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일터>
독자님, 안녕하세요!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267호를 보내드립니다. 이번 호 특집은 <아리셀 참사 2주기, 우리가 기억할 것>입니다. 참사는 이미 벌어졌고, 벌써 2년이나 지났지만, 무엇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지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선전위원장의 인사로 뉴스레터를 엽니다.
바람
이번 8월호 특집을 준비하며, 바람의 서로 다른 의미가 생각났습니다. 하나는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이고, 다른 하나는 공기의 움직임 또는 무슨 일에 더불어 일어나는 기세입니다. 『이주, 경계, 꿈』(2025, 고미연 옮김, 생각의힘)에서 저자 권준희는 조선족 이주노동자의 삶에 두 가지 바람이 동시에 담겨 있다고 말합니다. 연변에 분 코리안 드림과 집단 이주를 향한 열망. 어느 한 곳에서도 온전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 채 뿌리 없이 유랑하는 주체로서의 정체성.
2024년 6월 24일, 아리셀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목숨을 잃은 23명의 노동자 중 18명이 이주 노동자였습니다. 비숙련, 비정규, 불안정, 불법 체류, 미등록, 디아스포라… 그들과 그들의 노동을 수식하는 단어들입니다. 더 나은 삶을 찾으려는 이주 노동자의 바람은 더 많은 이윤은 누리되 더 적은 책임만 지려는 기업의 바람 앞에서 무참히 사라졌습니다.
참사가 벌어진 전곡산업단지는 경기도 화성시 서쪽 끝에 있습니다. 화성시의 동쪽 끝으로 가면, 동탄이 있습니다. 우리는 거기서 또 다른 바람을 만납니다. 안정된 삶뿐만 아니라 그걸 넘어서는 자산 증식을 향한 부동산 열망 말입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셔틀버스가 다니는 동네, 즉 셔세권에 따라 몇억씩 차이가 납니다. 두 기업 주식을 대상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주식 시장을 투기판으로 만들었습니다. 정부는 산업 대전환과 국가 발전을 내걸며 메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아리셀 참사에 대한 사회적 기억은 옅어지고 있습니다. 위계와 차별 앞에서 이주노동자의 꿈은 여전히 짓밟히고 있습니다. 중소사업장들은 위험을 방치하고 있고, 그 위험을 이주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있습니다. 아리셀 참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그 바람이 더 크게 불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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