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선욱 간호사가 사망한지 1년이 지난 2019년 3월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고 박선욱의 자살 사건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37조 2항에 따른 업무상 사유에 의한 사망’이라고 판정했다. 병원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한 사망임이 분명해졌는데도 서울아산병원은 재발방지 대책은 고사하고 고인과 유가족에게 지금까지 사과조차 하지 않고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직원 모두가 행복하고 긍지를 느끼는 병원’이라고 스스로 얘기하는 서울아산병원은 사실상 직원이 죽어나가도 침묵하는 곳이다.
지난 1년 동안 유가족과 공대위는 고 박선욱 간호사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우리는 오만한 병원의 태도에 분노하며 오늘 고용노동부장관과 문재인정부에게 공개질의를 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그동안 우리는 병원장에게 면담 요청을 수차례 했고, 매주 병원 앞에서 시민들에게 이 사건을 알려보기도 하였고, 고용노동부 동부지청에게 특별근로감독을 수차례 요구하였다. 하지만 고인의 사망 이후 서울아산병원의 행보에서 반성의 기미조차 찾아볼 수 없었고 고용노동부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서울아산병원에 특별근로감독을 하지 않고 여론의 눈치만 보고 있다.
그 사이에도 서울아산병원은 간호사가 야간 근무를 할 때 발소리가 시끄럽다며 수면양말을 신고 일하라 했고, 간호사들에게 ‘유리멘탈 탈출하기’라는 이름의 교육을 시켰고, 면접 질문으로 “학교 선배가 자살한 병원인데 왜 지원했냐”라는 등의 부적절한 질문들을 했다. 이뿐 아니라 2019년 초 신입 직원 오리엔테이션에서 허가 없이 병원 내에서 문서의 배부나 시위, 집회 등에 참여한 경우 징계하겠다는 내용으로 교육을 진행하는 등 인권탄압을 서슴지 않고 있다.
이런 기업에게 노동부는 조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사실상 면죄부를 주려고 하고 있다. 노동부와 정부는 노동존중을 말하기 전에 노동부에서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 도리이다. 우리는 오늘 노동부 장관과 문재인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질의한다. 노동부장관과 문재인 정부는 업무상재해로 사망한 고인과 유가족에게 성실히 답변하고 살인기업을 단죄해야 한다. 이것이 최선의 산업재해 예방법이다.
2019.05.09. 故 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공동대책위
노동부장관 공개질의서
2018년 2월, 생을 달리한 고 박선욱 간호사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고용노동부 동부지청에 고소⋅고발을 접수한지 벌써 9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고용노동부는 간호사의 근로환경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 방지 대책을 만드는 등 대책을 강구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으나 이 사건 이후에도 4명의 간호사가 유명을 달리하였습니다. 이는 간호사의 자살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병원의 구조적인 문제임을 방증하는 것입니다. 결국 지난 3월 박선욱 간호사의 죽음은 산업재해보상법상 업무상 재해라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로써 간호사 업무의 구조적 문제를 계속 제기한 우리의 외침이 인정받았습니다.
그러나 서울아산병원의 만연된 초과근로를 통한 근로기준법 위반과 간호사의 생명의 안전조차 보호하지 못한 극악한 업무환경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의 책임을 묻기 위한 고소⋅고발에 대하여, 고용노동부 동부지청은 9개월의 시간 동안 담당자만 2번 교체되고, 3번째 담당자는 기존 담당자에게 사건에 대하여 전달받은 것이 없다는 이야기만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입니까?, 노동부의 이런 태도가 초기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 90.4%가 취임 2년 만에 불만 86.9%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에 고 박선욱 간호사 공동대책위원회는 고용노동부가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해당 병원에게 그 책임을 묻도록 촉구하며 다음과 같은 공개질의를 합니다.
공개질의
1. 서울아산병원의 신입 간호사에 대한 교육은 프리셉터 개인에게 과중한 부담을 주고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없어, 중환자실 신입 간호사가 업무역량을 갖추는데 턱 없이 미흡하였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박선욱 간호사의 사망 이후 병원 자체 감사 과정과 최근의 산재판정에서도 밝혀졌습니다. 이에 대한 조사는 어떻게 이루어졌는지에 대해 밝혀져야 합니다. 2. 부실한 교육으로 인하여 고 박선욱 간호사는 실제 업무 과정에서, 정해진 업무시간 전⋅후로 하루 몇 시간씩 과도한 초과근로가 계속되었습니다. 고 박선욱 간호사와 다른 간호사들에 대하여 어떤 조사가 진행되었고 그 결과는 무엇입니까? 3. 고용노동부 서울동부지청은 서울아산병원에 대해 산업안전법 위반으로 임시건강진단명령을 내렸다고 하였는데, 그 결과와 조치사항은 무엇입니까? 4. 유가족과 공동대책위원회는 서울아산병원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하였으나 이루어지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고용노동부 장관의 답변을 요구합니다.
5월7일 창원지법은2017년5월1일 노동절에 하청 노동자6명이 사망하고25명이 부상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던 삼성중공업 크레인 충돌 사고에 대해,원청인 삼성중공업 관리자들과 하청기업 대표이사에게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작년12월 검찰은 최고책임자인 삼성중공업 대표이사는 기소조차 하지 않았지만,상급관리감독자들을 비롯해 전 삼성중공업 조선소장(전무,안전보건총괄책임자)에게는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징역2년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벌금500만 원을 구형한 바 있다.
하지만,법원은 업무상과실치사상에 대해 전 조선소장 등 삼성중공업 상급관리감독자3명과 하청업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재판부는 상급관리감독자에 대해“현장반장 및 반원들에 대한 구체적ㆍ직접적 주의의무가 인정되지 않고,이들이 담당한 안전대책이나 규정에 이 사건 사고와 상당인과관계 있는 미비점이 있음이 증명되지도 않았으므로,업무상과실치사죄 및 업무상과실치상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전 조선소장과 삼성중공업 법인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에는 협의체 운영의무 위반 및 안전ㆍ보건 점검의무 위반으로 인정하고 안전조치의무,산업재해예방조치의무 위반은 무죄로 판단했다.반면,크레인 조작에 관련된 현장 노동자들은 업무상과실치사상으로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 사건으로 진행된 노동부 특별근로감독결과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866건이 적발되었다.개조한 크레인4대는 안전인증 없이 운행되었고,비상정지 장치가 고장난 채 운영한 크레인도 확인되었다.참변을 당한 노동자들의 간이 휴게소는 크레인 주행 반경에 있었다. 2만명이 넘는 현장에 원청의 안전관리자는 안전관리 전담이 아니었고,하청업체는 안전관리자 선임을 하지 않는 등 단순 안전보건조치 위반뿐이 아니라 안전시스템의 문제라는 것이 드러났다.
당시 노동절 연휴로 정규직 노동자는 모두 휴무였고,참사를 당한31명 모두 하청노동자였다.재판부는 사고의‘직접적인’원인이 최고 책임자들에게 없다고 하지만,안전관리 총괄의 구멍이 사고 발생의‘근본적인’원인인 것이다.대선 직전에 발생한 참사에 유력 대선 후보가 줄줄이 방문하고,문재인 대통령은“삼성중공업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하지만,이 정부 하에서도 대표이사는 기소조차 되지 않았고,현장 노동자만 처벌받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삼성중공업 사고를 계기로 구성,운영한 조선업 중대산업재해 국민참여 조사위원회는 반복되는 조선 하청노동자 사망과 크레인 사망사고 근절을 위해 재하도급 금지를 주요 대책으로 제시한 바 있다.즉,다단계 재하도급 금지가 산재예방의 핵심이라고 밝힌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지난4월 산안법 하위령 입법예고안은‘사고가 다발하는 작업을 도급승인 대상으로 지정하여 재하도급 금지를 제도화하라’는 노동계의 요구가 묵살된 채 발표되었다.
최근에도 삼성중공업 거제 조선소에서는 중대재해가 이어지고 있다. 5월3일에는43세 하청노동자가 크레인 작업 중 줄에 맞아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으나 의식이 없는 상태다.다음 날인5월4일에는1.5톤 무게의H빔이 아래로 떨어져 용접작업 중이던58세 하청노동자가 빔에 깔려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현장은 작업중지 명령이 내려졌다.기업의 최고책임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계속되는 한,위험의 외주화가 지속되는 한 노동자들의 산재사망은 막기 어렵다. 2018년 산재사망이 그 전년도보다 증가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우리의 법체계는 기업처벌에 있어 법관의 재량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법제도 개선 없이 처벌 강화는 어렵다.이번 판결에서도 재판부는 사측 변호사인 태평양의 주장을 거의 그대로 수용했다.정부의 산안법 전부 개정안도 산재사망 처벌에 대해 하한형이 빠진 채로 통과되었다.결국,모든 원청 관리자들은 법망에서 빠져나가고,꼬리자르기 식 처벌만 반복될 뿐이다.사고를 유발한 기업과 정부에 조직적 책임을 묻는‘중대재해 기업처벌법’제정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이번 판결은 위험이 하청노동자에게 전가되고,사고에 대한 원청 책임도 물을 수 없는 참혹한 현실을 또 다시 확인시켜 주었다.퇴행적인 판결을 내린 사법부와 위험의 외주화 금지와 산재사망 처벌에 대해 여전히 미온적인 정부를 다시한번 규탄한다.검찰은 이 판결에 대해 항소하라.사법부는 각성하고 산재사망 배후에는 기업과 사용자의 조직적인 위험 외주화와 안전보건 무시가 있음을 들여다봐야 한다.그래야 노동자·시민의 생명을 존중하는 판결을 내릴 수 있다.국회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라.노동부는 산안법 하위령에 조선업 도급승인을 포함시켜라.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말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부개정됐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산재 사망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대통령 메시지와 함께 등장했던 노동부의 ‘중대재해 발생시 전면 작업중지’ 원칙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작업중지 발동 범위도 ‘해당 작업’과 ‘동일한 작업’으로 축소됐다.
게다가 노조 추천 전문가의 작업중지해제심의위원회 참여를 보장하라는 노동계 요구를 끝내 수용하지 않았다. 노동부는 당해 사업장과 이해관계가 없는 외부전문가가 중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오히려 일터의 위험요소와 문제를 가장 잘 알고 직접 체감하는 사업장 노동자 조직이 추천한 전문가가 참여해야 현장을 전방위로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끝내 노동자 참여는 삭제됐다.
2019 4월 월례토론은 ‘과로자살’ (가와히토 히로시 저, 김명희/노미애/다나카 신이치 옮김, 한울, 2019)의 역자인 시민건강연구소 김명희 선생님을 모시고 진행했습니다.
한국보다 먼저 과로자살이 사회 문제가 된 일본 사례를 보면서 한국에서 과로자살을 막거나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살펴봤습니다. 먼저, 과로자살 통계가 제대로 집계돼야 하겠고, 자살예방정책에서도 일터의 문제가 진지하게 다뤄져야 할 것입니다. 김명희 선생님은 무엇보다 노동자 운동, 사회운동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사람이 죽어도 벌금 몇백 만원만 내면 끝인데 삼성이 왜 돈과 노력을 들여서 안전한 노동환경을 만들겠습니까?”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가 반문했다. 황씨는 “권한이 있는 사람을 처벌해야 노동자를 죽이는 현실을 바꿀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산업재해와 재난참사로 자식을 잃은 유가족이 한자리에 모였다. 4·16가족협의회·특성화고현장실습 피해자가족모임·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김용균 재단(준)…. 피해자 유가족들은 “산재·재난참사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라”고 외쳤다.
유가족들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외친 까닭은 무엇일까. 2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연대·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여영국 정의당 의원·김종훈 민중당 의원이 ‘산재·재난참사 유가족이 기업책임 강화 법안발의 의원들과 함께하는 이야기 마당’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