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노동뉴스] 산업안전보건본부 출범에 부쳐 (21.07.15)

기고



 

산업안전보건본부 출범에 부쳐

이태진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노동안전보건부장(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가 지난 1일 출범했다. 산재사고 예방기능을 확충하고 현장 관리를 강화하며 새로운 안전·보건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겠다는 의도다. 기존 본부조직(1국 5과 47명)을 1본부 2관 9과 1팀 82명으로, 지방관서 조직을 63과 2팀 821명 체제로 확대·개편했다.

산업안전보건본부 설치는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에 대비한 후속조치이며, 산업안전보건청 설치를 위한 사전 작업이기도 하다. 따라서 산업안전보건본부 출범은 중대재해예방과 더불어 근본적인 안전보건 정책·집행 변화를 동반해야 한다.

 

출처: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3902

 

 

29기고

[매일노동뉴스] ‘일터 괴롭힘’ 피해자 보호할 법 보완 절실하다(21.07.08)

기고



 

‘일터 괴롭힘’ 피해자 보호할 법 보완 절실하다

손진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몇 주 전 일요일 연구소 대표메일로 한 통의 메일이 도착했다. 발신인은 직장내 괴롭힘 피해자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상당 기간 일터 괴롭힘에 시달렸던 그는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에 희망을 걸고 용기를 냈다고 한다. 관할 지방노동관서에 도움을 요청하여 피해 사실을 인정받았으나, 오히려 자신에게 돌아온 것은 피해밖에 없다는 호소였다. 자신과 같은 피해를 당하는 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그 누구도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에 기대를 걸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절실하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3768

 

 

30기고

[매일노동뉴스] 재해조사 의견서에 ‘의견’이 없다니 (21.07.01)

기고



 

재해조사 의견서에 ‘의견’이 없다니

손익찬 변호사(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견서’의 문제점을 분석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필자는 변호사일 뿐이고 안전 분야 전문가는 아니어서, 비전문가 수준에서 내용을 검토할 수는 있지만 무엇이 문제인지를 분석할 능력은 없다고 일러 두고 자료를 받았다. 그러나 필자의 예상과는 달리, 너무도 명백한 문제점이 보였다.

필자가 지금까지 사건을 하면서 봤던 몇 건의 재해조사 의견서는 다음의 목차로 이뤄져 있었다최근 언론사 두세 곳에서 안전보건공단이 작성한 ‘재해조사 의견서’의 문제점을 분석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필자는 변호사일 뿐이고 안전 분야 전문가는 아니어서, 비전문가 수준에서 내용을 검토할 수는 있지만 무엇이 문제인지를 분석할 능력은 없다고 일러 두고 자료를 받았다. 그러나 필자의 예상과는 달리, 너무도 명백한 문제점이 보였다.

필자가 지금까지 사건을 하면서 봤던 몇 건의 재해조사 의견서는 다음의 목차로 이뤄져 있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3646

 

 

29기고

[매일노동뉴스]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산업안전보건법 정상화 견인해야(21.06.24)

기고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산업안전보건법 정상화 견인해야

류현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

공장을 돌리려면, 건물을 올리려면, 교통수단을 이용하다 보면 사고는 나고 사람은 죽고 다치기 마련이라고들 했다. 수십 년을 그리 지내다가 세월호 참사를 눈앞에서 지켜본 이후에 우리는 달라졌다. 다치고 죽기 마련이었던 것이 아니라 보호하고 살리지 못했던 것이었다. 죽고 다치게 되는 데는 이유가 다 있었고, 살리지 못한 것은 구조적인 무능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압축적인 산업화와 경제성장 과정에서 잇따르던 노동자들과 시민들의 재해를 오늘에 와서는 더 이상 수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무책임한 기업의 이윤추구에 따른 산업재해와 사회적 참사로부터 노동자와 시민을 지켜 내지 못한 국가 행정과 사법의 무능에 대해 기존의 법·제도를 넘어서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국민적 정서가 됐다.

출처 :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3528

 

 

27기고

[안내] 노동시간센터 8월 월례토론회 – 전문성의 정치: 전문가주의, 시민참여, 시민지식

활동소식



전문가주의란 중요한 공적 의사결정을 전문가들에게만 맡겨야 한다는 믿음 체계입니다. 물론 한 사회가 잘 작동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지만, 전문가의 역할을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것과 전문가주의로 경도된다는 것은 아주 다릅니다. 또한 전문가가 아닌 일반 시민들이 공적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해선 안 된다는 주장은 전문가 존중을 넘어 전문가주의를 강요하는 것이고, 본질적으로 반민주적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전문가들이 주도하는 의사결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확인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들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이번 노동시간센터 월례토론에서는, <전문가주의를 넘어>의 저자 이영희님을 모시고 전문가주의에 경도된 우리 사회의 현실을 짚고, 시민들의 참여를 복구해내기 위한 방안에 대해 이야기나누고자 합니다.

“전문성의 정치 : 전문가주의, 시민참여, 시민지식”
일시 : 8/25(수) 오후 7시
참여신청 : bit.ly/시간센터월례토론

36활동소식

[기자회견] 계속되는 이주노동자 산재사망!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은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하라!

활동소식



[기자회견문] 계속되는 이주노동자 산재사망!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은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하라!

 

지난 726일 새벽 330분 화성시 팔탄면 플라스틱 제품 제조공장에서 33살의 스리랑카 이주노동자가 납품기한을 맞추기 위해 일하던 중 압축기에 협착되어 죽음을 맞았다.

 

입사한지 채 3개월, 관리자도 퇴근한 상황에서, 2명의 동료 이주노동자와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분주하게 설비 트러블조치를 하던 중 발생한 비참한 산재사망 소식은 이 땅의 살아있는 모두를 분노하게 한다. 휴일 새벽시간에 정해진 물량을 맞추기 위해 분주히 일하던 그는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경찰조사의 결과, 그와 함께 설비를 정비했던 이주노동자인 동료가 설비가동에 대한 책임으로 업무상 과실치사의 혐의로 사업주와 함께 기소된 것이다. 일상을 나누고, 노동을 함께 하던 동료의 희생을 고스란히 지켜보아야 했던 산재사고의 피해자가 현행법에 의해 가해자가 되어버린 형국인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된 것일까. 먹고 살기 위해 일하러 간 일터에서 하루 7명이 퇴근하지 못하는 한국사회의 산재사망의 현실에 경종을 울리고자 사회구성원들의 합의로 마련된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이 3년 유예된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희생된 이주노동자의 죽음이기에 아픔은 더 크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이주노동자의 죽음이 경기도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화성시에서 사고가 발생한지 3일이 흐른, 729일에는 포천시의 한 폐기물 처리업체에서 홀로 작업에 투입됐던 24살의 우즈베키스탄 이주노동자가 파쇄기에 끼어 희생됐다. 최소한의 안전조치, 안전수칙이 마련되어 있었다면 막을 수 있는 죽음이 또 다시 재현된 것이다.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은 이주노동자 산재사망 근절대책을 마련하라!

 

반복되는 이주노동자의 산재사망은 불운의 결과가 아니다. 노동자의 실수나 부주의에 의한 결과 또한 아니다. ‘모든 산업재해는 예방이 가능하다는 기초적인 상식은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나,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진 이주노동자에게는 무용지물일 뿐이다. 보호와 예방이 무너진 일터에서, 반복되는 희생을 언제까지 지켜보아야 하는가.

 

이에 우리는 철저한 예방대책 수립을 요구한다. 더 이상 이주노동자가 죽음에 내몰리지 않기를 바란다. 일하는 사람, 그 어떤 누구도 예외없이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에서 최소한의 권리를 누리며 일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반복되는 이주노동자의 산재사망을 막기 위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한다!

중대재해 조사 보고서를 공개하고, 철저한 진상조사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

피해자이며, 생존자인 이주노동자에게 산재사망의 책임을 전가하는 행태를 중단하라!
경기도내 이주노동자 고용사업장에 대한 노동환경 및 노동조건 실태를 전수 조사하라!

– 고용노동부는 경기도와 화성시 등 지자체와의 협력을 통해 이주노동자 고용사업장 노동조건 개선 및 대책을 마련하라!

 

2021810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이주노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경기운동본부(경기민예총(), 수원그린트러스트(), YMCA경기도협의회, YWCA경기지역협의회, 경기교육희망네트워크, 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 경기버스공동행동, 경기복지시민연대, 경기북부진보연대, 경기시민사회포럼, 경기여성단체연합, 경기여성연대, 경기자주여성연대,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경기정의평화기독교행동, 경기주권연대, 경기진보연대, 경기청년연대, 경기환경운동연합, 경실련경기도협의회, 노동당 경기도당, 다산인권센터, 민주노동자전국회의 경기지부, 반월시화공단 노동자권리찾기모임 월담, 사단법인 경기민예총, 사회변혁노동자당 경기도당, 성남평화연대, 수원 나눔의 집, 수원KYC, 수원YMCA, 수원YWCA, 수원매산지역아동센터, 수원민예총, 수원새벽빛장애인자립생활센터, 수원여성노동자회, 수원여성의전화,수원여성회, 수원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수원이주민센터, 수원일하는여성회, 수원지역 목회자연대, 수원진보연대, 수원청소년성인권센터, 수원환경운동센터, 수원환경운동연합, 안산노동안전센터, 일하는 2030, 전교조 수원 중등지회, 전교조 수원 초등 사립지회, 전국농민회총연맹 경기도연맹, 정의당 경기도당, 진보당 경기도당, 참교육을위한 학부모회 수원지회, 참교육학부모회경기지부, 천주교 수원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천주교 수원교구 정의평화위원회, 평화비경기연대, 풍물굿패 삶터, 하남희망연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화성희망연대), )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 ()더큰이웃아시아,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 한살림경기서남부생활협동조합, 화성여성회, 화성이주노동자쉼터, 화성YMCA, 화성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 그물코평화연구소, 전교조 오산화성지회, 화성아이쿱, 화성환경운동연합, 화성시작은도서관연합회

33활동소식

[자료집]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을 위한 국회 토론회 (21.08.09)

기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을 위한 국회 토론회 

2021년 8월 9일 월요일 오후2시 
온라인 토론회 

주최 더불어민주당 산재예방TF

사회 권오성 교수 (성신여대 법학부)

발제 
1. 경영 책임자의 의무 범위 
– 손익찬 변호사 (민변 노동위 노동자건강권팀장)

2. 중대재해의 정의 : 직업성 질환 
– 이진우 전문의 (일터건강을 지키는 직업환경의학과의사회)

토론
김재윤 교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김형렬 교수 (가톨릭의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실)
이병훈 교수 (중앙대 사회학과)

 

41기타자료실

[7월_직환의노동건강이야기] 노동과 배움의 경계에 선 학생연구노동자의 초상

일터기사

노동과 배움의 경계에 선 학생연구노동자의 초상

 

 

나는 박사과정 학생이면서, 프로젝트 연구에 참여 중인 연구자이자, 병원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다.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특성들이 있지만, 지금의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어쩌면 학생연구노동자라고 할 수 있다. 임금을 받으며 일을 시작한 지 4년 차가 되었고 스스로도 노동자에 더 가깝다고 생각했지만, “학생이니까 많이 배우고 고생 좀 할 수 있지.”라는 이야기를 아직도 종종 듣는다.

노동과 배움의 경계에 있는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대학 학부를 화학과를 나왔기 때문에 의약학계열로 나가지 않은 친구들은 대부분 대학원을 진학했고, 프로젝트 연구나 조교로 일을 하면서 전공 공부와 실험을 병행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매주 연구 진척 사항을 발표하는 컨퍼런스를 준비하기 위해 밤을 새거나 주말에도 출근하기 일쑤였고, 장려금이라는 이름의 용돈을 받으며 생활하기도 했다. 한 친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이공계 대학 석박통합과정에 들어갔는데, 지도에 무관심한 지도 교수님을 만나 혼자 연구 주제를 정하고, 혼자 실험하고, 혼자 논문을 썼다고 했다. 그 와중에 온갖 연구실 행정과 살림 업무를 대가 없이 처리해야만 했다.

대학원생들은 다양한 형태의 노동을 하고 있다. 연구조교, 수업조교, 행정조교와 같이 전통적인 대학원 사회에서 존재하던 노동 형태인 조교 업무가 대표적이다. 최근 20년 동안은 연구중심 대학 체제가 형성되면서 연구개발과 산학 협력의 강화가 이루어졌고, 특히 이공계열의 프로젝트 기반 연구 수주가 꾸준히 늘어났다. 프로젝트에 투입된 대학원생들에게는 업무 성격의 일이 상당히 늘어나게 되었다. 이외에도 학회 운영의 실무를 수행하는 학회 간사를 담당하거나 군복무 대체 연구원 신분으로 일을 하기도 한다.

2015년 발표된 대학원생의 연구 환경에 관한 실태 조사 에 따르면, 대학원생들의 자기 신분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 학생이라기보다 근로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8.3%, 학생근로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57.8%로 스스로 근로자성을 부여하고 있는 사람이 총 66.1%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활동 역할이 있는 사람만을 따로 분석하면, 스스로 근로자성이 있음을 응답한 사람이 행정조교 89.7%, 연구조교 71%, 수업조교 72.8%로 모두 높게 나타났다. 더욱이 활동 역할이 없는 대학원생에서도 45.3%가 자신을 근로자거나 혹은 학생근로자로 인식하여 근로자성이 있다고 응답했다.

대학원생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현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웹툰 <슬픈 대학원생들의 초상>은 고려대 대학원 총학생회에서 전국 대학원생들이 실제 경험한 사건을 제보받아 재구성하여 만들어졌다. 웹툰에서는 교수로부터의 갑질과 폭력, 성희롱, 노동력과 인건비 착취, 장시간 노동, 논문 도둑질 등의 비윤리적이고 불법적인 행위들이 만화 속 허구가 아닌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 연구환경 실태조사 결과, 교수에게서 폭언이나 욕설 등 인격적 모욕(10%), 사생활 침해(6.2%), 성적 차별 언행(5.7%) 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젝트를 수행한 뒤 정당한 보수를 받지 못한 경우도 4명 중 1(25.8%) 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열악한 노동환경은 정신적·신체적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넷 등 대학원생 커뮤니티에서 고통을 호소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실험이 한번 시작되면 결과가 나올 때까지 데이터를 뽑아내느라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자며 밤을 새고, 연구보고 시 교수님과 대면하는 자리를 앞두고 속쓰림과 소화불량을 호소하기도 한다. 경미한 우울감은 누구나 가지고 있고, 살이 빠지거나 찌는 등 식이장애를 호소하는 사람도 있었다. 미국 에모리 대학에서 시행한 대학원생 대상 설문조사에서는 조사 당시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7.3%, 최근 2주간 자살을 시도한 사람이 1.7%로 나타났다. PHQ-9 결과에서 약 70%가 경도 우울 이상의 점수를 보였고, 불안, 식이장애 등도 다수의 대학원생이 호소하고 있었다.

대학원생의 노동가치는 근로계약으로 체결된 노동보다 저평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학생이라는 신분을 가지고 학위 취득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열악한 노동환경도 감내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실제 대학들에서는 대학원생의 노동을 노동으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인건비를 절감하는 비용 절감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학원생들의 심각한 정신건강 상태를 염려해 최근 여러 대학에서는 자체적으로 개입을 위한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한 개인에 발생한 건강 문제를 해결하는 접근 방법만 이루어질 뿐 조직 전반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문제를 찾거나 구조를 바꾸는 개입의 노력은 부족하다. 노동을 감내하는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한 정신건강을 비롯한 건강영향 연구는 거의 수행된 적 없다. 이는 직업환경의학과를 전공하는 레지던트로서 앞으로 수행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출처 :  웹툰  < 슬픈 대학원생들의 초상 >  일부

 

(박민영 직업환경의학전공의, 후원회원)

37일터기사

[7월_노안활동가에게 듣는다] “노동자에게 필요한 것은 노동자가 안다”- 전남 노동권익센터 문길주 센터장 인터뷰

일터기사

노동자에게 필요한 것은 노동자가 안다전남 노동권익센터 문길주 센터장 인터뷰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가 전국 여러 곳에 생기면서 자주 거론되는 사람이 있다. 90년대부터 노동운동, 노동안전보건 운동을 해오며 노동 현장을 안전하게 바꾸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온 전남노동권익센터 문길주 센터장. 그는 20대 중반에 시작한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노동조합을 거쳐 광주 근로자건강센터로, 이제는 전남 노동권익센터의 센터장으로 이어가며 하고 있다. 진도 장애인복지시설 직장 내 괴롭힘으로 피해자가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 진정을 넣던 날 인권위 진정과 기자회견에 동행한 그를 서울에서 만났다.

 

발암물질 실태조사로 드러난 노동 현장 위험

광주노동건강상담소, 민주노총 광주지역본부 등 광주전남 지역에서 활동하던 그에게 금속노조 중앙에서의 활동 제안이 들어왔다. 2011년 금속노조 노안실장이 되어 첫 사업으로 그가 제시한 것이 발암물질 실태조사와 야간노동 실태조사였다. 예산도 상당히 들어가게 될 일이라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당시 금속노조 집행부가 받아들였고 사업을 시작했다. 실태조사를 통해 현장의 실상을 확인하게 되었고,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 사업 구상까지 하게 되었다.

여러 차례 기획회의를 하면서 해볼 만하다고 판단했어요. 추진해보니 문제점이 엄청나게 많았고 반응도 폭발적이었죠. 금속노조 최초로 발암물질 실태조사를 했던 건데요, 작업현장 50% 이상이 발암물질로 뒤범벅되어있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그런 와중에 암 환자도 속출했고요. 시작할 때는 발암물질 조사해서 작업환경을 바꿔보자는 생각 정도만 한 것이었는데 말이죠. 또 대기업은 작업복 세탁소가 있었는데 영세기업에는 없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되었어요. 현대차, 기아차에는 있는데 소규모 작업장에는 없다는 것을 알고는 충격받았죠. 전혀 예상하지 못한 거였죠. 이때 암 환자들을 1, 2, 3차 조사로 드러내고 집단적으로 산재신청까지 했어요. 제도도 어느 정도 변화시켰고요. 노동부도 움직였으니까요.”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의 시작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는 지금 경남에 3개가 있고, 그리고 최근 광주에 문을 열었다. 지자체에서 위탁 운영을 하고 있어 아주 적은 금액을 내면 노동자들이 깨끗한 작업복을 받아볼 수 있다. 그런데 문 센터장은 광주전남지역에서 활동을 하는데,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가 먼저 세워진 것은 경남에서였다. 왜 그랬을까?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는, 2011년 발암물질 실태조사 하면서 생각한 것을 정책으로 추진하려 한 것이었어요. 실제로 하게 된 것은 제가 광주근로자건강센터에 있을 때였습니다. 금속노조 있을 때 산업단지마다 작업복 세탁소를 세워야 한다고 제가 그랬어요. 그런데 근로시간면제 철폐 투쟁에 묻혀 추진되지는 못했죠. 2018년 지자체 선거 때 광주시장 후보들에게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추진할 의향이 있는지 질의서를 보냈어요. 모두 좋다고 하더라고요. 현 시장이 후보일 때 당시 근로자건강센터에도 방문했어요. 광주에 산업단지 7개 있는데, 산업단지마다 세탁소를 만들자고 했죠. 그때 해당 후보가 적극 추진하겠다고 보도자료도 냈고 시장으로 당선됩니다. 그런데 만드는 데 4년이 걸렸죠. 임기 끝날 때쯤 되어서야.”

공약으로 내건 후보가 당선되었기 때문에 금방 시행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바로 되지는 않았어요. 시행하려면 타당성 조사를 하고 시의회에 올려야 하는 것이었는데 시의회에서 예산을 줄여버린 거죠. 그래서 여론을 만들었습니다. 결국 2천만 원 예산을 만들었고요. 광주 시의원이었던 윤난실이라는 분이 경상남도 사회혁신단장으로 가셨는데요. 이 분이 누가 봐도 좋은 안이었으니 추진했고 김해에서 작업복 세탁소를 먼저 만들었어요. 민주노총, 금속노조, 상공회의소까지, ‘··을 모두 불러서 회의하고 추진한 겁니다.”

노동자들은 종일 작업복을 입은 채 작업을 한다. 단순하게 더러워지는 것은 물론 각종 유해 물질로 오염될 수 있어, 노동자 개인이 집에 가져가 세탁한다면 노동자 건강은 물론 가정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업무 때문에 오염된 작업복 세탁을 사업주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문길주 센터장의 생각이다. 사업주뿐만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 지원까지 연결시켜야 한다고 한다.

안전모가 노동자를 보호하듯 작업복도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입니다. 의사, 간호사 가운같은 거죠. 작업복은 회사에서 지급하는 필수품이에요. 노동자 작업복이 얼마나 청결한지가 노동자 안전과 건강에 직결됩니다. 작업복은 항상 입기 때문에 특히 중요합니다.”

세탁소 건립을 행정 차원에서만 해서는 안 됩니다. 중요한 것은 노동자들의, 특히 50인 미만 중소 영세기업 노동자들 의견입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행정만 가고 있고 노동계가 따라오는 상황이거든요. 노동자들의 고민이 들어가야 해요. 세탁, 건조 기능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담과 휴식을 포함해야 합니다. 광주는 아직 세탁만 맡고 있는데 아직 해야 할 숙제가 있는 거죠.”

작업복 세탁소를 단순히 작업복 빨아주는 것으로 생각하면 안 돼요. 그럼 실패하는 거죠. 산업단지 노동자들의 의견을 듣고 조직하는 구조가 되어야 합니다. 노동자들이 자조적인 모임으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고, 여기에 건강 상담, 실태조사 등 프로그램 만들면서, 산업단지가 친노동적인 곳으로 기능하도록 해야 해요. 문제점을 서로 발견하고 공유하는 구조로 가야죠. 아파트 놀이터같이 어린이들이 몰려오고, 또 시설에 투자하는 식으로요.”

 

도시에서 농어촌으로 확장하는 노동안전보건 활동

작업복 세탁소가 생긴 곳은 주로 산업단지인데, 문 센터장은 제조업 공장 외에도 농민들에게도 역시 세탁소가 필요하다고 얘기했다.

농민들은 농약을 하니 옷에 농약, 흙먼지가 항상 묻어있죠. 옷을 그대로 두고 다음날 또 입게 되고요. 농촌에는 이주노동자도 많은데, 국가가 그런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고, 만들 때도 되었어요. 노동자·농민 세탁소가 필요합니다. 제주도를 보면 소규모 건설이나 천리향, 귤 농장이 많습니다. 그런 농장에는 이주노동자가 많고, 농약을 많이 쓰죠. 작업복 세탁소는 농촌 노인, 이주노동자들에게도 필요합니다. 농민과 노동자가 함께 쓰는 식으로 만들어서 농민들도 혜택 받게 해야 합니다. 그래서 2탄은 농민 세탁소입니다. 이번에도 시··군에서 큰 관심이 없어요. 그렇지만 지자체 선거 때 추진할 계획입니다. 농민들 대상으로 간단한 설문조사 만들어서 지자체에 뿌릴 계획이에요. 될 거라고 생각해요. 혼자 해서는 안 되고 농민회가 함께 해야죠.”

 

지역, 영세 사업장 노동자의 건강 지킴이

노동권익센터에서는 소규모 영세 사업장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사업을 한다. 문 센터장은 활동을 지속하고 또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사업 내용뿐만 아니라 기관의 형태와 쓰임새까지 그의 고민에 포함되어 있다.

환경미화원도 시나 군으로 가면 50인이 안 되는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해요. 그러니 안전관리자, 보건관리자가 없죠. 노동권익센터에서 안전보건관리를 담당하면 어떨까요. 산업안전보건팀을 만들어서 안전관리, 보건관리에 자격을 갖춘 사람을 두고 전담하게 한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사업장 컨설팅이나 보건관리를 할 수 있게 되겠죠. 이 팀이 지역의 산업안전보건센터로 발전하는 것까지도 생각해요. 또 지역에서 산업안전보건조례가 만들어지고 있는데요. 이에 발맞춰서 센터를 만들면 좋겠지만 현재로선 하기 어려우니 인큐베이팅을 시작해야죠.”

현재 전남 노동권익센터에서는, 사회복지사 노동자 실태조사를 진행 중이고, 환경미화원과 군내버스 노동자 실태조사도 계획 중이라고 한다. 군단위에서는 버스 노동자들이 군과 군을 넘나들면서 열악하게 일을 하고 있다. 이주노동자가 많고 어촌, 농촌의 특성을 다 가지고 있는 전남 지역에서 그는 계속해서 열악한 노동 현장을 찾고 바꿔보려 노력 중이다.

문 센터장은 서울에서 활동한 시간도 있지만, 오랜 시간 광주와 전남에서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해왔다. 그에게 지역에서 활동하는 것의 의미를 무엇이라 보는지, 또 특히 지역에서 열악한 소규모 영세 사업장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존재하는 근로자건강센터나 노동권익센터의 역할과 방향에 대해서 물었다.

정책은 중앙에서 만들지만, 노동자들의 고민과 아픔은 지역에게서 더 현실감 있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그만큼 노동자들을 많이 만나니까요. 중앙에서 하는 정책 만들어 입안, 통과시키는 것도 중요합니다. 중앙과 지역이 잘 교류해야 성공하겠죠.”

문 센터장은 2013년에 시작해 2019년까지 광주 근로자건강센터에서 활동했다. 그러나 계약 기간을 다 마치지 못하고 공단과의 계약관계를 종료했다. 문 센터장은 현재 안전보건공단을 상대로 광주근로자건강센터 근로자 지위 소송을 진행 중이다. 안전보건공단이 지휘·감독 기관이었으므로 자신을 직고용하라는 요구다.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설립한 근로자건강센터가 소속 노동자들의 불안정한 고용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취지에 맞게 사업을 진행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근로자건강센터는 좋은 취지로 만들었고 지역 사회에 꼭 필요합니다. 그런데 현재 센터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짚어봐야 하는데, 제대로 가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직원들 고용불안 문제도 있고 실적 위주로 사업을 하는 것도 문제고요. 직업병 예방과 건강 증진 취지는 많이 사라졌죠. 안전보건공단, 고용노동부가 원하는 사업 위주로 하게 되고, 보이지 않는 사업은 다 떨어져 가요. 취지는 좋지만 이렇게 가면 앞으로 큰 위기가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50인 미만 사업장의 보건관리를 책임지는 곳이 크게 잘못된 길로 갈 수 있어요.”

문 센터장에 대해 노동안전보건 활동에 아이디어가 많다는 말들을 꽤 들었다. 그에게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더니 그렇지 않다는 답이 돌아왔다. 순간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들여다보고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노동자에게 필요한 것을 고안해낸 것이라고 한다. 여전히 취약한 영역에 노동자들이 많고, 그렇기에 문 센터장의 관심은 끊임없이 열악한 노동 현장으로 향해있다.

취약 계층 노동자들을 더 많이 만나고 고민을 들어서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이에요. 그렇게 많은 노동자를 만나서 이야기 듣고 생각해낸 것이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인 거죠. 환경미화원, 버스 기사, 건설 노동자, 배전전기 노동자, 사회복지사 등 다양한 노동자들을 만나고 이야기 나누면서 아이디어와 정책구상이 나오는 것이죠.”

취약계층, 특수고용 노동자들 관련 활동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에서 포괄하지 못하는 영역이요. 전남노동권익센터의 지원과 조직화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노동권익센터에서 활동하다 보니 노조에 포함되지 않는 노동자가 굉장히 많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불안정하고 불평등한 노동자들의 건강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당분간 계속하려고 해요. 지역에서는 활동하는 사람이 소수여서 어려움이 있지만, 최대한 여러 사람과 함께 해나가고 싶습니다.”

(유청희 상임활동가)

38일터기사

[7월_여성노동건강상식] 내가 나일 수 있는 권리를 위해

일터기사

내가 나일 수 있는 권리를 위해

 

다른 전공과는 다르게 산부인과를 선택한 필자가 의사로 살면서 환자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여성뿐일 것이라고 흔히 생각한다. 일견 사실이긴 하지만, 하지만 그러한 경계에 속하지 못하는 성소수자들이 우리 주위에 있다. 혹자는 여성노동건강상식코너에서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다루는지에 대한 의문점을 가질 수도 있다. 애초에 노동건강상식이 아닌, ‘여성노동에서의 건강 상식을 연재하기 시작한 것은 노동 및 건강분야에서 남성보다 소외돼온 여성의 이야기를 하기 위함이었다. 성소수자의 범위 안에 여성역시 포함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해당 코너가 그동안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자 했던 취지를 떠올릴 때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에 더욱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성소수자(sexual minority)는 트랜스젠더·양성애자동성애자·무성애자·범성애자·젠더퀴어·간성·3의 성 등을 포함하며 성 정체성, 성별, 신체적 성적 특징 또는 성적 지향 등과 같이 성적인 부분에서 사회적 소수자의 위치에 있는 이들이다. 성소수자들은 이성애자에 비해 질병에 더 취약하며 일상생활에서 사회적인 폭력 및 차별에 더 쉽게 자주 노출되며,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적절하게 받지 못한다. 2016년 대한가정의학회에서 김승섭 교수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의료인의 성소수자 차별·성소수자 진료에 대한 경험과 지식 부족·제도적 차별 등이 그 원인이 된다. 또한 한국 LGBT 커뮤니티의 사회적 욕구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7%가 의료기관에서 성소수자를 차별하거나 배제하는 일이 종종 또는 자주 일어난다고 답했다. 이러한 차별과 혐오의 경험으로 인해 성소수자들은 의료기관 방문을 연기하거나 회피하게 된다.

성소수자 중 트랜스젠더는 태어나면서 생물학적으로 지정된 성별과 본인이 인식하는 성별(남성, 여성, 혹은 양성, 중성, 무성)이 다르거나 불편하다고 느끼는 사람을 말한다. 트랜스젠더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대부분의 이성애자가 느끼지 못하는 불편함과 어려움을 겪으며 살아간다. 신분증상 두 개의 성별로만 나뉜 표기가 그대로 적용되는 사회 체계는 학교나 병원·은행·화장실·목욕탕 등의 공간에서, 트랜스젠더는 성별 정체성을 인정받거나 보호받지 못한다. 그래서 많은 트랜스젠더는 지정된 성별과 본인이 인식하는 성별 사이의 불일치감을 해결하기 위해 옷차림이나 생김새, 체형 등의 겉모습을 바꾸기 원한다. 이를 위해 호르몬 요법이나 외과적인 수술 등의 의료 조치를 받고, 개명 신청 및 성별 정정을 하게 되는데 이러한 일련의 모든 과정을 통틀어 트랜지션(transition, 이행)이라고 한다. 이행과정에 있어 각자가 원하는 이행의 방식은 개개인의 차이가 있을 수 있고 건강의 문제나 경제적 부담 등으로 그 이행 정도 역시 다양하다. (본문의 해당 내용 외에도 본고의 트랜지션에 관한 대목 중 여러 부분은 해당 홈페이지의 내용을 참고했음을 밝힌다. http://transroadmap.net/transgender/#footnote-3)

트랜지션의 과정 중 의학적인 조치에는 호르몬 요법과 외과적인 수술이 있다. 대표적인 외과적인 수술은 부여받은 성별의 생식기관을 제거하는 수술과 본인이 인식하는 성별을 표현하는 성 기관을 형성하는 수술이다. 성 기관 형성 수술을 포함한 트랜지션의 여러 외과 수술은 절차가 어렵고 복잡해, 기술적인 면에서도 숙련된 의료진이 필요하고 비용도 많이 발생한다. 또한 수술을 시행하기 전에 호르몬제를 투여해야 하고, 그 이전에 정신의학과 진료를 통해 본인의 성별 정체성을 진단명과 진단서로 증명받아야 한다.

현행 국민건강보험제도상 트랜지션에 필요한 일련의 과정들은 보험 미적용 대상이다. 한국은 신분증과 공공문서상의 성별을 변경하는 것, 즉 주민등록번호 뒷자리의 첫 번째 숫자를 변경하기 위해서 필요한 외과적 수술을 모두 완료하도록 요구한다. 이는 다른 국가와 비교할 때 과도한 수준이다. 현실적인 경우 대부분의 트랜스젠더는 겉모습과 신분증상의 성별 불일치로 인해 고용이 불안정하고 취업의 기회도 제한적이다. 결국 국가의 무리한 요구와 과다한 비용으로 인해 자신이 선택한 성별로 살아갈 권리를 보장받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아직 국내에서 트랜스지션에 필요한 의료적 조치를 시행하는 의료기관은 매우 제한적이다. 대부분의 의료인은 의과대학 재학과 전공의 수련과정에서 성소수자와 관련된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었다. 따라서 성소수자와 관련된 의학적 지식과 의료적 조치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 글을 쓰는 필자 역시 그러했다.

현재 국내에서 트랜스젠더의 의료적 조치를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대표적인 의료기관으로는 살림 의료복지사회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살림의원을 꼽을 수 있다. 살림의원은 가정의학과· 산부인과·정신건강의학과·치과 등의 진료를 시행하고 있는데, 가정의학과 및 산부인과 전문의가 트랜스젠더의 호르몬 대체요법을 진행하고 있다.

필자는 올해 7월부터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향남 공감의원에서 산부인과 진료를 준비하고 있다. 해당 의원의 산부인과 진료 내용에 트랜스젠더 호르몬 치료를 포함할 계획을 갖고 관련된 공부를 하던 중 살림의원으로부터 트랜스젠더 호르몬 대체요법에 필요한 정보를 공유 받을 수 있었다. 사실 트랜스젠더 진료라는 게 의사 1명의 의지와 관심만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다. 의원 및 병원은 성소수자 친화적인 의료 환경을 갖춰야 하고 이에 대한 직원들의 교육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환경 측면에서는 남/여 화장실이 아닌 성중립 화장실을 갖추는 등의 변화가 필요하다. 또한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성소수자의 호칭에 대해 성소수자 본인의 의견을 존중하며, 그들을 편견이나 호기심으로 대하지 않기 위한 내부 교육이 필요할 수도 있다. 진료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약국과의 연계 역시 필요하다.

트랜스젠더의 건강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의료시스템, 특히 의학교육 과정의 개선 또한 중요한 필요조건이 된다. 현재 의과대학과 간호대학 등의 교육과정에는 성소수자 의료에 관한 교육과정이 거의 없다. 이 때문에 많은 의료인은 트랜스젠더에게 어ᄄᅠᆫ 의학적 문제점이 발생하는지, 이에 어떤 조처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은 올해 3,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성소수자 건강권과 의료에 관한 강의를 개설했다.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는 의과대학 수업 과정에 성소수자 과정을 포함하는 곳이 절반 가량 되지만 이들 역시 실제 수업 시간은 4년간 평균 5시간에 불과하다. 관련 강의를 개설한 윤현배 교수는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성소수자들의 실상을 파악하고, 이들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게 해당 수업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한림대학교 강동성심병원은 성소수자를 위한 성중립 화장실을 설치하고, 각 관련 진료과에 성소수자를 전담하는 엘라이(성소수자와 연대하는 사람)’ 의료진을 배정했다. 병원에 성소수자 환자가 늘어나면서 성소수자 친화적 진료환경을 만들기 위한 직원 교육도 진행했다. 해당 교육을 담당한 성형외과 김결희 교수의 교육 영상을 유튜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도 성별 재지정 수술 및 호르몬 치료와 정신과 진료 등의 포괄적 진료를 제공하는 젠더클리닉을 개설했다.

우리나라 인구의 5%가량이 성소수자일 것이라는 통계가 존재한다. 이는 성소수자가 우리 주위에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성소수자가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것은 당연한 권리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중 한 명이라도, 의료인으로서 트렌스젠더 진료에 이제 막 걸음마를 떼는 필자와 함께 우리 모두가 나아가야 할 길에 함께해 주길 기원해 본다.

(조이 회원, 산부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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