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보건법이 28년 만에 전부개정됐다. 태안 화력발전소 비정규 노동자 김용균씨의 죽음을 계기로 한 큰 변화였다. 때문에 세부 내용을 규정하는 하위법령 개정안이 모든 일하는 사람을 위한 법으로 보완돼 나오길 바랐다. 하지만 지난달 22일 고용노동부가 입법예고한 하위법령 개정안 내용은 참담했다. 특히 작업중지 관련 부분은 우려가 크다.
정부가 지난 22일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의 하위법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김용균법에 김용균이 없다”는 우려부터 “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준다”는 정반대 비판도 나온다. 노·사·전문가들에게 입법예고안 평가를 들었다.
입법취지 살리지 못하고 뒷걸음질 류현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
원래 고용노동부는 최초 제출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에서 보호 대상을 ‘일하는 사람’으로 잡았다. 그게 사실 중요한 입법정신이고 입법취지다. 현대사회에서 고용형태가 급격하게 달라지고 있는데 그런 고용관계 복잡성과 특수성을 인정해 근로자가 아닌 일하는 사람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산업안전보건법을 만들겠다니 환영할 만했다. 이제까지 제대로 적용되고 보호받기 어려웠던 부분, 특히 위험한 노동이나 특수고용직 등을 포괄하기를 기대했다.
지난 연말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님의 죽음을 계기로, 3년전 구의역 김군의 죽음 등 우리 사회 곳곳에서 매년 3,000여명, 하루 7~8명이 산업재해로 죽어가고 있고, 특히 지난해 산재사망자중 40%가 하청비정규직노동자에 집중되고 있는 현실이, 사회적으로 커다란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 결과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면서 원청사용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28년만에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어, “김용균법” 이라 불리우며, 그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정부의 입법이나 정책들은 여전히 사업주에 편향되어 있고, 크게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2020년까지 산업재해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하면서, 한편으로는 탄력근로제 확대로 과로사를 조장하려 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22일 입법 예고된 4개의 “김용균법 하위법령 개정안”은 “도급승인 업종 한정, 건설기계 원청책임 기종 4개로 한정, 250만 특수고용노동자 산재보험 적용 9개 직종으로 한정, 후퇴한 작업중지명령 관련 조항” 등의 내용을 담고 있어, “원청사용자 책임강화” 라는 법 취지와 현행 규정보다 후퇴한 것으로, 위험의 외주화와 산재사망을 막을 수 없는 “빛 좋은 개살구”,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 이라 비판받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가 산업재해를 막기 위한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럽습니다.
2008년부터 10년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건 4만여건 중 구속된 경우는 단 9건으로 같은 기간 일반 사건의 구속 기소율 (1.6%)의 80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2016년 기준 산재사망사고와 관련해 법원이 사업주에게 선고한 평균 벌금액도 432만원에 불과하여, “사람 목숨값이 400만원이냐”고 유족들이 절규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기업들은 이제껏 제대로 처벌받지 않고 있습니다. 그 결과 기업들은 노동안전보건 시스템을 바꾸는 것보다는 훨씬 싸고 손쉬운 해결방식인 개인에게 보상하는 쪽으로 치우치고 있고, 산업재해에 대해 개인의 불운이나 과실, 기업 경제활동의 부수적 피해로 인식하는 생각을 크게 변화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는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은 “사고”라기 보다는 기업의 “구조적 살인”에 가깝습니다. 기업들이 죽음을 막으려 애쓰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산업재해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비용에서 안전으로” 인식을 전환해야 합니다. “개인의 불운이 아닌 기업 살인” 으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반복되는 죽음을 막기 위해서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을 제정하여, 사업주에게 산재사망에 대한 형사적인 책임을 무겁게 물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기업 경영의 우선순위에 산재예방이 포함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경기지역은 우리나라 최대의 인구와 공장들이 집중되어 있는 지역으로, 산업재해가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는 지역 중 하나입니다. 실제로 노동부 집계 통계자료를 보면 2018년 전국의 산재사망자수 중 경기도 산재사망자수는 24.9%로 전체의 1/4을 차지하고 있고, 특히 경기북부권과 수원권의 산재사망이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따라서 주무기관인 관할 고용노동지청 및 해당 자치단체들의 보다 적극적인 산재예방 지도 및 처벌 등 사후 관리 활동을 강화해야 합니다.
산업재해에 대한 지역 시민사회의 감시활동과 사회여론화 활동도 매우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를 위한 첫 활동으로 우리는, 2019년 경기지역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1위에 KCC 여주공장, 2위에 삼성전자 기흥공장, 3위에 에이치오건설”을 선정하고, 그 중 “(주) KCC (여주공장) 에게 ‘경기지역 최악의 살인기업상’을, 서울반도체 (주) 에게 ‘경기지역 최악의 살인기업 특별상’을 시상” 하기로 결정하였고, 올해를 시작으로 매년 “경기지역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 활동을 진행해 나갈 것입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산업재해 및 안전보건, 산재사망의 심각성을 지역사회에 널리 알리고,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권 확보를 위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와 반복되는 산재사망에 대해 규탄하고, 정부의 산재사망 대책마련을 촉구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진행해 나갈 것입니다.
◦ 2006년부터 전국적인 차원에서 “살인기업 선정”을 통해, 산재사망에 대한 전 사회적인 여론화 활동을 진행하고 있으나, 선정대상이 주로 “대규모 사업장의 대형사건 중심” 으로 선정될 수밖에 없음. 따라서 중소기업과 공단, 노동자들이 밀집되어 있는 지역의 현실을 반영하여 경기지역 독자적인 살인기업 선정이 필요함.
◦ 시민들의 관심이 증대되고 있는 산업재해 및 안전, 산재사망의 심각성을 알리고,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권 확보를 위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와 정부의 산재사망 대책마련을 촉구함.
◦ 살인기업 선정을 통한 해당 사업장의 노동안전보건 환경개선을 요구하고, 반복되는 산재사망에 대해 규탄하고자 함.
2. 선정 기준
◦ 규모성 (합산 사망자수: 총25점)
◦ 다발성 (사망사고 건수: 총25점)
◦ 반복성 (동일 유형 산재의 반복: 총25점)
◦ 사회성 (총25점)
– 사망사고의 심각성에 대한 대중적 인식 정도
– 회의 참석자들의 주관적 판단
3. 선정 대상
◦ 경기도내 소재 기업
◦ 산재사망사고를 대상으로
◦ 기간: 2018년 1월 1일 ~ 2018년 12월 31일
4. 선정 종류
◦ 순위 발표: 3개 기업 (총점 1위 ~ 3위)
◦ 시상: 경기지역 최악의 살인기업상 (1개)
경기지역 최악의 살인기업특별상 (1~2개)
5. 선정 심사
[선정대상]
◦ 노동부 산재사망 통계자료 (한정애 국회의원에게 제출)와 언론에 보도된 산재사망사건 자료
– 212개 (노동부) + 21개 (언론보도) = 233개 사업장
– 216명 (노동부) + 24명 (언론보도) = 240명 사망 (이주노동자 6명)
[심사 채점표]
기업명
선정기준
규모성
다발성
반복성
사회성
총점
(100점)
1위
(25점)
2위
(15점)
3위
(5점)
1위
(25점)
2위
(15점)
3위
(5점)
1위
(25점)
2위
(15점)
3위
(5점)
1위
(25점)
2위
(15점)
3위
(5점)
KCC여주공장
◦(2명)
◦(2건)
◦(1회)
◦
100
삼성전자 기흥공장
◦(2명)
◦(1건)
◦(1회)
◦
90
00건설
◦(2명)
◦(1건)
◦(1회)
◦
70
00건설
◦(2명)
◦(1건)
◦(1회)
◦
70
에이치오건설
◦(2명)
◦(2건)
◦(1회)
◦
80
[선정결과]
◦ 순위는 3위까지 발표함
– 1위: KCC 여주공장 / 2위: 삼성전자 기흥공장 / 3위: 에이치오건설
◦ 경기지역 최악의 살인기업상: (주) KCC (여주공장)
=> 근거: 전체 심사 대상 기업 중 사망자 2명, 사망 사고 2건으로 1위를 차지하였고, 반복성에서는 1, 2, 3위 기업 모두 같았지만, 올해 2월에도 동일유형의 산재사망자가 반복되는 점 등을 고려하여 선정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사회성에서 1위를 차지하여, 최악의 살인기업상 수상 기업으로 선정함.
◦ 경기지역 최악의 살인기업 특별상: 서울반도체 (주)
=> 근거: 악성림프종으로 투병 중 사망한 고 이가영님에 대한 산재인정 취소 소송을 하고 또한 관련 노조 집회에 대해 명예회손 이라는 공문을 보내는 사측의 치졸한 행태를 보임에 따라, 최악의 살인기업 특별상 수상 기업으로 선정함.
경기도가 이주노동자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경기도는 2019년 4월 23일~24일에 법무부와 고용노동부와 합동으로 건설현장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벌였다. 취업이 가능한 H2(방문취업) 비자를 소지한 외국인을 고용허가를 받지 않고 고용했다는 이유로 사업주가 단속됐다. 이번 합동점검은 ‘외국인 불법고용 근절 등 공정한 건설 노동시장 질서를 확립하라’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경기도는 올해 1월 이런 내용을 담은 ‘공공부문 공사장 외국인 불법취업 방지대책’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경기도는 올해 초부터 미등록 이주 노동자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2019년 1월 31일 ‘생활적폐 청산·공정경기 특별위원회’ 회의에서 공공부문 건설현장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기 위해 지방공무원까지 이주노동자 단속을 하도록 하고, 시군의 도비보조사업으로 진행되는 건설 현장까지 단속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이를 추진하기 위해 민주노총 건설노조와 한국노총 건설산업노조와 수시로 협력하겠다고도 밝혔다.
경기도는 이번 합동 단속을 자랑이라도 하듯이 “불법체류 외국인들의 건설노동시장 장악으로, 내국인 건설노동자들의 일자리 잠식은 물론, 임금수준 하락, 공사품질 저하 등의 우려가 있다”면서 “단속을 지속해 도민 일자리를 보호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도민 일자리를 위협하는 것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아니다. 건설경기 침체로 건설현장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내국인과 이주노동자 모두 고용 감소로 고통 받고 있다. 경기도가 이런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해결하려면, 건설현장에서 일자리를 확대하고, 실업 상태의 건설노동자들을 지원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경기도는 건설현장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강화해 오히려 노동자들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대책을 내놓고 있다. 경기도는 내국인 고용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주노동자 단속 강화로는 고용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건설사들은 이주노동자들에게 저임금 장시간 고강도 노동을 강요함으로써 이익을 거두어가고 있다. 단속 강화는 이주노동자들이 기업들의 부당한 강요에 항의하기 더 어렵게 만들 것이고, 이는 오히려 전체 건설노동자의 노동조건 하락으로 이어져 기업이 고용을 더 줄이도록 하는 결과를 낳을 공산이 크다. 지금도 건설현장에서는 매일 2명꼴로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는다. 공사기한을 맞춰야 한다는 이유로 노동강도를 높이도록 채찍질하면서도 안전에 대한 비용은 지출을 꺼리는 기업들의 책임이다. 건설현장에 만연한 불법 다단계 하도급은 건설노동자들에게 고되고 위험한 노동을 강요하는 적폐 중에 적폐다. 경기도가 진정으로 건설노동자의 고용불안을 완화하고자 한다면, 불법 다단계 하도급을 척결하고, 안전을 담보 할 수 있도록 적정한 노동조건이 보장되도록 관리감독 해야 한다. 이주노동자 단속이 아니라 주52시간, 최저임금, 주휴수당과 같이 법으로 보장된 최소한의 노동조건마저 지키지 않는 기업주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 산업안전법 위반 관리감독도 강화해야 한다. 건설노동자가 실업 상태에 놓여있을 때 지원하는 대책도 필요하다. 경기도의 방침에 민주노총 건설노동조합은 협조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밝혔고, 미등록 이주민의 단속이 아니라 불법하도급을 근절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문재인 정부는 건설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하고 이를 지키지 않았다. 또한 건설노동자의 실업에 대한 어떠한 지원도 해 준 것이 없다. 유일하게 한 것은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강화한 것이지만, 건설현장의 일자리는 계속 줄어들고 있고 일자리 경쟁도 날로 심해지고 있다. 이재명 시장도 문재인 정부처럼 건설노동자의 일부를 공격하는 것이 진정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민주노총을 비롯해서 많은 이주단체들이 고용허가제의 폐해를 지적하며, 폐지를 주장하는 데, 경기도는 오히려 잘못된 제도를 적용해서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강화 하겠다고 한다. 민주당 주류와 달리 노동자.서민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세간의 평을 받아온 이재명 도지사마저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답습하는 것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다시금 강조하건데, 건설현장의 진정한 적폐는 불법 다단계 하도급, 근로기준법 미적용, 산재 위험 등이다. 경기도가 이런 문제를 제대로 관리감독하는 것이 ‘공정경기’라는 구호에 걸맞는 것이다. 불법 다단계 하도급 철폐, 산안법 감독 등으로 노동 강도가 낮아지면 그만큼 일지라기 늘어나는 효과도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형사죄를 저지른 범죄자가 아니므로 이주노동자를 “불법”으로 규정해 편견을 조장하지 말아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경기도는 이주노동자를 범죄자 취급하는 단속강화 정책을 즉각 중단하기 바란다.
경기도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강화를 중단하라! 경기도는 건설노동자의 건설현장의 안전을 강화하라! 경기도는 건설현장의 노동강도를 낮춰 일자리를 늘려라! 경기도는 실업상태인 건설노동자의 지원제도를 만들라! 경기도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이 아닌 불법다단계 하도급 단속에 힘을 쏟아라!
2019년 4월 26일 ■ ‘단속추방반대! 노동비자쟁취!’ 경기지역 이주노동자 공동대책위원회 노동당 수원오산화성당원협의회, 노동자연대 경기지회, 녹색당 경기도당, 다산인권센터,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사회변혁노동자당 경기도당, 수원이주민센터, 아시아의 친구들, 오산이주노동자센터, 이주노조, 지구인의 정류장,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화성이주노동자쉼터(이상 13개 단체)
노동자의 죽음이 빗발치는데도 불구하고 정부와 기업은 모르는 척 애써 눈 감고 있다. 안전해야할 사회 곳곳의 일터에서 하루 7-8명의 노동자가 죽는다. 그 중 많은 수는 쉽게 예방할 수 있는 떨어짐, 끼임, 넘어짐으로 인한 사망이다. 대한민국의 노동자는 국가의 무책임함 속에서 죽어간다. 432만원, 2016년 산재 사망사고와 관련해 법원이 사업주에게 내린 평균 벌금이다. 대한민국 기업은 사법부에게 432만원을 지불하고 얻은 면죄부를 가지고 안전을 이윤과 맞바꾸며 위험의 외주화라는 끔찍한 저주를 사회와 노동자에게 퍼트리고 있다. 한 해 2400명의 노동자가 사망하지만 10년간 10명의 사업주도 구속되지 않은 대한민국의 ‘노동자 사망 면죄부’ 언제까지 두고 볼 것인가.
우리는 2016년 구의역 김군을 보내며 이렇게 외쳤다. “너의 잘못이 아니야”, “그의 죽음은 불의의 사고 아닙니다” 김군, 더 나아가 일터에서 사망한 노동자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432만원의 면죄부로 노동자를 죽이는 것은 바로 기업과 정부다. 기업과 정부의 책임은 지금의 법과 제도에서 돈 몇 푼 내는 것으로 면해지고 있다. 마땅히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함에도 기업은 ‘안전’이 원칙으로 박혀 있어야 할 사업장에 ‘이윤’이라는 탐욕을 박아놓고 어떠한 행위도 하고 있지 않다. 기업이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살인,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이것이 우리나라 산재사망의 핵심이자 본질이다. 우리가 노동자의 죽음을 사고가 아니라 ‘기업살인’이라 칭하는 까닭이다.
우리에게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필요하다. 2015년부터 17년까지 13명의 노동자를 죽이고도 올해 10명의 하청노동자를 죽인 포스코 건설. 최악의 살인기업인 포스코 건설을 단죄해야 하지만 작년에 통과된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으로도 그들을 단죄하기에는 부족하다. 포스코 건설 뿐만 아니라 5년간 하청노동자만을 ‘골라’ 사망하게 만든 발전5사, 더 나아가 우리나라의 살인기업을 단죄하기에 지금의 법과 제도는 턱없이 부족하다.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으로 원청 책임 강화와 사업주 책임을 강화한다고 이야기했지만 사업주 처벌을 1년 이상으로 하는 하한형 조항은 끝내 사라져버렸다. 정부의 엄한 책임자 처벌이라는 이야기는 공염불에 그친 것이다. 우리는 쥐뿔만한 벌금이 아니라 경영의 최고책임자인 대표이사와 원청 대기업의 엄한 처벌을 원한다. 대표이사가 처벌받고, 기업이 상상 이상의 벌금을 받아야 기업은 노동자 죽음의 무거움을 인지하고 안전을 위한 활동을 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영국에서 시행된 기업살인법을 통해 그 교훈을 깨달았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없는 지금의 이 상황은 이윤이 있는 곳에 책임이 있다는 간단한 이치조차 지킬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이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으로 정부가 기업에게 준 죽음의 면죄부를 끊어내고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일하다 사망한 노동자를 위한 최소한의 애도의 조건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우리들만 주장하는 뜬 구름 잡는 소리가 아니다. 국회에는 고 노회찬 의원과 몇몇 국회의원이 발의한 관련 법안이 발의되어 있다. 하지만 그 법들은 제대로 된 법안 심사조차 받고 있지 못하다. 법과 제도를 갖추는 노력조차 없는 정부와 국회, 위험의 외주화로 책임을 떠넘기는 기업으로 인해 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한 제대로 된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 없는 대한민국에서 정부, 국회 그리고 기업은 노동자의 죽음을 애도할 자격조차 없다. 노동자 죽음이 기사조차 나오지 않거나 한낱 사회면 단신기사로 그치고 마는 ‘노동자의 조용한 죽음’을 끊어내고, 유가족과 그 동료들이 슬픔을 안고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을 외쳐야하는 이 지독한 현실을 바꾸는 것은 무엇으로 가능한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으로 제대로 된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이 가능할 때 유가족과 동료들은 자신의 부모, 자식, 동료를 제대로 애도하고, 떠나보낼 수 있을 것이다. 국회와 정부는 이 간절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우리가 함께 모인 4월 28일은 세계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이자 서부발전 태안발전소에서 사망한 노동자 김용균의 추모조형물 건립이 있는 날이다. 우리는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 죽음의 슬픔을 함께하고, 그들을 애도하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조속한 제정을 외친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금 발의되어 있는 관련 법안을 조속히 심사하는 것만으로도 가능한 일이다. 국회와 정부 그리고 기업이 책임 떠넘기는 사이, 또 다른 노동자와 유가족, 동료들의 아픔은 더욱 커져만 갈 것이다. 다시 한 번 외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으로 일하다 죽는 노동자가 없는 사회를 만들고, 우리를 떠나간 수많은 산재사망 노동자를 애도하자”
2019년 4월 28일
중재대해기업처벌법 제정연대, 故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2019년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에, 청년노동자 김용균의 추모비가 그의 묘소에 세워졌습니다. 추모비 제막식과 함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도 가졌습니다.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일터, 누구나 안전하게 일하는 일터를 만들어 나가며, 항상 기억하겠습니다.
정부가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의 하위법령을 입법예고했다. 노동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 밑바닥에서 일하며 사망사고를 가장 많이 당하는 건설현장 노동자들도 그렇다. 건설노동자들이 왜 문제를 제기하는지 3회에 걸쳐 이유를 설명한다.<편집자>
전부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76조는 건설공사도급인(원청)에게 “자신의 사업장에서 타워크레인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계ㆍ기구 또는 설비 등이 설치돼 있거나 작동하고 있는 경우 필요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건설기계의 계약형태가 아닌 위험성을 기준으로 건설공사 도급인(원청)에게 건설기계에 대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문제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67조에서 해당 기계·기구를 타워크레인, 건설용 리프트, 항타기, 항발기로 협소하게 제한했다는 것이다. 이는 설치·해체가 필요한 기계·기구에만 원청 책임을 부여한 것이다. ‘작동하고 있는’ 건설기계에도 안전보건조치를 규정하고 있는 해당 법조항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내용이다. 중요한 것은 실제 대부분 건설기계에 의한 사망사고가 덤프·굴착기·크레인·지게차 등 ‘작동하고 있는’ 건설기계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노동부 역시 같은 진단을 하고 5대 건설기계를 중심으로 건설기계 사망사고 예방활동을 전개한 것 아니었나.
도급인의 책임성 강화를 위해 개정 시행령(안)은 건설업 안전관리자 선임기준을 확대했을 뿐이다. 노동계는 ‘도급인이 지배·관리하는 장소’ 개념을 도입해 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확대하고자 했으나 역시 관철되지 않았다. 에어컨 설치·수리와 케이블 통신 설치·수리, 건물 외벽 도색 및 청소작업 등 현행법상 22개 위험장소 명시로 해결되지 않았던 각종 하도급 사업은 여전히 안전 사각지대에 놓이게 됐다.
포스코건설이 ‘2019 최악의 살인기업’ 1위에 선정됐다. 지난해 10명의 노동자가 현장 업무 중 목숨을 잃었는데, 전원 하청노동자였다.
<매일노동뉴스>와 민주노총·노동건강연대로 구성된 ‘산재사망대책 마련을 위한 공동캠페인단’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여영국 정의당 의원이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포스코사거리 포스코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고용노동부 중대재해 발생보고 통계’를 근거로 선정한 ‘최악의 살인기업’ 명단을 발표했다.
포스코에 이어 노동자 9명이 숨진 세일전자가 2위를 차지했고, 노동자 5명이 사망한 포스코·대림산업·㈜한화가 공동 3위에 이름을 올렸다. CJ대한통운·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두영건설은 노동자 4명이 목숨을 잃어 공동 6위에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