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_현장의목소리] 독점적 지배구조 개혁, 노동환경 개선의 출발점-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 오세윤 지회장 인터뷰

일터기사

 

독점적 지배구조 개혁, 노동환경 개선의 출발점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오세윤 지회장 인터뷰

 

박기형 선전위원

 

지난 525일 네이버에서 일하던 한 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되었다. 20년 가까이 IT업계에 종사한 고인은 네이버 지도 중 내비게이션을 담당한 기술자이면서, 동시에 네이버 지도 서비스 개선을 담당한 팀을 이끄는 조직장이었다. 평소에도 주변 지인들에게 네이버 지도 서비스의 개선점을 물어보았으며, 개발업무 관리프로그램인 깃허브에 휴일과 주말 구분 없이 업무기록이 수시로 올라왔다고 한다. ‘내비게이션 서비스 업계 1’. 2019년부터 네이버 지도 서비스를 담당한 고인의 팀에 부과된 목표였다. 이를 달성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지속된 과로와 한 임원의 과도한 직장 내 괴롭힘이 의심되었다.

 

사측에서는 사건 직후 리스크관리위원회를 통해 자체 조사를 진행했고, 지난 625일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음을 인정하면서, 해당 임원의 인사와 관련된 책임자들과 가해자들에게 징계조치를 내렸다. 최인혁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경고를 받았는데,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며 네이버에서의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다른 계열사들에서의 직책은 유지하였기에, ‘꼬리 자르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이하 네이버 노조)은 사측의 조사가 협소하게 진행되는 것을 비판하며 531일부터 623일까지 자체 조사를 진행하였고, 재발방지대책을 담은 최종보고서를 628일에 발표하였다. 네이버 노조는 이번 사건이 특정 임원의 개인적 책임으로 축소되어서는 안 되고,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노동환경을 개선해야 하며, 나아가 성과 중심의 경영만 강조하면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묵살하는 경영진의 의사결정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723일 금요일 오후에 진행된 인터뷰에서 노조가 사측과 별도의 자체 조사를 하게 된 배경을 물었다. 오세윤 지회장(이하 오 지회장’)은 네이버가 회사 내 문제를 조사하고 처리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네이버는 사내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사건 처리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겠다는 명분으로 사건해결을 사외이사들에게 맡겨왔다고 한다. 지난 2018년 사내이사의 채용 비리가 터졌을 때도, 사외이사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외부의 법무법인에 조사를 의뢰했다. 문제는 해당 기관의 입장에선 네이버가 수익성이 큰 고객이라는 점에서 온전히 독립성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점이었다. 그러니 조사범위가 축소되거나 제대로 된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등의 한계로 이어지고 말았다. 더욱이 오 지회장은 위원회 소속 사외이사들도 그 명칭과는 달리, 실제로는 사측의 입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사외이사 임명 권한을 누가 쥐고 있는지, 해당 사외이사가 누구의 관점과 이해관계에 입각해 사건을 처리하는지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상시적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 내에 감사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보상위원회, ESG위원회를 두고 있다. 이 중 리스크관리위원회는 2020년에 기존 투명성위원회의 역할을 확대 개편한 것이다. 투명성위원회는 201612월 기업지배구조 개혁, 즉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다는 취지로 이해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사퇴하고 임원제를 폐지하면서 글로벌인사위원회를 대신하여 구성되었다. 당시 논란이 되었던 검색어 순위 조작 의혹을 불식하기 위해 한성숙 현 네이버 대표가(당시 대표 내정자) 투명경영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투명성위원회를 직접 이끌었다. 리스크관리위원회는 투명성위원회에서 담당했던 회사의 중요한 대외정책, 사회공헌 및 재단출연, 환경·사회 관련 제반사항과 대규모 내부거래 등의 심의기능에 더해, 전사 통합적 리스크관리 기본방침 및 전략수립·관리기능을 맡고 있다. 위원회 구성원은 총 3인으로, 모두 사외이사다.

 

이렇게 보면, 네이버가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여 독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외이사가 형식상 회사 밖의 사람이라 하더라도, 실질적인 이해관계가 얽혀있다면 내부자나 다를 바 없다. 더욱이 네이버의 전체적인 기업지배구조의 형식과 실질이 분리되어 있다면, 더 주의해야 한다. 네이버의 사업보고서에 기재된 네이버와 그 계열사의 임원직 현황을 살펴보면, 이해진 GIO와 삼성SDS 시절부터 함께한 창립멤버인 최 COO는 해피빈 재단대표직을 제외하고도 네이버파이낸셜 대표이사 등 네이버 계열사 7곳의 임원을 겸직하고 있다. 그 외 채선주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CCO), 박상진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이해진 GIO의 측근들이 네이버랩스, 네이버클라우드, 스노우, 네이버웹툰 등 주요 계열사의 임원을 겸하고 있으며, 책임리더들 중 일부는 9~10곳까지 계열사 감사직을 겸하고 있다. 이로 인해,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실질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오 지회장은 2017년 이후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제출된 경영체계 개편논의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네이버가 관계하는 사업마다 이를 담당하는 계열사를 별도의 법인으로 설립했는데, 형식적으로 볼 때는 각 계열사의 독립성을 보장함으로써 독점적 지배구조를 선진적으로 개선하는 모양새를 갖췄지만, 실질적으로는 임원 겸직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 이해진의 신뢰를 받는 C-Level(CEO, COO, CFO )의 몇몇 경영책임자가 권한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 형식적으로만 분리해 법적인 책임은 지지 않고, 실질적 지배력은 유지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오 지회장은 실무에 있어서 소수의 경영진에 의한 탑다운(Top-down)’ 방식의 의사결정구조가 열악한 노동환경의 근원에 자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IT업계의 노동문제를 지속해서 대응하면서 느낀 바가 있습니다. 바로 IT업계에서 성공한 경영진들이 갖는 공통된 태도입니다. 그분들은 사업이 잘 안 되는 이유를 아랫사람이 열심히 일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영진의 사업방향은 올바른데 이를 노동자들이 성실히 따라와 주지 않아서, 또는 글로벌 경쟁이 심해지는데 살아남기 위해 더 치열하게 일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노동자는 시키는 대로 최대한 열심히 일하기만 하면 된다는 거예요.”

 

오 지회장은 IT업계의 경영환경은 기술발전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며, 특히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이버에서는 사람들의 필요를 잘 살펴야 하기에, 시장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선 소수의 경영책임자만의 판단이 아니라, 시장의 동향과 방대한 정보를 직접 마주하는 일선 실무자들의 판단까지도 경영에 잘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자율성이 부여되어야 하며, 상향식 의사결정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하지만 오 지회장은 네이버에선 여전히 시키는 대로만 하라는 조직문화가 강고하다고 꼬집었다. 이로 인해, 무리한 업무일정을 강요하거나, 이번 사건처럼 오래전부터 업계에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문제가 되었던 사람을 무리하게 채용하여 업무강도를 높이는 식으로 성과를 내려고 하는 등의 성과압박이 당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하나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팀 전체의 협력이 중요한 사업들에 대해 팀원 간 성과경쟁을 시키는 방식의 노무관리도 노동강도와 업무 스트레스를 높이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요컨대, 이번 사건은 장시간 노동과 성과급 경쟁, 이를 강제하는 위로부터의 일방향적 의사결정구조, 나아가 창업자와 그 측근들의 인사·기획 등의 권한 독점에 따른 결과라는 것이다. 더욱이 오 지회장은 이런 여건 때문에 제대로 된 조사나 개선조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내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비롯한 여러 사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려면 퇴사를 각오해야 할 정도다.

 

네이버 노조는 이번 사건의 해결을 위해 노동환경을 개선을 논의하기 위한 기구로서의 재발방지대책위원회를 제안했다. 직장 내 괴롭힘 등 노동문제를 신고·조사·징계할 수 있는 기구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하고 신뢰를 담보할 수 있도록 노사동수로 구성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아직까지 응답이 없어, 단체교섭을 통해 이를 관철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에 더해, 앞으로 조직장에 전적으로 부여된 인사권한을 별도의 인사 시스템으로 독립시키거나, 성과급 중심의 인금체계와 성과평가기준을 개선하거나, 경영진 겸직을 완화하고 새로운 리더쉽에 대한 논의를 노동자와 함께 구상하며, 리더 임명 및 사업운영에서도 해당 조직 구성원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의사결정구조로의 전환을 논의해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40일터기사

[8월_문화로읽는노동] 당신은 그것을 가지고 갈 수 없다- 돈만 아는 저질들을 향한 풍자와 해학: 영화 ⟨우리들의 낙원⟩(1938)

일터기사

 당신은 그것을 가지고 갈 수 없다(You can’t take it with you).

돈만 아는 저질들을 향한 풍자와 해학: 영화 우리들의 낙원(1938)

 

김소형 문화사회연구소

 

금융 자본가인 안소니 커비가 노리고 있는 것은 전쟁물자인 군수품이다. 감독인 프랭크 카프라는 영화 이후, 전쟁(2차 대전, 1939~1945)이 다시 시작되리란 걸 알았다는 듯이, 영화 도입부는 군수업으로 사업을 확장해가며 탐욕에 눈이 먼 사람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예상한대로 영화의 주인공은 그런 자본주의에 대해 비판적인 삶을 견지해나가는 어느 마을의 정신적 지주인 반더호프이다. 영화 <우리들의 낙원, You can’t take it with you>(1938)은 자본주의적인 삶의 양식으로부터 벗어나 있는 반더호프와 그의 가족에 관한 이야기다. 기존에 퓰리처상을 받은 동명의 희곡을 각색하여 영화화 했는데, 그 해 아카데미 최우수감독상까지 수상한 작품이기도 하다. 아직 못 본 독자분들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영화 중 하나이다. 특히나 고전적인 풍자와 해학을 좋아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이것 말고 달리 하고 싶은 일은 없소?”

 

엄청난 금액을 제시해도 집을 팔 생각이 없는 반더호프는 그들의 부름에 어쩔 수 없이 회사를 방문했는데 이 때 열심히 일하고 있는 노동자 포핀스를 만나게 된다. 반더호프는 포핀스에게 다가가 대화를 걸며 간단 하지만 그를 흔드는 질문 다섯 개를 던진다. 그리하여 영화는 우리에게도 다음과 같이 묻는다. “이것 말고 달리 하고 싶은 일은 없소?” 일을 방해하는 반더호프의 말들이 포핀스에게 반가울 리 없지만 결국 포핀스는 반더호프의 마지막 한 마디를 듣고 난 후,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전에 그와 함께 회사를 떠난다.

 

물론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장면이겠지만, 현실이 아니기 때문에 현실 그 너머로 우리를 데려가 줄 수 있는 게 영화의 매력이 아닐까? 다른 말로 해보면, ‘그럴 수 없는’, ‘그래선 안 되는불가능한 현실을 깨트리는 게 예술의 영역이듯이 말이다. 따라서 엄청나게 더 큰 돈을 얹어 줄테니, 집을 내 놓으라고 윽박지르는 업자는 반더호프를 절대 설득시킬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바로 이 불가능한현실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으니까.

 

디즈니랜드에 사는 것 같겠지

 

자본가의 아들 토니 커비와 반더호프의 손녀 앨리스의 사랑이 한참 진행되면서 앨리스가 자신의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해 언급하는 대목이 나온다. 그리고 흥미롭게 듣던 토니는 마치 디즈니랜드에 사는 사람들 같다고 말하며 가벼운 웃음을 보낸다. 대체 어떤 사람들이길래 만화영화에나 나올 법한 사람들이라 비유한걸까? 위의 사진은 반더호프의 가족들 중 일부인데 왼쪽부터 그의 첫째 손녀, 사위, 딸 그리고 첫째 손녀의 발레 교사이다. 첫째 손녀는 하루종일 집 안에서 발레를 추고 그녀의 아버지이자 반더호프의 사위는 집 지하 창고에서 자신이 만들고 싶어 하는 걸 만들며 산다. 요즘 말로 하면 메이커 운동을 하는 사람인 것이다(다만 사진에서는 잠시 아내가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모델로 포즈를 취해주고 있다).

 

반더호프의 딸은 타자기로 쉬지 않고 글을 쓰는 작가이며, 맨 끝에 있는 발레교사는 남루한 차림으로 가진 것 없이 살아가지만 러시아 발레에 대한 자부심만은 가득 차 있는 사람이다. 사진에 등장하진 않으나 그 외 나머지 가족들 역시 지하 창고에서 각자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면서 지낸다. 그러니까 정리하면 반더호프 가족은 둘째 손녀인 앨리스 이외에 소득을 위해 노동하는 사람이 나오지 않는다. , 토니 커비가 말한 디즈니랜드에 사는 것 같다고 표현한 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사는 사람들, 근로소득이 없는 사람들, 그야말로 이 세상에서 말도 안 되는 사람들이란 의미가 담겨져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묻는다. 그렇다고 이 사람들이 노동을 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지 않다. 반더호프 가족은 모두 마을 사람들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만들고, 타자기로 글을 쓰고, 가사일을 분담하고, 마을 사람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모아내면서 쉬지 않고 노동을 하고 있다.

 

당신들의 돈은 필요 없어

 

언론과 지역 주민들은 법정에 선 반더호프 가족과 커비 가족 사이에서 과연 누구에게 죄를 물을 지, 판결이 어떻게 날 것인지에 관심이 쏠려있지만, 변호사들을 앞세워 무죄 판결을 받은 커비 가족과 달리 반더호프 가족이 유죄로부터 빗겨나갈 방법은 없어 보인다. 이윽고 판사가 주인공에게 벌금형을 선고하자 주민들은 인정할 수 없다는 거센 항의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이 어수선한 분위기를 가라앉히고자 안소니 커비는 변호사를 시켜 자신들이 반더호프의 벌금을 대신 내주고 싶다고 말하는데, 그러자 주민 중 한 명이 분노에 찬 표정과 당당한 손짓으로 당신들의 돈은 필요 없다고 외친다. 그리고 순식간에 주민들이 그 자리에서 반더호프네 가족이 내야 할 벌금 이상의 돈을 모아내는 장면이 나온다. 재판 후 유죄인 반더호프는 웃고 무죄인 안소니는 인상을 찌푸리며 법정을 떠난다.

 

자신의 기업 이익을 위해서라면 친구마저 버리는 안소니 커비가 반더호프와 나눈 몇 번의 대화를 통해 다른 사람이 된다는 것이야말로 이 비현실적인 영화의 가장 비현실적인 장면일 것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서 그나마 현실적인 부분을 반영한 장면을 꼽으라면 안소니 커비가 법정에서 돈으로 사고자 했지만, 살 수 없었던 주민들과 반더호프의 마음이 표현된 장면을 들고 싶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으로 살 수 없거나 만들 수 없는 게 있을까 싶을 정도로 돈의 위력은 절대적이다. 하지만 뜻밖에도 별 것 아닌 듯해 보이는 사람의 마음을 살 수 없는 게 돈이기도 하다.

 

이 영화를 우리 현실에 비춰보면 어떨까? 만약 사회가 우리에게 머무를 집과 일용할 양식을 제공해준다면, 의료 시스템, 사회보험 등의 사회보장 안전망이 잘 구축돼 있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돈을 조금 덜 버는 노동을 해도 되지 않을까? 나아가 돈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다면, 우리의 노동이 지금보다는 자유로운 형태가 되지 않을까? 이렇듯 영화 <우리들의 낙원>은 돈을 벌기 위한 노동 너머의 노동에 대해 한 번 쯤 상상해 볼 것을 권유한다.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 했던, 돈만 아는 저질을 향한 반더호프의 풍자와 해학이 그 작업에 어느 정도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30일터기사

[8월_연구리포트] 택배 노동, 적정 노동시간 산정할 수 있을까?- “택배기사 적정 근로시간에 관한 연구” 소개

일터기사

택배 노동, 적정 노동시간 산정할 수 있을까?

– “택배기사 적정 근로시간에 관한 연구소개

 

한노보연 노동시간센터 김형렬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더디기만 하다. 분류작업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합의도 있었지만, 현장에서 실제 적용은 회사마다, 지역에 따라 다른 상황이다. 주당 52시간을 넘지 말아야 하는 노동시간 상한제가 있고, 이를 과로의 기준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택배노동자들에게는 주당 60시간 이하의 노동을 하는 것도 쉽지 않은 현실이다. 특수고용형태로 생활임금을 유지하기 위해 장시간 노동이 유지되는 체계는 택배 노동자의 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택배기사의 과로 방지를 위하여 노정 사회적 합의기구가 구성되었고, 2021121일 노정 사회적 합의(택배기사의 주 최대 작업시간은 60시간, 일 최대 작업시간은 12시간을 목표로 하되 그 구체적 작업 기준은 연구를 통해 정하고자 함)에 따라, 택배기사의 적정 노동시간을 제시하기 위한 연구용역이 추진되었다. 이 연구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서 연구용역을 발주했고 한양대학교 장태원 교수팀에서 진행했으며, 연구결과는 지난 7월 산업안전보건강조주간에 발표되었다. 이 연구에서는 택배노동자의 작업 중 심박수를 이용하여 적정노동시간(원래 의미는 최대 허용노동시간)을 산정하였다. 연구는 설문, 면접, 심박수를 이용한 적정노동시간 산정 내용을 모두 포함하는데, 이번 글에서는 일부 설문내용과 심박수를 이용한 적정노동시간 관련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1. 택배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설문)

 

4개 회사 91명의 택배 노동자가 설문과 심박수를 이용한 적정노동시간 산정 연구에 참여하였다. 일 평균 노동시간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분류, 집화(개인, 사업장등에서 택배물품을 받아 오는 작업), 배송 등 모든 업무를 포함한 실제 하루 노동시간은 12.3시간(표준편차 2.1)이었다. 이중 분류작업에서 3.6시간(표준편차 1.1), 배송 작업에서 6.0시간(표준편차 1.8), 집화 작업에서 3.0시간(표준편차 1.9)으로 나눌 수 있었다. 택배노동자들은 여전히 상당한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었는데, 이번 연구에 참여한 대상자에게서 실시한 설문과 실제로 측정한 결과에서도 하루 노동시간은 평균 11.5-12.3시간, 이를 16일로 환산하면 1주 노동시간은 69.0-73.8시간으로 상당히 길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구분 일평균 노동시간(시간)
평균 표준편차
분류 작업 3.6 1.1
배송 작업 6.0 1.8
집화 작업 3.0 1.9
12.3 2.1

 

2. 심박수를 이용한 적정노동시간 산정

 

택배 업무로 인한 신체부하 정도는 택배 배송량, 배송물품의 종류, 배송구역의 특성, 택배기사의 신체조건과 체력(심폐기능) 등 다양한 요건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나이, 배송구역 특성, 요일별 특성을 고려하여 측정시기, 대상자를 선정하였다. 나이는 다양한 연령대를 포함하되, 45세 미만과 45세 이상이 일정한 비율로 포함되도록 하였고, 배송구역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아파트 밀집지역, 많이 걸어 다녀야 하는 주택이나 빌라상가 밀집지역, 이동거리가 긴 시골이나 도서 지역의 3가지로 구분하고, 각 특성별로 일정 비율이 포함되도록 하였다. 측정시기는 요일별로 배송량과 신체부하 정도가 다를 수 있으므로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 3일 동안 측정을 실시하였다. 4개 회사(A, B, C, D)별로 각각 24, 25, 12, 30명으로 총 91명이 연구에 참여하였다. 참여자는 대부분 남성으로(여성 1) 나이는 평균 43.8세였고, 40세 미만이 35, 40-49세가 24, 50세 이상이 32명이었다. 배송구역별로는 아파트 지역 배송자가 23, 주택빌라상가 지역 배송자가 33, 그리고 시골도서 지역 배송자가 35명이었다.

 

심박수 측정은 Polar M430을 이용하였다. Polar M430은 손목에 착용하는 시계 형태의 도구로써, 손목을 지나가는 혈류를 감지하여 심박수를 측정한다. 노동과정에서 심박수를 측정하고 계산식을 이용하여 심최대허용 노동시간 MAWT (Maximal acceptable work time) 산출하였다.

 



[그림 1] Polar M430

 

구분 전체 작업 배송 작업
실제
노동시간
MAWT 신체부하
지수
실제
노동시간
MAWT 신체부하
지수
A 10.7 7.5 1.46 7.1 6.9 1.10
B 11.8 8.1 1.50 7.3 7.4 1.06
C 13.1 8.2 1.66 7.7 7.0 1.25
D 11.4 8.3 1.42 8.7 8.2 1.11
전체 11.5 8.0 1.49 7.8 7.4 1.11
실제노동시간 : 측정 당일 실제로 일했던 시간
MAWT : 주어진 강도의 업무를 신체의 피로 없이 수행할 수 있는 시간
신체부하지수 : 실제노동시간을 MAWT로 나눈 값

 

이 연구에 참여한 택배노동자들의 실제노동시간은 11.5시간으로 업무를 신체의 피로 없이 수행할 수 있는 시간(이하 MAWT)”8.0시간보다 약 3.5시간 정도 초과하였다. , 신체에 부담이 되지 않는 시간보다 3.5시간 만큼 과중업무를 하였다. 분류작업을 하지 않고 배송만 한다고 가정을 하면, 배송 작업의 노동시간은 7.8시간으로 MAWT7.4시간보다 여전히 길었으나, 그 차이는 매우 줄어든다. 신체부하 정도를 의미하는 신체부하지수는 1.49로서 매우 높았으나 배송작업만 감안하면 1.11로 상당히 감소하였다.

 

3. 사회적 합의 주당 60시간 이내, 택배 노동자 건강위협 줄이기에는 아직 멀다

 

택배기사의 과로 방지를 위한 노정 합의기구에서 1차 합의한 내용은 “1주 최대 노동시간 60시간이다. 택배기사들의 1주 노동시간이 70시간 정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1주 노동시간을 최대 60시간으로 제한한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 주어진 강도의 업무를 신체의 피로 없이 수행할 수 있는 시간MAWT는 평균 8.0시간이었기 때문에, 이를 초과하는 경우 60시간 미만이라 하더라도 신체의 부담이 될 수 있다. 합의 내용인 분류작업 제외가 현실적으로 적용이 되어 택배기사들이 분류작업을 하지 않고 배송작업만 하게 된다면 노동시간을 더욱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연구는 육체적 부담이 높은 노동자들에게 심박수를 이용해 건강위험을 줄일 수 있는 노동시간을 산출하여 제안했다는데 의미가 있고, 향후 적정노동시간 산정에 활용될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적정노동시간의 산정에는 생활임금의 보장, 장시간 노동을 강제하는 저임금구조, 고용형태 등이 연관되어 있어, 이를 절대적인 기준으로 말하기는 어려운 한계가 있다.

 

95일터기사

[8월_특집3] 태아 산재의 인정과 실질적인 보상 법령 마련을 위한 검토

일터기사

태아 산재의 인정과 실질적인 보상 법령 마련을 위한 검토

 

천지선 회원, 변호사

 

2020429일 대법원은 업무로 인해 태아의 건강이 손상되는 상황이라는 업무상 재해가 발생했다는 것이 본질이며, ‘누구의 명의로 요양급여를 신청할지는 법기술적인 제도 운용의 문제일 뿐이라는 취지로 아래와 같이 명시했다. (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641071 판결).

임신한 여성 근로자에게 그 업무에 기인하여 모체의 일부인 태아의 건강이 손상되는 업무상 재해가 발생하여 산재보험법에 따른 요양급여 수급관계가 성립하게 되었다면 (중략) 요양급여를 제공받기 위하여 출산 이후에 요양급여 청구서를 모()인 여성 근로자 명의로 작성하여 제출하도록 할 것인지, 아니면 자녀인 출산아 명의로 작성하여 제출하도록 할 것인지는 (중략) 법기술적인 제도 운용의 문제일 뿐이다. 임신한 여성 근로자에게 그 업무에 기인하여 태아의 건강손상이라는 업무상 재해가 발생한 것이 맞다면, 출산 이후에 요양급여 청구서를 누구 명의로 작성하여 제출하였는지가 출산아의 선천성 질병 등에 관하여 요양급여 제공을 거부할 정당한 사유는 될 수 없다.
업무에 기인한 사정으로 임신한 여성근로자와 한 몸인 태아의 건강이 손상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면 그로써 이미 산재보험법상 업무상재해가 있었다고 평가함이 정당하다. 그런데 재해를 입은 생명이 태어났다고 하여 업무상 재해의 발생이라는 종전의 정당한 평가를 거두어야 하는가? 요양급여 수급권자는 근로자이어야 한다는 산업재해법의 규정이 이미 정당하게 평가된 근로자인 원고들에게 발생한 업무상 재해라는 본질을 무력화할 정도의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고도 볼 수 있는가? 그렇게 볼 수 없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의 목적·취지·구조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면, 2세 건강손상도 현행 산재보험법의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하지만 대법원 선고 이후에도 비본질적인 법기술적 문제 때문에 2세 산재는 여전히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 실제 보상을 위해선 법기술적 측면에서 불비(不備)돼 있는 부분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현행 박주민 이영 강은미 송옥주
5(정의) 1. “업무상의 재해란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 또는 근로자가 출산한 친생자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을 말한다. 다만, 태아의 부상이나 사망은 제외한다. <단서 신설>
1. “업무상의 재해란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것을 말한다.
. 근로자의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
. 126조의3에 따른 장해나 질병(신설)

36(보험급여의 종류와 산정 기준 등)


37(업무상의 재해의 인정 기준)
근로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부상·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 다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相當因果關係)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2. 업무상 질병
. 근로자의 업무 환경이나 업무상 질병으로 인하여 친생자에게 발생한 질병(신설)
91조의12(태아의 건강손상에 대한 업무상의 재해의 인정기준) 임신 중인 여성 근로자가 업무수행 과정에서 물리적 인자, 화학물질, 분진, 병원체 등 건강에 장해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을 취급하거나 그에 노출되어 출산한 자녀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이하 태아의 건강손상이라 한다)에는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 다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모자보건법2조제5호에 따른 미숙아인 경우
2. 모자보건법2조제6호에 따른 선천성이상아인 경우
3.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애 또는 질병이 있는 경우
근로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부상·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는 경우 또는 제126조의3의 선천성 질환아를 출산하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 다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相當因果關係)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2. 업무상 질병
. 업무수행 과정에서 물리적 인자(因子), 화학물질, 분진, 병원체, 신체에 부담을 주는 업무 등 근로자의 건강에 장해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을 취급하거나 그에 노출되어 발생한 질병 또는 제126조의3의 선천성 질환아의 출산


126조의3(업무상 재해로 인한 선천성 질환아에 대한 보험급여 지급에 관한 특례) 근로자가 업무수행 과정에서 물리적 인자(因子), 화학물질, 분진, 병원체와 신체에 부담을 주는 업무 등 근로자의 건강에 장해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을 취급하거나 그에 노출됨으로써 모자보건법2조에 따른 미숙아 및 선천성이상아,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선천적 장애 또는 질병이 있는 자녀(이하 선천성 질환아라 한다)를 출산한 경우 그 선천성 질환아에게 제40, 57, 60, 61, 62조 및 제71조를 적용한다. 이 경우 근로자선천성 질환아로 본다.
선천성 질환아에게 지급하는 보험급여의 신청 방법과 절차 등에 필요한 사항은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한다.
—-하고, 91조의12에 따른 건강손상자녀에 대한 보험급여의 종류는 제1호의 요양급여, 3호의 장해급여, 4호의 간병급여, 7호의 장례비, 8호의 직업재활급여로 한다.
91조의12(건강손상자녀에 대한 업무상의 재해의 인정기준) 임신 중인 근로자가 업무수행 과정에서 제37조제1항제1호ㆍ제3호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유해인자의 취급이나 노출로 인하여 출산한 자녀가 부상, 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한 경우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 이 경우 그 출산한 자녀(이하 건강손상자녀라 한다)는 제5조제2호에도 불구하고 이 법을 적용할 때 그 모()가 속한 사업의 근로자로 본다.
40(요양급여) 요양급여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그 근로자에게 지급한다.
1. 근로자가 업무상의 사유로 부상을 당한 경우
2. 근로자와 그가 출생한 친생자가 질병에 걸린 경우(신설)
91조의13(보험급여의 종류) 태아의 건강손상에 따른 보험급여의 종류는 제36조제1항에 따른다. 다만, 같은 항 제5호에 따른 유족급여, 6호에 따른 상병보상연금, 7호에 따른 장의비 및 제8호에 따른 직업재활급여는 제외한다.
1항에 따른 보험급여는 제91조의14부터 제91조의17까지의 규정에 따른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의 청구에 따라 지급한다.
91조의14(요양급여) 요양급여는 태아의 건강손상으로 인하여 그 자녀가 요양할 필요가 있는 근로자에게 지급한다.
1항에 따른 요양급여의 범위나 비용 등 요양급여의 산정 기준은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한다.
근로자의 자녀를 진료한 제43조제1항에 따른 산재보험 의료기관은 태아의 건강손상이 업무상의 재해로 판단되면 그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 요양급여의 신청을 대행할 수 있다.
91조의15(휴업급여) 휴업급여는 태아의 건강손상이 발생한 근로자에게 그 자녀의 간병으로 취업하지 못한 기간에 대하여 지급하되, 1일당 지급액은 평균임금의 100분의 70에 상당하는 금액으로 한다. 다만, 취업하지 못한 기간이 3일 이내이면 지급하지 아니한다.
91조의16(장해급여)
91조의17(간병급여)

57(장해급여) 장해급여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 그 근로자에게 지급한다.
1. 근로자가 업무상의 사유로 부상을 당한 경우
2. 근로자나 그가 출생한 친생자가 질병에 걸려 치유된 후 신체 등에 장해가 있는 경우(신설)
91조의13(장해등급의 판정시기) 건강손상자녀에 대한 장해등급 판정은 18세 이후에 한다.
91조의14(건강손상자녀의 장해급여장례비 산정기준) 건강손상자녀에게 지급하는 보험급여 중 장해급여 및 장례비의 산정기준이 되는 금액은 각각 제57조제2항 및 제71조에도 불구하고 다음 각 호와 같다.
1. 장해급여: 36조제7항에 따른 최저보상기준금액
2. 장례비: 71조제2항에 따른 장례비 최저금액

63(유족보상연금 수급자격자의 범위) 유족보상연금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자(이하 유족보상연금 수급자격자라 한다)는 근로자가 사망할 당시 그 근로자나 친생자와 생계를 같이 하고 있던 유족(그 근로자가 사망할 당시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자로서 외국에서 거주하고 있던 유족은 제외한다) 중 배우자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로 한다. 이 경우 근로자나 친생자와 생계를 같이 하고 있던 유족의 판단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1. 산재보험법 및 발의된 개정법률안

 

각 개정법률안의 태아 업무상 재해의 인정 범위를 보면, ()은 태아의 부상과 사망은 명시적으로 제외하고 있다. 통상 업무상 재해에 부상과 사망이 포함돼 있고, 유산의 경우 근로복지공단이 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함이 해당 사건에서도 명시돼 있음을 고려할 때 합리적이라거나 공평하다고 보기 어렵다.

()임신 중인 여성 근로자의 경우로 한정해 남성 근로자의 경우를 제외하고 있는데, 반도체 산업종사 남성 근로자의 배우자에게서 자연유산 등의 증가가 관찰된다는 논문이 이미 존재한다. 업무상 재해의 원인 중 신체에 부담을 주는 업무를 제외하고 있는데 현행 산재보험법에도 포함된 업무상 재해 원인이며, 해당 사건에서도 업무상 과로·스트레스·주야간 교대근무 등 신체에 부담을 주는 업무 역시 업무상 재해 원인으로 보고 있음을 고려할 때 합리적이라거나 공평하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재해의 결과도 모자보건법상 사유로만 한정하고 있는데 모자보건법과 산재보험법의 목적·취지가 다르고, 그 범위 역시 과도하게 협소해 합리성과 구체적 타당성 모두 결여돼 있다.

보험급여의 경우, 근로자의 2세가 최소한의 치료라도 받고 생활할 수 있는 요양급여·장해급여·간병급여·직업재활급여 등을 지급해야 한다. 또한 가족이 아이의 돌봄 등을 위해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기간 동안 휴업급여가 지급돼야 한다. 휴직 등을 허용하지 않거나 이를 이유로 불이익한 처분을 내릴 경우에 대한 처벌 역시 마련돼야 한다.

대법원 판례는 업무로 인해 재해가 발생한 것이 본질이며, 다른 사유는 이를 전복할 만큼 중요하지 않다고 봤다. ()의 경우처럼 그 인정 범위가 과도하게 협소해 대법원 판례의 취지를 몰각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면, 조속히 법령을 개정해 2세의 건강손상이 하루라도 빨리 산재보험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야말로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부합한다.

 

38일터기사

[8월_특집2] 여성노동자 재생산권 침해와 인정투쟁의 역사

일터기사

여성노동자 재생산권 침해와 인정투쟁의 역사

 

유청희 상임활동가

 

2020,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의 2세들이 앓고 있는 선천성 심장 질환을 대법원에서 산업재해로 인정했다. 근로복지공단의 산업재해 불승인 이후 소송으로 승인 받기까지 걸린 시간이 무려 10년이다. 대법원은 산재보험법의 해석상 모체와 태아는 단일체로 취급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태아는 모체의 일부로 모()와 함께 근로현장에 있기 때문에 언제라도 사고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판단해, 여성 노동자들이 업무로 입은 재해를 2세 질환의 원인으로 인정했다. 여성 노동자의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이 확인된 판결이다. 이 대법원 판결로 2세 산재가 산업재해보상법 적용 대상임이 확인되었다. 이 판결 이후, 현재는 개정법 시행 이전에 발생한 2세 질환에 대한 산재 소급 적용 여부나 보험 급여 지급 범위 등 많은 쟁점들을 두고 법 개정 논의가 진행중이다.

 

일반적으로 재생산 권리란 차별, 폭력 없이 원하는 시기에 임신을, 또 자녀의 수와 자녀를 가질 시기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국제적으로 이 개념이 통용되고 있고, 최근 한국에서는 낙태죄 폐지와 함께 성·재생산 건강 및 권리(Sexual and Reproductive Health and Rights, SRHR)가 활발히 논의되고 정리되었다.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에서 제시한 성·재생산권리 보장 기본법()에 따르면, 일터에서의 성·재생산권리의 보장(46)에서 모든 근로자에 대한 성적 권리와 재생산 권리가 보장될 것, 그리고 성적 건강과 재생산 건강을 침해받지 않을 것을 규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에서도 여성 노동자의 재생산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임신한 여성에게 야간 노동을 금지하고, 노동자가 유산할 경우 유산 휴가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임신 중 특정 시기에는 근로시간 단축을 허용할 수 있게 한다. 또 노동자가 청구하면 생리휴가를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업무로 인해 재생산권이 침해되고, 건강상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개인의 문제로 취급되어 드러내지 못했다. 또 드러내더라도 그 문제가 업무상 상관관계가 있음을 인정 받기 어려웠던 오랜 역사가 있다.

 

화학약품 때문에 무월경, 엘지전자 노동자들

 

1995년 경남 양산의 엘지전자부품() 여성 노동자 전체 20명 중 18명이 무월경 진단을 받았다. 노동자들은 전자제품 택트(TACT) 스위치를 조립하는 곳에서 일을 했고, 이 조립 과정에서 솔벤트 5200을 사용해 불순물을 제거했다. 노동부는 즉각 역학조사에 들어갔는데, 솔벤트 5200에 쓰인 2-브로모프로판이라는 물질이 무월경 증상의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 유해 화학물질을 아무런 보호장치도 없이 노동자들이 사용할 수 있었던 건, 당시 규제하고 있던 697종의 유해 화학물질에 2-브로모프로판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같은 솔벤트 5200을 사용했지만, 취급 시 필요한 철저한 환기, 방독면과 보안경 같은 보호장치를 해 두었던 일본에서는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휴일에도 환기장치를 가동했어야 했지만 한국에서는 그런 수칙을 지키지 않는 등 관리에 상당한 차이가 있었던 것이 밝혀졌다.

여성노동자들은 불임 판정을 받았고, 남성 노동자들 또한 무정자증 판정을 받는 등 피해가 심각했다. 노동부 역학조사 이후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해당 피해 노동자들의 질병을 직업병으로 인정했다.

 

유해 노동환경이 원인이 된 제주의료원 노동자의 유산

 

앞서 언급한 제주의료원 산업재해(이하 산재) 승인건에서는, 여성이 임신 중 업무상 유해요소에 노출되었다가 출산 이후 여성과 2세가 분리된 상황에서 2세의 질환을 모체의 산업재해로 인정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으나 결국 산재 승인을 받았다. 그렇다면 유산은 어떨까. 노동자 당사자에게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비교적 명확해 보이는데, 실상은 어떨까?

 

2020년 대법원에서 2세 질환을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제주도의료원 노동자들의 동료들 중 같은 시기 유산을 겪은 이들이 있었다. 2009년에서 2010년 사이 제주의료원 간호사 노동자들은 불규칙한 교대 근무, 타 병원 대비 2~3배가 넘는 1인당 환자 수, 약제 조제 시 화학물질 노출 등으로 유산하거나 선천성 심장 질환을 겪는 아이를 출산했다. 이때 유산을 겪은 여성 노동자들은 산재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이 건 전후로 국내에서 유산으로 산재신청 및 승인된 경우는 극소수로, 2010년도-2019년도 사이 모성보호 관련으로 승인된 산재는 7(유산 6, 불임 1)에 불과하다.

 

반도체 노동자 산재, 태아 산재로까지

 

반올림은 지난 520<반도체 노동자의 2세 직업병 피해자 3명 집단 산재신청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반도체 노동자 3명의 2세가 입은 재해에 대한 산재를 신청했다. 제주의료원 이후, 한국의 두 번째 태아 산재 신청 사례였다. 이날 산재보상 신청에 나선 세 여성 노동자들은 1990년대 초중반에 삼성 반도체에 입사해 10년 가까이, 혹은 10년 이상 일 했고 재직 기간 중 임신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반도체 공정에서 이들은 지속적으로 유독물질을 취급했고, 이 중 한 명은 생식독성 물질을 포함한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되기도 했다. 이들이 출산한 2세 중 한 명은 선천성 거대결장증으로 태어나자마자 수술을 받았다. 다른 두 명의 2세들은 공통적으로 신장을 한쪽만 가지고 태어났다. 이들은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질환을 겪으며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은 반올림의 산재 신청 건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제주의료원 간호사 2세들의 선천성 심장 질환에 대한 산재 승인 대법원 판결 이후 법 개정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고, 또 논의 중인 개정법안에서 소급 적용을 포함할 것인지도 쟁점으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대법원 판결 이후 산재보상보험법 개정 논의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2세 질환에 대해 요양급여 외에 휴업급여, 유족급여, 부모돌봄 휴업급여 등을 포함할지 여부와, 법 시행 전 소급 적용이 이루어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재생산권은 노동권이다

 

월경은 여성의 재생산권과 연결되는 것으로, 임신을 원하건 원하지 않건 건강한 상태로 유지되어야 하고 일터는 그 권리을 보장하기 위한 조건들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엘지전자부품()와 정부는 책임지고 점검했어야 할 유해화학물질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여성 노동자들이 겪어야 했던 집단적 무월경 증상은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여성 노동자 건강권이 침해되고 있는 현실에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었다. 제주의료원 노동자들의 유산과 2세 산재 사례 역시 과로와 더불어 유해 물질 취급 때문에 생긴 노동자 건강권 및 재생산권 침해 사례다. 노동자는 안전한 노동환경에서 일하면서, 임신을 할지 여부와 그 시기를 결정할 권리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제주의료원의 노동자들은 그 권리를 박탈당했다. 세 명의 삼성 반도체 여성 노동자들의 경우는, 안전하지 않은 노동환경에서 일하는 와중에 임신을 했다는 점에서 위의 두 사례와 같다. 그러나 유해 환경이 태아의 질환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여성 노동자들이 무월경을 겪고, 유산하며, 선천성 질환을 가진 2세를 출산하는 일은 모두 유해 물질에 노출되었거나 야간 노동, 과로로 인한 것이었다. 이 사례들은 일터에서의 여성 노동자 재생산권이 침해된 사례의 극히 일부일 것이다. 여성 노동자들이 겪는 유산과 같은 문제는 업무상 재해이고 노동권 침해의 결과이지만, 여전히 노동의 문제로 인식조차 안 되는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배후에는 그러한 재해가 개인이 감당해야 할 일로 치부되고, 공적인 일로 거의 드러나지 못한 뼈아픈 역사가 있다.

여성 노동자들의 재생산권 침해는 안전하지 않은 노동환경에서 발생한다.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다. 재생산권 역시 노동자가 반드시 보장받아야 할 권리임을 사업주와 정부가 인식해야 한다.

 

 

50일터기사

[8월_특집1] 안전한 노동환경을 보장받을 권리, 성과 재생산 권리로 이야기하자

일터기사

안전한 노동환경을 보장받을 권리, 성과 재생산 권리로 이야기하자

 

나영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2020429일 대법원은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이 제기한 요양급여 신청 반려 처분 취소 사건에 대하여 원심을 파기하고 산업재해로 인한 자녀의 수급권을 인정했다. 이 사건은 항암약을 조제하는 업무를 하던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이 제기한 것으로, 당시 2009년에 임신하여 2010년에 출산한 간호사 15명 중 4명이 선천성 심장질환을 지닌 자녀를 출산하였고, 5명은 유산을 했다. 자녀의 수급권을 부정한 2심 재판부와 달리 대법원은 임신 중 태아는 모체의 일부이므로 유해한 노동환경으로 인해 임신 중 태아에게 질병이나 장애 등이 발생하였다면 유해 환경의 영향을 받은 자녀 역시도 수급 자격을 지닌 당사자가 될 수 있다고 판결한 것이다. 그리고 산재보험법 제88조 제1근로자의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는 퇴직하여도 소멸되지 아니한다를 인용하여, 임신 중 태아에게 영향을 미치는 재해가 발생하여 수급 관계가 성립되었다면 이후 근로자의 지위를 상실하거나 출산한 이후라고 하더라도 수급권을 상실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의 이와 같은 판결은 그동안 업무상 재해로 자녀에게 발생한 질병이나 장애로 인해 직접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해야 했던 고통을 해소하고, 업무상의 유해 노동환경을 여성노동자와 자녀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로서 판단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남겼다. 하지만 앞으로 산재보상보험법의 개정과 산재 인정에 대한 판단 기준 등에 있어서는 더 중요하게 논의해가야 할 내용이 아직 많다. 성별에 따른 업무 환경상의 특성과 차이는 고려되지 않고, ‘모성보호라는 틀에 한정된 관점에서 권리와 자격을 논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신과 출산을 전제로 하지 않더라도 다른 생식 건강에 관한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 남성 노동자의 생식 건강 피해로 인한 자녀의 건강손상 문제는 인정될 수 있을지는 포함하지 못 한다. 나아가, 자녀의 건강손상에 대한 보상의 의미를 넘어 당사자의 삶에 관한 권리로서 그 의미를 더 확장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아래에서 산업재해에 대한 관점의 전환, 안전한 노동환경 보장의 중요성과 그 의미를 ·재생산 건강과 권리’, ‘재생산정의의 관점에서 풀어보고자 한다.

 

모든 노동자는 성적권리와 재생산권리를 가진다

 

·재생산 건강과 권리(Sexual and Reproductive Health and Rights, SRHR)는 성 건강, 성적권리, 재생산건강, 재생산권리를 통합적으로 다루는 개념으로, ‘모든 개인이 전 생애에 걸쳐서 폭력, 강압, 차별, 낙인 없이 자신의 몸과 성, 재생산에 관련하여 건강과 자율성을 보장받고 존중받을 권리, 성적 즐거움을 향유할 권리, 관련 시설, 재화, 정보 일체에 대해 방해받지 않고 접근할 권리, 이에 대해 자유롭고 책임 있는 결정과 선택을 할 권리를 의미한다고 정의해볼 수 있다. 여기서 재생산이란 단지 임신과 출산 등 생식에 관한 차원만이 아니라 개인과 공동체에 상호영향을 미치는 삶의 전 과정을 지속가능하게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유엔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위원회는 2016년 성과 재생산 건강과 권리에 관한 일반논평 제22호에서 성과 재생산 권리는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 규약 제12조에 명시된 건강에 대한 권리의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고 명시하고 있다. 성 건강·성적권리·재생산건강·재생산건강이 권리로서 보장되어야 할 내용이라면, 이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차별과 불평등, 착취에 대응하며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조건에서의 사회정의를 만들어나가는 일이 바로 재생산정의 Reproductive Justice’ 운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안전한 노동환경에서 일할 권리는 지금까지 주로 노동권의 관점에서 이야기 되어 왔지만 모든 노동자가 성 건강과 재생산건강을 포괄하는 성과 재생산에 관한 권리를 지닌다면 제대로 된 노동조건과 안전한 노동환경을 보장받을 권리 역시 성·재생산 권리의 내용으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불안정하거나 착취적인 노동조건과 건강을 악화시키는 노동환경에서 일한다면 삶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성적 즐거움을 향유하고, 원하는 사람과 파트너십을 유지하거나 가족을 구성하는 일, 생식 건강을 유지하는 일이나, 안전한 피임·임신·출산·임신중지를 보장받는 일, 양육과 돌봄에 필요한 여건들을 감당하는 일 또한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국 사회는 이러한 일들을 권리의 내용으로 고려하지 않은 채, 오로지 국가가 목표로 하는 생산력만을 채우고자 했고 그 생산력을 유지하기 위한 인구조절의 수단으로서만 노동자의 몸을 다루어 왔다. 그 결과 7, 80년대의 가족계획 시대에는 남성 노동자에게 생계부양자로서의 역할을 부여했고, 여성 노동자는 저임금의 노동력으로 국가 경제와 가족 경제에 기여하면서도 자녀를 적게 낳아 검소한 가정경제를 꾸려나가는 이중의 역할을 부여했다. 그러다 2000년대에 본격적인 저출산·고령사회 대책을 시작하면서부터는 남녀 노동자 모두에게 불안정 노동과 하청에 재하청으로 이어지는 열악한 노동환경을 감당하게 하면서 여성 노동자들에게 출산과 돌봄의 부담을 더욱 강화하게 된 것이다. 제대로 된 노동조건과 안전한 노동환경을 보장받을 권리를 성과 재생산 권리로서 말한다는 것은 이처럼 오로지 국가의 경제 성장과 인구관리를 위한 목적으로서만 다루어져 온 노동자의 몸과 삶을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권리, 평등하고 자율적인 파트너십과 가족구성에 관한 권리, 돌봄에 관한 권리, 자신의 신체에 대한 건강과 자율성을 보장받을 권리의 내용으로 채워나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셰어에서는 지난해 낙태죄 폐지 이후의 대안 입법으로 ·재생산 권리 보장 기본법안을 만들면서 13장에 일터에서의 성재생산 권리 보장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 그 중 46조는 이런 내용을 담고 있다. 모든 근로자는 성적 권리와 재생산 권리를 가지며, 근로자라는 이유로 이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모든 근로자는 업무상의 사유로 성적 건강과 재생산 건강을 침해받지 아니한다. 모든 근로자는 성적 건강과 재생산 건강을 보장한다는 명목으로 업무배제 또는 고용상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법이 보장하는 권리의 주체는 모든 사람이며, 노동 현장에서의 안전과 건강권 보장은 당연히 모든 사람에게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고, 따라서 성 건강, 재생산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유해 노동환경 또한 모성보호라는 명분으로 여성 노동자에게만 보장되어야 하는 권리가 아니라 모든 노동자에게 보장되어야 하는 권리가 된다. 또한 모성보호 등의 명분으로 여성 노동자를 특정한 업무에서 아예 배제하거나 취업에서 차별하는 근거로 사용해서도 안 된다. 또한 안전한 노동환경은 노동자에게 유해한 노동환경 자체를 제거해나가는 적극적인 조치를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국가와 지자체, 모든 기업은 이를 보장하고 지원하며, 권리에 대한 교육을 이행할 책임을 져야 한다.

 

성과 재생산 권리를 통해 안전한 노동의 권리를 요구하자

 

제주의료원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 이후 1년이 훨씬 지난 지금, 그 내용을 실질적으로 적용할 산재보상보험법의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에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에서는 지난 520, 세 명의 반도체 노동자와 함께 자녀의 건강 손상에 대한 산재 인정 신청을 접수했다. 제주의료원 투쟁 덕분에 이번에는 판단 절차가 빠르게 시작되었지만 노동부는 법률이 개정되더라도 소급적용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여 개정안을 둘러싼 싸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어떻게든 법 개정은 여러 한계를 지니겠지만 앞으로 우리는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이 투쟁의 요구를 더 크게 확장해 나가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유해 노동환경으로 인한 노동자의 생식 건강 문제는 임신, 출산의 시기에만 한정되지 않아야 한다. 제주의료원 사건 이후 자녀의 산재 보상에 대한 문제는 주로 임신 중인 여성 노동자의 모성보호에 중점을 두어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유해 노동환경의 영향은 임신·출산의 시기뿐만 아니라 일상의 노동환경 전반을 통해 확인되어야 한다. 따라서 일반적인 성 건강, 월경, 임신중지, 개인의 성정체성에 따른 건강 보장에 관한 문제도 고려되어야 하며, 이를 보장하기 위한 노동환경이 통합적인 권리로서 인식되어야 한다.

 

둘째, 유해 노동환경에 대한 판단은 성차별적 노동구조와 노동 공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해야 하며 더 다양하고 포괄적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성 건강, 월경, 임신중지, 임신·출산 등에 영향을 미치는 유해 노동환경은 단지 특정 유해 물질이나 유해 요인으로만 한정되어서는 안 된다. 작업장 환경, 고용 상태, 휴게 공간, 화장실, 휴게 시간과 휴가의 보장 정도, 과로와 스트레스 등이 모두 노동자의 성과 재생산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 노동자들의 경우 대부분의 작업장이 남성 노동자를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작업환경 변화 역시 반영해야 한다. 또한 청소, 요리 등 일반적으로 여성 노동자들이 많이 종사하는 노동에 있어서는, 지금까지 노동으로 인식하지 않았던 태도를 산업에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전반적인 문제들이 제대로 인식되어야 하며 포괄적으로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여성 노동자뿐만 아니라 남성 노동자의 생식 건강도 자녀 건강에 관한 산재 인정의 판단 근거로서 고려되어야 하며 비혼, 비출산 노동자와 성소수자 노동자의 생식 건강 또한 성과 재생산 건강에 관한 권리로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남성 노동자에게도 당연히 유해 노동환경으로 인한 생식 건강의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남성 노동자의 생식 건강도 자녀 건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남성 노동자의 생식 건강 역시도 자녀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산재인정의 판단 근거로서 고려되어야 한다. 한편, 임신·출산의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노동자에게 중요한 권리로서 보장되어야 하며 산재 인정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고용 여건이나 노동환경에 있어서 비혼, 비출산 노동자, 성소수자 노동자의 성·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별도의 고려가 필요한 부분도 있으므로 앞으로 이에 대한 연구와 권리 보장 요구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유해 노동환경으로 인한 자녀의 건강 문제는 당사자 자녀의 권리로서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을 짚고자 한다. 지금까지는 여성 노동자의 임신 중 영향으로 인한 문제로 부각되다 보니 많은 여성 노동자들이 산재 인정 투쟁을 하면서 자녀에 대한 미안함을 가지고 투쟁하게 되고, 선천성 장애나 질병을 가지고 태어난 자녀들은 권리를 요구하는 당사자의 위치를 가지지 못했다. 그러나 태어난 이후의 자녀는 한 사람의 독립된 주체로서의 권리를 지니며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권리를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재생산 권리의 관점에서 보면 성과 재생산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유해 노동환경의 문제는 자녀의 성과 재생산 건강과 권리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이 투쟁의 의미가 산재로 인한 생식건강 피해 노동자의 부모로서의 호소로만 남지 않고, 자녀들 또한 직접 권리의 주체로 설 수 있는 운동으로 더 확장될 수 있기를 바란다. 그와 함께 노동자의 권리로서 성과 재생산 권리가 어디서든 당연하게 이야기되는 날이 오도록, 더 많은 동지들이 함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44일터기사

[건강한 노동이야기] 야간노동을 규제하는 법이 필요하다

기고



이번 건강한노동이야기 필자는 연구소 김형렬회원 입니다.

한국은 야간근무 자체의 규제가 없기 때문에 노동자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 문제점과 법 규제의 필요성을 제기해 주셨습니다.

“이제는 한국에서도 근로기준법에 야간노동 규제와 관련한 별도의 장을 신설해야한다. 

거기엔 연속적인 야간노동 제한, 월 단위 야간노동의 횟수 제한, 야간노동자에 대한 휴식 및 휴일의 부여, 야간노동 시 배치해야할 최소 인원 및 적정인력배치 의무, 1인 야간근무 금지 등의 규정이 담겨야 한다. 또 해당 내용이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특수고용직 노동자도 대상이 되어야 한다.”

필독을 권합니다.

https://www.vop.co.kr/A00001592332.html

 

 

56기고

[기자회견] 산재사망 근본대책 촉구! 시행령 개악 철회! 산재사고 관련 공무원 처벌 촉구! 고용노동부 규탄 기자회견(21.08.24)

활동소식



산업재해로 매년 2,000여 명이 사망하고 그 중 40%는 경기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경기지역에서 매년 800명 이상이 산재로 사망하고 있다. 그 중 산재사망사고는 320명 이상이다. 경기지역에서 사망사고는 매일 발생하고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산재 질병사망은 480명 정도로 집계되고 있다. 매일 2명 혹은 3명이 경기지역에서 산재로 사망하고 있다.

사망사고는 아니더라도 중상, 경상을 포함한 산재사고 노동자는 매년 10만 명이 넘는다. 정확한 집계만 보고되지 않을 뿐 경기지역의 노동자는 매년 4만명 이상이 산업재해료 정상적인 출근을 하지 못하고 병원에 입원하거나 치료를 받고 있다.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은 산재사망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

 

고용노동부는 2021년에는 산재사고를 20%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1/4 분기, 3월말 통계를 보면 산재사망건 수는 2020년 보다 12명 더 많은 574명이다. 산재사망자는 오히려 늘어났다. 고용노동부는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 공개해야 한다. 산재사고 줄이겠다고 공언한 정책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

 

고용노동부와 정부는 제대로 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을 제정하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입법예고 기간이 어제로 끝났다. 입법예고된 시행령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배제, 50인 미만 사업장 3년 유예의 근본적인 한계를 개선할 대책은 어디에도 없다. 게다가 경영책임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조항은 꼼꼼하게 마련하고 하청,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규정은 애매하게 만들어 놨다. 중대재해를 줄이겠다는 법안의 목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시행령은 안전분야의 점검을 제3의 기관에 위탁해 형식적인 조건을 만족하면 중대재해 책임을 면제할 수 있는 규정도 마련돼 있다. 개정돼야 한다. 그리고 위험작업의 21조 근무를 의무화하는 규정도 시급한 문제이다. 대부분의 산재사망사고는 위험업무를 1명이 수행하다가 발생하고 있다. 반드시 시행령에 포함되어야 한다.

 

민주노총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운동본부는

시행령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시행령에 반영하라!

 

하청, 특수고용노동자의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경영책임자의 의무규정, 21조 등 위험작업과 과로사 예방을 위한 적정인력과 예산 보장, 하청, 특수고용을 포함한 노동자의 중대재해 예방 참여권 보장. 그리고 산업안전보건법, 근로기준법, 화확물질관리법, 폐기물 관리법, 화물운송 사업법 등 안전보건관계 법령 준수를 위탁이 아닌 직접적인 경영책임자 의무로 명시하는 것 등이다.

5인미만 사업장은 제외돼 법의 한계가 분명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이라도 법의 취지에 맞도록 기업 최고경영자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에 은폐된 산재사망 사고의 원인, 불법고용을 고발한다!

 

고 이선호님 산재사망 투쟁과정에서 동방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이외에도 불법적인 고용과 근로기준법 위반이 확인됐다. 경기지청은 동방의 불법고용과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을 신속히 조사하고 검찰에 기소를 요구해야 한다.

산업안전에 대한 경영자의 의지가 없었다는 것은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결과 보고서에 적시돼 있다. 산재사망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안전수칙 위반으로 보였지만 근본적으로 적정인력이 부족해 안전사고는 불가피한 사업장이었다.

인력소개소를 통한 불법고용으로 장시간 저임금 노동이 가능했고 작업의 전문성과 안정성은 아예 기대하기 어려웠다. 산재사망사고의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였다.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은 산재사망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근본대책을 공개하라!

 

경기지역 산재사망은 사실상 전국시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매번 산재사망사고가 날 때마다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한다고 했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중대재해 발생할 경우에 조사보고서를 공개하라. 수립된 대책을 공개하고 검증해야 한다. 고용노동부가 독점한 조사와 대책은 더 이상 믿을 수 없다. 산재사망을 줄일 수 있는 근본대책을 공개하라.

 

 

2021824

민주노총경기도본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경기운동본부, 고 이선호님 산재사망 대책위

 

40활동소식

[안내] 고 이훈구 동지 1주기 온라인 추모 활동

활동소식



[고 이훈구 동지 1주기 온라인 추모 활동]

함께 기억하고 싶습니다 

해방의 녹두가 되고자 사람 냄새 피우며 전국 노동현장을 분주히 누비던 사람. 

이윤보다 노동자의 몸과 삶을 실현하는 또 다른 세상을 꿈꾸었던 동지. 

어느덧 이훈구 동지가 우리 곁을 떠난지 1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와 나눈 일상을 공유해주세요 

고 이훈구 동지 추모 홈페이지에 방문하여 생전 이훈구 동지와 나누었던 소중한 일상과 경험을 공유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

사진을 가지고 계시면 1주기 추모 게시판에 꼭 업로드 부탁드립니다. 

이훈구 동지를 함께 추억하고, 기억하고 그가 꾸었던 꿈을 함께 키워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추모 홈페이지 주소 
http://www.leehungu-memorial.net 

공동주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충남노동건강인권센터 새움터, 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

28활동소식

[기자회견]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령 제정 촉구민주노총·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 공동 기자회견

활동소식



 

경영책임자에게 면죄부가 아닌 책임을 부여하라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령 제정 촉구

민주노총·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 공동 기자회견

 

경영책임자에게 면죄부가 아닌 책임을 부여하라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령 제정 촉구
민주노총 ·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 공동 기자회견 개최


일시 : 2021823() 10
장소 :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
주최 : 민주노총 ·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
프로그램(사회 :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이조은 간사)
여는말 : 민주노총 이태의 노동안전보건위원장(부위원장, 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
여는말 : 고 김용균 노동자 어머님 김미숙 님(김용균재단 대표, 운동본부 공동대표)
발언 1. 재해예방 및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이행에 관한 의무 제대로 명시하라
: 김용균재단 권미정 사무처장
발언 2. 안전보건 관계법령, 직업성 질병 범위 전면 확대하라
: 민주노총 화학섬유연맹 현재순 노동안전보건실
발언 3. 제대로 된 중대 시민재해 시행령 제정하라
: 생명안전시민넷 김혜진 공동대표
기자회견문 낭독
: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이종란 상임활동가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유청희 상임활동가

 

경영책임자에게 면죄부가 아닌 책임을 부여하라!”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령을 촉구합니다

지난해 겨울을 잊을 수 없다. 살을 에는 추위를 참고 견디며, 혹은 맞서며 노동자의 억울한 죽음을 더 이상 책임의 구조 없이 내버려 둘 수 없다는 결의로 어렵게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정부가 알아서 결정해 만든 법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동조단식으로, 농성으로 비록 코로나19로 모이진 못하더라도 경영 책임자에게 책임을 제대로 묻는 법의 제정이 더 이상 미뤄질 수 없다는 바람 하나로 만들어낸 의미 있는 법이다. 하지만 제정 당시부터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제외라고 하는 커다란 사각지대를 만들면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진짜 책임자에게 책임을 제대로 묻는 법이다. 산업재해뿐만 아니라 시민재해 영역까지 포괄하는 한국 사회의 재해예방에 대한 책임 촉구를 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물론 그간 사업주의 책임을 묻는 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사업주는 노동자와 계약을 맺을 때 기본적으로 안전하게 일할 조건을 마련하고 고용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산업재해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산업안전보건법에 사업주가 안전 및 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하여 노동자가 사망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의 처벌 조항이 존재한다. 그러나 실효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비판을 계속 받아왔다. 노동자는 계속해서 죽어나가는데 정작 책임의 무게는 너무나 가볍다.

여러 우려와 기대 속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시행령이 입법예고 되었고, 바로 오늘 23일 이에 대한 의견서 제출이 마감되는 날이다. 제정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선 복잡해진 환경에서 안전보건 관리자와 하청업체 담당자 일부가 떠맡았던 극히 일부의 책임을 기업 시스템의 최종 책임자인 최고 경영자에게 제대로 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의 시행령 안으로는 끊이지 않는 노동자의 죽음을 막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발표한 시행령에 대해 우리는 규탄의 목소리를 높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전체 종사자, 사업장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전체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입법 취지와는 다르게 시행령에서 하청, 특수고용노동자 적용 사항이 별도로 규정되어 있다. 재해 예방을 적용 받고, 적용 받지 않아도 되는 노동자와 사업장은 없다. 경영책임자의 의무가 동일하게 적용되도록 명시가 필요하다.

둘째, 21조 작업, 과로사 예방을 위한 적정인력과 예산 확보 의무를 명시해야 한다. 시행령 4조에 재해예방을 위한 필요한 인력 및 예산등 안전보건관리 체계 구축을 안전 및 보건에 관한 인력으로 협소하게 규정했다. 마땅히 담겨야 할 21조 작업 범위, 과로사를 막기 위한 적정인력 배치 등 내용이 없다. 이대로라면 경영책임자가 면죄부를 받게 된다.

셋째, 직업성 질병을 전면 적용해야 한다. 법에서는 사망, 부상, 질병 모두가 대상으로 포함되어 있지만 시행령에서는 직업성 질병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질병 종류를 급성중독에 한해 협소하게 제한하고 있다. 직업성 질병은 기업의 조직적 구조적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근로기준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명시된 전체 목록을 포함해야 한다.

넷째, 안전보건 관리를 외주화하는 법령 점검 민간위탁조항을 삭제하고, 노동자 시민의 참여를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시행령은 법 위반 여부를 점검하는 업무를 민간위탁에 위탁하는 안전관리 외주화를 허용하여 경영책임자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 사업주와 갑을관계에 있을 수밖에 없는 민간기관이 노동자의 목소리를 얼마나 보장하겠는가.

다섯째, 근로기준법 등을 안전보건관계 법령에 명시해야 한다. 정부의 시행령 안에 따르면 법 적용 범위에 과로사, 일터 괴롭힘 등은 배제되어있다. 근로기준법에는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과로사 방지, 일터 괴롭힘으로 인한 자살 등에 대한 사업주의 의무가 규정되어있다. 하지만 정작 시행령에선 노동자 재해 예방을 위한 가장 기본이 되는 근로기준법이 빠졌다. 만약 일터괴롭힘, 과로사 등이 발생하더라도 경영 책임자는 의무 위반이 없어 처벌 대상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다. 재해를 예방하자는 것인지, 방기하자는 것인지 정부에게 묻는다.

마지막으로 중대시민재해와 관련된 문제점이다. 법의 취지를 위반하여 공중이용시설의 범위를 협소하게 정하고 있다. 또한 원료 제조물의 범위를 특정하고 소상공인의 경우 일정한 의무를 면제하고 있어 경영책임자의 책임 범위 역시 좁아질 우려가 있다. 중대산업재해와 마찬가지로 안전보건 관련 점검을 외부에 위탁하도록 하여 경영책임자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다. 이렇게 시행령이 제정된다면 협소하게 규정된 공중이용시설로 인하여 지난 6월에 발생한 광주 철거건물 붕괴사고와 같은 재해는 적용되기 어렵다.

중대시민재해 시행령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서 정하고 있는 시설관련 법률이 포함하지 못하는 시설이면서 재해발생시 피해의 발생 우려가 높은 장소가 해당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공중을 상대로 강연, 교육 등이 행하여지는 장소등 포괄할 수 있는 근거가 시행령에 있어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화학물질 등에 의한 시민재해가 반복해서 발생하는데 비해 사고 대비 물질을 협소하게 규정한 것에 대해 원료 제조물질에 대해 전면적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시민참여가 가능한 근거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 소유자, 관리자뿐만 아니라 시설을 이용하는 이용자들의 의견 개진과 참여가 구조적으로 마련 되어야 재해 예방의 구조적 틀이 갖춰질 수 있다.

우리는 수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시행령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 경영책임자에게 면죄부를 주고, 노동자에겐 또 다시 죽음의 일터로 돌아가라는 정부를 규탄하며 노동자와 시민이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지탱해 나갈 수 있도록 시행령 제정 싸움에 끝까지 노동자 시민이 함께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2021823

민주노총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운동본부

28활동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