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운동가 고 이훈구 동지 1주기에 함께 해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 전합니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살아가고 행동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 충남노동건강인권센터 새움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한노보연

폐암, 산업재해 인정 벌써 3번째, 계속되는 직업암 산재신청
경기도교육청은 급식실 조리환경, 조리과정 즉각 개선하라!
8월 9일(월) 한분의 급식실노동자가 폐암으로 산업재해를 인정받았습니다. 2월 수원, 6월 충북에 이어 전국에서 3번째입니다. 경기도 광명시의 모 중학교 급식실에서 18년간 근무하던중 폐암4기로 발견되어 퇴직하고, 수술도 어려워 약물과 방사선치료를 하고 계십니다. 이어서 8월 30일(월) 두분의 노동자가 또 폐암으로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나란히 산업재해로 인정받았습니다. 이번에는 성남과 안양입니다. 산업재해 신청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교육가족 여러분, 경기도민 여러분!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는 4월 27일(화) 급식조리노동자의 폐암과 백혈병이 집단적으로 발병하고 있는 학교급식실의 현실을 드러내고 사업주인 경기도교육청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하였습니다. 근본대책을 세울 것을 요구했습니다.
5~6월에는 ‘노동자가 직접한다!’ 급식실 조리환경 실태조사와 환경개선 및 조리과정 개선 촉구 서명운동도 진행하여, 아직도 지하급식실이 있음을, 반지하, 시설이 낡은 급식실 등 열악한 조리환경을 다시한번 확인하였습니다.
지난 2월 폐암으로 사망하신 급식실노동자 최초의 산업재해 인정 이후, 경기도교육청 산업안전보건위원회는 노동조합, 경기도교육청, 전문가가 모두 참여하여 경기지역 8개학교의 급식실에 대해 공기질 측정을 하였습니다. 측정하고 보니, 8개중 7개 학교의 조리과정에서 포름알데히드라는 발암물질이 기준치 이상으로 나왔습니다.
지금 전세계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똑같은 뉴스를 듣고 있습니다. 바로 밤12시에 집계한 그 나라의 코로나19 확진자수입니다. 코로나19가 유행한 후 각 나라와 전세계는 어떻게 대처했습니까?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를 하고, 선별 진료소를 세우고, 치료병동을 마련하고, 전문인력과 치료제와 백신, 단계별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질병관리청과 중앙재난안전본부의 지휘아래 조직적, 체계적으로 대응했습니다. 지금 코로나19는 1년 6개월전보다 훨씬 두렵지 않습니다. 원인을 알고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매우 부족하지만 코로나19로 피해를 입는 사람들에게 재정적 지원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교육가족 여러분, 경기도민 여러분!
폐암과 백혈병이 감기같이 흔한 질병도 아닌데, 코로나19 확진자수 통보받듯이, 노동조합으로 전화가 오고 있습니다. ‘언제 폐암으로 진단받았어요.’, ‘백혈병으로 2년전에 확정되었어요. 산재가 될 수 있을까요?’
급식조리노동자의 폐암과 백혈병 같은 직업암 발생의 원인이 무었입니까? 급식조리노동자가 매일 같이 하는 부침, 튀김, 볶음, 구이를 할 경우, 고온에서 기름이 타면서 포름알데히드와 같은 발암물질이 붙은 초미세먼지, 즉 조리흄이 폐 깊숙이 세포까지 들어가서 착 달라붙어 암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닙니까? 폐암과 백혈병에 걸린 급식실 노동자가 이렇게 많은데 무슨 증거가 더 필요합니까!
경기도교육청은 사용주로서, 경기교육의 책임자로서 더 이상 주저하거나, 시간끌지 말고 폐암과 백혈병을 만드는 학교급식실 조리환경과 조리과정을 개선하는데 적극 나서야 합니다. 시간을 끌면 직무유기일 뿐만 아니라, 암발생을 방조하는 중대한 범죄입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는 폐암, 백혈병 등의 직업성 암을 발생시키는 열악한 학교급식 조리환경 및 조리과정의 근본적 개선에 경기도교육청이 적극 나설 것을 아래와 같이 요구합니다.
하나, 경기도교육청, 노동조합, 전문가 참여하는 ‘학교 급식실 산재 연구 및 개선 협의회’ 즉각 구성하라!
하나, 지하, 반지회, 시설노후 급식실 환경 즉각 개선하라!
하나, 현직, 퇴직 포함 모든 급식실노동자 직업암 조사 즉각 실시하라!
하나, 부침, 튀김, 볶음, 구이 최소화, 발암물질 없는 조리과정 마련하라!
2021년 9월 7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
○ 일시 : 2021년 9월 7일(화) 09시
○ 장소 :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 주최 :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
▣ 기자회견 순서 ▣
사회: 박정호 조직국장
○ 기자회견 취지 발언: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 이현숙 수석부지부장(조리사)
○ 규탄 발언: 양선희 노동안전위원장(조리사, 경기도교육청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노동자위원)
○ 현장 발언: 안양 부림초 산업재해자(폐암4기, 조리실무사, 퇴직) 편지 대독
○ 연대 발언: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손진우 상임활동가
○ 기자회견문 낭독: 경기도교육청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노동자위원 탁영은(조리실무사)

<<사진 공모전>>
여성,
일터,
화장실
: 결코 사소하지 않은 우리의 기록
여성이어서 노동자여서 혹은 여성 노동자여서, 화장실을 사용하기에 어려웠던 적은 없나요? 당신이 일하며 화장실을 사용할 때마다 느꼈던, 경험했던 문제가 궁금합니다. 혹시 “불편하긴 한데, 좀 사소해서…”라는 고민이 든다면, 망설이지 말고 당신의 불편을 나눠주세요. 그 불편함은 전혀 사소한 게 아니니까요.
너무나 사소한 것으로, 때로는 혼자만의 이야기로만 남겨졌던 우리의 고민과 경험을 모아 기록으로 남기고자 합니다. 어쩌면 우리의 화장실을 바꿔 나갈 첫걸음이 될지도 모르죠. 그러니 그대, 우리의 기록자가 되어주세요. 여러분의 사진을 모아 ‘사진전’을 개최합니다.
■ 공모 내용
▪ 아래 내용이 담긴 사진과 사례
– 여성 노동자의 화장실 이용을 어렵게 하는 노동환경과 근무 조건을 드러내는 장면
– 여성 노동자가 이용하는 문제적인 화장실 환경과 실태
– 차별과 배제 없이, 모두가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긍정적으로 개선된 화장실
※ 사진은 2매 이내, 사진 설명 또는 사례는 A4 반쪽 이내
※ 응모한 사진은 추후 사진전, 영상, 부대행사, 연구소 자료 등에 활용됩니다. 사진전 전시와 관련 없이 추후 사진 활용이 발생할 경우 응모자에게 주최 측인 연구소에서 사전에 연락 및 협의할 예정입니다.
※ 사진전에 활용될 예정이니 가능한 고화질의 사진으로 제출해주시기 바랍니다.
■ 공모 대상
일터의 화장실 문제와 경험을 기록하고자 하는 여성 노동자
■ 접수 일정
– 접수 : 2021년 9월 1일(수)~26일(일) 자정 도착 분까지
※ 연구소 일정에 의한 상기 일정 변동 가능
■ 접수 방법
– 연구소 홈페이지 공고문 참조 하여 지원서(첨부된 한글 파일 양식 또는 온라인 지원서 중 선택하여 지원서 접수), 사진 파일(사진은 개별 파일)을 이메일로 접수
– 온라인 지원서 (하단 링크 클릭)
사진 공모전 <여성, 일터, 화장실> 지원서
여성, 일터, 화장실 : 결코 사소하지 않은 우리의 기록 여성이어서 노동자여서 혹은 여성 노동자여서, 화장실을 사용하기에 어려웠던 적은 없나요? 당신이 일하며 화장실을 사용할 때마다 느꼈
docs.google.com
(연구소 대표 메일 주소 kilshlabor@gmail.com)
* 다른 방법의 접수가 필요하실 연구소로 문의
■ 응모 선물
선착순 50명에 편의점 5천 원 모바일 쿠폰 증정
■ 사진전 및 부대행사 개최
– 접수된 사진 중 선정된 사진은 서울시 NPO지원센터에서 지원하는 전시 기획사업의 일환으로 사진전 개최
– 사진전은 10월 11일(월)~29일(금)까지 3주간 오프라인 또는 온라인으로 진행
– 10월 13일(수) 19시 여성 노동자 일터 화장실 문제를 나누는 행사 개최
– 세부 사항 추후 공지
■ 유의 사항
– 사생활을 침범하거나 혐오‧차별적일 수 있는 장면이 담긴 사진은 게시하지 않음
– 공모된 사진 중 전시 취지에 맞는 사진을 선정하여 게시 대상으로 게시 함
– 응모는 하였으나 전시 대상으로 선정되지 않은 사진에 대해선 주최 측인 연구소에서 3개월 이내 폐기함
■ 문의 사항
이메일 kilshlabor@gmail.com, 직통 ☎ 02-324-8633
■ 주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http://www.kilsh.or.kr
* 이 사업은 서울시NPO지원센터의 “2021 NPO기획전시 지원사업”으로 진행합니다.
[첨부 파일]
1. [양식] 여성노동화장실 사진공모전 지원서_2021
2. [가이드] 여성노동화장실 사진공모전 지원 가이드_2021
3. [공고문] 여성노동화장실 사진 공모전 안내_2021

<여성노동건강권 월례토론회>
동일 노동, 동일 임금
: 평등한 일터의 재구성을 위한 의미와 과제
* 발제: 황수옥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 일시: 2021년 9월 15일 (수) 저녁7시
* 장소: 온라인 (줌, ZOOM)
* 신청 http://bit.ly/여성노동건강권월례토론회신청
* 문의: kilshlabor@gmail.com, 02-324-8633
여성노동건강권 ‘월례토론회’ 참여 신청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이하 한노보연)는 노동자 건강권 쟁취를 위해 활동하는 사회운동단체입니다. 노동안전보건 문제에 관심 있는 노동조합 활동가, 의료인, 법률인, 연구자, 시민사회단체
docs.google.com
무게를 넘어 고려해야 할 것들
정지윤 회원,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인력에 의한 중량물 취급의 주요형태에는 크게 중량물의 들기와 내리기, 밀기와 끌기, 들고 가기, 던지기 등이 있다. 해당 작업은 취급 자세에 따라 목·어깨·팔목 등 다양한 근골격계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데, 특히 큰 영향을 받는 부위는 요추를 포함한 허리다. 허리는 중량물 취급과정에서 힘을 발휘해야 하고, 보행 시는 물론 앉은 자세에서도 신체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스트레스를 견뎌야 한다. 중량물 취급은 허리에 압력과 긴장 상태를 유발하는 활동이며, 흔히 ‘kg’으로 표현되는 물체의 하중뿐 아니라 물체의 크기·형태도 노동자의 허리에 가해지는 압력과 긴장 상태의 정도를 다르게 만든다. 물체가 너무 크면 작업자의 몸에 최대한 가깝게 유지하기가 어려워 더 많은 힘을 사용하게 되고, 무게중심을 알기 어려운 형태라면 어떤 지점에서 쥐어야 가장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는지 알기 어려워 더 많은 힘을 사용하게 된다. 안정적으로 물체를 고정해 쥘 수 있는 손잡이가 없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작업자가 다루는 무게만으로 중량물 취급작업의 고됨과 이로 인한 건강 영향을 설명할 수는 없다. 작업의 빈도, 동작의 높이와 거리 역시 고려돼야 한다. 노동자를 둘러싼 환경적인 요인도 작업의 강도를 높일 수 있다. 온도나 습도가 높거나 산소가 부족한 조건, 바닥이 미끄러운 곳, 진동이 있는 곳에서 작업자가 경험하는 노동의 강도와 허리에 가해지는 부담은 더욱 커진다. 중량물 작업 자체가 갖는 특성과 환경요인이 복합적으로 취급작업의 강도를 결정하는 것이다.
노동자의 조건에 따른 중량물 취급 부담
노동자의 신체조건에 따라서는 어떨까? 당연하게 노동자의 나이·성별·몸무게·에너지대사능력·근력·훈련 정도에 따라 작업에 의한 신체부담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인력에 의한 중량물 취급 가이드라인을 정할 때 흔히 이용하는 방법은 성별, 나이 등 노동자의 개괄적 조건에 따라 안전한 상한선을 일정 무게로 제시하는 것이다. 작업자세나 작업빈도, 환경요건은 반영할 수 없지만, 개괄적 조건은 범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에 ILO·일본·독일·한국에서 해당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국내의 인력 운반작업과 관련된 인력 운반 중량 권장기준은 다음과 같이 제시된다.
| 작업 형태 | 성별 | 연령별 허용 권장기준(kg) | |||
| 18세 이하 | 19~35세 | 36~50세 | 51세 이상 | ||
| 임시작업 (시간당 2회 이상) |
남 | 25 | 30 | 27 | 25 |
| 여 | 17 | 20 | 17 | 15 | |
| 계속작업 (시간당 3회 이상) |
남 | 12 | 15 | 13 | 10 |
| 여 | 8 | 10 | 8 | 5 | |
해당 기준은 일본 후생노동성 재해의학 연구소의 기준을 빌려온 것이며, 연령과 국내 노동자의 중량물 취급기준을 세우려는 연구가 있었으나 아직 법적·기술적 권장사항으로써 효력을 갖는 단일 기준은 정립돼 있지 않다.
작업자의 체중을 고려한 하중지침은 직업성 요통예방을 위한 작업관리지침(KOSHA CODE H-5-1998)에서 제시되는데, “사업주는 근로자가 항상 수작업으로 물건을 취급하는 경우에는 동 물건의 중량이 남자 근로자인 경우 체중의 40% 이하, 여자근로자인 경우 체중의 24% 이하가 되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중량물의 폭은 일반적으로 75cm이상 되지 않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한다. 작업에 임하는 노동자 특성·작업 특성·취급 하중·환경을 종합한 지침은 국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여성노동자의 중량물 취급과 요추 부담
54세 여성 장애인활동보조사(이하 활동보조사) A 씨는 지난 6년간 남성 시각장애인의 활동보조사로 일해왔다. A 씨가 담당하는 고객은 목·허리 추간판탈출증으로 세 차례 수술을 받은 상태로, 보행 시 A 씨에게 본인의 체중을 실어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 A 씨는 고객이 병원에 갈 때나 장을 볼 때, 노래 교실에 갈 때도 함께한다. 150cm에 51kg인 A 씨는 하루 6시간의 근무시간 중 2시간은 170cm에 75kg인 고객이 이동할 때의 하중을 견디고, 4시간은 고객의 식사를 보조하거나 집을 청소하며 보냈다. 어느 날 목과 허리의 통증으로 병원에 내원했고 경추염좌, 요추의 추간판탈출증을 진단받게 돼,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고자 산재를 신청했다.
요추 근골격계질환의 업무관련성요인에 대한 역학적 연구에서는 과도한 중량물 들기와 옮기기, 허리의 굽힘과 비틀기(불편한 자세), 전신 진동을 잠재적 위험인자로 다룬다. 이때 ‘과도한 중량물 들기와 옮기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해석의 여지가 있다. 국내에서 업무상 ‘과도한 중량물’ 기준은 무엇일까?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사업주는 노동자에게 건강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에 대해 예방적인 조치를 해야 하는데(제39조 보건조치), 유해요인 중 하나가 근골격계 부담작업이다. ‘근골격계 부담작업’은 다시 고용노동부 고시에서 11개의 구체적인 작업으로 정의되는데, 그중 취급 하중을 언급한 조항 5개 중 상지의 위험작업에 제한된 조항(손가락·손 언급)을 제외하면 다음 세 조항이 남는다. ①하루에 10회 이상 25kg 이상의 물체를 드는 작업 ②하루에 25회 이상 10kg 이상의 물체를 무릎 아래에서 들거나 어깨 위에서 들거나 팔을 뻗은 상태에서 드는 작업 ③하루에 총 2시간 이상, 분당 2회 이상 4.5kg 이상의 물체를 드는 작업
사례 속 A 씨의 경우 활동보조사로서 고객을 부축하는 업무를 하지만, 이것이 ‘들기나 옮기기’ 작업으로 볼 수 있을까? A 씨의 일일 취급 총중량은 어떻게 계산되는 것일까? A 씨는 자신보다 20cm가량 큰 고객이 체중을 실어 이동할 때 버티기 위해 요추의 전방굴곡을 최소한으로 유지하고, 약 10°가량의 측방굴곡상태를 유지했다.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활동보조사의 이 정도 굴곡이 추간판탈출을 일으킬 만큼의 부담요인으로 고려될 수 있을까? A 씨의 상병과 활동보조사로서 업무와의 인과성을 판단하기에 모호한 부분은 비단 A 씨에게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돌봄노동의 경우 중량물 관점에서의 부담을 단순 들어 올리기 하중으로 계산하기 어렵고, 사람을 중량물로써 다루기 때문에 작업위치가 작업자에게 부담을 많이 주는 방향으로 작동하곤 한다. 돌봄이 필요한 고객의 건강상태는 그 무게중심을 알기 어렵고, 어떤 지점에서 개입해야 가장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 역시 어렵다. 또한 안정적으로 고정해 쥘 수 있는 손잡이도 없다. 여기에 돌봄노동자의 요인 또한 녹록치 않다. 폐경 이후 골감소증을 겪으며, 상대적으로 근육량이 적은 여성의 몸은 근골격계 부담작업이 질병으로 이어지기 쉬운 요인을 갖고 있다. 이전까지는 본인의 가정에서 집안일을 해온, 업무경력이 단속적인, 고용보험 없이 일하면서 발생한 요추통증으로 수차례 진료를 받아온 중장년여성이 일하면서 요추통증의 악화를 겪고 질병을 진단 받는다.
업무상의 근골격계 부담을 증명하기 어려운 작업과 취약한 몸을 가진 노동자의 특성이 만나는 상황은 돌봄노동–중장년 여성노동자에게만 국한되는 것도 아니다. 학업과 업무를 병행하는 저체중의 여성 카페종업원이나 근속연수가 짧은 여성 보건의료인 등 업무로 인한 노동자의 신체부담을 정량화할 때 그가 다루는 물체의 하중은 가장 객관적인 자료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대로 고려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와 재해 사이 인과관계의 상당인과관계는 평균값이 아닌 해당 노동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여성노동자가 수행하는 작업의 특성·환경·노동자 특성(성별·나이·체중·병력 등)에 따라 업무상의 신체 부담을 달리 평가할 수 있는 잣대가 필요하다.
일터 괴롭힘 관련 첫 징역형 선고
임혜인 노무사
지난 4월, 일터 괴롭힘 피해자에 대해 불리한 처우를 한 사용자에게 징역형을 선고하는 1심 판결이 있었다. 집행유예라는 아쉬움이 있지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여 형사 처벌을 결정한 첫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괴롭힘으로 범벅된 일터
이 사건 사용자는 충북 음성군에 있는 병원으로부터 구내식당 운영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사업주다. 해당 사업장은 30명의 노동자가 함께 근무하는 일터이다. 피해 노동자는 이 작은 규모의 일터에서 벌어진 괴롭힘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가해자는 피해 노동자에게 입사 신고식을 해야 하니 회식비를 내라고 강요하였고, 본인이 부업으로 팔고 있는 화장품을 강매시켰다. 피해 노동자가 이에 반발하거나 그 밖의 요구 사항을 따르지 않으면 피해 노동자가 임금을 적게 받도록 근무표를 불리하게 배치하였고 욕설과 폭언도 서슴지 않았다.
피해 노동자는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며, 회사 본사까지 찾아가 관리이사에게 그 해결을 요구하였다. 회사는 피해 노동자의 신고 사실을 바탕으로 직장 내 금전거래 금지를 골자로 한 교육을 실시하는 등 형식적인 해결을 도모하는 한편, 어떤 이유에서인지 피해 노동자에 대한 가해자의 괴롭힘은 더욱 심각해졌다. 판결문에 명시된 바에 따르면, 가해자는 피해 노동자에게 “벼락 맞아라. 자식도”, “차에 갈려서 박살 나라”, “눈알들이 다 빠져라” 등의 상스러운 언사로 괴롭힘을 자행하였으며, 사직서 제출을 종용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피해 노동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끼친 가해자의 심각한 언동에 회사의 조치는 단지 ‘부하 직원들에게 업무상 지시를 함에 있어 오해 소지가 있었다.’라며 견책이라는 경징계 처분을 하는 것이 전부였다.
괴롭힘으로 범벅된 일터에서 보호받지 못한 피해 노동자는 결근하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보호하였다. 그러나 괴롭힘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피해 노동자가 찾은 대책을 회사는 피해 근로자를 내쫓기 위한 구실로 삼았다. 피해 노동자가 결근한 지 5일 정도 되자 회사는 기다렸다는 듯이 무단결근을 사유로 해고를 통보했다가, 갑자기 복직을 명령하며 근무지를 변경하였다. 변경된 근무지는 피해 노동자가 첫 버스를 타도 출근 시간을 맞출 수 없는 벽지로, 정상적인 출퇴근이 불가능한 곳이다.
한편, 피해 노동자는 지역 내 노동인권센터의 도움을 받아 직장 내 괴롭힘 신고서를 회사에 내용증명으로 보내고, 본인을 비롯한 다른 피해 노동자들의 진술을 담은 녹음파일을 회사에 전달하였다. 그러나 회사는 이를 오히려 가해자에게 고스란히 전달하였고, 가해자는 그 녹음파일을 빌미로 피해 노동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였다.
모든 것이 적정하다는 회사의 항변
피해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금지에 관한 규정 위반을 이유로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하였다. 이 사건에서 특히나 쟁점이 된 것은 회사가 피해 노동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하였는지 여부이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6항에 따르면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 근로자 등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불리한 처우의 존부와 관련하여 회사는 피해 노동자에 대한 모든 조치는 정당하였으므로 불리한 처우란 없었다고 항변하였다. 가해자에게 즉시 인사 경고를 한 후 다수의 외부인사까지 초빙한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징계를 처분하였고, 피해 근로자의 복직 및 전보 조치까지 하였기 때문에 회사로서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적정한 조치를 모두 하였다는 것이다. 특히, 근무지 변경과 관련해서는 ① 기숙사로 아파트를 제공하는 점, ② 노동강도나 의사소통 측면에서 더 나은 점, ③ 시설이 더 쾌적한 점 등 전보 이후 피해 노동자의 객관적 근무환경이 개선이 개선되기 때문에 불리한 처우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회사의 항변에 대한 법원의 판단
법원은 회사는 외부 인사 참여에 의한 인사위원회로 그 공정성을 강조하지만,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징계를 의결하는 과정에서 가해자에게만 출석과 청문의 기회가 주어졌을 뿐 피해 노동자를 비롯한 괴롭힘을 호소한 근로자들에게 출석 및 의견 진술 등의 기회를 보장하는 절차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더하여 법원은 인사위원회 위원들에게 일방의 소명만 제공한 채 나머지 당사자들에 대한 판단 자료 제공을 배제한 것은 ‘허울뿐인 인사위원회’에 불과하다고 표현하였다.
가해자에 대한 징계 그 자체도 문제 삼았다. 가해자를 징계처분 한 그 사유는 ‘조직 관리 미흡’이었다. 회사는 관리자로서 직장 질서가 혼란스러워질 때까지 방치한 책임을 물은 것에 불과하고, 일터 괴롭힘 그 자체에 대한 조치가 아니라고 보았다. 또한 피해자들의 녹음 파일을 가해자에게 전달하고 인사위원회에는 제대로 알리지 않은 점에 비추어 볼 때, 가해자의 문제를 경징계로 무마하려고 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다.
피해 노동자에 대한 전보 조치의 적정성도 부정하였다. 법원은 회사가 전보 조치에 대한 피해 노동자의 의견도 듣지 않았고 의견을 개진할 기회도 주지 않았다고 보았다. 뿐만 아니라 피해 노동자의 주관적인 사정을 일절 고려하지 않고 회사의 경영 사정, 객관적 근무환경 개선만을 내세웠기에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적정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법원의 양형 이유
법원의 양형 이유는 사용자에게는 근로자에게 생명, 신체, 건강을 해지치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할 보호의무 내지 안전배려의무가 있음을 확인하며 시작된다. 더하여 법원은 오늘날의 노동환경에 비추어 볼 때, 생명, 신체, 건강에는 유형적, 물리적 위험으로부터의 보호, 안전배려 뿐만 아니라 무형적, 정신적 위험으로부터의 보호, 안전배려까지 포함되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하며, 이러한 취지에서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이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구체적 행위 태양을 유형화하여 그 무형적, 정신적 위험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도록 사용자에게 의무를 지운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
또한 법원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불리한 처우로 적시된 ‘전보’만을 떼어놓고 본다면, 피해 근로자에게 그리 과하지 않은 정도의 불리한 처우로 볼 여지도 있겠으나 피해 근로자가 본사를 찾아가 관리이사에게 피해를 호소한 이래 부당 전보 구제심판이 확정될 때까지 일련의 단계에서 피고인 회사가 취한 개개의 조치를 살펴보면, 근로자에 대한 배려를 조금도 찾아볼 수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법원은 이 사건 회사의 경영마인드라는 것이 현행 규범에 못 미치는 매우 낮은 수준으로 근로자를 대상화하고 인식하는 것에 기인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러한 근로자에 대한 낮은 수준의 인식은 언제든지 또 다른 가해자를 용인하고, 또 다른 다수의 피해자를 방치할 수 있으므로 검사가 구약식 청구한 벌금 200만원을 넘어 징역 6월(집행유예 2년)에 보호관찰과 120시간 사회봉사를 선고했다.
일터 괴롭힘을 방관한 사용자도 처벌될 수 있다.
소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라 불리는 근로기준법의 규정이 시행된 지 2년째이다. 법 개정 전에는 근로기준법으로 일터 괴롭힘을 해결하기 어려워 괴롭힘 피해를 참고 견디거나 형법으로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구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도입은 무수한 괴롭힘 피해자들에게 한 줄기 희망과도 같은 일이었다. 그러나 아직도 현행법으로는 피해자 구제나 가해자 (또는 가해 사업장)에 대한 적절한 제재가 요원하여 그 실효성이 의심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상 판결은 “일터 괴롭힘을 방관한 사용자는 처벌될 수 있다.”라는 근로기준법의 취지와 사회통념을 재확인하고 있다. 이번 판결에 힘입어 일터 괴롭힘을 방조하고 방관한 사용자와 가해자에 대한 제재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노동안전이라는 노동조합운동의 돌파구
정경희 선전위원
건설노조 조직 및 교육 담당자에서 교육공무직본부 노동안전 담당자로. 같은 노동운동이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가 큰 노동조합에서 활동을 시작한 지 벌써 8개월째인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김진모 노동안전부장을 만났다. 출퇴근시간이 긴 두 시간이 걸려도 대학시절 익숙해진 동네에 정이 들어 화성시 병점에 살고 있다는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김진모 노동안전부장을 7월 15일 오후 동네 카페에서 만나 활동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김진모 부장은 노안부장을 맡기 전 건설노조 경기중서부건설지부에서 4년 가까이 조직과 교육업무를 맡아 활동하다 자연스럽게 정리하고 3개월 정도 쉬던 중 교육공무직본부 얘기를 들었고 활동 결심을 했다. 노동안전 활동은 처음이었다.
“사실 노동안전을 할 것인지 망설였어요. 건설의 경우 노동안전 문제가 많긴 하지만 워낙 고용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고용 관련 투쟁이 많았었고, 노동안전에 에너지를 많이 못 쏟고 있었죠. 노조에서 특히 노동안전은 부수적인 경우가 많거든요. 노동안전이라고 하니 엄청난 압박감이 느껴졌고요.”
현장과 가까이에서 노동안전 활동을
전에 활동했던 건설과 현재의 교육공무직은 직종에 따른 업무특성이나 조합원 구성 면에서 다른 점도 많지만 공통점도 있다고 한다. 조합원 구성 성별 비율의 경우만 봐도 건설은 90%가 남성, 교육공무직본부는 90%가 여성이다. 고용형태도 건설은 일용직이 대다수고, 교육공무직은 무기계약으로 전환되어 비정규직으로 차별은 있지만 고용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교육공무직에도 다양한 직종이 있는데 그 중 가장 규모가 큰 급식은 현장 안에서 팀 단위로 움직이는데, 건설도 팀 단위로 움직이며 일하고, 연령대도 50대가 많다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노동안전 활동을 전문적으로 접근하면 못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최대한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소화하려고 노력해요. 산업안전보건법 조항을 모르더라도 조합원들이 겪는 노동현장의 작업에 가까워져야 저도 이해하기 편해서 책을 보는 것보다 현장에 가 직접 보면서 접근했더니 더 빠르게 이해가 되더라고요.”
코로나19로 학교방문을 많이 하지 못하다 최근 급식실 폐암 산재신청 관련해서 전북의 어느 고등학교에 갔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조리사 혼자서 3시간 반 동안 튀김을 했고 계속 연기가 올라왔다고 한다. 설치된 후드가 그 연기를 전혀 빨아들이지 못해 옆으로 번졌다.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곳에서 일하는 영양교사는 후드 스위치가 어디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어 황당하고 안타까웠다고 한다. 김진모 부장은 급식실에서 폐암 환자가 속출하고 있는 사실을 잘 알리고 동시에 당당하게 건강을 지키기 위한 요구를 할 수 있게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노동조합에서 집중하고 있는 것에 노동과정이 빠져있는 상태라는 생각이 들어요. 노동조합에서 제일 중요한 문제는 일자리 안정과 일 한만큼 임금을 받는 것인데, 그 중간이 없어요. 저도 노동조합 운동을 해오면서 고용과 임금에만 꽂혀있었거든요. 그런데 열심히 싸워도 임금을 충분히 받지 못 하는 상황에서 일을 30~40년을 해도 안 다치고 몸 성히 나갈 수 있는 건가, 이게 전제가 안 되면 한푼 두푼 버는 게 무슨 소용일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노동조합이 전환하기에 늘 쉽지 않은 게 이런 얘기를 하다가도 결국 교섭 시즌이 오면 다 뒤로 가고, 임금 인상에 집중하게 돼요.”
노동조합 활동가의 로망은 조합원 가까이 가고자하는 것이라고 한다. 조합원들과 부대끼면서 서로 웃고, 때로는 싸우기도 하면서 신뢰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노동조합의 중요한 힘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코로나19를 뚫고 몇 만 명 모여 위세를 떨치는 것보다 노동조합이 오래 가려면 조합원 가까이에서 소통하는 것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했다. ‘요즘 몸은 괜찮냐’는 얘기부터 생활에 대한 이야기, 현재 상태가 어떤지 등 노동안전에 대한 이야기를 활동가와 조합원이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러려면 노동조합운동도 더 깊이 조합원 속으로 들어가고 소통하는 방식으로 전환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노동안전 활동을 하다보면 방향이나 구상이 좀 더 달라질 것 같아요. 물론 그게 지난해보이고, 당장 돈 더 얻어내야 하는데 뭐하는 짓이냐 그럴 수 있을 것 같고, 그래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렵다는 생각도 들어요. 조합원들과 가깝게 할 수 있는 노동운동에 노동안전으로 접근하는 전환을 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하죠.”
직종이 다양한만큼 위험도 다양하다
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받는 직종은 현업업무로 분류되고, 여기에는 비교적 육체노동이 잘 드러나는 급식, 미화, 시설, 통학, 경비업무가 해당되는데, 교육공무직에는 이외에도 돌봄, 교무실, 행정실, 도서관, 특수교육직, 실무사 등 직종이 많다고 한다. 직종을 세분화하면 80여개가 된다. 업무상 유해위험 요소가 더 드러나는 직종 외에도 사무직종처럼 그렇지 않은 직종도 있다. 교무실에 있는 교무실무사, 행정실무사나 학생들을 직접 만나고 돌보는 돌봄 노동자의 노동안전 의제가 그렇다.
교무실, 행정실 노동안전 설문조사에서 전화가 울려도 아무도 받지 않는다고 적었다고 한다. 학교 대표번호로 전화가 오면 비정규직 노동자가 받게 된다. 그러나 걸려오는 전화 중 비정규직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어 민원인의 비난을 혼자 다 들어야 하고, 대처할 수도 없는 고충이 있다고 한다. 돌봄 노동자들은 30~40명 아이들을 혼자 감당해야하는 전쟁터 같은 상황에 있는 것은 이미 알려진 바다. 특수교육지도사의 90%가 여성인데 10~20명 학생을 혼자서 맡는다고 한다. 도서관 사서는 무거운 책을 혼자 정리하고 운반하고, 과학실무사는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기 때문에 특수건강진단을 받지만 산업안전보건법 적용대상은 아니라고 한다. 이처럼 학교는 특수한 공간이고 무궁무진한 비정규노동자가 있고 이들은 절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아직도 학교가 서당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학교에 가면 선생님이 가르치고 아이들은 알아서 혼자 큰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학교를 운영하기 위해서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받치고 있거든요. 그 분들의 노동이 안 드러나는 것, 그게 제일 과제고 어려운 상황이에요.”
“학교가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된 지 얼마 안 됐잖아요. 그래서 교육부나 교육청도 저희도 처음이다 보니 서로 감이 안 잡히는 거예요. 임금교섭은 이미 자리 잡았고 잘 하고 있는데 말이죠.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꾸려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만들어야 하는데 관리감독자를 어떻게 지정할 것인가를 가지고 거의 2년을 싸우는 거예요. 교육부나 교육청이 보수적이어서 학교에 무슨 산업안전이냐고 방어적인 태도로 나오니까 노동안전사업들이 공회전하는 거죠. 그래서 힘든 것 같아요.”
학교가 위험하다
요즘 교육공무직본부 노동안전에서는 폐암 집단 산재신청이 가장 큰 현안이다. 20년씩 근무한 노동자들이 폐암에 걸렸다는 얘기가 급식실 조합원들 사이에서 돌고 있었는데, 3년간의 싸움 끝에 결국 올해 산재인정을 스스로 받은 조합원이 있었다고 한다. 4개월 후에는 충북에서 두 번째 산재승인 사례도 나왔다. 올해 5월 직업성암 119에서 집단산재신청을 했을 때는 학교급식실 노동자 중 10명이 폐암을 제보하는 충격적인 상황이 펼쳐졌다고 한다.
“이건 사실 대참사거든요. 학교에서 발생하는 일은 빠르게 사회적 이슈가 되는 현장이라, 학교 측에서 여론에는 엄청 신경 쓰는데 문제해결에는 소극적이에요. 지역여론이 민감하니 17개 각 시도교육청은 대응은 하는데, 고용노동부에서 조치사항을 내리면 뭘 해야 하는지 모르는 거죠. 그런데 이 문제 원인에 95%가 시설과 식단문제가 있더라구요. 지하에 급식실이 있다면 무조건 리모델링해야 하고, 후드가 문제면 다 들어 엎어야하죠, 급식실 전체에 방향을 잡고 중장기적으로 가야하는 것 같아요.”
노동안전이라는 돌파구
과거 노동조합 활동을 할 때는 중요한 명분이나 활동을 내세워 조합원들을 끌어오려고 하는 것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노동안전 활동을 하다보면 조합원과 활동가 사이의 벽을 허물고 가깝게 소통할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투쟁 이후 민주노총에서 ‘더 이상 죽이지 마라’는 노동안전 의제를 슬로건으로 걸고는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요구는 여전히 그대로여서 노동안전에 대해 친근하고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법방을 더 깊게 습득해 가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고 노동조합 활동가들에게 필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요즘 노동운동 길이 막혔다고 하는데, 노동안전이 길을 뚫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아이디어도 많이 제공하면서요. 교육공무직본부는 어느 정도 고용이 안정돼서 우리의 목소리를 어떻게 내야할지 노조가 고민을 많이 하거든요. 거기에서 노동안전 이야기가 중요하게 많이 나와요. 노력하는 게 확실히 보이는데 사업의 위상이 잘 안 만들어지는 어려움은 있지만요.”
노동안전 활동을 하는 분들이 많다는 사실도 노동안전부장을 맡고 알게 되었다는 그는 노동안전 활동가 선배들을 만날 때면 활동 오래 할수록 한도 많이 쌓이고 애타는 게 느껴진다고 했다. 선배 활동가들의 활동을 통한 고민과 과제를 공유하고 공부도 같이 할 필요도 느끼고 있다. 또 노동안전 활동이 풍부해지려면 후배 노동안전 활동가들이 선배 활동가들을 찾아가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이렇게 노동안전 활동가들이 서로 발전하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현장의 힘으로 소방의 미래를 열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김주형 사무처장 인터뷰
이숙견 상임활동가
부산지역에서의 연구소 연대 활동 중 하나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노동인권 교육이다. 그간 교육자료를 만들며 외국의 사례를 자주 인용했는데, 그중 소방관도 경찰도 스스로가 노동자로 생각하기 때문에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국가도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지난 7월 6일, 한국에서도 드디어 73년 만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가 출범했다. 6만 명의 소방관을 대표해 1만 명 조합원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된 초대 집행부(박해근 본부장, 김주형 사무처장)의 김주형 사무처장을 만나 소방관 업무와 애로점, 소방본부가 출범하게 된 배경과 앞으로의 과제를 들었다.
한 개의 시나 도의 경우 소방본부 아래 소방서와 119안전센터, 구조대, 소방정대, 119지역대 등의 체계가 잡혀있다. 소방서는 내근직으로 총무·회계·예방업무를 하고, 119안전센터나 119지역대의 경우 현장직으로 화재 진압·민원업무·화재 예방업무를 도맡는다. ‘소방’이라고 하면 대부분 화재 진압이 중심 업무라 생각하지만, 오히려 화재 진압은 10% 정도다.
“행정업무를 정말 많이 한다. 카페에도 소방시설(비상구·소화기·소화전 등)이 다 있다. 이를 관리하고 점검하는 것 역시 화재 예방업무다. 큰 건물의 경우 그 층에 어떤 시설이 있는지, 식당이면 어떤 가스를 사용하는지, 유동 인구가 몇 명인지를 조사해서 기록한다. 해당 작업이 쉽지는 않다. 시스템이 제대로 연계되지 않아, 시나 구청에서 넘어오는 자료도 별도의 작업을 한 번 더 해야 할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119는 화재 진압 및 예방작업 이외에도 긴급한 일이 발생할 경우, 민원을 해결하는 공공기관이 됐다. 실제 업무 중 50% 이상이 현관문을 열어 달라거나 여름철에는 말 벌집 제거, 애완동물 구조 등 다양한 민원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민원업무의 경우 손실에 대한 배상이 있고 보험도 들어있지만, 가능한 관계자나 주인이 책임진다고 동의하면 진행한다. 하지만 화재 발생과 같은 긴급한 상황이 되면 확인할 시간이 없어서 일단 문을 부수고 들어간다. 배상 문제는 나중에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정말 긴급한 상황이 아니면 부수는 건 신중하게 생각하고, 되도록 부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시도하려고 한다.”
공공기관 대부분은 공공의 서비스를 위해 24시간 교대근무를 하며,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고 있다. 이 때문에 공공기관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은 위협에 노출돼 있었고, 최근 근무체계변경에 대한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실제 부산지하철의 경우 2020년 11월부터 3조2교대제에서 4조2교대제로 변경했고, 철도는 시범 운영을 통해 교대제 변경을 모색 중이다. 하지만 소방서의 경우, “안전하고 행복한 대한민국을 위해 24시간 깨어있겠습니다”라는 소방청 홈페이지 문구를 이행하기 위한 3조2교대 근무체계에 맞는 인력 충원이 되지 않은 상태다.다. 2009년부터 현재의 3교대 근무체계를 위해 인력을 충원 중이나 아직도 미충원 인원은 7천 명이나 된다.
“현장직 대부분은 3조2교대 근무로, 21주기 체계다. 1주기는 주간근무를 하고, 2주기는 월·수·금 야간근무 후에 일요일은 24시간 당직을 한다. 3주기는 화·목에 야간근무를 하고 토요일에 24시간 당직한 뒤 다시 1주기인 주간근무를 하는 방식이다. 교대근무로 인해 생활 리듬이 계속 바뀌어서 직원들이 힘들어한다. 더군다나 인원도 부족해서 더욱더 힘들다. 그러다 보니 근무체계 변경의 요구가 많다.
궁극적으로 4조2교대를 희망하지만, 4교대를 하려면 기존 미충원 인원인 7천 명에 1만 7천 명을 더 뽑아야 한다. 언제 인원 충원이 될지 모르니, 4교대로 넘어가기 전의 과도기라도 기존의 3조2교대 근무체계에서 하루 24시간 당직, 이틀간 비번 근무체계로 변경하는 것을 원한다. 실제로 시범 실시도 해봤는데 직원들의 반응이 좋았다. 설문조사에서 7~80%가 선호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김주형 사무처장은 경상남도 소방본부 소속으로 현재 근무지는 원동 119구조대다. 집에서 근무지까지 넉넉히 잡아도 1시간 이상 소요되는 거리이며,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예산이 지자체에서 나오기 때문에 같은 국가공무원이라도 지역에 따라 식사, 숙소, 시설 등 복지와 관련된 것들이 균등하지 않다.
“식사의 경우 지원이 되는 곳도 있고, 하나도 안되는 지역도 있다. 부산은 영양사 선생님이 식단을 짜주고 단체 구매해서 체계가 잘 돼 있는 편이다. 하지만 도(道) 단위는 조금 열악하다. 영양사 선생님이나 공무직 두 분이 계시는 곳도 있긴 하지만, 시니어클럽의 지원을 받아서 식사를 지원해주는 곳도 있다. 내가 있는 곳은 외곽지라서 약간의 지원금은 있긴 하지만, 거의 아무것도 없고 알아서 먹어야 한다.”
교대제나 복지시설의 문제도 힘들지만, 조합원을 가장 힘들게 하는 건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업무지시와 공정하지 못한 인사제도다. 대표적인 것으로 ‘일과표’라는 게 있는데, 이는 전국의 모든 현장에서 소방청에서 작성한 일과표에 맞춰 업무를 하도록 하는 방침이다. 실제로 행정업무가 너무 많아 일과표대로 하지 못한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몰래 촬영해 일과표대로 현장훈련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을 문제로 삼는다. 더욱 문제는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업무지시가 점점 더 많아진다는 것이다.
“시골의 경우 화목보일러가 많은데, 화목보일러가 있는 집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라는 특수시책 사업이 내려왔다. 문제는 예산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방관들 보고 나가서 직접 설치하라는데, 우리가 설비업을 하는 것도 아닌데 다짜고짜 하라고 하니 어이가 없었다. 직장협의회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달라지는 게 없었다. 소방관이 상수도관 연결하는 전문가도 아닌 데, 만약 설치 후 문제가 발생한다면 책임은 설치한 사람에게 있다. 위에서는 진급을 위해서 말도 안 되는 사업이 자꾸 내려오는데, 예산을 확보해서 제대로 하게 하거나 사업에 대한 적정성 평가가 필요하다.”
일방적인 업무지시는 공정하지 못한 진급 제도와 연관이 돼 있어, 진급을 위해서는 이러한 불합리한 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다. 열악한 노동조건과 경직된 조직 분위기는 업무상 사고로 발생한 사망도 순직 처리로 인정받기 어렵게 한다.
“대표적인 사건이 고양이 구조사건이라고, 고양이를 구조하다가 로프가 끊어져서 사망하셨는데 처음에는 순직 처리가 안 됐다. 그런데 여론이 들끓고 시민이 함께 문제를 제기하자 순직 처리가 됐다.”
실제로 이 사건뿐만 아니라 김주형 사무처장도 현장업무를 하다가 어깨의 인대가 끊어진 사고를 당했다. 공무상 재해 또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처럼 재해 당사자가 모든 서류를 만들고 업무와의 연관성을 입증할 책임이 있기에 매우 어렵다. 심지어 공무상 처리를 하면 승진 고과에도 영향을 받아 더욱 눈치를 보거나 신청을 할 수 없는 분위기다. 하지만 최근에는 직업성 암(혈액암·폐암 등)이나 질병으로 공상처리를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혈액암으로 돌아가신 분도 있는데 개인이 서류를 만들고 입증했다. 그분이 길을 만든 덕분에 다른 피해자도 그 길을 갈 수 있게 됐다. 우리 일이 연기를 많이 마시다 보니 폐암도 많고 혈액암도 많다. 알려지지 않은 질병이 많다 보니, 아는 선배님 중 두 분이나 퇴직하고 채 1년이 못 돼서 암으로 돌아가셨다. 명백하지 않은 혈액암이나 여러 질병은 입증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하지만 이러한 일도 노동조합에서 챙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방본부 노동조합이 1만의 조합원과 함께 시작할 수 있었던 건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현장 활동가의 싸움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함께한 덕분이다. 이제는 조합원을 가장 힘들게 하는 일과표 폐지·근무체계 변경·공정한 인사제도 도입·수당 현실화·효율적인 인력배치 등 현장의 여러 문제를 해결해나가면서, 조직된 힘으로 소방노동자의 미래를 함께 만드는 것이 중요한 지점이다.
“5대 과제는 큰 것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인간, 노동자로서 자존감을 높이고 존중해달라는 것이다. 지금까진 위에서 조합원의 자존감을 떨어트리는 행동을 많이 해왔다. 솔직히 노동조합에서 일과표 대응을 위해서 유튜브 영상도 만들었는데, 남들이 보면 웃을 만한 일이다. 그런 사업을 만든 사람들 대부분은 현장경험이 없는 간부다. 현장 활동을 안 하다 보니까 그렇다. 임용받자마자 시험 쳐서 간부가 되는 간부후보생 제도도 바꿔야 한다.”
지난 3개월 동안 세 명의 소방관이 사망했다. 5월 10일 성남시 분당구 농기계 창고의 화재 진압 과정에서 차가 전도돼 사망했고, 6월 19일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인명구조를 하다 사망했으며, 6월 29일 울산 중구 상가 건물 3층에서 화재 진압을 위해 진입했던 소방관이 사망했다.
“3개월 사이에 세 분이 돌아가셨다. 하지만 쿠팡, 울산, 용인 사고 현장에서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사과하는 사람도 없다. 소방 쪽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이 도입돼야 한다. 사망사고가 너무 일상이 됐다. 지휘부가 언급조차 하지 않지만 더는 순직사고가 나오지 않게 지휘부(서장, 소방본부장, 소방청장)가 책임져야 한다. 사과도 하고 재발 방지대책을 만들어져야 계속되는 죽음을 멈출 수 있다. 앞으로 5대 핵심과제와 함께 조합원의 안전과 건강권 쟁취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과로자살, 개인의 취약성이 아니라 노동조건의 문제로
김다연 상임활동가
낮은 과로자살 산재 신청률, 과소보고 된 업무관련 자살
2018년 과로자살 산업재해(이하 ‘산재’) 신청 건수는 95건으로, ‘직장 및 업무상의 문제’로 자살한 이들 487명 중 19.51%에 불과했다. 2019년도에는 자살한 598명 중 72명만이(약 12%)신청했다. 그나마 공식적으로 보고되는 과로자살 건수도 실수치를 반영하기 어렵다. 이유는 경찰청에서 전체 자살 건을 자살 동기(원인)별로 분류하는 방식에 있다. 경찰청은 정신적‧정신과적 문제와 여타 다른 자살 원인들을 각자 독립적인 원인으로 설정하고, 이 중 한 가지를 선택하여 분류한다. 2014~2019년까지 여러 동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건 정신적‧정신과적 문제였다. 하지만 설사 정신적‧정신과적 문제가 자살을 야기하는 직접적 원인이라 할지라도, 이는 동시에 다른 근본적인 원인으로 인해 나타난 결과일 수 있다. 혹은 다른 원인들과 혼재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복잡한 면면들은 고려되지 않는다. 결국 과로자살을 포함한 여러 자살 사건들이 단순한 정신적/정신과적 문제로 묻히는 경우들이 발생한다. 과로자살 현황이 온전히 집계되지 않고, 그나마 과로자살이라는 제 이름을 입고도 산재를 통해 공식적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매우 적은 현실. 정신적인 고통을 유발하는 노동현장의 조건들이 제대로 조명되지 않고, 많은 자살이 개인과 그 가족의 비극으로만 남고 있다.
그럼에도, 고무적인 변화도 있었다. 업무상 정신질환이나 자살에 관한 산재승인 기준이나 법원의 판결은 노동자의 자살이 그 개인의 취약성이 아니라 노동조건을 봐야 할 문제라는 점을 보다 인정하는 쪽으로 개선되어왔다.
과로자살 산재승인율의 증가
기본적으로 한국의 산재보험법에서는 자살을 스스로 ‘고의적으로’ 자해를 하여 사망한 것으로 보고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자살의 원인은 개인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다만 업무가 정신질환을 포함한 ‘정상적인 인식능력이 뚜렷하게 저하된 상태’ 혹은 ‘정신적 이상 상태’를 유발했고, 그 이상 상태에서 ‘비자발적으로’ 자살로 내몰린 경우는 업무상 재해로 본다. 자살 그 자체가 아니라 업무로 유발된 정신 이상 상태가 있었는지에 방점을 찍는다. 산재보험법 대통령령에서는 후자에 해당하는 3가지 사유를 명시하고 있다.
| (1) 업무상의 사유로 발생한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았거나 받고 있는 사람이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한 경우 (2) 업무상의 재해로 요양 중인 사람이 그 업무상의 재해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한 경우 (3) 그 밖에 업무상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하였다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 |
[표1]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36조(자해행위에 따른 업무상의 재해의 인정기준)/2020.01.07. 개정안 기준
이 때문에, 일반 질병의 경우 산재승인을 받으려면 그 질병이 업무와 관련이 있다는 것만 입증하면 되지만 과로 자살의 경우는 이중 증명의 부담이 있다. 자살하는 당시 ‘정신적 이상 상태’였고 그 ‘이상 상태가 업무와 관련성이 있다’는 것 모두를 밝혀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인 점은, 법원의 판정과 근로복지공단의 <정신질병 업무 관련성 조사 지침>모두 과로자살의 산재승인 가능범위를 확대해왔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정신적 이상 상태’를 의학적‧과학적으로 명확하게 정신질환으로 판단되는 경우에 한정했다. 또 업무 때문에 발생한 정신질환과 자살의 인과성을 소극적으로 해석하거나, 당사자가 겪었던 정신질환과 자살이 업무와 관련이 있다고 해도 비슷한 업무를 하는 사회평균인에 비해 그 조건이 더 극심하지 않았다면 자살은 환경이 아니라 개인의 특이성에 기인한다고 봤다. 그러나 근래 법원은 개인의 내성적인 성격(현재까지도 일명 “정신적 취약성”으로 간주되는)이나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정신질환 유발 소인, 혹은 업무 외 다른 스트레스 요인이 있었다고 할지라도 업무가 자체가 정신질환을 발생시켰거나 혹은 악화시켰고 그로 인해 자살을 했다면 산재로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는 추세다. 근로복지공단의 <정신질병 업무 관련성 조사 지침> 역시 몇 차례 개정되면서, ‘정신적 이상 상태’를 보다 폭넓게 해석하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왔다.
제3차 개정 정신질병 업무관련성 조사 지침(2016년도 개정)에서는 자살의 업무관련성 조사 시 ‘정신병적 이상 상태’ 확인을 요구하고 있어, ‘정신적 이상 상태’를 정신질환을 보유한 상태로 협소하게 규정한다. 하지만 제4차 개정지침(2019년 개정)은 정신질환에 국한되지 않는 이상 상태, 즉 ‘정상적인 인식능력이 뚜렷하게 저하된 상태’로 완화했다. 또한 제4차 개정 조사지침은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한 명백한 증명이 아니더라도 사회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의 추정으로 증명할 수 있고, 망인의 내성적인 성격이나 자살 직전 정신병적 증상(환각, 망상, 와해된 언행 등)이 없었다는 사실도 그 인과관계를 증명하는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판시한 판결(대법원 2017. 5. 31.선고 2016두58840)을 참고사례로 싣고 있다. 이는 지침이 지향하는 방향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들은 산재 승인율에도 영향을 미쳤다.
| 2015년도 | 2016년도 | 2017년도 | 2018년도 | 2019년도 | 2020년도 | |
| 신청(명) | 59 | 58 | 77 | 95 | 72 | 87 |
| 승인(명) | 22 | 20 | 44 | 76 | 47 | 61 |
| 승인율(%) | 37.3 | 34.5 | 57.1 | 80 | 65.3 | 70.1 |
[표2] 2015-2020 과로 자살 산재 현황(출처 : 근로복지공단)
물론 산재 신청률 자체가 매우 낮다. 게다가 자살이 산재일 수 있다는 인식 자체가 보편적이지 않은 문화에서도 산재를 신청한다는 건, 근거가 명확해서 승인 확률이 높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주를 이룰 것이다. 그러니 폭넓은 범위의 다양한 사례들을 포함한 시기의 승인율은 또 다를 수 있겠다. 그래도 2015년과 2020년을 비교할 시 2배 가까이 증가한 승인율은, 개인의 성격이나 유전적 특성보다 그가 처해 있었던 노동조건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쪽으로 변화한 질병판정위원회 내부의 가치관과 법원의 판결 추세, 산재에 대한 사회적 태도의 변화 등이 반영된 결과라 볼 수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36조(표1) 중 세 번째 기준인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하였다는 것이 의학적으로 인정되는 경우(2019년 4차 개정지침)’ 조항이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하였다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로 변경되었고, 이는 올해 1월 제4차 개정지침에 추가로 반영되었다. 여기서 “상당인과관계의 인정”이란 “일반적인 경험과 지식에 비추어 그러한 사고가 있으면 그러한 재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인정되는 범위에서 인과관계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며, 반드시 의학적‧과학적으로 명백하게 입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물론 그 ‘인정되는 범위’의 크기는 논쟁 지점이다. 그렇더라도 의학적 인정이라는 말이 빠졌다는 건 나름 큰 의미를 가진다. 바뀐 지침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았던 이력이 없고 유서도 남기지 않은 경우나 급작스러운 환경변화로 단기간 내 큰 충격을 받아 자살한 경우와 같이 정신적 이상 상태를 의학에 의거해 입증하기 어려웠던 사례라도, 노동환경이 큰 정신적 고통을 유발할만 했다면 자살과 업무 사이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고 산재를 승인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과로자살, 정신적 이상상태 매개 없이 산재 승인 받을 수 있어야
‘정신적 이상 상태’ 입증 요건이 이렇게 변화왔음에도 불구하고, ‘정신적 이상상태’를 과로자살의 산재승인 요건으로 두는 법 제도에는 여전히 비판 지점이 있다. 이미 기존의 여러 연구들은 자살이 이미 정신질환을 전제한다거나, 또는 자살은 본래 원천적으로 고의성을 부정할 수 없는 현상이고(위에 언급했듯 정신질환을 매개하지 않은 자살은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해 산재인정을 하지 않는다) 또 정신질환 발병 없이도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들이 존재하는 현실을 간과하고 있다는 등의 다양한 의견들을 내놓아왔다. 어떤 근거가 더 합당한지는 논의가 필요하지만, 중요한 것은 노동자의 과로자살에서 정확히 지목해야 할 것은 정신질환이나 정신적 이상상태 여부가 아닌, 그 노동자가 얼마나, 어떤 식으로, 어떤 대우 속에서 일을 했는가를 봐야한다는 점이다. 법 제도 역시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