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청년 하청 노동자가 안전장치가 해제된 채 일하다 사망했다 기업살인 HL만도는 중대재해 책임져라!

활동소식

 

[기자회견문]

청년 하청 노동자가 안전장치가 해제된 채 일하다 사망했다

기업살인 HL만도는 중대재해 책임져라!

2026년 7월 22일(수) 12시 48분경, HL만도 평택공장에서 EBS가공 HCUMK4라인 MTC12호기 수리를 위해 내부에 들어간 하청업체 피아로딕스 소속 98년생 청년 노동자가 기계에 끼인 채로 발견됐다. 사고 후 14시 평택성모병원으로 옮겨져 심폐소생술을 진행하였으나 14시 40분 사망했다. 고인은 해당 업체에 25년 10월에 입사해 근무한 지 채 1년이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노동조합이 확인 한 결과 사고 당시 고인은 당일 MCT11호기 습득유 배관 정리를 한 후 다음 날로 예정된 MCT12호기 내부를 확인하고 있었다. 11호기 수리 시 2인 1조로 근무했지만 12호기 내부에 들어갔을 때 고인은 혼자였다. 12호기 수리는 다음날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해당 기계에 고인이 들어가 있는지 알 수 없었던 상황에서 기계가 시운전 되었고 빠르게 작동된 기계에 재해 노동자가 부지불식간에 끼여 사망한 것이다.

해당 기계를 최초로 설치할 때 인터록(안전장치)이 있어 기계 내부에 사람이 들어가 있으면 기계가 멈춰야 했지만 사고 당시 인터록은 해제된 상태였다. 노동조합이 사고 직후 현장에 도착했을 때 재해 노동자가 들어간 기계 전면부는 열려있었지만, 내부에 사람이 들어가 있다는 것을 외부에 알리는 어떠한 표식도 없었다. 작업 절차서에 따르면 해당 작업 시 메인 전원 차단 및 LOTO 실시 등을 실시하게 되었으나 실제 현장에서 해당 작업 절차는 전혀 지켜지고 있지 않았다.

위험의 외주화도 이번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다. HL만도 평택공장은 기계를 유지, 보수, 수리하는 업무를 수행할 충분한 인력을 채용하지 않고, 사전에 계약서조차 작성하지 않는 상태에서 수시로 하청업체를 불러 해당 업무를 시켰다. 원청에 적정한 인력으로 해당 업무를 했다면 전원도 차단하지 않고, 인터록까지 해제한 채 작업을 시켰을까? 이윤을 위한 외주화는 공기단축 요구까지 이어졌다. 해당 업체에 따르면 고인이 다음날 수리하기로 한 12호기를 미리 살피고 있었던 것은 HL만도가 다음 주까지 예고된 해당 라인 수리 작업을 이번 주 내에 끝내달라는 요구 때문이었다. 이번 사고는 안전장치 없이 급박하게 작업을 시킨 HL만도의 명백한 기업살인이다.

중대재해 발생 후에도 HL만도는 사고를 은폐하는 데 급급했다. 단체협약상 재해 발생 시 해당 정보를 노동조합에 알려야 하지만 중대재해 발생조차 알리지 않았다. 조합이 재해 발생 30분 후에라도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던 것은 경찰과 구급차를 본 노동조합이 현장을 직접 찾았기 때문이다. 이후 노동조합이 사고의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작업허가서, 작업계획서, 위험성 평가 등 관련 자료를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다. 23일 14시 평택공장에서 예정된 금속노조 중대재해대책회의를 앞두고 노동조합이 사무실로 찾아가 다시금 자료를 요청하자 그제서야 작업허가서와 작업절차서 사진 3장을 보내는 것에 그쳤다. HL만도는 사고 발생 후 24시간 동안 노동조합에 자료조차 주지 않은 것은 무엇을 숨기기 위함인가.

최근 이재명 정부는 2026년 2분기 중대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가 최저를 기록했다며 자신의 치적을 자랑했다. 현실은 어떠한가. 7월 18일 현대중공업에서는 2000년생 하청 소속 우즈벡 이주노동자가 곤돌라에 끼여 사망했고, 4일 뒤인 22일에는 HL만도에서 1998년생 하청 노동자가 기계에 끼어 목숨을 잃었다. 현대중공업과 HL만도의 2026년 1분기 매출은 각각 5조 9,163억, 2조 3,117억이다. 수는 줄었을지 몰라도 일터의 가장 끝단에서 거대한 기업이 내려보낸 커다란 위험이 청년, 하청, 이주노동자들이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올해 3월 10일, 2012년 이후 14년 만에 만도노동조합이 금속노조에 재가입했다. HL만도 자본에 맞서 금속노조와 함께 건강하고 안전한 노동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다. 금속노조는 만도지부와 함께 위험을 하청에 떠넘기고, 일상적인 안전대책조차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대재해 발생 시 은폐에 급급한 HL만도 자본에 단호히 책임을 물을 것이다. 금속노조답게 함께 싸우고 더 크게 현장을 바꿔나갈 것이다.

<노동부에 대한 요구>

하나. 사고 공정(MCT공정)에 대해 전면 작업중지 실시하라!

하나. 사고 공정 전수조사 및 사업장 전반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및 안전보건진단 실시하라!

하나. 인터락 임의 해제 및 사업장 내 임의적인 기계설비 변경 전수조사하고 법 위반 시 엄청 처벌하라!

하나. 작업중지해제시 사측의 작업개선계획을 산보위에 심의·의결할 수 있도록 지도하라!

하나. 노동조합이 요구하는 사고 목격자 외 트라우마 호소자 일체에 대한 충분한 치료 보장하라!

하나. 재해 목격자 및 트라우마 호소자에 대해 트라우마 치료 경과에 따른 수사 진행하라!   

<사측에 대한 요구>

하나. 평택공장 보전 인력을 비롯한 안전을 위한 사업장 내 적정 인력 충원하라!

하나. 노동조합 참여 기반 중대재해 대응 메뉴얼 마련하라!

하나. 노사공동 사고원인 조사를 통해 사업장 개선 대책 마련하라!

하나. 목격자 및 트라우마 호소자에 대한 치료기관, 기간 등을 노동조합과 논의하여 적정 치료 보장하라!

하나. 원하청 노동자 모두에게 노동조합 주도 특별안전교육 즉각 실시하라!

하나. 경영 책임자는 사망 노동자와 유가족에게 즉각 사과하라!

하나. 사고 조사 시 유가족 참여 등 유가족 요구사항 적극 수용하라!

2026년 7월 24일 전국금속노동조합

 

안전관리 책임의 공백 앞에 목숨을 잃은 29살 청년 노동자의 죽음, 그 진상을 밝히는 과정에 함께 하겠습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 손진우

지난 22일 발생한 사망사고 이후, 바로 어제 전국에서 달려온 많은 분들과 HL만도 평택 공장의 사고 현장을 찾았습니다. 그곳에서 사고 설비를 가로막고 있는 접근 금지 조치, 그리고 이와는 대조적으로 바닥에 초라하게 뒹구는 고용노동부의 작업중지 명령서를 마주했습니다.

참담 했습니다. 29살 청년의 생을 한순간에 앗아간 현실보다 더욱 우리를 분노케 한 것은, 사고 설비만 작업이 중지된 채 공장 안의 수많은 동일 설비들이 태연하게 가동되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사고 현장에 머문 시간은 채 10여 분 남짓이었지만, 그 짧은 순간에도 많은 위험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는 설비로 인해 비오듯 흘러내리는 땀, 동시에 가동되는 거대한 기계들이 만들어내는 소음, 바닥에 흥건히 고여 넘어짐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절삭유와 가공유….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일상적으로 안전보건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 평택지청은 해당 설비 2개 호기에 대해서만 유지·보수·정비 작업을 중지하는 협소한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는 데 그쳤습니다. 도대체 노동감독관은 중대재해 현장에서 무엇을 확인한 것입니까? 앞서 언급한 수많은 산업안전보건 위반 사항과 위험이 보이지 않았습니까? 이번 중대재해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더라도, 일상적으로 위험을 방치해 온 결과가 결국 한 청년 노동자의 목숨을 앗아간 토대가 됐음을 결코 부정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고용노동부 평택지청에 묻겠습니다. 중대재해라는 비극 앞에 협소하게 내려진 작업중지 명령을 통해 우리 사회에 어떤 메세지를 남기고 싶은 것입니까? 사람이 죽어도 설비 가동과 생산에는 아무런 타격이 없다는 것을 교훈으로 남기고 싶은 것입니까?

이번 사망 사고 후 노동조합은 “예견된 참사가 일어나고야 말았다”라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회사는 정비·보수 업무를 책임질 인력을 신규 채용하기보다 외주화를 선택했습니다. 기계·설비 정비업체와 배관설비 정비업체가 따로 존재 현실, 상호 연결된 작업 사이에 각각의 독립적인 업체가 존재하며 HL만도 안에서는 긴밀해야 할 ‘안전 관련 의사소통’이 오히려 단절됐고 이는 곧 위험관리 책임의 공백으로 이어졌습니다.

유지보수 과정에서 지켜져야 할 LOTO 지침 준수나 인터록 해제 금지를 넘어, 구조적으로 위험관리 책임의 공백을 낳게 된 작금의 현실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재발방지 대책이 온전히 자리잡을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해당 유지보수 업무에 대해서만 단행된 고용노동부 평택지청의 작업중지 명령은 현장의 수많은 위험요소에 눈감는 처사일 뿐 아니라, 위험관리 책임의 공백과 위험작업 관행을 방치해 온 구조적 문제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입니다.

고용노동부 평택지청은 지금이라도 형식적인 조치를 거두고, HL만도 현장에 대한 철저한 안전 점검과 전면적인 작업중지 명령을 내려야 합니다. 아울러 이번 참사의 근본 원인인 외주화에 따른 위험관리 공백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입니다. 만약 고용노동부가 이번 사태를 이대로 축소하고 방관한다면, 우리는 노동자의 목숨을 가볍게 여기는 그 무책임한 태도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3활동소식

댓글

댓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정보통신 운영규정을 따릅니다.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