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_알아보자LAW동건강]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과 업무상 재해

일터기사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과 업무상 재해

 

이번 7월호에서는 지인에게 산업재해 상담을 부탁받았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A는 사립학교교직원연금(이하 사학연금’)에 가입하고,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이었다.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 아닌 사학연금법에 따른 절차에 따라 직무상 요양을 신청해야 했다. 제대로 된 상담을 하기 전부터 느낀 막막함은 사학연금법과 산재보상법에 따른 재해보상 신청의 차이 때문이었다. A에게 적용되는 사학연금법상 재해보상 신청은 재해자들에게 불합리한 점이 너무 많았다.

1. 재해자가 아닌 학교기관의 재해보상 신청

사학연금법에 따라 재해보상을 신청하는 단계부터 문제는 시작되었다. 산재보상법에 따라 요양급여 등을 신청할 때 사업주의 동의는 필요하지 않다. 재해자가 신청서를 작성하여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하면 조사가 진행된다. 물론 2018년까지만 해도 최초요양급여 신청서에 사업주 날인이 필요했다, 다만, 산업재해 신청에 있어 강제되는 요건은 아니었다.

그러나 사학연금법에 따른 직무상 요양 신청은 반드시 학교기관장의 승인을 받고, 학교기관을 통해 접수해야 한다. 여기서 학교기관장은 사실상 사용자를 의미한다. 산재보험법에 따른 근로복지공단의 운영처럼 사학연금법에 따라 사학연금공단이 재해보상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재해자 개인이 사학연금공단에 직접 재해보상을 신청하는 경우 학교기관을 통해 신청해야 한다는 답변으로 일관하며 재해보상 신청을 허가하지 않는다.

결국, 사학연금에 가입한 재해자들은 산업재해 신청을 위해 사용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사용자와의 갈등으로 발생한 정신질병, 사업장의 유해요인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사건 등 업무상 재해에 대해 노·사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경우도 예외는 없다. 업무상 재해에 대한 학교기관의 인식이 부족하다면 재해자는 학교기관을 설득하여 재해보상을 신청해야 한다. 그러나 당해 과정에서 상당수 재해자는 업무상 재해 의지를 잃고 산재신청을 포기한다.

 

2. 사용자가 직접 실시하는 재해조사

어렵게 학교기관의 승인을 얻어 재해보상 신청을 하더라도 곧바로 다른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사학연금법에 따라 신청한 업무상 재해 사건들의 조사는 학교기관이 직접 수행한다. 산재보험법에 따른 통상적인 업무상 재해 신청 사건에 대입하면, 재해 발생 사업장의 사용자가 직접 재해조사를 한 뒤 근로복지공단에 조사결과를 알리는 형국이다.

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재해 사건과 같이 신청서와 함께 재해경위서를 작성·제출하여도 학교기관 조사에 해당 내용이 정상적으로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사학연금공단은 직무상요양신청서와 함께 첨부된 직무상요양승인신청서 작성방법을 통해 재해 사실에 해당하는구체적 경위는 학교기관장이 조사한 내용을 작성하도록 안내할 뿐이다.

업무상 재해 사건 조사 과정에서 수많은 사용자는 재해자 개인의 책임이다등의 주장을 하며 업무상 재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한다. 심지어 당해 내용을 담은 보험가입자의견서를 서면으로 제출하기도 한다. 이를 넘어, 사학연금법상 재해보상은 사용자에게 재해조사 권한을 일체를 부여하여 제대로 된 조사를 어렵게 하는 구조로 설계되었다. 간혹 사업장 내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 재해조사에 개입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개별 노동자가 학교기관의 재해조사에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은 크지 않다. 설사 학교기관이 성실히 조사에 임한다고 하더라도, 전문성 부족으로 인해 형식적 조사에 그칠 뿐 신뢰할 수 있는 조사를 기대하기 어렵다.

 

3. 업무관련성 조사의 부재

산재보험법에 따른 업무상 재해 판단에 있어 근로복지공단은 재해 현장에 방문하여 구체적인 재해 경위 및 업무상 질병 심의를 위한 조사 등을 실시할 수 있다. 필요 시 재해 현장의 유해요인을 측정하거나 업무관련성 특별진찰, 역학조사 등을 통해 업무와 상병 간 연관성을 살핀다.

그러나 사학연금법상 업무상 재해 판단에 있어 위와 같은 조사들의 실시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용자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재해조사, 신청 시 재해자가 제출한 진단서, 의무기록등을 비롯한 기초 서류만으로 업무상 재해 여부를 판단한다. 업무관련성을 살펴보기 위해 재해자 진찰은 커녕 재해자의 진술도 듣지 않은 채 짧은 시간 서류 검토만으로 승인·불승인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물론 급여심의회의가 위의 조사를 생략할 만큼 폭넓은 추정의 원칙을 도입하거나, 상당인과관계 법리를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가령 유해요인으로 인한 직업성 암이 의심되어도 동종·유사 작업환경에서의 법원 또는 근로복지공단에서의 선행 업무상 재해 인정 사례가 확인되지 않는다면 재해보상 신청을 망설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4. 재해자의 급여심의회 심의회의 참여 제한

산재보상법에 따라 산재보상업무를 담당하는 근로복지공단은 질병과 사고에 대한 결정 구조를 이원화하고 있다. 업무상 사고의 경우 근로복지공단 지사에서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결정하며, 업무상 질병은 전국 6개 지역의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서 심의를 통해 결정한다. 그리고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 회의에 있어 최종적으로 재해자가 참석하여 재해 관련 사실을 진술하고, 위원들의 질문에 답변할 수 있도록 권리를 보장한다.

한편, 사학연금법에 따른 재해보상제도의 전반적 업무는 사학연금공단이 수행한다. 그리고 근로복지공단의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와 유사하게 사학연금법상 업무상 재해 판단을 위해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기구인 급여심의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급여의위원회 심의회의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와 달리 재해자가 참석하고 진술할 기회를 부여하지 않는다. 재해자가 심의회의에 참석하여 재해 관련 사실을 진술하겠다고 요구하여도 사학연금공단은 이를 허용하지 않으며, 급여심의위원회의 판정 결과에 이의가 있다면 재심사 청구를 하여 다시 판단 받으라는 답변으로 일관한다. 결국, 사학연금법상 재해보상 제도에는 신청, 재해조사, 심의 및 판정에 이르기까지 재해자가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어떠한 기회도 존재하지 않는다.

 

5. 휴업급여 지급 근거의 부재

마지막으로 A는 앞선 과정을 거쳐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다면, 상병으로 인해 일하지 못한 기간 동안 어느 정도의 임금이 지급되는지 물어보았다. 참고로 산재보험법은 업무상 재해가 인정된 경우 요양으로 인해 취업하지 못한 날 1일당 평균임금 70%의 휴업급여를 지급하며, 공무원 재해보상제도에서는 요양으로 인해 소득활동을 하지 못하는 기간에 대해 피해자와 그 가족의 생계를 보호하기 위해 일부 수당을 제외한 보수 전액을 지급한다. 그러나 사학연금법상 재해보상제도에는 재해자가 요양으로 취업하지 못한 기간 임금을 보장해주는 별도 내용이 없다. 결국 정관, 취업규칙을 비롯한 학교기관의 규정 혹은 단체협약에 유급 병가나 업무상 재해에 따른 휴업급여 지급 규정이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6. 재해보상 신청을 포기하는 사학연금 가입 노동자들

업무상 재해를 드러내는 것은 재해자 보상과 함께 일터의 위험을 알리고 개선하는 것,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과정이다. 어떠한 일터에도 위험은 존재한다. 사학연금 가입 노동자들의 일터도 안전하지 않다. 각종 유해요인에 쉽게 노출되는 병원 노동자, 최근 폐암과의 인과관계가 드러난 조리 노동자 중에도 사학연금 가입자가 있다. 다만 이들에게 업무상 재해 신청의 장벽은 너무 높다.

신청을 고민해보겠다며 돌아간 A는 얼마 후 산업재해 신청을 포기하고 병원 내 규정에 따라 병가 사용을 결정했다고 연락을 전해왔다. 사건을 진행하며 발생할 사용자와의 갈등, 불투명한 조사 과정이 부담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A에게 그래도 한번 신청해보자는 설득은 하지는 못했다. 결국 A의 사례는 산업재해로 기록하거나 보고되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는 같은 환경에서 계속 근무하며 똑같은 유해요인에 노출되어 A와 같은 고통을 겪을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감춰진 재해들이 얼마나 많을지 생각하며 씁쓸함을 느낀다.

(이성민 회원, 노무사)

56일터기사

[영상] 골병에 망가지는 알폼 노동자들 – 아파트 본층 노동강도 평가 –

기타

골병에 망가지는 알폼 노동자들
– 아파트 본층 노동강도 평가 – 

우리가 살아갈 집의 뼈대라 할 수 있는 벽,
그 벽을 만드는 이들이 바로 ‘알폼 노동자’입니다.

한 층 한 층 아파트가 세워지고 단단해질수록 이들의 몸은 점점 더 망가져갑니다.

https://youtu.be/2jadq3-HJLU

36기타자료실

[안내] LG전자 렌탈 가전 방문관리 노동자 안전·건강 실태와 개선방안 토론회

활동소식



성장하는 LG전자 렌탈사업, 
다치고 골병드는 여성노동자

LG전자 렌탈 가전
방문관리 노동자 안전·건강 실태와 개선방안 토론회

2021년 8월 19일 목요일 오후2시
국회 본관 223호 

유튜브 LG케어솔루션 매니저 모임에서 생중계 진행 
* 사전 신청 없이 누구나 시청, 댓글 참여 가능합니다. 
접속 링크 bit.ly/LG토론회

좌장 : 황수진 금속노조 서울지부 조직부장

발제 –  LG전자 케어솔루션 매니저 노동강도 및 건강영향 실태조사 결과 
이나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구원)

현장증언
김진희 (금속노조 LG케어솔루션지회 수석부지회장)
주단비 (금속노조 LG케어솔루션 경남부지회장)

토론
– 재벌대기업 LG의 책임 보장 방안, 특고 노동자 건강권 보장을 위한 법제도 개선 방안 : 이정훈 (민주노총 정책국장) 
– LG케어솔루션 매니저의 여성노동권 보장 방안 제언 : 최은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장)
– 특수고용노동자 안전보건 정책 및 제도 공백 문제와 개선 방안 : 이진우 (경기도의료원 파주병원 노동자건강증진센터 센터장)
– 렌탈가전 방문관리노동자 산재예방과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정부의 역할 : 이창욱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 산업보건기준과 사무관)

주최 정의당 강은미 국회의원, 전국금속노동조합
주관 전국금속노동조합 서울지부 LG케어솔루션지회 

41활동소식

[7월_A-Z다양한노동] 선한 사회를 그려나가는 타이핑- 미디어오늘 손가영 기자 인터뷰

일터기사

선한 사회를 그려나가는 타이핑미디어오늘 손가영 기자 인터뷰

 

기자는 사회 구성원이 궁금해 할 만한 내용을 취재해서 기사로 쓰고, 이를 매체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뉴스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직업을 말한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기자라고 하면 신문기자나 방송기자를 떠올렸지만 이젠 온라인이나 모바일로만 기사를 공급하는 인터넷 신문기자들도 많다. 이번 AZ 다양한 노동이야기에서는 손가영 기자의 이야기를 통해, 인터넷 신문 기자의 일과 삶의 한 편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인터뷰는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진행했다.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미디어 오늘이라는 인터넷 신문 기자로 2015년부터 일하고 있는 손가영입니다. 인터뷰를 많이 하는데 당해보니 새롭고 당황스럽네요.

저는 대학교에서 사회학을 전공했고 교지편집위원을 했었어요. 학생때는 구체적으로 기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지만 교지편집이 재미가 있었고 이쪽 분야의 일들이 제 적성에 맞겠다는 생각은 했어요. 그래서 생업으로 기자를 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에 삶에 관심이 많아 사회분야 기사를 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노동, 복지, 환경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회부에서 3년 일했고 지금은 미디어부 소속입니다. 요즘은 오보, 왜곡보도, 기자들의 갑질 등 언론으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들에 대한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기자들의 일과는 밀도가 있고 업무 스트레스도 많다고 들었는데, 어떤 일들을 하시고 그 과정은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공식적인 근무시간은 9시부터 6시까지인데, 9시 전에 오늘 어떤 기사를 쓸지 데스크 팀장에게 발제를 합니다. 이렇게 취재승인을 받으면 본격적인 일과가 시작되죠. 현장취재, 전화 문의, 자료검색 등을 통해서 그날 여섯 시 전후로 기사를 마감하게 됩니다. 기사를 작성하면 데스크에 넘기고 최종적으로는 국장승인 후 기사를 내보내게 됩니다. 평균적으로 하루에 한 개의 기사를 쓰는 것 같습니다. 출입처에 보도자료를 쓰는 기자들은 하루에도 몇 개의 기사를 쓰는 데 저희는 하루에 하나 정도 기사를 씁니다. 밀도 있게 일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어떤 언론사의 비리 문제를 전화로 확인하고, 인터뷰까지 마친 뒤 여기에 왔네요.

제가 관심있게 보고 있는 사안들이 여러 가지라 특정 기사를 쓰는 도중이라도 그 사안들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틈틈이 확인합니다. 그래서 하루 일과가 밀도 있게 돌아가는 편인데요, 일상적인 업무를 하다가도 갑작스럽게 큰 사건이 발생하면 바로 취재를 하는 일도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아침 신문 솎아 보기라는 기사를 쓰는 당번이 있어요. 국내 일간지를 8시에 정리해서 기사를 작성하는 건데, 5시 반에 일어나서 8시 반까지 정리해서 올리고 좀 쉬다가 11시에 출근을 합니다. 52시간제 덕분에 업무시간은 줄어든 거 같습니다.

주말은 하루는 쉬고 하루는 자료 조사 하는 편입니다. 업무과 비업무 시간이 분리가 잘 안 되는 편이에요. 주말에도 취재원들로부터 불쑥 전화가 오는데요, 그러면 받아야지요. 이 또한 업무의 연장인데그림자 노동이라고나 할까요. 밥 먹고 있다가도 중요한 전화가 오면 받아야 되고요. 스트레스를 안 받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식의 업무가 지속되니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더라구요.

 

일을 하다보면 인터뷰 거부당하고 기사로 비판 받는 일도 많을 것 같아요.

우리가 일상적인 삶에서는 거절당하는 일이 많지는 않잖아요. 하지만 기자는 거절 당하는 게 일상사입니다. 기자라고 신분을 밝히면 우선 피하고 인터뷰를 거부하는 사람이 정말 많으니까요. 비판적인 기사를 쓰면 욕을 듣기도 하고요. 중요한 사안이라고 생각해서 힘들게 인터뷰 했는데 인터뷰 받는 분(인터뷰이)이 언론에 기사화하는 걸 거부할 때도 있죠. 그런 때는 내가 설득을 못했다는 자책감도 듭니다. 그래도 거절이 연속되는 일상을 겪어왔다보니 이제는 거절 당하는 게 신경쓰이진 않습니다.

그리고 취재원들이 기사를 보고 비난할 때도 있어요, 사실관계가 맞는데도 기사를 철회해달라고 막무가내로 요구할 때도 있고요. 기사에 대한 반응과 평가는 여러 경로를 통해서 들어옵니다. 취재원들이 연락하기도 하고 데스크도 기사에 대한 평가를 하고요. 기사에 댓글도 달리고요. 다른 일도 마찬가지겠지만 마냥 편한 일은 아닌 거 같습니다. 기자 생활을 5년 이상 하다보니 맷집이 생기는 거 같아요, 웬만한 일에 상처받지 않는다는 거, 이게 입사초기에 비해 달라진 점이예요. 하지만 책임감은 더 느끼죠.

 

일 하시면서, 힘든 순간들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취재원이 1년 전 유서를 남기고 돌아가신 적이 있어요. 지역 방송사 비정규직 PD인데 만 13년 동안 정식 직원처럼 일을 했어요. 프리랜서 신분이었지만 고정으로 매주 1, 1시간의 고정 프로그램을 했고 그 외에도 다른 일을 했어요. 십 수년 간 박봉으로 일해왔기에 상사한테 13년 만에 월급을 올려달라고 했는데 바로 해고 되었어요. 이분은 정식 직원처럼 일을 했기에, 억울해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진행했어요, 그런데 회사에서 동료를 회유해 진술을 번복하게 했습니다. 법원에서는 회사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1심을 패소했어요. 저는 몇 개월전부터 그 분 관련 기사를 썼었어요. 판결나고 후속 기사 쓰려고 통화했는데 며칠만에 돌아가신거지요. 그 일을 겪고 충격이 컸습니다. 유서에는 제 이름도 있었습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을 못했다는 자책감도 컸습니다. 제가 이분 관련 기사를 많이 썼는데 다른 언론에서는 기사가 많이 나오진 않았습니다. 이 사건 겪으며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기자가 뭔지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고 이재학 PD2018년 억울해서 미치겠다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이 피디의 가족은 재판을 이어받아 법정 다툼을 벌여왔다. 지난 20215, 근로자였던 점과 부당해고 당한 점이 인정된다고 항소심에서 승소한 바 있다. 방송계 비정규직 문제는 고 이재학 PD만의 문제는 아니다. 방송계에 잘못된 관행, 열악한 노동환경이 자리 잡고 있다는 건 익히 알려졌다. 그의 죽음 이후 방송계 노동자들의 부당한 노동현실에 사회적인 관심이 모아진 바 있다. 손 기자는 이 PD의 사망 이후에도 여러 번 후속 기사를 낸 바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020년 올해의 좋은 보도상에 미디어오늘 손가영, 김예리 기자의 CJB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부당해고 및 사망사건 관련 연속 보도를 선정했다.

기자의 직업병이라면 무엇이 있을까요?

지난 1년 동안 그 분 자살로 충격을 받고 집에 들어가면 문득 우울해지고 불면증도 생긴 적이 있어요. 지금은 좀 나아졌습니다.

대부분의 기자들이 손가락이 아파요, 저도 손가락이 욱씬거려 병원도 가 봤는데 딱히 병명은 못 찾았어요, 병원에서는 쉬라고 하는데 쉴 수는 없는 현실이고요. 그리고 두통이 생겼고요, 편두통인거 같은데 일을 시작하고 생활이 안 될 정도로 머리가 아픈 적도 있어서 약을 챙겨서 먹기도 합니다. 알고 보니 다른 기자들도 두통이 많더라고요. 매일 기사거리를 생각하고 작성해야 되니 긴장감이 높고 스트레스가 많은 편이예요.

 

언론사 내부 문화는 어떤가요?

우리 언론사는 각자 일 열심히 하자는 분위기입니다. 수평적인 분위기로 지시하는 편이라기 보다는 기자들이 스스로 각자 발제하는 아이템 위주로 흘러가는 편입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방향성이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다른 일부 언론사는 선후배 관계가 명확하게 수직적인 곳들도 많아요. 선배가 시키면 해야되는 분위기인 곳도 있고요, 심하게는 자기기 쓰고 싶지 않은 기사를 써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기 양심에 반하는 기사를 쓰게 되는 경우가 있어서 심한 경우 사직하는 경우도 있어요. 내가 쓴 기사가 기사내용이 바뀌어서 나가는 경우도 있고요. 또 직장내 괴롭힘이 있기도 하죠, 수 년전만 해도 잠도 안재우고 주말에 당직서게 했어요. 언어 폭력으로 스트레스 받는 기자도 있습니다. 변하고 있다고 하지만 옂너히 남성중심적인 편이고, 술자리에서 성희롱도 있어요. 언론계에 숨겨진 이야기가 많아요, 언론은 자기 이야기를 잘 안해요.

 

기사의 사회적 역할은 무엇일까요?

언론은 필요한 정보를 주고 기업, 정부, 공공기관 등 권력집단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며, 내 이웃의 문제를 충분히 보여 주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세 번째에 방점을 두는데요, 사회를 선하게 바꾸어 내려는 힘이 있는, 영향력이 있는 기사가 좋은 기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좋은 기사는 많은 노력이 끝에 완성됩니다. 시간을 들여 여러 사람들 만나야 합니다. 기사에는 1명 인터뷰한 걸로 나오지만 실제 취재과정에서 여러 명을 만나 인터뷰한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발품을 들여야 좋은 내용이 나옵니다. 저도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에게 물어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인터넷 기사를 보면 양은 많지만 선정적이고 자극적이라고 느낄 때가 많은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대표적으로는 최근 손정민씨 사건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손정민씨의 사건에 대해 언론이 전해주는 수준으로 세세히 알 필요가 있을까요? 하지만 기사가 잘 팔리니까 많이 쏟아져 나왔죠.

요즘은 코로나백신 이상반응에 대한 기사도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상관관계와 인과관계에 대한 깊은 고민이 없이 보도하는 거 같습니다. 사람들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어 버린 게 아닌가 합니다.

 

좋은 기사, 좋은 언론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독자의 역할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기자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을 때는 정확한 지적이 필요하고요. 그리고 경쟁과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이다 보니 좋은 기사가 나오면 격려도 필요합니다. 이런 피드백이 언론 발전에도 도움이 될 거 같습니다.

(선전위원장 장영우)

 

 

 

 

 

 

 

 

 

39일터기사

[7월_동아시아과로사통신] 과로사 판단기준 변경과 노동법에서 배제된 가사노동자

일터기사

과로사 판단기준 변경과 노동법에서 배제된 가사노동자

 

623일자 신문기사에서, 일본 정부는 후생노동성이 뇌심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업무 관련인지 혹은 과로사인지 판단하는 과로사 기준의 수정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년 동안 변함없이 유지돼 온 현재의 판단 기준에서는, 질병 재해 발생 전 한 달 동안 100시간 혹은 질병 재해가 발생하기 2~6개월 전 평균 80시간 이상의 초과 근로를 했을 경우 업무 관련성이 인정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서류상으로는 초과 노동 여부를 과로사 판정의 유일한 기준으로 삼지 않고, 직장 내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는 다른 문제들도 고려한다고 정부는 이야기 한다. 하지만 이제까진 실질적으로 초과 노동 시간이 가장 주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용했다. 이는 업무 관련으로 승인된 사건들 중에서 초과 노동시간이 한 달 동안 80시간 미만인 사건은 단지 10%에 불과하다는 사실에서도 드러난다.

피해 가족 구성원들은 수 년 동안 이 기준을 낮출 것을 주장해 왔다. 정부나 법원은 피해자가 한 달 동안 60-70시간의 초과 노동을 했다는 단순한 이유만으로 과로사 인정을 거부한 사례가 많다. 피해자 가족은 피해자의 노동 조건과 같이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증거에 대해서는 접근할 수 없다. 이렇게 피해자 가족들이 피해자의 실 노동시간 정보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초과 노동 시간이라는 판단 기준은 추가적인 걸림돌이 된다. 하지만 정부 부처 스스로도 한 달 동안 45시간 이상의 초과 근무는 뇌심질환 발병을 야기할 위험이 높다고 인정했고, 세계 보건기구(WHO)는 주당 55시간(40시간 근로 기준으로 한 달 동안 60시간 초과 근로) 일하는 노동자는 뇌심장 관련 질병에 걸릴 위험이 더 높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80시간 기준은 이 문제에 대한 수많은 학술 연구를 무시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많은 피해자(피해 가족)들이 정부를 상대로 보상을 청구하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

그러나 기준이 낮아질지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 정부는 보다 전체적이고 포괄적인 방식으로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부상이나 질병의 업무 관련성 여부를 판단하는 여러 기준을 추가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새로운 기준은 4 시간 이상의 시차가 있는 곳으로의 해외 출장, 교대근무 사이 휴식 시간이 11 시간 미만인 경우, 무휴 근로 등이다. 하지만 정부는 시간 기준을 낮출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 보호에서 배제된 가사 노동자

대부분의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에 의해 보호되지만 개인이 고용한 가정부 또는 가사 도우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 제 116조는동거하는 친족만 고용하는 사업체나 가사 노동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어, 가사 노동자는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에서 배제되었다는 것은 가사 노동자들이 직장 상해 보상 제도(역자주한국의 산업재해 보상보험 제도에 해당함) 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개인 가구를 위해 일하는 동안 입은 부상은 업무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간주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기업에서 고용한 가사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는다는 점이다. 개인 가구를 위해 일하는 근로 계약에 동의한 사람만 제외된다(노동권 보호 측면에서 노동자가 고용주와 집에 함께 거주하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가사 노동자는 직장 상해 보상 청구에서 명시적으로 배제된 유일한 노동직군이다.

게다가 더 많은 여성들이 노동 시장으로 진출하도록 장려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이주 노동자가 가사 노동자로 일할 수 있도록 경제 특구를 만들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는 대부분 필리핀에서 온 약 1000명 이상의 여성 노동자가 일본에서 가정부로 일하기 위해 입국했다. 그들 모두는 주요 노인 요양 기업들의 직원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에 의해 보호를 받겠지만, 개인 가구에 고용되는 순간 그들은 모든 권리를 잃게 된다.

법이 제정된 지 약 70년 만에 마침내 이 규정이 사회적 논쟁거리가 되었다. 68 세의 일본인 가사 노동자가 2015년 거의 6일 연속으로 24시간 동안 일 하다가 심장 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의 남편은 2017년 시부야 노동 기준국에 직장 상해 보상 청구서(역자주한국의 산업재해보상보험 유족급여 청구에 해당함)를 제출했지만 보상을 받지 못했다. 근로기준법 제 116조 제 2항에 따라 가사 노동자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72세가 된 고인의 남편은 POSSE의 도움으로 20203월 도쿄 지방 법원에서 후생 노동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여 고인의 사망에 대해 정부의 보상을 받을 수 있어야 하고, 개인 가구를 위해 일하는 가사 노동자에 대한 차별은 위헌임을 주장하였다. 이는 동종 사건에서 최초의 소송이며, 이는 아직 진행 중이다. 우리는 차별을 용인하고 가사노동자를 일회용처럼 다루는 법에 도전하고 있다.

(Makoto Iwahashi(POSSE))

32일터기사

[7월_만평] 답답하다…”중대재해조사 보고서 비공개”

일터기사



28일터기사

[7월_현장의목소리] 직영화 파업투쟁 승리는 노동자와 가입자의 권리 지키는 길-국민건강보험공단 김숙영 고객센터지부장 인터뷰-

일터기사

 

직영화 파업투쟁 승리는 노동자와 가입자의 권리 지키는 길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숙영 고객센터지부장 인터뷰

 

1577-1000, 국민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에 볼일이 있을 때 이용하는 전화번호다. 하지만 통화가 되기까지 여러 번의 전화 시도와 짧게는 몇 분, 길게는 몇 십분 동안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 연결되어 주민번호를 눌렀어도 개인정보에 관한 몇 가지를 더 확인 후 용건을 물어본다. 공단의 실무담당자와 통화가 필요한 경우 바로 연결되지 않고 민원인의 연락처를 남겨 담당자가 다시 전화를 주는 민원인에게는 매우 불편한 시스템이다. 건보공단이 왜 이렇게 복잡하게 일할까? 풀리지 않은 의문은 69일 오전 수원에서, 하루 전 무기한 파업투쟁을 선포하고 바쁜 일정에도 인터뷰에 응해주신 건보공단고객센터지부 김숙영 지부장과의 인터뷰에서 말끔히 해소되었다.

 

책임회피로 일관하고 있는 건보공단

인터뷰 하루 전 무기한 파업을 선포한 기자회견이 있었다. 지난 2월 파업 투쟁 후 이번에는 초강수를 결의한 것이다.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 이유를 먼저 물었다.

“2019년 12월 4일 지부 설립신고를 했고, 21일 제가 선출되고 그때부터 끊임없이 건보공단에 대화를 요구했어요. 노동 강도가 강하고 노동환경이나 처우가 너무 열악했어요. 12개 센터에 11개 도급업체를 교섭해야 하는 상황이라 원청인 건보공단에 대화를 요구했는데 안 만나줬어요.”

“2020년 대구 고객센터에서 감염으로 휴업이 들어가고, 구로고객센터에서 집단 감염이 되면서 건보공단에 조치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저희는 공단 직원이 아니니 위탁업체에 얘기하라는 거였어요. 위탁업체는 책상, 컴퓨터, 의자, 장소, 인력 모든 것을 건보공단이 하기에 설치를 마음대로 할 수 없어 해줄 수 없다는 거예요. 그 후 정부에서 발표한 가림막과 마스크, 유연근무 등 가이드가 있었어요. 건보공단에서 취해 준 조치는 앞면 가림막이었어요. 1인 시위해서 얻은 게 옆면 가림막이었고요.”

“마스크도 2020년 4월 위탁업체가 바뀌면서 일주일에 한 개씩 주는 거예요. 너무너무 스트레스였어요. 하루에 120~130건 콜을 받는데 한 시간 정도만 일하면 마스크 안에 습기 차고 열감 있으니 발열 생기고, 민원인들이 말소리 안 들린다고 뭐라 하니 배에 힘주고 큰소리로 얘기하는 상황들이 벌어지면서 구토, 두통, 발열이 심해지는 거예요. 구로센터에서 가족이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고, 임산부, 기저질환자, 가족 중 환자나 노약자가 있는 분이 있으니 불안하고 고통이 심했어요. 건보공단, 위탁업체와 같이 만나서 대책을 세우자고 했으나 만나주지 않았어요.”

“2월, 24일간 파업하는 동안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계속해서 파업할 수 없는 상황, 시민대책위의 중재시간이 필요하고, 국민들의 고통이 있어서 현장으로 들어가서 현장투쟁을 하면서 건보공단이 태도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언제든 파업을 할 수밖에 없다고 들어갔어요. 3~5월이 지났는데, 대화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진전이 없으니, 조합원 입장에서 이 상황을 두고 볼 것이냐, 민간위탁사무논의협의회를 통해서 이 논의를 하겠다고 하면서도 고객센터지부는 들어오지 말라고 하고, 들어오려면 정규직노조와 같이 들어오든지, 둘 다 빠지든지 하라는데 사실 당사자는 저희거든요. 당사자는 빼고 전문가와 공단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도 모르는 곳에서 저희 내용을 결정한다고 하니 지난번처럼 강력하게 항의할 수 없는 거죠. 이번에는 마무리를 하자는 의미로 무기한 전면 파업을 결의하게 되었어요.”

 

힘겹게 코로나19 상황을 이겨내고 있는 상담사들

구로고객센터의 집단감염은 밀폐된 공간에서의 감염 위험성으로 주목받았던 사건이기도 하다. 국민건강을 먼저 생각해야 할 건보공단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이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질병관리청에서 코로나19 콜에 관한 민원이 폭주하다보니 건보공단고객센터 인원 중 1,623명이 근무하는데 관리자를 제외한 1400명 중 500~600명이 차출되고, 재택근무인원이 빠져나가니 업무도 줄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힘들었죠. 질병관리청 업무로 갑자기 차출되신 분들은 두꺼운 페이퍼북을 놓고 3시간 100명이 넘게 집체교육만 한 후 업무를 해야 하는데 코로나19 상황이 수시로 바뀌었어요. 고객입장에서 시원한 답변을 못 받으면 면박을 줄 수밖에 없고, 저희는 스트레스를 이중으로 받고 있었지만 건보공단을 여전히 묵묵부답이었어요. 정부에서 코로나19 단계를 3단계로 올려 재택근무를 30%로 올려야하는데 저희는 10%로 떨어뜨렸어요. 국가의 재난적 상황에서 개인정보를 이용해서 업무하는 자는 예외라는 거예요.”

 

상담품질보다는 콜 건수로 평가하는 시스템

공공기관 위탁업체는 한정된 도급비로 인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줄 수밖에 없다고 한다. 위탁으로 인한 문제는 단지 임금뿐만이 아니었다.

“임금교섭이 중요했던 이유는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친절하고 정확한 안내가 가장 중요한데 도급업체가 운영하다보니 콜 수로만 생산성을 판단하는 거예요. 5분 동안 통화할 내용도 최대한 2분 30초로 줄이는 사람들이 월급을 더 많이 가져가는 거예요. 복잡하고 어려운 상담은 오래 걸리고, 단순한 것은 금방 해결할 수 있잖아요. 그것은 내가 노력해서 되는 것이 아닌데 콜 수로만 평가하는 건 제대로 반영하는 게 아니죠. 그리고 ‘고객님 제가 확인해보겠습니다.’하고 시간이 몇 초 지났느냐에 따라 점수가 달라요. 그러나 고객은 상담사가 정확하게 찾아서 안내해주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기다리는 시간이 더 중요한 것은 아니거든요. 업무가 방대하다 보니 오래 걸릴 수도 있고, 고객님께 양해를 구하고 찾아서 전화드리겠다고 하면 좋은데, 그것은 건수에 안 들어가요.”

“인센티브는 0~40만 원 가져가는데 40만 원 가져가려면 160콜 이상은 받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죽어라 일해야 해요. 200콜 받으면 점수를 3점 준다고 하면 화장실도 못 가고 일해야 해요. 이런 노무관리가 고객센터의 기능을 훼손하는 첫 번째거든요. 건보공단에서는 220만 원을 직접 인건비로 주라는데 위탁업체는 최저임금만 주고 나머지는 인센티브로 나눠주다 보니 세전 금액이 220만 원을 제대로 받아가는 사람은 130명 중 3~5명 정도밖에 안 되는 거죠. 이런 게 노동자 건강을 다 해치는 거죠.”

 

국가는 국민의 개인정보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

국가는 국민의 개인정보를 관리하고 보호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이 정보를 민간업체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그것도 2년마다 바꿔가면서 말이다.

“몇 가지로 본인확인 후 고객의 정보가 열리는 순간 상상 이상의 개인정보가 나타나요. 재산 상태나 해외출국내역은 물론이고 현재의 배우자가 몇 번째인지, 자녀가 입양아인지 아닌지, 범죄여부 등 그래서 경찰 쪽에서 자료협조요청을 많이 하죠.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관계에 있는 사람, 직장의 정보까지 조회가 돼요. 그런데 민간위탁업체는 2년에 한 번씩 바뀌어요. 그 부분도 상당히 찝찝한 부분이죠. 고객센터에서 취급하는 국민의 개인정보에 대해 건보공단이 공적 책임을 지라는 게 저희의 요구인 거죠. 2월에 쟁의권 확보하고 첫 번째 요구가 이 문제에 관해서 건보공단 이사장과 대화하자는 것이었어요.”

 

4대 보험 고객센터 중 건보공단만 직영 안 해

건보공단 고객센터가 2006년부터 위탁되었고, 16년이 지난 시점에 직영화 요구를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했다.

“문재인정부가 2017년 5월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를 선언하고, 4대 보험 중 국민연금, 산재보험, 고용보험을 다루는 곳은 2019년 이후 모두 정규직 전환이 됐고, 건보공단만 남아있어요. 보건복지부 고객센터는 처음부터 직영화로 출발했고,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공적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므로 고객센터가 직영화 되었어요. 건보공단이 규모가 가장 크고, 업무도 복잡하고 많은데 아직까지 안 되고 있어요. 정부는 비용의 문제로만 보고 너무 많다 직원이 반대한다는 핑계만 대고 있죠.”

“가입자 입장에서 전화하시면 업무기능에 맞게 건보공단 직원이 처리하는 게 맞죠. 그렇다고 해서 저희가 공단직원처럼 되겠다는 게 아니라 건보공단의 1,069가지의 상담업무를 공단에서 책임지고 운영하라는 것이거든요. 고객센터에 있으면 건보공단의 전반적인 업무와 시시때때로 변경된 내용을 알아야 상담할 수가 있거든요. 상담업무에 있어서 2년마다 바뀌는 도급업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1도 없어요.”

 

파업투쟁은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을 넘어 가입자의 권리를 지켜내는 길

공공기관에서 가장 힘든 일은 민원을 접수하고 처리하는 것이다. 위험은 외주화된다는 말이 일치되는 대목이다. 방광염, 신우신염을 앓는 사람도 많고, 성대결절, 혈액순환 불순, 시급하게 대책이 필요한 근골격계질환 등 다양한 업무상 유해요인에 노출되어 있었다. 고객센터 상담사의 감정노동은 익히 알려진 바 있다. 감정노동예방매뉴얼이 존재하고 있는지조차 몰랐다고 한다. 고통의 사슬을 끊을 직영화 투쟁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 물었다.

“약간의 임금이 오르거나 처우개선 하는 정도 가지고는 업무평가, 인사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우리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는데, 우리가 힘들다고 어렵다고 덮고 간다면 5년이든 10년이든 이 상태로 간다고 생각하거든요. 처음 말을 꺼냈을 때는 건보공단이 아예 만나주지도 않았어요. 이제야 민간위탁사무협의회를 열겠다고 했지만, 정작 노동자들의 목소리와 현장에서 마주하는 문제들에는 귀 기울이려고 하지 않았어요. 건보공단이 이게 정말 문제이구나 그러니 뭔가를 해야 하는구나라고 깨달을 수 있는 계기를 이번 파업으로 끌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의를 단단히 해서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후회하지 않을 만큼 있는 힘을 다해서 싸워봐야죠. 우리의 요구가 정당하기 때문에 아무리 생각해도 노동환경을 바꾸고 노동권을 보호하는 것을 넘어 미래에 건보공단 가입자의 권리를 지켜드리는 길이라 생각해요.”

 

가입자, 시민들께 드리는 말씀

“입사할 때는 가입자의 한 사람으로 ‘건보공단 1577-1000에 전화할 일이 얼마나 있겠어’라고 생각했는데, 일해보니 정말 많은 거예요. 시민들이 시간을 쪼개서 내가 낸 보험료에 대한 권리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 전화를 주시는 거잖아요. 법적 테두리 안에서 해결은 다 못하더라도 건보공단에서 같이 고민할 수 있는 정도의 상담시간만큼은 저희에게 보장해달라는 거예요. 몇 콜을 받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내가 가입자한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에 가치를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만이라도 해달라는 거죠.”

“파업하는 동안 전화연결이 안 되면 얼마나 답답하시겠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담사의 근무환경뿐 아니라 가입자의 민원 해결환경을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점을 기억해 주셨으면 해요. 앞으로 건강보험의 역할이 더 커질 텐데, 그에 걸맞은 고객센터가 되는 기회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가입자 분들이 언론에서 뿌려대는 말에 현혹되지 않고, 객관적 입장에서 저희의 요구가 어떤 것이고 왜 하게 됐는지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저희도 최대한 노력해서 좋은 결과 얻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정경희 선전위원)

33일터기사

[7월_문화로읽는노동] “이렇게도 노동재해를 이야기할 수 있구나”- 판 드라마 관람기

일터기사

이렇게도 노동재해를 이야기할 수 있구나

판 드라마 <야드> 관람기

 

올해 통영국제음악제에서는 야드라는 공연이 무대에 올랐다. 조선소 노동자의 산재 사고를 소재로 한 임채묵 작가의 단편소설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었다. 출연진은 단 한 명, 판소리꾼이자 이날치 밴드의 보컬 안이호 씨였다. 안이호 씨는 소설 속 이야기 위에 소설을 읽은 자신의 감상과 해설을 덧붙여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냈다. 연기도 하고, 소리도 하고, 춤 혹은 몸동작도 한다. 연극, 뮤지컬, 판소리, 뭐라고 불러야 적당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제작진도 판소리와 드라마를 합쳐서 판 드라마라는 이름을 붙인 모양이다.

남의 눈으로 본 내 노동은 어떨까

시작을 알리는 공이 울리고 공연장이 칠흑처럼 어두워졌다. 무대 저 멀리 커다란 화물용 엘리베이터 출입문이 덜커덩 열렸다. 거기 한 사람이 서 있었다. 그이는 제 머리통에 알루미늄 호일을 둘러 감았다가, 벗겨내어 바닥에 내려놓고, 다른 호일을 집어 들어 다시 머리통에 감고 벗겨서 내려놓았다. 하나, , , 쉬지도 않고 열 개인가 스무 개인가 호일로 만든 머리통 모양의 구체를 벗어 던질 때마다 가볍고 차가운 금속성 잡음이 무대에 번졌다.

뭘 하는 거지? 저게 뭐지? 객석에 앉은 사람들은 모두들 눈에 힘을 잔뜩 주고 배우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환하게 불이 켜져 있는 엘리베이터에서 조금 걸어 나와 어두운 무대에 한걸음 다가섰다. 이제 엘리베이터 안을 비추던 환한 조명이 그의 등 뒤로 감춰졌다. 무대가 조금 더 밝았으면 좋겠는데. 배우가 우리 쪽으로 조금 더 가까이 오면 좋겠는데. 그는 그저 한 발짝만 나왔을 뿐이고, 이제 우리 눈에는 조명을 등지고 선 그의 실루엣만 보일 뿐이었다.

그는 거기 서서 알루미늄 호일을 머리에 감고, 벗겨내어 바닥에 내려놓고, 다른 호일을 머리에 감는 일을 계속 했다. 검은 실루엣을 한참 지켜보노라니 눈의 초점이 차차 흐려졌다. 어느 순간, 그가 끝없이 자라나는 자기 머리통을 떼어 던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혹은 인간의 속성 따위는 전혀 들어있지 않은, 텅 빈 가짜 머리통을 계속 찍어내고 있는 것도 같았다. 혹은 그저 기계처럼 아무 의미 없는 움직임을 반복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궁금하고, 섬뜩하고, 처연하고, 답답해졌다. 내 일상의 노동도 멀리서 남의 눈으로 보면 그렇지 않을까.

 

나는 내 노동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공연의 뼈대는 원작 소설의 이야기에 있다. 조선소에서 일하는 사람들, 그 중에서도 선박에 케이블을 까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제일 처음 나오는 목소리는 야드에 대해 이야기한다. 거대한 선박, 거대한 장비들, 그것들을 담고 있기에 더욱 거대한, 너무 거대해서 사람 따위는 보이지도 않는 야드의 장대함을 열정적으로 설명한다. 흡사 자기가 일하는 곳의 위대함에 가슴이 벅찬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다만, 옷섶마다 솔기마다 어찌나 쇳가루가 많은지 모르겠노라 한다. 털어도 털어도, 씻어도 씻어도, 귀신에 홀린 듯 어디선가 쇳가루가 계속 나온다. 끝도 없이 나오는 쇳가루는 과연 그이의 작업복에서 나오는 게 맞을까. 혹시 그이의 몸속 가득 쇳가루가 쌓인 건 아닐까. 피부의 주름과 땀구멍, 털 사이사이에, 온통 쇳가루가 들어찬 것은 아닐까. 세월이 더 흐르면 쇳가루 눈물, 쇳가루 땀을 흘리고 쇳가루 오줌, 똥을 싸게 되지는 않을까. 지금 그이의 몸은 본래 타고난 모습의 몇 퍼센트나 남아있는 걸까. 쇳가루가 들어차는 대신, 그이의 몸에서 사라진 것은 무엇일까.

생각을 더 이어갈 새 없이 이야기는 선박에 케이블을 까는 작업 설명으로 이어졌다. 아무리 장대한 선박도 동력과 신호를 전달하는 케이블이 구석구석 깔리기 전까지는 쓸모없는 쇳덩어리일 뿐이다. 그렇게 중요한 작업이건만 정작 케이블을 설치하는 일은 아주 간단하다’. 안이호 배우는 어느 새 고참 노동자가 되어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작업 방법을 가르쳐준다. ‘“하면 잡고 하면 당겨’. 이렇게 말하며 그는 라고 외칠 때 케이블을 움켜잡고, ‘라고 외칠 때 케이블을 당기는 시범을 보인다. 배우가 홀로 무대에 쭈그리고 앉아서 ’, ‘’, ‘’, ‘를 반복하는 동안, 관객의 머릿속에는 선박의 온갖 구멍이며 코너마다 몸을 구겨 접고 들어가 손바닥이 쓸리고 어깨와 허리를 삐어가며 케이블을 잡아당기는 노동자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 노동은 그저, ‘하면 잡고 하면 당기는 일일 뿐일까.

 

가련할 손 백만 군병은 허망히 죽고

무대 위의 는 낯설고 거대한 야드에 처음 들어와 케이블을 당기는 일을 배우는 신참이다. 이런 나에게 먼저 다가와 악수를 청하며 인사를 건넨 사람이 태식이다. 나보다 몇 살 적어 싹싹하게 굴면서도 경력으로는 선배랍시고 가르쳐주는 시늉도 제법 할 줄 아는, 밉지 않은 동료. 태식이는 아침마다 야드에 울려 퍼지는 신나는 안전송뒷이야기 따위도 슬며시 귀띔해주었다. 사람이 죽은 다음 날엔 안전송을 틀지 않는다나.

어느 날, 둘이 함께 야드를 걸어가던 중 지게차가 태식이를 덮쳤다. 태식이는 내 눈 앞에서 허리부터 다리까지깔려 즉사했다. 누군가는 탄식했다. 안전통로가 아닌 곳으로 걸어 다니면 안 된다는 걸 왜 누구도 이야기해주지 않았느냐고. 또 누군가는 담담하게 말했다. 매년 열 명이 따박따박 죽어나가는 조선소에서 늘 일어나던 일이 일어났을 뿐이라고. 그런데 담담하건 탄식하건 다들 손바닥을 털며 일어나 하는 말은 같았다. 결국 배는 나가야 되니까(가서 일이나 하자).

결국 배는 나가야 되니까, 결국 일은 해야 되니까, 태식이가 죽은 자리는 말끔히 치워지고 야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 딱 하나 달라진 것이 있긴 했다. 사고 다음 날 아침에 안전송이 나오지 않았다.

객석에 낮은 탄식이 흘렀다. 분노인지 슬픔인지 정의하기 힘든 감정이 밀려와 나도 모르게 어금니를 깨물었다. 그런데 갑자기 안이호 배우가 무대 앞으로 성큼 나오더니 판소리 적벽가한 대목을 부르기 시작했다.

가련할 손 백만 군병은앉어 죽고 서서 죽고 웃다 울다 죽고 밟혀 죽고 맞어 죽고 애타 죽고 성내 죽고 덜렁거리다 죽고 복장 덜컥 살에 맞어 물에거 풍 빠져 죽고 바사져 죽고 찢어져 죽고 흉하게 죽고 우습게 죽고무단히 죽고 함부로 덤부로 죽고 땍때그르르 궁굴다 아뿔사 낙상하야 가슴 쾅쾅 뚜다리며 죽고 실없이 죽고 가이없이 죽고 어이없이 죽고 허망히 죽고 재담으로 죽고 꿈꾸다가 죽고대해수중 깊은 물에 사람을 모두 국수 풀 듯 더럭더럭 풀며적벽 풍파에 떠나갈 제 일등명장이 쓸 디가 없고 날랜 장수가 무용이로구나

소리를 듣노라니 꽉 깨물고 있던 어금니에서 스르르 힘이 풀렸다. 앉아 죽은 이, 서서 죽은 이, 부서져 죽은 이, 실없이 죽은 이, 어이없이 죽은 이, 허망이 죽은 이들을 떠올리며 나도 모르게 아이고’, ‘저런탄식이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다. 가련할 손 노동자여. 전쟁 같은 일터에서 전쟁처럼 더럭더럭 죽어간 사람들이여.

 

공연보다 더 긴 여운

이 작품의 뼈대는 원작 소설 속 이야기지만, 그 뼈대 위에 이야기가 불러일으킨 감정이나 심상, 생각 따위의 근육과 피부를 덧붙여 완성된 것 같다. 이야기는 말만으로도 충분히 전할 수 있지만, 이야기가 불러일으킨 감정과 심상은 말로 다 전하기 어렵다. 그래서 음악으로, 미술로, 혹은 어떤 맛이나 촉감에 빗대어 설명해야 한다.

이 공연 말미에도 소리, , 모양, 동작, 그리고 사람의 눈빛과 표정 등 비언어적 방식으로 이야기 위에 덧붙여질 감정과 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 있다. 배우의 몸짓, 무대에 준비된 장치들과 조명 같은 것들이 관객들의 눈과 귀를 통해 이성과 감정의 모든 창문을 두드린다고나 할까. 그게 바로 공연 예술의 힘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런 공연이라면, 살면서 단 한 번도 산업재해 통계를 들여다보거나 중대재해 사례를 자세히 들어본 적 없던 사람들의 가슴 속 창문도 노크할 수 있지 않을까.

(공유정옥 회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32일터기사

[7월_연구리포트] 하루 6시간 노동을 위한 노동시간단축 실험연구

일터기사

하루 6시간 노동을 위한 노동시간단축 실험연구

 

장시간 노동이 노동자들의 삶과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국내외 수 많은 연구들이 증명해 왔다. 그런데, 우리가 장시간 노동이라 말할 때 기준이 되는 표준 노동시간은 얼마가 적절할까? 그리고 그 표준 시간을 정하는 기준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상품화된 노동을 판매해야 살아갈 수 있는 자본주의적 질서를 전제할 때, 일을 해야 한다면 우리는 하루 몇 시간 노동해야 만족스럽고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

산업혁명 시기 유럽의 노동자들은 하루 20시간 일을 하는 경우도 많았고, 19세기 초반까지도 노동자들은 하루 12시간 이상 노동을 해야 했다. 130여 년 전 선언된 하루 8시간 노동제는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정착조차 되지 않았지만, 유럽의 국가들은 이미 주 35시간 이상 일을 하는 것은 인간적 삶을 유지하는데 무리가 있다고 판단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주 30시간 노동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는 중이다. 이 글에서는 21세기의 의제가 될 하루 6시간 혹은 주 4일의 노동제를 위해 스웨덴과 핀란드에서 이루어진 노동시간 단축 실험에 대한 네 편의 논문을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소개할 논문 두 편은 스웨덴에서 20051월부터 200611월에 걸쳐 사회서비스, 기술서비스, 돌봄, 콜센터 노동자 등의 공공부문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종단 연구에 기반한 것이다. 이 실험 연구는 주당 25%의 노동시간 단축이 풀타임 노동자들의 건강과 삶의 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기 위한 것이었다. 실험을 위해 한 집단은 이 실험 기간 내내 이전과 같은 수준의 임금을 받으면서 하루에 두 시간 단축된 일 6시간 근무를 했고(실험집단), 다른 집단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실험 기간 동안 8시간 근무를 지속했다(통제집단). 노동시간 단축 실험이 시작되기 직전인 20052월에 두 집단에 대한 첫 번째 조사가 이루어졌고, 노동시간 단축이 이루어진 이후에는 양 집단에 대한 두 차례의 (20061-2, 그리고 200610-11)후속조사가 이루어졌다. 이렇게 두 집단 동시 조사를 통해 수집된 정보를 비교하여 두 시간 노동단축의 효과를 측정하였다.

첫 번째 논문은 노동시간 단축이 수면과 스트레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앞서 소개한 스웨덴에서 실험한 노동시간의 단축이 수면과 스트레스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초점을 두었다. 이 논문은 직장에서의 일과 후 회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고혈압, 심박 증가, 만성피로, 수면 장애 등의 만성적 건강문제를 일으키는 부하 반응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근무 시간의 단축은 일하는 시간을 줄이는 만큼 회복 시간을 늘려주기 때문에 만성적 건강 문제의 감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연구의 결과, 노동시간이 감소된 사람들은 8시간 노동시간이 유지되었던 통제집단에 비해 주관적으로 인지한 수면의 질과 수면 시간이 향상되었고, 일하는 시간 동안의 졸림, 스트레스가 감소하였으며, 잠자리에 드는 시간에 불안과 스트레스도 역시 감소되는 효과가 있었다.

이 실험에 관련된 또 다른 연구는 노동시간 감소 전 후, 사회복지사들의 스트레스 대처에 대한 비교 연구로서, 사회복지사라는 특정 직업군들의 스트레스 대처 방식의 변화라는 측면에서 노동시간 감소의 효과를 평가한 논문이다. 저자들은 양적 분석을 통해 노동시간 단축은 사회복지사들의 직업적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직업적 생활이 사생활의 영역에 침범하는 정도는 낮춰준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논문에서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인터뷰를 통해 이들의 직업적 삶의 상황과 관계적 특성을 고려하면서 노동시간 감축이 이들의 스트레스 대처 방식에도 영향을 주는지 연구했다는 점이다. 연구에 따르면, 사회복지사는 노동시간 감소 이후 더 다양한 스트레스 대처 전략을 활성화해 자신의 대처능력을 증가시켰다, 또한 감정적 소진을 덜 경험하면서 긴급 상황에 대한 시간 관리를 더욱 조직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감축된 노동시간은 수면, 여가, 휴식 등에 직접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시간을 활용하는 방식을 포함하여 업무에서 오는 다양한 스트레스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까지 높여주는 효과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세 번째 소개할 논문은 스웨덴에서 2005년에 이루어진 노동시간 단축 실험 이후 10여년만인 2015년부터 이루어진 노동시간 단축 실험에 대한 결과 보고서, 23달 동안 6시간 근무하기감소된 노동시간에 대한 실험적 후속연구 이다. 이 실험 연구는 스웨덴의 예테보리시 (City of Gothenburg)에서 20152월부터 201612월까지 요양병원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는데, 근무시간 감축이 이 지역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경제적 측면을 포함하여 요양병원 근무 간호사들과 병원의 환자들이 어떤 영향을 받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이 기간 동안 스바르테달렌(Svartedalens) 노인요양병원의 간호사들은 급여는 그대로 유지된 채 하루 6시간 근무했으며(실험집단), 스바르테달렌 병원과 비슷한 조건과 규모를 가진 예테보리시의 다른 요양시설의 간호사를 통제집단으로 설정하고 진행하였다.

최근의 이 실험설계와 분석이 이전의 연구 방법과 다른 점은, Best Practice Theory 라는 방법을 적용해 실험집단(하루 6시간 노동)에서 나타나는 긍정적인 결과들이 단축된 노동시간의 효과인지 아니면 환경적 요소 등 다른 요인에 의해 이루어진 효과인지를 측정한 데에 있다. 노동시간 감축은 간호사들의 피로감과 스트레스, 활력, 여가 양립, 기본적 육체 활동, 근골격계 증상, 일반적 건강상태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저자는 Best Practice Theory에 의한 실험설계 분석을 통해 노동시간 감축 자체는 6시간 노동하는 사람들의 건강상태를 유의미하게 향상시키기에 충분하지 않으며 어떤 측면에서는 부정적인 영향력도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2시간의 노동감축이 제대로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정책들이 실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연구자는 다섯 가지 영역에서 이러한 추가적 개입을 추천하는데, 1) 증가된 여가시간 동안의 건강한 신체 활동, 2) 건강한 음식섭취 습관과 양질의 음식, 3) 만족스러운 근무 환경 조성, 4) 지속가능한 건강한 일터와 그로 인한 근무자들의 권리 향상, 마지막으로 5) 장기적이고 효율적인 조직 운영이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연구는 앞선 스웨덴의 노동시간 단축 실험들보다 훨씬 앞서 핀란드에서 1996년부터 1998년까지 공공서비스 영역에서 이루어진 실험에 대한 연구 핀란드에서의 노동시간 감축 실험에 대한 연구 이다. 핀란드는 1990년대 초반에 경제 불황 속에서 실업률은 급등했고 공공복지의 비전이 불투명해지는 상황이었다. 노동시장의 전반적 위축과 사회 불안으로 인한 공공복지에 대한 요구는 높아지는 데, 반면 가용자원은 감소하고 있었다. 이 실험은 현재의 일자리를 다른 사람들과 나눔으로써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과부하를 줄이는 동시에 교육 수준이 높은 청년들의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속에서 고안되어, 핀란드의 19개 지방자치단체들에서 3년간 실행되었다.

이 연구는 노동시간 감축이 건강뿐만 아니라 고용의 증가에도 영향이 있는지, 있다면 노동시간의 재편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효과가 가장 좋은지에 초점을 맞췄다. 이미 30년 전에 핀란드의 사회학자 파보 세페넨 (Paavo Seppänen)은 생산적인 조직은 12시간 운영되어야 하고 따라서 통상적인 하루 8시간 근무가 아닌 6시간 2교대제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특히 공공서비스는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장시간 개방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는데, 장시간 개방은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을 요구한다. 따라서 이러한 두 가지의 필요성을 모두 충족시키기 위해 6+6교대제가 제기된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저자는 6+6교대제를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근무 시간 제도를 시행하고, 이들을 상호 비교한다.

노동시간의 단축은 가족적 삶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고, 다양한 방식의 근무 시간 중 6+6교대제가 가족생활뿐 아니라 본인들의 개인적 삶에도 가장 긍정적인 효과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시간 감축의 효과는 노동 강도가 가장 컸던 사람들에게서 가장 크게 나타났다. 또한 노동자들의 노동윤리를 향상시키고 앱슨티즘 (뚜렷한 이유 없는 결근)을 줄여줌으로써 긍정적인 경제효과 역시 가져왔다.

사실 이렇게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에서 이루어진 수차례의 노동시간 단축실험을 통해 6시간 노동제는 그 긍정적 효과가 확인되었음에도,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폐지와 도입을 반복하며 아직 제도적으로 정착하지 못했다. 게다가 노동시간 단축이 노동자들의 삶과 경제적 측면에서 모두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명백히 뒷받침할만큼의 연구 자료가 충분히 축적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OECD 국가들 중 노동시간이 두 번째로 긴 한국에서도 최근 몇몇의 기업들이 주 4일제를 도입해, 노동시간 단축으로 자본축적의 위기를 극복하고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는 움직임이 있을 만큼 노동시간 단축은 세계적 흐름이 되었다.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현재의 실험과 연구들은 한국에 단축된 노동시간이 제도적으로 정착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이 이루어져야 할지 그 방향을 제시해 줄 것이다.

(신희주 회원(노동시간센터), 카톨릭대 사회학과)

 

 

 

 

45일터기사

[성명서] 화성 스리랑카 이주노동자 사망사건,고용노동부 경기지청은 철저하게 조사하고, 재발방지 대책 마련하라!

활동소식

[성명서]



화성 스리랑카 이주노동자 사망사건,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은 철저하게 조사하고, 재발방지 대책 마련하라!

 

또 이주노동자의 부고 소식이 전해졌다. 26일 새벽, 화성시 팔탄면 플라스틱 제품 제조공장에서 스리랑카 이주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사망한 노동자는 입사한 지 3개월이 지나지 않았고, 납품기한을 맞추기 위해 장시간 노동했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먼 타국에서 삶을 마감한 고인에게 애도를,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를 보낸다.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은 철저하게 조사하고, 재발방지 대책 마련하라.

지난 4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0년 산업재해 사고 사망 통계에 따르면 전체 산재사고 사망자 중 이주노동자의 비율은 10.7%이다. 국내 노동자 중 이주노동자의 비율이 약 3%라는 점에서 볼 때 이주노동자의 산재 비율은 높은 수치라는 것이 확인된다. 고강도 장시간 노동, 열악한 노동·주거·의료 환경, 부족한 교육·훈련, 안전설비·장비 미흡 등 이주노동자가 처해있는 조건은 산업재해에 더욱 취약한 상황이다. 이주노동자의 산재 사망사고를 구조적인 문제로 봐야하는 이유이다. 이번 사고 역시도 마찬가지다. 일터의 안전수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노동조건은 어떠했는지, 안전설비와 장비는 제대로 작동했는지, 이를 다루기 위한 교육과 훈련이 진행되었는지, 납품기한을 맞추기 위한 무리한 노동은 아니었는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죽음의 이주화라는 말에 걸맞게 갈수록 높아지는 이주노동자 산재 사망률은, 이주노동자의 생존과 안전을 외면하고 있는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사건이 일어났을 때만 관심을 기울일 뿐 근본적인 대책과 대안 마련은 부재한 상황이다. 응급조치식 대책, 미약한 사업주 처벌은 또 다른 산재사고를 불러올 뿐이다. 언제까지 이주노동자들의 죽음을 이대로 방치할 셈인가.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은 이 사건을 계기로 경기지역의 이주노동자 고용사업장에 대한 안전 및 노동환경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하고, 산재 예방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26일 사망 사건 당시 현장에 같이 있던 스리랑카 이주노동자에 대한 대책 역시 필요하다. 현장에는 고인 외에 2명의 스리랑카 노동자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지만, 현재 어떠한 상황에 놓여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동료의 죽음을 곁에서 겪은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심리적인 안정과 위로이다. 두 노동자의 현재 상황에 대한 파악 및 안정과 치유를 위한 대책이 즉각 마련되어야 한다.

매번 산재 사망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임시처방만 하고 형식적인 조치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 우리는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이 철저하게 조사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은 산재 사망사고 철저하게 조사하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하라!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은 경기지역 이주노동자 고용사업장 안전 및 노동환경 전수조사 하라!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은 이주노동자 산재 예방 대책 마련하라!

사건 현장에 있던 이주노동자에 대한 대책을 즉각 마련하라!

화성시는 이주노동자가 많은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안전관리대책 마련하라!

 

2021. 7. 28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이주노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경기운동본부(경기민예총(), 수원그린트러스트(), YMCA경기도협의회, YWCA경기지역협의회, 경기교육희망네트워크, 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 경기버스공동행동, 경기복지시민연대, 경기북부진보연대, 경기시민사회포럼, 경기여성단체연합, 경기여성연대, 경기자주여성연대,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경기정의평화기독교행동, 경기주권연대, 경기진보연대, 경기청년연대, 경기환경운동연합, 경실련경기도협의회, 노동당 경기도당, 다산인권센터, 민주노동자전국회의 경기지부, 반월시화공단 노동자권리찾기모임 월담, 사단법인 경기민예총, 사회변혁노동자당 경기도당, 성남평화연대, 수원 나눔의 집, 수원KYC, 수원YMCA, 수원YWCA, 수원매산지역아동센터, 수원민예총, 수원새벽빛장애인자립생활센터, 수원여성노동자회, 수원여성의전화,수원여성회, 수원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수원이주민센터, 수원일하는여성회, 수원지역 목회자연대, 수원진보연대, 수원청소년성인권센터, 수원환경운동센터, 수원환경운동연합, 안산노동안전센터, 일하는 2030, 전교조 수원 중등지회, 전교조 수원 초등 사립지회, 전국농민회총연맹 경기도연맹, 정의당 경기도당, 진보당 경기도당, 참교육을위한 학부모회 수원지회, 참교육학부모회경기지부, 천주교 수원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천주교 수원교구 정의평화위원회, 평화비경기연대, 풍물굿패 삶터, 하남희망연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화성희망연대), )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 ()더큰이웃아시아, 한살림경기서남부생활협동조합, 화성여성회, 화성이주노동자쉼터, 화성YM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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