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특혜, 기후정의·공공성 파괴, 노동자·지역에 희생 강요하는
3대 메가프로젝트 폭주를 멈춰라!
오늘 우리는 기후위기 심화, 노동과 민주주의 후퇴, 재벌특혜와 공공성 파괴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비상한 위기의식을 안고 이 자리에 모였다. 지난 6월 29일 발표된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 계획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추진되는 ‘메가특구 특별법’은 국가의 모든 자원과 제도를 소수의 대기업과 자본의 이윤 추구를 위해 몰아주는 전례 없는 ‘개발 폭주 선언’이다.
호남권 반도체 생산거점과 AI 데이터센터 구축 등 총 1,500조원 규모로 진행되는 투자계획은 국가 경쟁력과 지역균형 발전을 위한 국가적 프로젝트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누구를 위한 성장인지, 계획 추진에 따른 천문학적인 전력과 물은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 계획 추진에 따른 위험과 부담은 누가 부담하고 이익은 누구에게 돌아 갈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3대 메가프로젝트는 이러한 가장 기본적인 질문과 국민들의 숙의 절차는 사라진 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속도전’과 ‘전격전’을 강조하며 실현가능성이나 실효성에 대한 기본적인 검토조차 가로막고 있다. 특히 3대 메가프로젝트를 신속하고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 연내 제정한다는 ‘메가특구 특별법’의 경우, 330여 개나 되는 규제완화 조항이 ‘메뉴판 식’, ‘수요 응답형’으로 들어가 있다는 소문만 무성한 채 비공개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330여개나 된다는 규제 완화 조치는 그간 언론을 통해 드러난 것만 살펴보아도 매우 심각한 내용들이다. 그동안 쟁점이 되었던 주 52시간 노동시간 상한 예외 허용은 올해 1월 반도체특별법 제정 당시에도 핵심 쟁점이었고, 근로기준법을 무력화하고 노동 건강권을 침해한다는 노동계의 거센 반발과 여야 이견 속에 삭제된 조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 기간제 사용시간 연장, 파견 업종 확대 등 불안정 노동 확대까지 포함된 형태로 다시 살아나고 있다.
3대 메가프로젝트는 전력과 물을 비롯해 전례 없는 규모의 자원이 동원되는 거대 프로젝트로 누적영향평가가 이뤄져도 모자랄 판이다. 더 철저한 검증은커녕 환경영향평가, 입지영향평가, 교통영향평가, 재해영향평가 등 각종 영향평가의 평가기간을 단축하거나 ‘원스톱 승인’ 방식으로 처리하는 것 역시 각 제도가 갖고 있는 필수적인 기능을 무력화시키고 오직 ‘빠른 산업단지 건설’만을 위한 것으로 우리 사회 환경과 교통, 방재 등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더욱이 행정기관이 기한 내 답하지 않으면, 승인한 것으로 간주하는 인허가 간주제처럼 검토 자체를 무력화하는 조항까지 검토되고 있다.
메가특구법의 문제는 노동과 환경 문제에만 그치지 않는다. 지주회사와 계열사 간 수평출자 허용, 손자회사의 증손회사 지분 보유 의무 완화 등 재벌 규제의 근간을 흔드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으며, 특별보조금 신설 등 7대 지원 패키지와 같은 각종 대기업 특혜 조항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 분야에서는 특목고와 영재학교 설립 특례, 외국인 학교 입학 특례 등이 논의되고 있으며, 의료에선 병원 설립 절차 간소화가 논의되고 있다. 또한 무인 로봇에 대한 교통법규 면제나 자율주행의 개인정보 이용 규제 완화와 같은 안전과 개인정보 보호 조치를 우회하는 조항도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하나의 산업 정책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수십년 동안 쌓아 올린 사회적 합의를 한꺼번에 해체하는 규제 완화의 종합판이다.
메가특구법 제정과 별도로 3대 메가프로젝트에 필요한 전력과 용수 공급을 위한 계획도 추진되고 있다. 3대 메가프로젝트에 필요한 27GW의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기존 석탄화력발전소 부지에 LNG 발전소와 소형모듈형원자로(SMR) 건설, 전남 영광군 한빛 핵발전소와 울산 울주군 새울 핵발전소에 각각 2기의 핵발전소 추가 건설이 거론되고 있다. 3대 메가프로젝트가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2040년 우리나라 전력 소비 중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산업이 소비하는 전력량은 우리나라 전체 전력소비의 41% 수준까지 늘어날 예정이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 전체 산업용 전력수요의 1.2배에 달할 정도로 엄청난 양이다. 또 수도권에 밀집한 전력수요를 공급하기 위해 전국에 송전탑 건설 계획이 추진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에 공급될 물 문제 역시 심각하다. 광주 반도체 산업단지에는 하루 65만 톤의 물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현재 광주시민이 하루 쓰는 전체 물의 양보다 많다. 이를 위해 화순(동복댐), 장흥, 보성, 나주, 순천(주암댐) 등 전남 인근 지역에서 물을 끌어와야 한다. 더욱이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나 전국의 데이터센터 건설로 필요한 물은 이보다 몇 배 많을 텐데 제대로 집계조차 되지 않았다. 전국적으로는 충남 청양·부여(지천댐), 경기 연천(아미천댐), 전남강진(병영천댐), 울산(회야강댐), 경남 거제(고현천댐) 등 5개 지역에 신규 댐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전국적으로 이렇게 많은 댐 건설이 추진되는 것은 20여 년만의 일이다. 댐 건설로 인한 환경파괴 문제, 지역주민의 반발 등을 무시한 채 일방적인 계획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기후재난이 심해지는 가운데 농민들이 생산 불안정에 시달리고, 치솟는 먹거리 가격으로 국민들은 고통 받고 있다. 또한 전국적 송전선로 건설은 농민의 삶터를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3대 메가프로젝트는 농민의 생존권을 넘어 식량 주권과 생태계를 위협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3대 메가프로젝트는 과거 개발주의 시대, ‘국가 총동원 체제’를 연상시킨다. 천문학적인 정부 투자와 국토 전체에 발전소와 댐, 송전선로를 건설하는 사업에서 우리는 그 영향을 온몸으로 받게 될 지역주민의 목소리가 빠져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속도’와 ‘성장’이라는 논리 앞에 제대로 된 사회적 논의와 검토조차 사라져가고 있다. 과거 개발주의 시대 속도와 성장 앞에 얼마나 많은 노동권과 환경파괴가 있었으며, 이로 인해 공공성은 훼손되어 왔는지 우리는 똑똑히 알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메가특구 특별법 논의를 중단하고, 3대 메가프로젝트를 전면 재검토하는 일이다. 정부와 대기업의 일방적인 선언으로 시작된 3대 메가프로젝트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제대로 짚어내고, 기후위기시대, 민주주의 시대에 걸맞는 계획이 무엇인지 함께 논의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성장지상주의와 속도전에 가려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들과 손잡고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는 오늘 출범하는 ‘메가특구법 저지와 3대 메가프로젝트 규탄을 위한 공동행동’의 이름으로 노동자, 농민, 지역주민과 함께 이 개발 폭주를 멈춰 세울 때까지 끝까지 연대하여 싸워 갈 것이다.


댓글
댓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정보통신 운영규정을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