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 현장의 목소리] 필수 공익 시설인 전주리싸이클링타운, 기업 잇속 따라 조합원 집단 해고

일터기사

[현장의 목소리] 필수 공익 시설인 전주리싸이클링타운, 기업 잇속 따라 조합원 집단 해고

공공운수노조 전북평등지부 전주리싸이클링분회 이태성 분회장 인터뷰

 

유청희(상임활동가)

 

전주종합리싸이클링타운은 전주시에서 발생한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품, 하수 슬러지(찌꺼기)를 처리하고 있다. 이 시설은 민간기업에 위탁 운영되고 있는데, 2023년 10월부로 ㈜에코비트워터에서 ㈜성우건설로 변경되었다. 그리고 바뀐 회사는 공공운수노조 전북평등지부 전주리싸이클링타운분회 소속 조합원 11명을 고용승계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조합원을 집단 해고한 게 노조 파괴라는 주장을 하며, 노동조합은 전주시의 책임을 묻기 위해 전주시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농성 37일 차인 2월 8일, 리싸이클링분회 이태성 분회장을 농성장에서 만났다.

조합원 집단해고에 맞서 농성 중인 공공운수노조 전북평등지부 전주리싸이클링타운분회 이태성 분회장

 

주관운영사 변경 이후 조합원 고용승계 거부
㈜성우건설로 주관운영사가 바뀌면서, 이들은 신규 채용 절차를 걸칠 테니 소속 노동자 전원에게 다음날까지 입사 서류를 내도록 했다. 분회에서는 입사 지원 기간을 연장하자고 제안했고 회사도 기간 연장에 동의했다. 그렇게 조합원들은 연장 기간까지 서류를 제출했다. 그런데 회사는 며칠 만에 말을 바꿔 고용승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1)

㈜성우건설은 환경기초시설과 전혀 관련 없는 건설 전기공사 업체다. 과연 운영할 자격이 있는지, 시설 운영보다 노동조합 파괴에 집중하는 것은 아닌지 노동조합에서는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 한편 계속해서 성우건설의 운영 자격 논란이 일었다. 운영 실적이 없어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해 단독 주관운영사 자격을 얻지 못했는데, 성우건설이 에코비트워터 등 4개사와 공동 운영을 하겠다고 신청했고, 전주시는 2월 1일 이를 승인했다는 것이 알려졌다. 2)

이태성: ㈜성우건설에서 리싸이클링타운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기존 운영사인 ㈜에코비트워터는 업계 1위예요. 그런데 연관성도 없고 이런 사업 해본 적도 없는 건설 전기공사 업체가 왜 맡았는지 이해가 안 돼요. 얼마 전에 성우건설에서 이런 시설 경험도 전혀 없는 덕진구 경찰서 전 수사과장을 운영소장으로 앉혔어요. 그리고 리싸이클링타운에서 일하지 않는 성우건설 기업노조가, 지금까지 이 시설 악취 문제 지적하고 시설 운영사들의 책임을 물어온 정의당 한승우 시의원 집 앞에서 아침마다 맞불집회도 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봐도 노동조합 파괴하려는 계획이 있는 것 같아요.

저희는 매년 파업했어요. 절실한 이유가 있으니까요. 노동 환경과 우리의 처우를 개선하고 우리의 안전을 보장하라는 건 무리한 요구도 아닌데, 회사에서 안 들어주다 보니 저희가 월급이 깎여가면서 그렇게 매년 파업했어요. 그러면서 조금씩 개선이 됐죠. 그런데 사측은 시설 내부나 주변 환경을 바꿀 생각은 하지 않고 이렇게 노조를 들어내려는 생각만 하는 겁니다. 성우건설 업체가 작년부터 약 1년 동안 한 4명 정도가, 어디 가지도 않고 대기하면서 현장에 계속 상주하고 있더라고요. 이렇게 이해되지 않는 움직임이 있어요.

성우건설이나 전주시, 어느 곳도 노동조합과 대화하려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전주시는 환경기초시설이 시민들에게 필수적인 공공시설임에도 기업과 노조 사이 일인 것처럼 방치하고 있다.

이태성: 지금 용역업체와는 대화 자체가 없습니다. 또 전주시는 저희가 선전전 하거나 집회하려고 하니까 전주시청 주변에 차벽을 설치해서 전부 막아버리더라고요. 고용 승계해달라고 한 것뿐인데 귀 닫고 문 닫고 눈 감겠다고 다 막아버린 거예요. 농성장에서 쓸 전기도 막아버려서 저희가 따로 돈 내고 전기를 끌어오고 있어요. 정말 너무한다 싶었습니다.

외부 음폐수 무단 반입으로 수익 내려한 운영사

전주리싸이클링타운은 전주시의 음식 폐기물, 재활용품, 하수 슬러지를 처리하고 있다. 누군가는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고, 공적인 업무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런 시설을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들이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모순이 발생한다. 작년에 발생한 외부 음식물 쓰레기 폐수 무단 반입 사건도, 사기업에서 공공 업무를 맡으면서 발생한 모순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태성: 음식물 같은 경우는 줄여야 하는 게 맞는 거잖아요. 환경을 위해서도 당연히 줄여 나가야 하는 거죠. 여기는 이윤을 중요시하는 그런 기업이 운영하면 안 돼요. 당연히 공익적 성격에 맞게끔 운영되어야 하는 거고요. 하지만 사모펀드도 여기에 투자하고 있고, 기업들도 이윤만을 위한 행위를 하는 걸 보면 그 성격이 정말 반대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2023년 7월, 전주리싸이클링타운이 다른 지역의 음식물 쓰레기 폐수를 사와 수익 사업을 했다. 음식물 쓰레기 폐수 처리 과정에서 수익이 나면 전주시와 업체가 매년 정산하기로 협약했지만, 업체는 전주시에 보고도 하지 않고, 외부 음식물 쓰레기 폐수에서 수익이 전혀 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이러한 사실들은 유료 반입 처리하기로 한 계약서가 확인되어 알려졌다. 이때 노동조합에서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언론 보도도 여러 차례 되었는데, 이런 노동조합의 문제 제기를 운영사가 매우 껄끄러워했다는 게 이태성 분회장의 설명이다.

이태성: 전주시민을 위해 있는 시설인데 다른 지역 음폐수가 들어온다는 게 말이 안 돼요. 여러 자료를 노조에서 다 체크했고, 전국에서 음식물 쓰레기 폐수가 대거 들어오는 걸 확인했어요. 외부 음폐수가 들어올 때는 분쇄한 상태로 들어왔고 업무 절차가 많이 줄어있었어요. 차 한 대당 200만 원씩, 하루 수십 대씩 받았어요. 그때 외부에서 온 차량은 빨리 처리하고 전주시 차량은 대기하게 했고요.

전주시도 몰랐어요. 그랬다가 지적을 받으니까, 정산만 하면 되는 것이라고 변명했죠. 회사는 회계 장부 공개도 하지 않았어요. 전주시민을 위해서 혈세로 운영되는 거잖아요. 매년 적어도 20억가량 들어가고 있는데, 운영도 투명해야 하고, 누구나 회람할 수 있어야죠. 부정이 있다면 관련자 처벌도 해야 하고 민형사상 책임도 물어야 하잖아요. 이번에 운영사가 변경되는 사실도 전주시에 제대로 보고도 하지 않았어요. 전주시도 지자체로서 역할을 전혀 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는 겁니다.

노동자 건강 해치는 환경기초시설 작업환경
2023년 전주종합리싸이클링타운 주변 지역에 대한 환경영향조사 결과, 복합악취 희석배수가 시설 협약 기준의 최고 41배까지 초과한 것으로 나타나 크게 화제가 되었다. 시설 주변 악취가 이렇게 심했다면, 시설 내부는 더 심할 것이다. 시설 노동자들의 건강권이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음이 불 보듯 뻔한 상황임에도, 기존의 작업환경측정은 이를 드러내지 못했다. 노동자들은 위험성 평가 시행 여부도, 작업환경측정이 무엇을 측정했는지도 들어보지 못했다.

이태성: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시설이라 일하는 게 참 고통스럽습니다. 악취가 엄청 심한데 익숙해지니까 견디는 거죠. 몸에서 냄새가 날까봐 대인기피증도 생겨요. 항상 스트레스를 받고요. 악취도 있지만 가스가 더 심합니다. 철판이 금방 부식될 정도예요. 시설 내부에 있는 전자 장비는 금방 망가져요. 에어컨을 1년에 한 번씩 교체해야 하고, 휴대폰 산 지 1년도 안 되는데 내부 기판이 부식될 정도입니다. 이런 상황인데 시설 주변에서 악취 때문에 회사는 민원 들어오면 문 닫으라고 해요.

음식물을 처리하는데 음식물에 밥솥, 숟가락도 들어와서 잘 걸려요. 비닐 감기고 하면 사람이 다 파내고 칼로 잘라서 빼내야 하거든요. 기계로 안 되고 노동자가 다 합니다. 안전 장비도 안 갖춰있어서 산재도 발생합니다. 그런데 손 다친 사람한테 치료도 제대로 못 받고 출근하게 하고 손 쓰기 더 힘든 업무 시킬 정도입니다.

설 명절을 앞둔 전주시청 앞 농성장에 투쟁 중인 조합원들이 선전전을 마치고 천막에 돌아왔다. 쉽지 않은 투쟁을 조합원들과 함께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지금,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지 물었다.

이태성: 지금 조합원들은 당장 해고가 된 상태라 생계가 막막한데요, 그래도 평등지부에서 재정 사업도 하고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언제까지 싸움을 이어갈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으니 쉽지는 않죠. 2월에 부당노동행위, 부당해고로 지노위 심판이 열릴 예정이에요.

37일째 농성 중인데요. 조합원 동지들, 연대하는 분들 덕분에 계속할 수 있습니다. 지독하게 버텨서 싸워야죠. 자격 없는 업체가 이렇게 노동자 해고하고, 또 전주시가 책임을 전혀 지지 않는 문제 끝까지 싸워야죠. 조합원들도 진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저희 투쟁에 관심 많이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1) 지난 1월 17일 정의당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정의당 전북도당이 주관운영사 성우건설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지적하자, 성우건설 측은 “기존 주관운영사 소속의 직원 등을 대상으로 공정한 절차를 거쳐 신규 채용을 했다”고 반박했다.
정의당 “전주리싸이클링타운 부당노동”…운영사 “사실무근”. 전북뉴스. 2024.01.17. 최명국. https://mjb.nocutnews.co.kr/news/6080519

2) “리싸이클링타운 운영사 변경은 편법..감사원 감사 청구”. 전주MBC. 2024.02.20 허현호. https://www.jmbc.co.kr/news/view/40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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