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논의, 누구를 위한 사회적 대화인가!
중기부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규제완화 논의에 우려를 표한다. 정부는 이해당사자의 목소리부터 들어라!
지난 10월 7일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서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을 비롯한 유통산업 규제완화 문제가 다시 제기됐다.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은 변화된 유통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대형마트 영업규제를 완화하고 새벽배송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유통환경의 변화에 공감하면서 소상공인과의 상생방안을 포함한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우리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대형마트 규제완화 논의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그동안 정부와 정치권은 쿠팡 등 거대 온라인 유통기업에 대한 견제와 소비자 편익 확대를 명분으로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온라인 플랫폼의 독과점과 불공정거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 또 다른 유통재벌의 영업 확대를 허용하는 것으로 귀결되어서는 안 된다.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은 대기업 간 경쟁의 문제가 아니라 중소상인의 생존권과 노동자의 건강권, 지역경제의 지속가능성이 걸린 문제다.
첫째, 유통환경 변화를 이유로 중소상인의 생존권과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호하는 법의 취지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의2는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의 목적을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 근로자의 건강권 및 대규모점포등과 중소유통업의 상생발전’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변화된 유통환경과 대형마트 경쟁력만 강조됐을 뿐, 새벽배송 허용이 중소상권과 노동자에게 미칠 영향은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 새벽배송이 허용되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은 거대 유통기업과의 경쟁 압박이 심화되고, 배송·물류노동자뿐 아니라 상품 입고·분류·포장·출고를 담당하는 마트 노동자들의 야간노동도 확대될 우려가 크다.
쿠팡의 독과점과 과로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과 노동자 건강권 보호이지, 유통기업 간 새벽배송 경쟁의 확대가 아니다.
둘째, 홈플러스 사태를 대형마트 규제완화의 명분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박성민 의원은 규제완화 필요성을 강조하며 홈플러스 점포 감소 문제를 거론했다. 그러나 홈플러스의 위기는 유통환경 변화나 영업규제 때문이 아니다. 2015년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인수 이후 부동산 매각과 과도한 차입금 부담 등 규제받지 않은 투기자본의 경영행태가 홈플러스 위기의 핵심이다.
홈플러스 위기를 초래한 투기자본의 책임은 외면한 채 점포감소를 영업규제 탓으로 돌리는 것은 사태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투기자본의 책임을 묻고 노동자의 고용안정과 입점 상인, 납품업체의 피해 해결에 나서야 한다. 홈플러스 사태를 유통재벌의 규제완화 요구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셋째, 이소영 장관이 언급한 ‘사회적 대화’는 도대체 누구와 진행되고 있는가.
이소영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상인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정작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우리 ‘중소상인 생존권 보장! 노동자 과로사 방지!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저지를 위한 대책위원회’는 누가 참여하고 무엇을 논의하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우리 대책위원회는 중소상인단체와 노동단체, 시민사회단체, 정당 등이 함께하는 연대기구다.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들이 논의 과정조차 알 수 없는 협의를 어떻게 충분한 사회적 대화라고 할 수 있겠는가.
사회적 대화는 정부가 원하는 결론을 얻기 위한 형식적인 절차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일부 상인단체의 의견을 전체 중소상인의 입장으로 일반화하거나, 정부 정책에 동의하는 단체들만 참여시켜 이를 사회적 합의로 포장해서도 안 된다.
산업통상부와 중소벤처기업부는 현재 진행 중인 사회적 대화의 참여 주체와 논의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또한 새벽배송 허용을 전제로 상생방안을 논의할 것이 아니라, 중소상인과 노동자, 소비자와 시민사회가 동등하게 참여해 규제완화의 타당성과 사회적 영향을 폭넓게 검토해야 한다.
우리는 정부와 국회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쿠팡 규제와 소비자 편익을 명분으로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을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말라!
하나. 홈플러스 사태를 규제완화의 명분으로 이용하지 말고, 투기자본의 책임 규명과 피해 해결에 나서라!
하나. 산업통상부와 중소벤처기업부는 사회적 대화의 참여 주체와 논의 내용, 추진 경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라!
하나. 중소상인·노동자·소비자·시민사회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실질적인 사회적 협의에 나서라!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은 정부와 일부 이해관계자의 협의만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정부는 일방적인 규제완화 추진을 중단하고, 중소상인의 생존권과 노동자의 건강권, 소비자의 권리를 함께 보장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유통산업의 발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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