규제를 둘러싼 국가 간, 국가와자본간동학을포착할수있어야한다. 구체적으로는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자본의 움직 임이 특정 국가의 사회경제적 조건(특히 저임금· 미숙련 노동력, 낮은 수준의 노동조직화, 규제 공 백,행정력부재등의특성)과맞물릴때,어떻게 유해산업이 이전하거나 유치되는지에 대해 분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때 부딪히는 난관은 유해 산업의 위험성은 산업화 과정을 겪지 않고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제 수준이 일정 정도 올라가야만 위험이 발생 및 인지되고, 유해· 위험 요인을 사회적으로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난다. 이러한 패턴은 여러 사회에서 지속해 서 반복되었다.

이와 같은 역사적 과정에 맞서 공해수출에 대 응했던 국제연대 차원의 사회운동은 다음과 같 은 대응 경로를 형성해왔다. 한편으로는 선진국 이 개발도상국에 자신들이 떠넘긴 유해·위험 산 업을 책임지도록, 구체적으론 위험·유해 요인을 관리하는 경험과 능력, 방법을 선진국이 개발도 상국에게 알려주는 일이 요구되었다. 다른 한편 으로는 선진국이 마련한 환경·안전보건 관리 기 준과 법제도적 규제를 개발도상국에게도 적용 하기 위해 국제 규약·규범을 마련하고 이를 모 든국가가지킬수있도록유인또는강제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이상의 두 가지 방향의 국제 적 대응은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두었다. 세계보건 기구(WHO)·국제노동기구(ILO)·유엔환경계획

(UNEP) 등 비정부기구와 ‘아시아태평양환경보 건장관포럼’과 같은 정부 간 협의체가 설립되었 고, 2006년에는 화학물질 수·출입 과정에서 해 당 물질의 위험정보 공개·공유를 의무로 규정한 유엔환경계획의 로테르담 협약이 제정되기도 했 다. 국제협약을 체결함과 동시에 국가 간 시민사 회단체들이 서로 교류하며 관련 정보와 사회운 동의 경험을 나누며 역량을 높여 왔다.

공해수출에 맞선 사회운동에 주어진 과제, 사회적 책임을 묻기

그러나 공해수출을 둘러싼 딜레마가 여전히 남 아있다. 바로 ‘공해수출로 인한 직업병 발병 및 환경오염 발생에 대한 책임을 누가 지는가’라는 문제다. 사회적 책임을 묻는 일은 세계화 이후 자 본 이동성이 증대하고 다국적기업이 등장하면서 더욱 어려워졌다. 대표적 사례로 1984년 인도 보 팔참사가 있다. 참사를 일으킨 미국의 다국적기 업 유니언카바이드사는 현재까지도 피해수습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았으며, 1989년 인도 정부와 4억 7천만 달러의 보상금을 합의한 게 전부였다. 앞서 언급한 가습기살균제참사에서도 옥시RB에 책임을 제대로 묻지 못했다. 박 대표가 청문회에 서 피해자 지원 대책에 답한 것에서 확인할 수 있 듯이, 국제자본과 다국적기업은 가습기살균체참 사와 같은 공해수출이 “다양한 원인과 다수 당사 자에 의해, 장기간에 걸쳐 복잡하게 얽힌 문제”임 을 명확히 이해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 복잡성 뒤 에 숨어 자신들만의 잘못이 아니라고 항변하며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 그럴 때 우리는 어떻게 이 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공해수출은 안전보건·환경 규제를 둘러싼 자 본사회국가 간의 역학 관계 속에 자리한다.

런점에서공해수출은누가더많은힘을가지고 규제하느냐, 어느 입장에서 해당 문제를 공해수 출로규정하고대응할것이냐등세력간의정치 적문제다.그렇기에사회적책임을묻는일도국 가윤리, 기업윤리, 인권이라는 도덕적 명제만으 로는 실현될 수 없다. 물론 윤리·도덕에 호소하는 것이아무의미없다는건아니다.그러나공해수 출의 정치적 성격과 비용/편익 논리에 도덕적 명 제가 편입되기 어려운 점을 염두에 둔다면, 우리 가나아가야할방향은사회적책임을물을수있 는역학관계를만들어가는것일테다.이런점에 서 국제기구 설립, 국제협약 제정, 각 사회의 안 전보건·환경 의식 및 기준 강화 노력 등 이중기 준 해소를 통해 규제상의 공백을 메우고 예방하 려는 사회적 움직임, 국제적 연대는 여전히 중요 하고 유효하며, 무엇보다 이를 뒷받침하는 노동 자들의 조직화 또한 필수적이다. 다만, 언제나 자 본과 국가가 법제도적 규제의 공백을 만들거나 활용해 이윤극대화 및 경제성장이라는 자신들의 목표를 달성하려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렇게 공해수출에 맞서는 사회운동이 무력화되 지 않기 위해서는 기존의 대응만으로 충분할까? 만약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국가와 자본이 공해 수출로 인해 발생한 참사에 책임지도록 해서, 국 제규범 및 법제도적 규제를 충실히 이행하도록 할 수 있을까? 이는 우리에게 주어진 열린 질문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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