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한노보연
[2020.03] 월례토론 ‘IT 노동현장의 변화’ 카카오지회 서승욱지회장
활동소식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건설 현장 ‘걱정 인형’이 만들어가는 노동안전보건 활동 / 2020.04
일터기사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건설 현장 ‘걱정 인형’이 만들어가는 노동안전보건 활동
푸우씨 / 상임활동가
조용준 동지의 전화는 쉴 틈이 없다. 인터뷰하는 도중에도 그의 핸드폰은 연신 바쁘게 울려 댔다. 건설노조 수도권남부본부 노안국장인 조용준 동지에게는 ‘경기건설기계지부 스카이지회 지회장’이라는 다른 직함도 있다. 그래서인지 온종일 전화를 붙잡고 연락을 주고받는다. 조합원들의 생계와 직결된 현장 배차 또한 그에게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이다. 한때 ‘사장님(?)’으로 불렸던 조용준 동지는 건설노조 수도권남부본부에서 건설기계 장비인 스카이크레인을 운행하는 특수고용노동자를 책임지며, 동시에 1만 명에 이르는 건설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의 문제를 담당하고 있다. 지난 3월 24일 화성행궁 인근 카페에서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건설법인 부도… 노동조합 활동으로 이끌다
‘사장님’이었던 그가 어떻게 노동조합 활동을 하게 됐는지 궁금했다.
“2013년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동료들을 모아서 팀을 구성하고 있었고, 그 친구들을 모아서 어떤 건설법인의 일을 하게 됐는데요. 하루아침에 그 법인이 부도를 맞았어요. 그러다 보니 일했던 것을 한 푼도 받지 못했어요. 4~5천 만 원 정도를 체불로 통째로 날리게 됐거든요. 너무 억울해서 소송했는데, 결국 한 푼도 못 받은 건 마찬가지였죠.
그런데 아는 동생에게 전화가 온 거예요. ‘형님 저 일 하다가 회사가 부도를 맞았는데, 어떻게 합니까?’라고 말이죠. 제가 해줄 수 있는 얘기가 없었는데, ‘포기하든지, 노동조합이 있다고 하는데 한번 찾아가 보던지’라고 했거든요. 그리고 일주일 후에 전화가 왔어요. 체불 문제가 해결됐다고 말이죠. 그 얘기를 듣고 저도 노동조합을 찾아가게 됐어요. 당시에 특수고용노동자라는 개념도 별로 없었으니까, 사업자가 노동조합을 한다는 게 신기했고, 우리가 노동자라고 이야기하는 게 신기했던 것 같아요. 그리곤 줄곧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이렇게 저렇게 하다 보니 이런 역할을 하고 있네요. (웃음)”
그런 그가 하는 노동안전보건 활동은 어떤 것인지를 물었다.
“아쉽지만, 건설 현장에서는 아직 노안활동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타 산별이나 업종 같은 경우 예전부터 노안활동이 있었고, 그러다 보니 노안활동의 핵심이 ‘예방’이고 ‘예방’이 중심인데, 그에 비해 아직 건설에서는 노안활동이 시작 단계에 있어서 그렇지 못한 것 같거든요. 그런 상황이다 보니 저 같은 경우에 노안활동이라고 하면, 사고와 같은 재해가 발생한 결과에 대한 후처리가 많은 것 같아요. 특히 작은 규모의 건설현장은 안전보건의 사각지대가 많고, 무방비 상태에 놓인 경우가 많아서 사고가 빈발합니다. 그럴 때 발생하는 사고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중심으로 활동을 하고 있어요.
건설 현장에서도 형틀, 목공 일을 하는 건설 노동자들은 사고가 발생해서 다치거나, 근골격 계질환과 같은 질병이 발생했을 때 산재보험으로 처리하는 일들이 조금씩 생기고 있는데, 저와 같은 건설기계 장비를 다루는 소위 특수고용 노동자인 건설노동자들은 각종 안전사고가 발생해도 특히나 보상조차 받기 어려운 현실에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안전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노조가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크게 하고 있어요.”
조용준 동지는 특히 건설기계 장비의 전도나 파손과 같은 사고 또한 건설현장의 안전관리의 문제와 중요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힘주어 강조했다.
“대부분 건설기계, 장비 사고가 발생하면 노동자가 운행을 잘못한 것으로 몰아가는데.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건설 현장의 안전관리를 소홀히 하면서, 막상 사고 나면 노동자 책임으로 몰아가는 전형적인 논리거든요. 차량이 전도되는 사례는 명백히 지반침하와 같은 원인이 있고, 차량이 부딪쳐서 파손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예요. 출고 때부터 장비에 부착해 놓은 제조사의 안전센서를 무리하게 장비 운행을 시키려고 끄도록 요구하거든요. 가령, 30cm 정도의 간격이 있으면 안전센서가 계속 울리는데, 조금 더 붙여서 일을 시키려고 안전 센서를 끄도록 요구해요. 그런데 개인 노동자는 힘이 없으니까,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요. 안전 문제 때문에 거부하면, 다음부터는 그 사람은 일 안 시키거든요. 위험을 감수하고, 일해 주는 사람만 쓰려고 하는 거죠.
근데 그 결과로 사고가 발생하면 건설기계를 다루던 노동자가 미숙해서 사고를 낸 거로 몰아가요. 그럴 때마다 건설사에서 하는 얘기가 있어요. ‘장비 운용은 당신들 몫 아니냐!’ 이러는 거죠. 사실상 그런 게 만연했던 건설 현장인데, 건설노조가 생기고 조금씩 바뀌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노동조합이 없으면 말도 못 하고, 개인이 장비파손, 안전사고에 대한 모든 걸 뒤집어쓰는 경우가 매우 흔해요.”
‘걱정 인형’으로 불려도 좋은 이유
주변 동료들이 그런 피해의 당사자가 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하다 보니, 그에게는 항상 걱정이 많다. 노안국장 역할을 하면서 특히 안전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조합원들에게 잔소리를 많이 한다. ‘무리해선 안 된다’, ‘서두르면 안 된다’와 같은 잔소리가 자신도 모르게 늘게 됐다고 한다.
“제 별명이 뭔지 아세요? ‘건강 염려증? 걱정 인형?’ 뭐 그렇게 얘기하더라고요. 동생 중 한 명이 ‘저 형은 참 걱정도 많아’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얘기가 기분 나쁘지 않은 게 ‘그래도 내 얘기를 듣고는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요.”
조용준 동지는 노안국장이 되면서 작년 하반기부터 건설노조 수도권남부본부에서 노안위원회를 구성하고, 격월 회의와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건설노조의 지역본부에서 노안위원회를 구성하고, 교육과 활동을 시작한 것은 첫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에 대한 경험을 물었다.
“이제 시작하는 것이라서 특별한 건 없어요. 건설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은 정책의 문제이기도 한데, 사실상 정책적 방향과 입장을 낼 단계는 아니고요. 다만, 시작했다는 것 자체에 의의 가 있다고 생각해요. 또 건설 현장에서는 건설 기계, 타워크레인, 토목건축, 전기 등 다양한 분과가 있는데, 이런 동지들이 모여 서로의 경험을 차곡차곡 모아나가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전문가는 아무도 없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저희 노안위원회 회의 때마다 같이 회의도 하고 교육도 하고 하면서 도움을 주지만, 막상 그냥 자신 현장에서 일 해왔던 사람들이라서 아직 잘 모르는 게 더 많아요.
그래도 이 사람들이 모여서 우리 현장의 안전 문제와 관련한 얘기를 나누고, 이에 대한 경험을 쌓다 보면 뭐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보면서 안전과 의료의 문제는 무엇보다 사전에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그런 차원에서 건설노동자가 안전 문제에 있어서는 항시적인 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더 크게 느끼고 있어요. 노안위원회를 구성하고, 정기적인 회의를 하면서 이제 그 준비와 시작을 하는 것이죠.”
건설노조 수도권남부본부에서는 지난 3월 초 대의원 대회의 사전 프로그램으로 안전보건 감수성 교육을 했다. 반응이 어땠을지 궁금했다.
“제 경험으로는 대의원 대회에서 교육한 것도 처음이고, 그것도 안전과 관련한 주제를 가지고 얘기를 한 것도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졸지 않고 다들 열심히 들으시더라고요. 아무래도 피부로 다가오는 문제가 있기도 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또한 건설노조에서도 고용을 넘어 안전한 현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조금씩 올라오고 있다고 생각하거 든요. 특히 건설노동자의 연령대가 높은 편이고 장년인 경우가 많아서 교육이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건설기초안전보건교육처럼 정부 위탁 기관이 하는 형식적인 교육이 아니라 노동자의 입장에서 안전과 건강에 대해서 권리라고 말하는 교육 말이죠.”
“한 번에 생각이 바뀌는 것은 어려워 보여요. 그래서 더 반복적인 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저도 그렇고 나이가 있는 동지들은 돌아서면 금방 까먹거든요. 반복 교육을 통해서 듣고 또 들어야 자신의 것이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이제 시작한 거지만, 그렇게 끊임없이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그게 노동조합이 필요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고용과 생존을 넘어
조용준 동지는 건설 현장에서 조합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찾아가는 현실에서 그 시작으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노동조합이 고용과 생존을 넘어, 안전을 요구하고 더 많이 말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힘주어 강조했다.
“교육을 받다 보니 노동조합이 안전을 요구하고, 안전을 관철할 때 현장의 산업재해가 확실히 줄어든다는 걸 배웠고 알 수 있었어요. 안전을 요구하고, 행동하는 노동조합이 바꾸는 현장이 저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건설 현장은 젊은 노동자가 많이 부족한데요. 적절한 임금도 받아야 하고 고용도 보장받아야겠지만, 무엇보다 안전한 현장을 만들어야 젊은 노동자들이 찾고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직업환경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이야기] 코로나 음성 증명서 / 2020.04
일터기사
[직업환경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이야기]
코로나 음성 증명서
이정엽 / 후원회원, 직환의
나는 현재 한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와 관련된 진료를 하고 있다. 초기에는 특정 국가의 여행력 또는 환자와의 접촉력이 있는 자만 검사가 이루어졌으나 현재는 이러한 기준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의사의 소견에 따라 의심 환자로 분류되면 해당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의사의 판단 기준은 지역 내 전파 수준, 검사 가능 여력 등에 따라 기관별로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가끔 판단을 내리기 난감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네, 어떤 점 때문에 걱정되어 오셨나요?”
“제가 지난번에 대구를 한번 다녀와서요.”
“최근에 확진자와 접촉한 적이 있다던가, 해외를 다녀왔다거나, 그 외에 다른 의심 되는 노출은 없으셨고요?”
“네.”
“최근 열이 나거나, 기침, 인후통과 같은 호흡기 증상이 있거나, 기타 불편한 증상이 있으신가요?”
“아니요, 저는 아무 증상도 없어요. 멀쩡합니다.”
“그렇군요. 아무런 증상이 없는데 단순히 대구를 다녀왔다는 이유만으로 저희가 의심환자로 분류하지는 않기 때문에 검사 대상에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우선 사람 많은 곳 방문은 피하시고 손 위생을 철저히 하시기 바랍니다. 혹시 며칠 후라도 의심 증상이 발생한다면 그때는 다시 방문 해주시고요.”
“저 오늘 검사받아서 음성이라는 결과서를 회사에 제출해야 하거든요. 그렇지 않으면 회사에서 저는 일 못 시켜준다고…”
“…….”
물론 회사의 입장도 이해할 수 있다. 이 노동자가 비록 증상은 없지만, 감염자가 아니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혹시라도 이 병이 자신의 회사 내에서 퍼진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그 지역을 다녀온 사람들은 얼른 모두 검사받고 정상이라는 소견서를 떼어오라고, 그렇지 않으면 근무를 시킬 수 없다고 아마 이 노동자의 사업주는 지시했을 것이다.
하지만 의사의 입장에서 이 사람을 의심 환자로 분류하기는 무리가 있다. 접촉력을 고려하기 이전에 우선 감염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이 조금이라도 있어야 의심환자로 간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사를 받고자 하는 사람들은 많은 반면, 검사 가능 물량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라 유행 지역을 방문했다는 사실만으로 모두 검사 오더를 하게 되면 정작 확인이 꼭 필요한 고위험 환자가 방문한 경우 제때 검사받지 못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나는 단순히 유행 지역을 방문한 것만으로는 감염의 가능성이 높지 않고, 무증상기에는 타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나는지 주의 깊게 관찰하다가 의심 증상이 발생하는 즉시 직장 출입을 막고 검사를 진행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만에 하나 이 노동자가 최근에 감염된 무증상 환자라 해도 잠복기에 검사를 시행하게 되면 결과가 위음성(양성이어야 할 결과가 음성으로 잘못 나옴)으로 나올 수 있어 검사 자체의 신뢰도가 낮아지게 된다. 개인적인 사정에 따라 분류의 잣대를 다르게 들이밀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사업주와 의사 각자의 사정 못지않게 자신의 사정이 절박한 것은 그 노동자 또한 마찬가지다. 자신은 몸이 멀쩡한데 검사를 받아 오지 않으면 일을 시켜 주지 않는다니 당장 먹고 살길이 막막할 것이다. 사정을 들어보면 그나마 한 직장에 안정적으로 고용된 경우에는 2주간 휴가를 받는 정도로 정리되기도 하지만 건설업, 대리운전업 등 고용이 불안정한 업종에 종사하는 경우 아예 고용을 거부당하기도 하는 듯하다. 천안에 장례식장을 다녀왔더니 검사를 받고 오지 않으면 일을 시켜 줄 수 없다는 말에 찾아온 미장공, 고객의 요청에 따라 대구까지 운전해주고 돌아왔더니 내일부터 출근하지 말라는 말을 들은 대리운전 기사 등 안타까운 사연들을 많이 접하고 있다.
이와 유사한 사례들이 곳곳에서 발생하자 급기야 질병관리본부에서는 학교 및 회사에서 코로나19의 음성 증명서 요구를 자제해 달라는 권고를 내리기까지 했으나 여전히 회사의 지시대로 검사를 받기 위한 노동자들의 방문은 계속되는 것으로 보인다. 아무쪼록 이 신종 전염병 사태가 이른 시일 내에 종식되어 모두가 더는 불안감에 떨거나 피해를 보지 않고 이전과 같이 각자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동아시아 과로사통신] 대만의 과로사와 업무관련 정신질환 / 2020.04
일터기사
[동아시아 과로사통신]
대만의 과로사와 업무관련 정신질환
황이링 / 대만 OSHLink 활동가
첫 번째 대만 소식으로 대만의 과로 이슈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과로 문제는 특히 동아시아에서 두드러지는 문화현상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오직 일본, 대만, 한국에서만 과로 때문에 발생한 뇌심혈관계질환을 직업병 보상의 범주에 넣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대만에서는 과로와 관련된 질병의 산재 보상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산재보험국의 통계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9년까지 모두 679명의 노동자가 업무관련 뇌심혈관계질환으로 인정되었습니다. 이 중 236명은 사망하였고, 173명은 영구적인 장애를 입게 되었습니다.
과로는 중요한 업무 유해요인입니다. 대만에서는 8일에 한 명씩, 노동자가 과로 때문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건 빙산의 일각일 뿐입니다. 노동 시간을 증명하기 어렵거나, 엄격한 인정 기준 때문에 산재로 보상받지 못한 숨겨진 사례가 많기 때문입니다. 대만에서는 1991년 처음으로 뇌심혈관계질환의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이 발표되었습니다. 그러나 뇌심혈관계질환이 공식적인 직업병 목록에 오르지는 못했기 때문에, 업무관련성이 의심되는 사례들은 개별적으로 승인 여부가 결정되었습니다.
또,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이 매우 엄격했습니다. 직장에서 발생한 사례만 업무관련성이 인정됐고, 뇌심혈관계질환이 발병하기 바로 직전의 업무 부담만 고려됐습니다. 그래서 인정기준은 1991년 만들어졌지만, 2006년에서야 뇌심혈관계질환으로 산재 보상 승인을 받는 첫 사례가 나타납니다. 그 뒤로도 인정 기준은 몇 차례 수정되다가, 가장 큰 변화가 2010년에 일어났습니다. 난야테크놀로지(Nanya echnology Company)에서 일하던 추샤오핑(徐紹斌)의 과로사 때문입니다.
출근시간이 되어도 추샤오핑이 방에서 나오지 않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아버지가 방으로 들어갔고 그의 주검을 발견하였습니다. 당시 29세였던 그는 매일 12시간씩 일했고, 어떤 때는 16~19시간 일하기도 했습니다. 사망 전 달에는 연장 근무만 111.5 시간이었습니다. 그의 가족들은 그의 죽음이 과로사라고 확신하고, 산재 보상을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사무실이 아니라 집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에 당시로는 업무상 질병에 해당하지 않았습니다. 회사는 그가 사망하자 정기적인 연장근무는 없었다고 발뺌했고, 결국 그의 유가족은 산재 보상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당시 저는 입법의원 황수잉(黃淑英)의 보좌관이었고, 추샤오핑의 가족들은 황수잉 의원의 사무실에 와서 도움을 청했습니다. 우리는 유가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관심을 촉구했고, 기자회견 이후 추샤오핑의 가족들은 대만사회의 많은 지지를 받게 되었습니다.
대만 노동부는 사회의 큰 압력을 받은 끝에 일본을 따라 직업병 인정 기준을 낮추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다음 해인 2011년, 직업병 인정 가이드라인이 개정되고 나서, 총 88명이 업무관련 뇌심혈관계질환으로 산재 보상을 받았습니다. 가이드라인 개정 전보다 2.6배 늘어난 숫자입니다.
업무 관련 정신질환과 자살
업무 관련 뇌심혈관계 질환 외에, 최근에는 업무 관련 정신질환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점점더 많아졌습니다. 2009년 업무관련 정신질환 인정 기준이 수립되었지만, 그 후로 10년간 산재로 승인된 사례는 36건뿐입니다. 승인 사례 대부분은 산재 사고 후 발생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입니다.
그러나 많은 대만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 성과 압박, 직장 내 성폭력, 일터 괴롭힘과 관련된 정신질환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산재 보상 청구를 뒷받침할 수 있는 충분한 증거를 모으기 어렵습니다.
2009년 이후 대만 정부가 업무 관련성이 있다고 인정한 자살 사례는 7건에 불과합니다. 첫 사례는 2012년에 발생한 장페이퐁(張倍逢)의 자살 사건입니다. 그는 포모사 플라스틱 그룹(Formosa Plastic Group)의 안전관리자였습니다. 그는 공장 건설 현장의 안전보건 감독을 맡았는데, 하청 회사에서 안전 규정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그는 상사에게 상황을 보고하려고 했지만, 돌아온 답은 예정된 기한 내에 건설이 마무리되도록 눈감으라는 것이었습니다.
막중한 부담감을 느낀 그는 결혼식을 1주일 남겨둔 2011년 10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죽기 전 그는 “정부, 회사의 안전요구사항을 충족시킬 수 없었습니다. 회사에 너무 미안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서 책임을 다하겠습니다”라는 문자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그의 자살은 대만에서 처음으로 업무관련 자살로 승인되었습니다.
너무 많은 죽음이 계속되고 있기에, OSHLink는 2015년 <과로의 섬, 대만>이라는 책을 펴냈습니다. 우리는 이 책에 과로로 사망한 대만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과로 문제가 왜 발생하는지 다루고자 했습니다. 책 발간 이후 대만 입법 의원들은 노동부에 과로 실태를 보고하도록 했고, 이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해, 드디어 의회에서 2주에 84시간이던 노동시간 기준을, 1주에 40시간으로 줄이는 법 개정안이 통과됐습니다. 우리가 해낸 일은 대만의 과중한 노동을 변화시키기 위한 작은 걸음에 불과했지만, 앞으로도 자신의 안전과 노동권을 지키려는 모든 노동자의 싸움에 계속 함께할 것입니다.
[언론보도] 차별·배제 없는 재난기본소득, 보편적 기본소득 마중물 (20.04.16. 매일노동뉴스)
기고
말 그대로 ‘재난’ 상황.
함께 살아남기 위한 재난기본소득이라면,
차별과 배제가 없어야하지 않을까요?

“재난기본소득은 재난 상황에서 위축된 경기를 살리기 위한 경제정책이다. 현재 상황에서 가장 크게 고통받을 수밖에 없는 소상공인과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 같은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복지정책이다.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대부분 이주민은 이런 취약계층에 속할 것이다. 이들이야말로 재난기본소득을 반드시 받아야 할 주민들이다. 비록 국적은 다르지만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세금을 내면서 살고 있는 이들에게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심지어 평상시 선별 복지를 주장하는 야권의 목소리에 집중하던 보수언론에서조차 이주민들에게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지 않기로 한 서울시와 경기도의 정책을 비판하고 있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차별·배제 없는 재난기본소득, 보편적 기본소득 마중물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대응책 중 하나로 제기된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상당수 지방자치단체에서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기로 결정했고, 일부에서는 이미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중앙정부의 재난기본소득 논의도 활발하다. 정부에서 처음 제기한 소득 하위 70% 선별지급 방안에 불만과 논란이 이어지면서 전 국민에게 동일하게 지급하자는 주장이 급격히 부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보편 지급과 (고소득층) 선별 환수”를 주장하는 등 지급 대상·방식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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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 정신질환 짚어보기] 노동자의 정신적 고통이 산재가 되기까지 / 2020.04
일터기사
[일터 정신질환 짚어보기]
노동자의 정신적 고통이 산재가 되기까지
류한소 / 선전위원
노동안전보건운동의 역사는 ‘보이지 않는 고통’에 이름을 부여해 온 역사다. ‘직장 내 (성)폭력’, ‘가학적 노무관리’, ‘갑질’, ‘직장 내 괴롭힘’ 등 노동자가 일터에서 겪는 정신적 고통에 붙인 이름들의 목록이 그렇다. 노동이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심리적 요인에 대한 관심은 20세기 중후반부터 대두됐다. 이 요인에는 자본주의의 주요 생산방식의 변화, 일터의 조직, 노동자에 대한 관리 및 통제 방식의 변화를 반영되어왔다. 따라서 정신건강의 침해를 호소하는 노동자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그러한 질병을 일터에서 일으키는 위험 요인들 또한 많아진다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정신적으로 아픈 사람을 바라보는 개인적/사회적 인식이 변했고, 의료지식 및 전문가도 변화했으며, 제도적 차원에서의 인정과 보상도 변화했다. 이렇게 다양한 사회문화적 각축장을 통해 이미 존재하고 있던 고통들이 이름을 얻으면서 노동자의 정신적 고통도 비로소 부상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국내의 정신질환 집단산재투쟁
국내의 정신질환 산재에 관한 논의는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탄압을 고발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전에도 정신질환 산재를 개별적으로 신청한 사례는 있었으나 노조탄압으로 인한 정신질환에 대해 집단으로 산재신청을 제기한 첫 사례는 2003년 청구성심병원 노동자들의 집단요양투쟁으로 알려져 있다.
연이어, 공황장애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말도 생소했던 2004년, 도시철도기관사들이 집단산재신청 투쟁을 시작했다. 당시 근로복지공단은 사상사고 경험 여부로 산재여부를 따졌지만, 이 투쟁들은 사고 경험 유무와 상관없이 구조조정으로 인한 1인 승무 등 노동자들의 정신건강이 심각하게 침해될 수밖에 없는 근무환경에 일상적으로 노출되어 있음을 밝히는 계기가 되었다.
비슷한 시기, 민영화에 따른 경영효율화를 위해 인력 퇴출 프로그램을 운영한 KT(2004년)와 노조탄압을 당한 하이텍알씨디코리아(2005년) 노동자들 역시 적응장애, 우울증 등에 대한 산재신청으로 자신들이 처한 현실을 알렸다. 이러한 투쟁들 때문인지 근로복지공단의 2006년 통계부터는 이전까지 작업관련성 질병에 ‘기타’로 들어가던 정신질환 항목이 별도 범주의 항목으로 분류됐다. 그 뒤로 2008년 이랜드 일반노조, 코스콤 비정규지부, KTX 새마을호 승무지부 등 비정규직 투쟁 사업장 노동자들에 대한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실시했으며, ‘적응장애’,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같은 진단명은 문제를 제기하고 싸우는 사람들이 마주했던 현실을 고발하는 언어로 자리 잡았다.
2009년 쌍용자동차 문제는 정리해고와 국가폭력이 노동자뿐 아니라 그들의 동료와 가족들에게도 신체적 외상은 물론, 정신적 외상까지 입힌다는 것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2011년에는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자와 무급휴직자, 그 가족을 위한 심리치유센터 ‘와락’이 개소했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심리적 위기상황을 치유하기 위한 ‘두리공감’이 개소한 것도 2011년이었다. 이처럼 ‘싸우는 사람들’의 마음 건강에 대한 관심은 2016년 여러 단체가 참여해 출범한 사회활동가와 노동자들을 위한 심리치유 네트워크 ‘통(通)통(統)톡(talk)’으로 이어졌다.
감정노동의 이슈화
정신질환 산재의 제도화 과정에서 또 하나 중요한 점은 감정노동의 이슈화이다. 감정노동이란 단어가 생소하던 2008년부터 민주노총 서비스연맹과 유통업종(백화점, 면세점) 노동조합들은 감정노동 문제를 부각시키고 산재 인정을 위해 노력해왔다. 그 결과 2015년 3월, 양대 노총과 여러 단체로 구성된 ‘감정노동 전국 네트워크’가 출범했으며 같은 해 12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감정노동 문제를 제도화한 “서울특별시 감정노동 종사자의 권리보호 등에 관한 조례”가 통과됐다.
이와 더불어 KTX 승무원(2015년), 마트 계산업무 노동자 산재 인정(2016년) 등은 열악한 근무환경과 지속적인 성희롱 및 폭언에 시달리는 서비스업 노동자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산재로 인정하기 시작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콜센터에 전화를 걸면 나오는 “2018년 10월 18일부터 산업안전보건법에 고객응대근로자 보호조치가 시행됩니다”라는 자동음성도 오래전부터 감정노동의 이슈화를 위해 싸워 온 사람들의 성과다.
위에서 살펴본 조직된 노동자들의 집단산재신청으로 시작된 정신질환 산재에 대한 논의는, 이제 ‘갑질’이나 ‘직장 내 괴롭힘’이란 언어를 통해 노동운동을 넘어 한국사회에 만연한 악질적 갑을관계와 조직문화에 경종을 울리면서 일상의 민주주의를 재고하는 계기로 쓰이고 있다. 2017년에 설립된 ‘직장갑질 119’에 고발된 기가 막히는 사례들은 우리 일터가 얼마나 다양하게 노동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지를 지속적으로 보여준다.
이 결과, 비록 실효성에는 많은 비판이 있었으나 2019년 7월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서 ‘직장 내 괴롭힘’이 법적으로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라고 정의됐고 정부 차원에서 이를 규제하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었다.
이름을 부여하는 일, 우리가 해야 하는 일
정리하자면, 국내 정신질환 산재 논의는 ‘싸우는 노동자’들의 집단요양투쟁을 시작으로 감정노동의 이슈화를 거쳐 일터의 전반적 조직문화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데까지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어왔다. 이외에도 장시간 노동으로 발생하는 정신질환이나 자살 및 사고 현장을 목격한 노동자들의 트라우마 관리 등으로 논의영역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
또한 무엇보다 여성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일상적으로 겪는 구조적 차별로서, 노동권과 건강권에 주요한 영향을 끼치면서도 그간 ‘노동 문제’가 아니라고 치부되어온 직장 내 성폭력과 이로 인한 여성 노동자들의 건강 피해를 업무상 질병으로 제도화하기 위한 노력도 정신질환 산재를 논의할 때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 글에서 언급한 사례들의 공통점은 노동과정에 계속 존재해왔지만 이름을 부여받지 못했던 정신적 고통들에 이름을 붙이고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의 장을 펼쳐왔다는 점이다. 아픔에 이름을 부여하고 인과적 설명을 통해 그 고통의 실체를 확인하며 그 고통이 발생하는 맥락을 찾는 일은, 그로 인한 아픔이 기존 지식체계나 타인에 의해 관찰되기 힘들수록 더욱 중요하다.
나아가 그 고통이 개인의 심리적 기질이나 배경이 아닌, 일터의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고통의 실체를 확인하고 발생하는 맥락을 찾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 정신질환 산재에 대한 논의는 시작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향후, 기존의 좁은 인과관계 중심의 산재 논의를 사회적 협의 등으로 확장 시켜야 하며, 변화하는 자본주의와 이에 따라 변화하는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건강권을 사고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신질환 산재에 대한 논의가 그 사회의 전반적인 감수성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깊고 다양한 토론이 요구된다.
[언론보도] 법이 있어도 소용 없는 ‘5인 미만 사업장’ (20.04.14. 민중의소리)
기고

법이 있어도 소용 없는 5민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
새로 구성될 국회에서는 법을 바꿉시다!
개표 결과 기다리시며, 이번 주 ‘건강한 노동이야기’ 읽어보세요~
“근로기준법은 종속적인 지위에 있는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국가 권력이 사용자를 직접적으로 규율하는 법이다. 직접적으로 규율한다는 것은 법을 지키지 않은 사용자를 처벌하기 위한 법이란 뜻이다. 그러다보니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은 임금, 휴게시간, 휴가, 휴일 등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기준을 정해놓았지만 그 기준선은 높지 않다. 형사 처벌의 기준을 무작정 높일 수 없는 것처럼, 근로기준법 상 기준은 ‘사회적 합의가 가능한 최저 기준’일 뿐이다. 이 최저 기준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또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자를 가르는 기준도 이상하다. 상대적으로 더 열악할 가능성이 높은 작은 규모 업체의 노동자를 배제한다.”
특집3. 여성 돌봄노동의 사회적 인정을 위해 / 2020.04
일터기사
여성 돌봄노동의 사회적 인정을 위해
정경희 / 운영위원
오승은 전국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부장, 김정아 재가요양전략조직사업단 조직국장을 모시고 여성 방문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고, 현재 준비 중이거나 논의하고 있는 것은 어떤 내용이 있는지 들어보았다. 평일 점심시간인데도 코로나19로 문 연 음식점을 찾기 어려웠던 3월 26일 대림역 인근 카페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명확한 업무규정과 대응매뉴얼 시급
코로나19 비상상황에서 돌봄 노동자에게 마스크를 지급해야한다는 요구가 있었고, 대면접촉을 해야 하는 돌봄 노동자의 수입이 급감했다는 소식도 이어졌다. 전염병 비상시국에서 중년여성이 대부분이고 대표적 돌봄 노동자인 재가요양보호사에 대해 어떤 조치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김정아: “마스크 같은 보호구나 안전장비 지급이 없어, 시설의 경우는 서울시나 공단에서 일정 지원해주는데, 재가 요양으로 방문하시는 분들은 대체로 개별 구매해야 해요. 최근 서울시가 시설에 4만8천 개, 재가에 1만 개 보급해줬어요. 그러나 공지가 일괄 되는 게 아니고 아는 사람만 받으러 가야 하는 한계가 있어요. 방문해야 할 가정의 안전 여부에 대한 정보도 제공받지 못하고 있어 노출되면 알아서 자가 격리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오승은: “대한의협에서 자가격리자의 부양자나 동거인을 위한 행동수칙으로 1m 이내 접촉은 위험하다든지, 분변은 접촉하면 안 된다 등이 권고돼있던데, 만약 이용자가 자가격리자인 경우 가족은 이것을 지킬 수 있을지 몰라도 요양보호사는 업무 특성상 지킬 수가 없어요. ‘주의해야 한다’라는 문구만 있고 명확한 업무에 대한 기준이나 비상시 작업매뉴얼이 없어서, 불안한 이용자는 매칭을 중단하고 있어요. 공공영역인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하 서사원)은 지역사회 정보를 파악해 일괄 공지하고, 비상시에는 다른 서비스 유형을 준비하고 있거든요. 공공기관이니 가능한 거죠.
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의 코로나19 대응 3차 지침에서 기존에 지원해주던 사회복지사 임금에 대해 계속 지원해주겠다고 했는데, 3월 24일 발표한 4차 지침에서 ‘시설급여 등 종사자에 대해 확진 또는 자가격리 기간은 유급병가로 처리한다’는 내용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민간센터의 재가요양보호사에게는 그림의 떡이고, 방문할 가정의 안전성에 대한 대책은 여전히 없어요.”
이용자에 대한 조직적 관리, 위험 예방 지름길
각기 다른 환경의 가정을 방문했을 때 위험한 상황은 다양하다. 여성이기 때문에 더 취약한 성폭력뿐만 아니라 인격모독이나 사건·사고 발생 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권리로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작업중지권이 명시돼 있다. 이것을 방문노동 과정에서 실현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김정아: “위협적이고 불편한 상황을 자연스럽게 모면하고 카리스마 있게 이용자와 보호자를 제어하느냐가 업무능력의 기준으로 현장에서 얘기되고 있거든요. 그러나 서사원의 경우 이용자와 첫 매칭 시 기관의 팀장이 먼저 가서 초기상담을 해요. 제공할 서비스 내용과 이용자의 권리, 요양보호사가 노동자로서 갖는 권리, 이용자가 하면 안 되는 것에 대해 사전에 설명하고 나서 같은 조의 요양보호사 2명과 팀장이 함께 이용자와 상견례를 하면서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해요. 이때 하면 안 되는 부당한 요구에 대해서도 몇 가지 예시를 들어주면 좋을 것 같아요. 이용자가 1:1로 내가 부리는 사람이 아니라 조직적으로 관리·보호받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 안전에 상당히 도움이 된다는 의미 있는 말씀인 거죠.”
오승은: “매년 복지부에서 발간하는 업무 매뉴얼이 있어요. 보호사가 해야 할 일과 이용자의 안전을 위한 일,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대처 방법이 나와 있어요. ‘부당한 요구를 받았을 때 말로 이해를 구하고 설명한다. 작업자 선에서 해결되지 않으면 언쟁하지 말고, 기관센터장과 상의한다.’ 뒷부분에 센터는 지휘·감독의 책임이 있다고 모호하게 되어있는데, 사실상 개인의 책임으로 다 미루고 있거든요. 제대로 하려면 그 현장을 벗어날 수 있어야 하고, 기관에서는 업무를 재배치해야 한다는 게 기본인 건데, 민간기관처럼 호소가 들어가면 중단과 동시에 사실상 실직으로 이어지는 것부터 막아야 해요. 이용자에 대한 교육도 들어가야 하고, 그 사람에게 필요하면 휴가를 주고 다른 이용자로 연결해주는 조치까지 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요.”
김정아: “서사원 단체협약안의 내용 중 초기상담 및 계약단계에서 음성과 서면으로 안내하고, 똑같은 내용을 노동자에게도 알리고 중간 점검한다는 내용이 있어요. 법 내용대로 하면 ‘차단할 수도 있다’가 아니라 ‘신고하고 처벌할 수 있다’로 안내돼야 하는 거죠. 고객이 바로 수익으로 연결되는 민간에서는 어렵다고 하겠지만요.”
제대로 된 노동권 보장이 필수
방문노동자의 경우 다음 작업을 위해 이동 시간은 필수적이지만 근무시간에 포함되지 않고, 휴게시간이나 식사 시간도 보장받지 못한다. 개인 휴대폰으로 이용자와 연락하기 때문에 업무시간 외 고객 응대 문제가 매번 발생한다. 이것을 개선하려면 추가 재정이 필요한데, 민간센터의 재무회계 도입이 선행돼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또 방문노동자의 작업환경은 개별 가정이다. 이에 맞는 적절한 개선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
오승은 : “서사원은 8시간 근무시간 산정에 이동 시간, 중간에 점심시간, 회의 시간도 넣으면서 월급을 주는데 당연히 돈이 더 필요하죠. 그래서 추가 재정이 있어야 해요. 자치구별 종합재가센터 만드는 건 정부계획이에요. 민간기관 측에서 헌법소원도 하고 수가 인상이라는 부대조건을 두고 시행 유예기간도 두는 등 회계 투명성 확보를 위해 엄청 힘겨루기해서 재작년부터 장기요양기관 재무회계 규칙을 단계적 도입했고, 작년에 첫 결산보고를 했어요. 전체 수가 중 인건비 비율이 정해져 있는데 곧 공개가 되는 것 같아요. 공공영역에서 투명하게 운영하는 종합재가서비스센터가 잘 자리 잡아가면 재정확보와 함께 제대로 된 인건비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해요.”
김정아: “폰 연락 자체가 엄청난 감정노동인데 업무용 폰을 지급하려면 수가에 책정되어야 해요. 요구사항이나 필요한 게 있으면 센터를 통해서 전달되게끔 해달라는 구조가 정해지면 되는 데 그건 계약단계부터 3자 대면이 돼야죠.”
오승은: “단협안 내용 중 사업장 소독을 포함한 안전보건관리를 매번 하고, 위험 물질을 없애고, 와상편마비 집중이용자인 경우 2인 1조 배치, 특히 경험이라든가 그날 일정에 따라서 필요한 인원을 배치해달라는 요구가 있어요. 그러나 사업주의 의지가 있어도 남의 집에 가서 일일이 점검하고 개입을 할 수가 없으니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어요.”
여성 노동에 대한 편견을 활용한 일자리를,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돌봄 노동으로
대부분 중년 여성이 종사하는 돌봄 노동은 업무가 광범위하고, 민간에서 비계획적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수요와 공급에 불균형이 일어나 불안정한 나쁜 일자리로 이어지면서, 사회적으로 부차적인 노동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 사회서비스 종사자 근로조건 개선방안(국미애, 2018)에 따르면, 요양보호사는 상시근무로 월급제를 원하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하는 비율도 68.2%로 높았다.
오승은: “어느 집에 여자 하나 보내는 사업인데 많은 엄마들이 집에서 모든 일을 다 하는 게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잖아요. 밥도 해줘야 하고 정서도 감당해줘야 하는 것처럼 요양보호사도 특별히 업무 구분 없이 당연히 모든 업무를 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게 여성 노동에 대한 나쁜 인식과 편견을 활용한 일자리라는 생각도 들어요.”
김정아: “옷을 하나 사 입으면 그 옷을 만드는 노동이 있고, 그것을 파는 노동의 가치가 인정되잖아요. 그런데 돌봄 노동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인데 당신이 와서 해주는 일쯤으로 생각하는 사회적 인식이 너무 커요. 당사자 스스로 갖고 있는 사고도 크게 벗어나지 않아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지 싶어요.”
오승은: “지자체가 파악하고 공급 계획을 세우는 게 맞는 거죠. 돌봄 노동 자체가 사회적으로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인정돼야 임금도 올라가고 고용안정도 되는 거라 노조가 요양, 보육, 장애 활동 지원, 사회복지 단위를 합쳐서 시민 대상으로 모두를 위한 돌봄이라는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어요. 돌봄이 민간에 맡겨지다 보니 코로나 사태에서 구멍들이 드러났고, 국가가, 공공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확인이 된 것 같아요. 돌봄 노동의 사회적 가치를 확인하고 공공의 목소리에 동참해 주시라는 캠페인을 여름쯤에 전면적으로 시작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가져주셨으면 해요.”
특집2. 방문노동의 공공성 보장, 안전보건의 출발점 / 2020.04
일터기사
방문노동의 공공성 보장, 안전보건의 출발점
박기형 / 상임활동가
방문노동은 각 가정에 방문하여 특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을 일컫는다. 재가요양보호사, 도시가스 안전점검원, 통합사례관리사, 다문화가정 방문지도사, 정수기·에어컨·인터넷 설치 등 가전통신서비스노동자 등이 포함된다. 여기서 우리는 이 다양한 노동들이 사회의 필수적인 서비스에 해당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더욱이 각 가정 또는 개인에게 직접적으로 제공되는 것이기에, 서비스 수요자들이 거주하는 공간에 방문하고 대면 접촉하는 일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집으로 찾아가고 사람을 만나는 일을 통해서만 서비스가 제공되고 서비스가 목적하는 바를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방문노동은 사회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서비스들이 실현되는 한 형태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공공성이 사람 간의 관계에서 실현되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과연 방문노동 형태를 띠는 각종 서비스에서 공공성이 담보되고 있는가? 그리고 이러한 공공성을 보장하는 일은 노동자의 안전보건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일까? 여성 방문노동자의 안전보건은 무엇으로부터 출발할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 이번 4월호 <일터>에서는 다양한 방문노동의 형태 중 돌봄 노동 영역에서의 변화에 주목해보려 한다.
“불필요한 신체접촉에 언어폭력…”
돌봄노동은 여러 방문노동 중 사회복지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서, 가장 공공성이 두드러진다. 하지만 그동안 돌봄 노동이 제공되는 방식은 공공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한국 사회는 90년대 말부터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로의 전환 이후 여러 부문에 걸쳐 민영화가 진행되었고, 사회복지 서비스에서도 민간위탁 방식이 널리 확산되었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반면, 대가족 중심에서 핵가족 또는 1인 가구 중심으로 가계 구성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는 발전국가 시기에 유지되었던 복지서비스 제공방식, 즉 국가가 경제발전에 집중하는 대신 복지 문제는 각 가정에서 자율적으로 해결하도록 하는 방식이 한계에 부딪히게 되었음을 의미했다. 그에 따라 돌봄 노동의 영역에서 제도적 공백이 발생했고, 이에 대응할 필요성이 증가했다. 하지만 민영화 흐름 속에서 정부는 충분한 수준의 역량과 재원을 투입하지 않았다. 대신 시장을 통해 공백을 메우고자 했다.
바로 민간위탁 방식을 통해 사회복지 서비스의 수요를 충족시키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시장경쟁을 통해 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는 취지가 무색해질 정도로 임금 떼먹기, 부당해고뿐만 아니라, 재정 운영상의 비리 등 각종 부정부패가 만연했다. 그에 따라 서비스의 질 또한 개선되기는커녕 악화 되었으며, 재가요양보호사들의 안전과 건강 또한 위협받기에 이르렀다. 서울의 어느 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요양보호사는 다음과 같이 자신의 경험을 토로했다.
“60대 후반의 남성 한 분이 계시는 집에 방문하는데요. 몇 번 불쾌한 신체 접촉을 하려고 했어요. 닫힌 공간에서 단둘이 있으니 일할 때 늘 불안할 수밖에 없죠. 더구나 제 일에 대해서도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기도 하고요. 여성 이용자나 이용자의 보호자들로부터도 언어폭력을 듣기도 해요. 사람 하나 또는 아줌마를 데리고 쓰고 있다는 말을 통화하면서 서슴없이 하실 때도 종종 있어요.”
그러나 센터에서는 이들의 고충을 듣고 제대로 해결해주기보다는, 대상자 교체라는 손쉬운 방법을 택한다. 심한 경우에 대상자가 요양보호사 교체를 요구하면, 자칫 대상자와 갈등이 빚어져 센터의 실적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여, 그 요구가 적절한 것인지 검토하지도 않은 채, 일방적으로 요양보호사를 교체하기도 한다. 이에 불응하여 문제를 제기하자, 해당 센터에서 백화점 물건을 바꾸는 것과 같다는 식으로 대꾸했다고 한다. 와상환자를 혼자서 돌보다 어깨가 상하더라도, 산재 보상이나 재활 치료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더욱이 일거리를 받지 못하면 어떡하나 하는 고용불안에 늘 시달린다. 고용 형태도 문제지만, 중년 여성은 이 일자리를 잃으면 다른 곳으로 가기가 힘든 것도 이유다. 그로 인해 문제 제기는 더욱더 어렵다. 이는 요양보호사의 고충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해당 서비스 이용자들도 제대로 된 돌봄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게 된다. 공공운수노조 재가요양전략사업단 김정아 조직국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동안 신고제로 운영하면서, 쉽게 센터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해줬어요. 그러니 해당 센터가 충분한 재정과 적합한 운영방식을 취하고 있는지 검토하지 않았죠. 예컨대, 인천에 센터를 설립하고서 서울 중랑구에서 대상자를 모집해 서비스 제공하는 일도 부지기수였습니다. 사회복지사가 매달 점검하러 온다고 하지만, 대상자의 상황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채 주먹구구식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었죠. 설립부터 점검까지 체계적인 관리가 부재했던 것이죠.
그러나 센터들은 이용자의 보험금이 수익의 원천이니 어떻게든 이용자들을 붙잡아두려고 했어요. 이용자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이용자들의 자기부담금을 깍아주는 편법을 쓰고, 요양보호사의 임금을 빼돌려 차액을 별도로 충당하는 일이 빈번히 일어났었죠. 그러는 와중에도 이용자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각 상황에 맞게 어떤 서비스가 더 제공되어야 하는지를 고려하는 사례별 관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알선·파견용역업체’와 다를 바 없는 센터
센터와 이용자, 요양보호사 간의 소통은 오직 건수를 채우기 위해서만 이뤄질 뿐, 실제 서비스가 제공되는 과정에서는 소통이 부재했다. 결국 센터는 요양보호사와 이용자를 연결해주기만 하는 ‘알선·파견·용역업체’와 다를 바 없었다. 서비스의 질 관리는 오직 요양보호사의 몫으로 남겨졌다. 하지만 요양보호사 혼자서 이를 감당할 수는 없었다. 성희롱 등 성폭력의 위협과 센터로부터의 고용불안 등은 요양보호사가 위축될 수밖에 없도록 했다.
또한 센터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한 이용자들과 그들의 보호자들은 요양보호사의 역할과 지위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자신들이 고용해서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사람처럼 생각했다. 이로 인해 요양보호사는 어떤 관계로부터도 고립될 수밖에 없었고, 돌봄 노동 자체도 요양보호사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되었다.
이에 대한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최근 돌봄 노동의 공공성을 인정하면서 제도상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사회서비스원이다. 사회서비스원은 돌봄서비스를 정부가 직접 제공하기 위해 설립한 공공기관이다. 이를 통해 공공성을 강화하고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한다.
아직 시범사업 수준이지만, 서울시와 대구시, 경기도, 경상남도 4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물론 사회서비스원에서도 이동수단 및 이동 비용 제공 문제, 안전보건 관련 예방조치 문제 등 개선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그런데도 민간위탁 방식에 비해 확연히 달라진 점이 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지부 김혜미 지부장은 현장의 변화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예전에는 혼자서 한 분을 돌봤었는데, 이제는 요양보호사 둘이 들어가요. 그러면 확실히 안정감이 생기죠. 이용자들도 좀 더 주의하게 되고요. 함부로 할 수 없는 거죠. 그리고 처음 방문할 때는 센터의 관리자도 동행해요. 그냥 전화로만 연결해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용자의 상태나 환경도 점검하죠. 무엇보다 함께 방문해서 이 서비스는 무엇인지, 어떤 것들을 제공하는 건지 상세히 설명하죠.
이후에 이용자가 문의 사항이나 불만이 있으면 관리자를 통해서 센터로 연락을 해요. 민간에는 매번 개인번호를 교환하니 한밤중이나 주말과 휴일 할 것 없이 연락이 오고 부당한 요구까지 듣기도 해요. 이제는 요양보호사와 이용자 둘만의 개인적 관계가 아니라, 센터 차원에서 제공하는 사회서비스로서 프로세스가 갖춰졌어요. 센터, 이용자, 요양보호사 간의 소통이 잘 이뤄지면서 신뢰감도 생겼죠. 그러면 어떤 케어가 필요한지 확인하고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게 되겠죠. 안전확보와 서비스 질 향상 모두 가능해지는 거죠.”
요양보호사는 직업, 개인의 봉사에 기대서는 안 된다
이에 더해 직접 고용에 따른 고용 안정성 담보뿐만 아니라, 인력 증원 및 돌봄 노동 중 발생하는 산업재해에 대한 보상과 치료 등이 가능해지는 부분도 주목해야 한다. 나아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마스크와 손 소독제 지급 등의 안전보건 문제를 집단적으로 협의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도 중요한 지점이다. 개별 노동자의 지위에서 집단적인 노사관계로 전환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무엇보다 지자체의 재정투입이 공적인 책임으로 이어지면서 센터가 직접 사례관리를 하게 된 것이 핵심적인 변화다. 요양보호사의 지위 인정과 안전보건 관리, 서비스 질 관리 등 모두가 가능해지기 위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건강보험공단의 보험료 중 일부를 장기요양보험으로 적립하고 이를 지원금으로 제공하는 간접적인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직접적인 재정투입과 이를 통한 공공성, 공적 책임강화가 요구되는 이유다.
하지만 사회서비스원이 시범적으로 시행된 이후, 사유재산 침해 등을 이유로 민간센터들의 반발이 극심한 상황이라고 한다. 그래서 아직은 법 제도로 정착하기까지 갈 길이 멀다고 한다. 그런데도 김혜미 지부장과 김정아 조직국장 모두 강조한 바는 다음과 같다.
“돌봄 노동은 사회복지 서비스로서 공적인 것이잖아요. 그런데 요양보호사 한 사람의 착하고 선한 마음, 개인의 봉사에 기대서는 안 되는 것이죠. 사회에 필수적인 것이니 조직적, 집단적으로 해결해나가야죠. 그런 점에서 돌봄노동뿐만 아니라 방문 노동 전반의 공공성 강화가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