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끝나지 않은 ‘김용균 법’, 하위법령 개정 주목하자 ③ 원청 책임 강화 (19.03.14, 오마이뉴스)

기고

죽은 사람이 있는데 책임질 사람은 아무도 없다니

[끝나지 않은 ‘김용균 법’, 하위법령 개정 주목하자 ③] 원청 책임 강화

최종 업데이트 19.03.14 08:53 유상철(kilsh)’



현행 산안법은  ‘원청 노동자와 하청 노동자가 같은 장소에서 작업하는 경우’ 중에서도 특별히 위험한 22개 산업재해 발생 위험 장소에 대해서만 원청에게 직접적인 산업재해 예방조치 의무를 지운다. 그러나 ‘컨베이어벨트 작업’은 이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태안화력발전소 현장운전원 고 김용균 노동자의 사망 사고의 경우 사망 당시 산안법상 원청의 책임을 물을 수 없었다.

때문에 고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으로 전면 개정까지 이루어진 개정 산안법의 경우에, “원청이 지배․관리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소”가 현행 22개 위험 장소보다 훨씬 폭넓게 새로 규정돼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산안법 개정을 통해 원청의 책임과 처벌을 강화하였다는 것은 그저 공허한 외침에 지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519174

27기고

[언론보도] 끝나지 않은 ‘김용균 법’, 하위법령 개정 주목하자 ② 노동 안전의 사회적 비용, 이윤 얻는 자가 부담해야 (19.03.13, 오마이뉴스)

기고

노동 안전의 사회적 비용, 이윤 얻는 자가 부담해야

끝나지 않은 ‘김용균 법’, 하위법령 개정 주목하자 ②


최종 업데이트 19.03.13 09:29l조애진(kilsh)





사진 : 알바노조


산안법 전부개정안이 나오자 경영계는 산업재해발생에 대한 모든 부담과 책임을 사업주에게만 떠넘기는 과도한 규제라고 하거나, 심지어 산업재해 없애자고 사업장을 다 문 닫게 할 셈이냐는 등의 선동을 펼치며, 마치 당장이라도 다수의 사업장이 망할 것처럼 호들갑이다.

만약 전부개정안 정도의 규제강화로 인해 실제로 폐업위기에 처하는 사업장이 있다면, 그 사업장은 애초에 사업을 시작하지 말았어야 한다. 안전보건조치 강화로 사업주가 입을 경제적 타격이 크다는 주장은, 완화된 규제로 인해 다치거나 사망하는 등, 유사노동자들이 그간 받아온 불이익이 그만큼 컸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기업의 도산위기에 정부가 공적자금 투입을 결정하면, 우리 대다수는 이윤을 사유화 하고 비용을 사회화 하는 현상에 대해 비판하고 분개한다. 전통적 고용계약관계가 사라지고 상당수의 노동이 도급 또는 위탁의 형태를 띠게 되면서, 이윤창출과 사회적 비용의 부담이 불일치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안전보건조치에 소요되는 비용 등 사업주가 마땅히 부담해야 할 비용이 유사노동자 개인의 부담으로 전가되었다.

나아가 이들의 사고나 질병에 따른 비용이 건강보험재정에서 지출되면서 결국 노동안전을 위한 사회적 비용을 우리 모두가 갹출하는 셈이 되었다. 이것이 바로 이윤이 사유화 되고, 비용이 사회화 되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 밖의 고용형태에서의 산업재해 예방’ 조항의 신설은 이윤의 사유화와 비용의 사회화를 완화하는 최소한의 장치가 될 것이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518789

27기고

[기자회견] 서울아산병원 특별근로감독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

활동소식

故 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관련

서울아산병원 특별 근로감독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




○ 일시 : 2019년 3월 14일(목) 오전 10시 30분

○ 장소 : 고용노동부 동부지청 앞

○ 주최 : 故 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산재인정 및 재발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 순서

발언1.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이경재 변호사

발언2. 故 박선욱 간호사 유족

발언3.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엄지

기자회견문 낭독


기자회견문

  서울아산병원 신규간호사인 故 박선욱 간호사가 사망한지 1년이 훌쩍 넘었지만 서울아산병원은 아직까지 고인과 유가족에게 사과하지 않고 있고 병원 현장의 변화 역시 미미할 뿐이다. 서울아산병원은 사건 발생 직후 고인이 ‘예민한’ 성격이었다는 근거 없는 주장으로 유가족에게 상처를 주면서 고인의 죽음을 개인적인 문제로 축소하려 했다. 하지만 고인의 사망 이후 밝혀진 내용들로 서울아산병원이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고인을 비롯한 서울아산병원 신규간호사들은 조기출근과 연장노동을 일상적으로 경험하였고 고인의 경우 입사 후 통상적으로 3~4시간을 초과근무 하였으며, 이로 인해 수면시간이 3시간 정도에 불과하였고, 체중이 13kg이나 급격히 감소할 정도였다. 특히 고인이 사망한 2월에는 출근한 8일간의 초과근무시간이 무려 45시간 이상이었다. 그러나 서울아산병원 간호사들은 이러한 초과근무에 대하여 수간호사가 예외적으로 허락하지 않는 한 수당을 인정받지 못하였다. 이는 서울아산병원이 장시간 노동과 시간외수당 미지급으로 인한 임금체불이 만연해있으며, 신규간호사 교육에 대한 관리나 산업재해를 막기 위한 안전·보건 상의 조치가 부재했음을 나타내는 증거다.

  지난 2018년 7월 10일 故 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공동대책위는 서울아산병원을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하였다. 그리고 지난해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서울아산병원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이 요구되었고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하였다. 하지만 서울동부고용노동지청은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한지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지난 7일 근로복지공단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가 故 박선욱 간호사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타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최종 판정 결과를 공개했다. 이로 인해 故 박선욱 간호사의 죽음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업무상 재해 즉 구조적인 문제임이 밝혀졌고 이는 서울아산병원의 책임이 명백해진 판결이다. 하지만 지난해 고인의 사망 직후 실시된 고용노동부 자율개선점검사업에서 서울아산병원은 단 한건의 위반사항도 적발되지 않았다고 하였고 이는 서울아산병원 간호사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계속 은폐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에 故 박선욱 간호사 공동대책위에서는 서울아산병원을 연장근로와 임금체불 등 근로기준법 위반 및 노동자에 대한 안전·보건상 조치 미비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서울동부고용노동지청의 특별근로감독과 임시건강진단명령을 재차 촉구하며 서울아산병원의 기소가 필요함을 알리는 바이다.

  故 박선욱 간호사가 사망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서울의료원의 故 서지윤 간호사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사건들 이전의 병원 노동자 자살사건은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되었다. 만약 박선욱 간호사 사망 이후 아산병원에 대한 철저한 근로감독과 조치가 이루어졌다면 서울의료원도 더 경각심을 가졌을 것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서울시는 시민대책위의 의견을 반영한 진상조사단을 구성하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시작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이 죽음의 고리를 끊어내지 않으면 또 다시 우리의 동료가, 우리의 가족이, 우리의 친구가 죽음을 선택하는 것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지난해 9월 국회토론회에서 고인의 가족은 “노동 현장은 실험실과 달라야 한다. 서울아산병원이 했다는 대책은 실험실 쥐에게 약을 줄이는 정도의 발상이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故 박선욱 간호사가 겪었던 문제들은 여전히 서울아산병원의 신규간호사들이, 한국사회의 수많은 간호사들이 겪고 있는 공통의 문제들이며 서울아산병원 스스로도 해결할 의지가 없는 문제이다. 고인의 명예를 회복하고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서울아산병원에 대한 제대로 된 철저한 수사와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에 공동대책위는 서울동부고용노동지청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고용노동부는 서울아산병원 특별근로감독 실시하라!

– 고용노동부는 서울아산병원 임시건강진단명령 시행하라!

– 장시간 노동, 시간외수당 미지급, 근로기준법 위반 처벌하라!

– 신규간호사 방치, 산업재해 유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처벌하라!

2019.03.14.

故 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공동대책위

28활동소식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현장과 밀착된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위해 –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 명산관 &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노동안전보건위원회 안재범 위원장 인터뷰 / 2019.03

일터기사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현장과 밀착된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위해


–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 명산관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노동안전보건위원회 안재범 위원장 인터뷰





박기형 / 상임활동가





겨울의 끝자락이던 2월 19일,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 본부 경기지부를 대상으로 예비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교육이 있었습니다. 이날 오후 금속노조 조끼를 입은 한 분이 나와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갑을오토텍 투쟁에서 중심적 구실을 했을 뿐만 아니라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과 현장 곳곳에서 활발히 활동해온 안재범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노안위원장이었습니다. 

교육이 끝난 후 안재범 노안위원장을 만나 그간의 경험과 현장 중심의 노동안전보건 활동에 대한 고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노동안전보건 활동의 시작,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의 만남


“저는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에서 명예산업안전감독관,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노동안전보건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갑을오토텍’은 충남 아산 에 위치한 회사로, 차량용 에어콘이나 차량용 공조 등을 만드는 전문 업체입니다. 만도 기계로 시작해 4번 정도 매각돼 지금의 갑을오토텍이 되었습니다.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사측의 노조파괴에 맞서 투쟁해온 사업장입니다.”


안재범 노안위원장은 갑을오토텍 투쟁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노동안전보건 문제를 활동의 중심에 놓고 활동해왔다. 다른 문제에 비해 특별히 노동안전보건 문제에 집중하게 된 이유에 관심이 갔다.


“1994년에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졸업 후 울산에서 일을 시작해 현대자동차에 다닌 적도 있었어요. 그러다 갑을오토텍에 가게 됐죠. 그런데 같이 일하던 분이 어느 날 갑자기 ‘귀가 안 들리신다’는 거예요. 힘들어하는 걸 지켜만 볼 수 없어 함께 고민하기 시작했죠. 그러다 해당 부서의 근무 현장 소음이 심했다는 걸 떠올렸어요. 수소문해 본 결과 소음성 난청과 관련한 직업성 질환일 수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됐습니다.


해당 부서의 단원들을 중심으로 직업성 질환 관련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그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교육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거기서 노동안전보건과 관련한 활동들을 접하게 되었죠. 당시엔 노동조합이 있어도 안전보건 활동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역량이나 기반이 없었어요. 이 계기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계속 소통하면서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해봐야겠다고 결심하게 됐죠.”



갑을오토텍 투쟁에서의 값진 경험


안재범 노안위원장은 노동안전보건 문제의식을 키워가는 과정에서 갑을오토텍 투쟁을 시작했다. 그뿐만 아니라 갑을오토텍 투쟁에서 노동자 조직화에서 노동안전보건이 갖는 중요한 의미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노동조합이 현장을 조직하는 데 있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어요. 특히 임금 단체협상의 시기가 되면, 현장 조직화를 할 때 무엇을 매개로 해서 조합원들의 단결을 끌어낼 것인지 고민이 크죠. 이건 조직사업장이든 미조직사업장이든 마찬가지예요. 그래서 최저임금 위반 등으로 조직화를 하는데, 그 이후로 지속해서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전략이 부재하다는 점이 큰 문제에요. 노동조합으로 노동자들을 결집할 연결고리를 못 찾는 거죠.”



안재범 노안위원장은 갑을오토텍에서 그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었다.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특수 검진, 위험성 평가 등을 통해 노동안전보건 문제를 중심으로 조합원을 조직화할 수 있었다.


“실제로 갑을오토텍지회에서는 조합원들이 스스로 안전보건 문제들에 관해 토론하고 협의하는 과정을 거쳤어요. 2015년 노조파괴가 있기 전 갑을오토텍지회에서 안전보건 활동을 시작했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두원정공하고 주간 연속 2교대제 사업을 시행해서 모범사례를 만들었죠. 이걸 참고해서 우리도 따라 해보기로 한 거예요. 노동자들이 안건 보건 활동의 주체가 되어 사업장의 생산량, 노동시간 등을 조사하고 결과를 발표했죠. 


특히 주간 연속 2교대제를 정착시킨 이후 노동조합 조직화와 노동안전보건 활동의 연계를 어떻게 만들어낼까 고민하게 되었죠. 그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함께 두 가지, 즉 근골격계유해요인 조사와 위험성 평가 사업을 시행했어요. 그 활동이 계기가 되어서 노동 안전보건 문제를 중심으로 조합원을 조직했고, 이를 통해 분임조가 결성될 수 있었죠. 그 기반이 2015년 노조파괴에 대항할 수 있는 노동조합의 동력이 되었던 거죠. 


노동안전보건 활동하면서 만들어진 분임조가 노조파괴 대응할 때 큰 역할을 했어요. 파업 지침을 내릴 때, 일사불란하게 실행할 수 있었죠. 이전에는 노조가 조합원들을 모아서 교육을 하고, 위에서 아래로 지침을 내려서 무엇을 할지 통제해야 했어요. 그러다 보니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기 힘들거나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기 어려웠죠. 하지만 분임조 활동에 익숙해진 조합원들이 어느 팀은 공장을 지키고, 다른 팀은 경찰서나 법원에 항의 방문과 피케팅을 하는 등 자율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해나갔어요. 


노조가 모든 것을 통제하지 않지 않더라도 스스로 조직하고 대응이 되더라고요. 장기간 투쟁을 이어가도 이탈하지 않고 단결력을 유지할 수도 있었죠.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통해 쌓아 올린 조직 내 경험과 노동안전보건에 대한 감수성이 노조파괴 대응 과정에서 실제로 조합원 각자의 역량으로 발휘되는 것을 확인한 거죠. 이는 파업 중에 특수검진, 특별안전교육 등의 문제를 제기하여 작업 중지를 끌어내고 사측의 방해를 막아내고 현장 통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 이상의 성과라고 할 수 있어요.”



현장에서 부딪히는 어려움


안재범 노안위원장은 갑을오토텍의 경험에도, 이후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이어가는 데 어려움이 따랐다고 했다. 현장에서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이어갈 때 무엇이 가장 힘든지 물어보았다.


“제가 갑을오토텍 투쟁 이후로 노안 활동가로 부딪힌 어려움은 크게 두 가지에요. 첫째는 지역이나 현장에서 노동 안전보건 문제가 많이 일어나는데, 거기에 적극적으로 연대하고 활동을 확장해나갈 힘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거죠. 지역이나 현장의 노안 활동가들이 할 수 있는 게 제한적이라는 점이 제일 큰 고민이에요. 사고 대처, 산재 보상, 산보위(산업안전보건위원회)나 명산관(명예산업안전감독관) 활동 강화, 각종 작업장 환경 조사 등 노동 안전보건 활동이 확장되어야 하는데, 산별에서는 노안 담당자나 예산이 부족해요. 물리적으로 힘든 거죠. 


다행히 노안위원장으로서 지역본부를 중심으로 노안 활동가를 조직해가고 있어서 이전보다는 상황이 나아지긴 했어요. 그렇지만 여전히 확장이 필요해요. 안전보건 교육이나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한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는데, 지역과 현장의 동지들을 확실한 노안 담당자로 키워내는 일에 한계가 있어요. 노안 활동을 같이 할 수 있는 동지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작업장 위험을 줄여나갈 방향을 모색하기


안재범 노안위원장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작업장 위험을 실제로 줄여 나가보는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산재 은폐를 둘러싼 회사와 노조 간의 갈등은 안전보건 문제를 다루는 데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그 악순환을 해결할 새로운 방향을 찾아가기 위해선 노안 문제를 지금과는 다르게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노안 문제를 달리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산업재해 등 안전보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회사와 노조가 생산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죠. 위험물질의 경우 노안 사업을 통해 발암물질을 제거해나가면 사측은 발암물질 없는 작업장을 운영하는 회사라는 평판을, 노동자는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을 얻을 수 있죠. 그러므로 회사가 안전보건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노조의 제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고 봐요. 


회사는 안전보건 문제가 일터에서 또는 사회적으로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키는지 알고 있어요. 물론 산재 은폐라는 악순환의 문제가 있지만, 저는 오히려 꼬인 매듭을 풀고 나면 일이 쉬워진다고 생각해요. 작업장 내 위험 요소들을 발견하고 개선하는 노력을 하나씩 하면, 회사도 아는 거죠. 노조가 안전보건에 대해 요구하는 것들이 회사에 악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는 것을요. 왜냐하면 산재를 은폐하려고 공상 처리하는 것도 회사엔 재정적 부담이거든요. 각종 산재로 인한 재정상의 손실이 큰 거죠. 회사도 처음부터 이걸 해결하려고 나서진 않아요. 예를 들어 근골격계 질환으로 직업병 신청을 하도록 내버려 두면, 이를 악용해서 회사에 손해를 입히려고 드는 게 아닐까 우려하죠. 


또 산재가 인정되어서 노동부 특별근로감독을 받게 되는 등 관리·감독이 심해지거나 과태료를 물게 되면, 경영에 차질을 빚을까 봐 걱정하기도 해요. 그렇지만 안전 보건 조치를 사전에 제대로 해서 산재 발생을 줄여나가면, 처벌되거나 공상 처리하는 비용에 비해 작업장 개선에 드는 비용이 적다는 걸 알게 되죠. 그러면 이제 회사에서도 적극적으로 노동자들과 협력해서 작업장의 위험들을 줄이려고 해요. 안전보건 조치를 시행하는 초기에는 회사의 부담이 크지만, 회사와 노동자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는 것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깨닫는 거죠. 산재 건수도 줄고, 협상 경험이 다른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하고요. 


이 과정에서 위험성 평가,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 산업안전 보건위원회 등 안전보건 활동 전반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어요. 그러다 보면 산재를 둘러싸고 서로 갈등을 빚거나 산재가 은폐되어서 작업장 내 위험이 사라지지 않는 등의 악순환도 해결될 수 있다고 봐요.”



중대재해에 맞서 작업 중지권을 요구하기 위한 노력


중대재해 대응과 관련해 안재범 노안위원장은 작업 중지권이 실효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 제도가 있더라도,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10년 전만 해도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노조는 ‘파업’을 중심으로 대응했어요. 그러나 사측의 강한 반발로 파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법 제도 개선을 이뤄내지 못한 채 손해배상과 처벌을 받게 되어 노조 활동이 오히려 위축되는 문제를 낳기도 했어요. 


2017년에 고용노동부에서 중대재해 사망사고 지침서를 만들었지만, 지침서는 문서로만 있을 뿐 실제로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현장은 거의 없어요. 사고 조사, 결과 보고, 이행 조치 등 전체 과정이 실효성 있게 진행되기 힘든 상황이었죠. 고용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만 하고 진상조사와 사후 조치가 끝나버리기 때문이었죠.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함께 ‘당장 멈춰 상황실’을 만들었어요. 해당 지침서를 실제로 활용하려는 방안을 찾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대응 설명서를 제대로 이행하라고 현장에서 투쟁하기 시작했죠.”



남은 고민과 앞으로의 과제들


안재범 노안위원장은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이 이루어졌지만, 노안 활동가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현장성’이라고 강조했다. 법 제도를 작업장에서 실현할 수 있는 현장의 역량 증진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는 것이다.


“저는 중대재해 대응이나 안전보건 조치와 관련해서 고용노동부, 근로복지공단 등 국가기관만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의 역량 부족도 솔직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봐요. 최근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면서, 작업 중지권이 명시가 되었죠. 작업 중지권을 발동하기 위해서 시행령, 시행규칙 등 법 제도와 관련한 투쟁도 중요해요. 그렇지만 현장에서 법 제도에 명시된 작업 중지권을 실행할 수 있는지는 다른 차원의 문제에요. 작업장 일상 속에서 안전보건 활동을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죠. 있는 법 제도도 잘 안 지켜지고,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잖아요. 그러므로 법 제도의 취지가 퇴색되지 않고 실효성 있게 발휘될 수 있으려면 현장에서의 역량을 증진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해나가야 해요. 


중대재해 대응과 관련해서 경험 많은 활동가들이 부족해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우왕좌왕하게 되죠. 이때 현장에서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요. 하나는 ‘겁이 난다’는 거예요. 준비도 안 되어 있고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불안하고 두렵죠. 다른 하나는 투쟁 기간을 예측할 수 있는 파업과 달리, 작업중지는 투쟁 기간을 예측하기 어려워 힘들다는 반응이에요. 얼마나 지속할 지 모르니 작업 중지 해제를 둘러싸고 노동조합이나 노동자들이 갈등 상황에 쉽게 빠질 수 있어요. 오히려 미조직 사업장은 고용노동부와 사업주가 주도하니까 노동자들 처지에서는 행정명령을 따르기만 하면 되죠. 그러니까 더 마음 편하게 작업 중지를 할 수 있어요. 이런 상황들을 마주해보니 산안법 개정을 통해 작업 중지권이 제도화되었지만, 현장에서 실효성을 갖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이 들어요.”



마지막으로 안재범 노안위원장은 현장의 경험을 나누기 위한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며,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노안 활동에 결합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나아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도 현장성을 더 강화해나가자고 제안했다. 


“앞으로 명산관과 산보위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법 제도를 개선하고,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나 위험성 평가 등을 더욱 전문성 있게 할 수 있어야 해요. 이에 필요한 연구사업을 진행해나가야죠. 하지만 그와 함께 현장과의 밀착성을 놓치지 말아야 해요. 조사 사업에 필요한 시트를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서, 직접 사람들과 만나고 부딪히면서 구체적인 사안들에 결합하는 활동이 필요해요. 지역과 현장에서 교육을 통해 서로 경험을 나누고, 같이 고민하고 토론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함께 해봅시다.”





 

41일터기사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백래시와 플랫폼에 맞서는 여성 디지털콘텐츠노동자들 / 2019.03

일터기사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백래시와 플랫폼에 맞서는 여성 디지털콘텐츠노동자들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 투쟁을 만나다 





지안 / 상임활동가 





작년 1212일 전국여성노조 산하에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이하 디콘지회)’가 결성되었다. 노조 결성은 사상검증과 불공정계약 등에 맞서 싸운 여성일러스트레이터연대(이하 WFIU)와 레진불공정행위규탄연대(이하 레규연) 투쟁의 결과물이다노조가 만들어지기까지 작가 사상검증, 레진코믹스의 지각비와 해외매출 은폐 사건 등 많은 이슈가 있었다. 연재 중단까지 실행하면서 문제 해결에 나선 작가들은 자발적으로 연대를 조직해 싸워왔다. 대형 플랫폼을 상대로 한 여성 창작노동자들의 싸움은 많은 성과를 남겼지만, 여전히 디지털콘텐츠산업과 대형 플랫폼은 불공정 계약·열악한 노동조건·작가 사상검증 등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승리의 경험을 발판으로 진정 창작자를 대변하는 노조를 결성했다는 여성 디지털콘텐츠노동자들을 지난 227일 전국여성노동조합 사무실에서 만났다. 인터뷰는 김희경 지회장, 하신아 부지회장, 비담 회계감사와 진행했다.



다양한 산업과 직군을 아우르는 형식의 노조입니다. 어떤 노동자들이 포함되나요?


김희경 : “현재 웹툰, 웹소설, 일러스트 세 직군이 많아요. 각 직군은 특성이 다르지만 같은 플랫폼에서 고용되고 연계됩니다. 예를 들어 웹소설의 표지는 디자인 외에도 일러스트가 많이 쓰입니다. 웹소설에 삽화 일러스트를 곁들여 연재를 하고, 이후 웹툰화 되는 경우도 있고요. 다양한 직업을 겸업하는 작가들도 많고, 또 같은 직업을 가지더라도 일하는 산업이 다르기도 합니다.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 지회라고 명명한 것은 앞으로 더 넓은 범위의 디지털콘텐츠 창작자 전체를 아우 르기 위해서입니다.”



두 작가님들의 소개와 더불어 어떤 일을 하고 계신지도 궁금해요.

김희경 : “노조의 지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이고, 데뷔한지 16년차입니다.”


하신아 : “현재 웹툰 작가이자 웹소설 작가입니다. 97년에 데뷔해서 출판만화 시절부터 작가 활동을 해왔고, 당시 출판만화 시장이 사라지는 경험을 하면서 중간에 다른 사업을 하다가 웹툰 작가로 재데뷔한 것은 2013년이에요. 노조에서는 부지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노조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궁금한데요.


김희경 : “16년간 일을 하면서 낮은 단가에 모든 저작권리를 넘기는 계약 조건 등, 부당행위를 겪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한 연대 활동을 하던 다른 작가분들처럼 발언을 활발히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항상 부채감이 있었어요. 저 또한 불공정에 대해 말하고 싸워가는 분들께 도움을 받은 적이 있었고요. 그러한 용기와 행동력을 보며 저도 동료 작가들을 돕고 싶고,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서로의 용기라고 말하고 싶어요.”



플랫폼 구조에서 작가는 작품에 대한 대가를 어떻게 받나요?


하신아 : “포털사이트 시절에는 일한 대가를 원고료 형태로 줬어요. 원고료를 받고 작가는 일정 시간 동안 게재할 권리를 주는 거죠. 반면 플랫폼은 쇼핑몰 같은 거예 요. 예를 들어 G마켓에 물건을 올리는 것만으로는 돈을 주지 않죠. 작가는 물건을 올리는 거고, 플랫폼은 물건을 올려주는 대신 수수료를 가져가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콘텐츠는 G마켓에서 파는 일반적인 상품과 달라요. 4컷 만화처럼 캐주얼한 콘텐츠는 사람들이 돈 주고 보지 않지만, 성인물은 돈을 주고서라도 삽니다. 또 콘텐츠마다 그것을 주로 소비하는 독자층이 달라요. 그래서 플랫폼은 기본적으로 다 양한 장르의 콘텐츠로 구성되어야 활성화 됩니다. 과거 잡지 시절을 생각해보면, <슬램덩크>를 보기 위해 잡지를 사더라도 자연스럽게 다른 만화도 함께 봤어요. 반 대로 다른 만화를 보기 위해 산 잡지를 뒤적이다가 <슬램덩크>도 보는 거고요.


디 지털 콘텐츠 역시 같은 원리입니다. 따라서 노동한 대가로 임금이 지급되는 것이 당연해요. 작가에게 작품 의뢰가 들어오고, 일이 진행되면 스토리에 회사가 개입 해요. 또 마감 시간을 지키는 등 관리가 들어옵니다. 분명히 작가들은 노동을 하는데, 노동의 대가가 없는 상황인 겁니다.”



플랫폼에 다양한 콘텐츠들이 모여 있다는 형식 자체에서 가치와 이익이 발생하는데, 수익은 중간에 있는 기업들과 특정한 장르 또는 최상위 몇 작품의 작가에게만 돌아간다는 거 군요.


하진아 : “. 여기서 제대로 된 대가를 지급받지 못하는 작가들이 태반이기 때문에 MG제도(최소 개런티)가 생겼어요. 수익을 못 내는 작가에게도 최소치는 보장해 주겠다는 취지죠. 그러나 실제로 시행되는 MG계약은 절대 최소 수익을 보장해주지 않아요.

예를 들어 작가가 월 200만 원의 MG를 받고, 그 이상의 수익은 5:5라고 해봐요. 그러면 수익이 MG 이상 되는 순간부터 분배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최소 개런티인 200만 원의 수익만큼 회사도 가져갈 때까지 수익 분배가 없어요. 400만 원 이상의 수익이 나야만 분배가 되는 겁니다. 여기서 작가가 MG로 받은 몫만 큼 회사가 가져가지 못하면, 작가에게 보장해준다고 했던 MG는 플랫폼에 갚아야 할 빚이 됩니다. 해당 콘텐츠의 다음 회차로 이 MG만큼의 빚이 쌓이는 거예요. 누적 MG제도라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작가는 MG도 못 채우고 돈 안 되는 작가로 불려요.


또 이것은 단순히 플랫폼A와 작가의 계약이 아니에요. 가장 상위 플랫폼A와 작가 사이에는 보통 3단계 이상의 중간 플랫폼, 에이전시가 있습니다. 이들이 모든 수수료를 떼가고 남은 금액을 다시 주작가와 보조작가가 나눠 가져요. 매출 이천만원이난 작품에서 보조작가는 60~70만원을 가져가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생기는 거죠.”



들어보니 노동조건도 매우 열악한 것 같은데요.


김희경 : “수익도 수익이지만 주간연재라는 것이 노동시간과 환경의 측면에서 굉장히 혹독한 시스템이에요. 1화에 40컷 이하면 가능한데, 업계 평균은 60~70컷이고 현재는 80~100컷씩 하는 분위기예요. 회 당 그림 컷 분량은 작가의 노동조건에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열악한 노동조건 때문에 많은 작가들이 암 등 질병에 시달립니다.


20% 이상이 하루 14시간 넘게 일해요. 주중 평균 창작 일수는 5.7일이고요. 먹고 자는 시간 빼고는 거의 모든 시간을 작품 창작에 할애한다는 의미인 거죠. 이 조사가 웹툰에 한정되어 있는 점도 아쉬워요. 웹소설, 일러스트레이터 분야의 실태조사도 필요합니다. 특히 웹소설 분야는 각 기관의 조사에서 소외되어 있어, 노동 현실 파악이 절실한 상황이예요.”



불공정 계약뿐만 아니라 꾸준히 작가 사상검증 문제와 각종 부당한 관행들이 있었어요. 그에 대항했던 노조의 전신인 두 연대의 투쟁도 소개를 부탁드려요.


하신아 : “레진코믹스에서 웹소설 플랫폼을 갑자기 한 달 후 닫는다고 했어요. 어제까지 신규작가 계약서를 썼는데 말이죠. 거기서부터 웹소설 작가들을 중심으로 레규연활동이 시작됐어요. 6개월 정도 싸우던 중 해외 웹툰 매출에 대해 작가들에게 2년 동안 정산을 해주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어요. 또한 마감 시간에 늦은 작가에게 지각비를 걷는 관행을 문제제기했습니다.

그리고 회사에서 작가의 SNS 계정을 사찰하거나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프로모션 등에서 제외시킨다는 사실이 드러났어요. 싸움이 계속 진행되면서 웹소설, 웹툰 작가들이 함께 맞서 싸워 해당 사건들에 대해서 레진코믹스 측의 사과문을 받고 합의를 해서 개선한 상황입니다.”


김희경 : “2016년부터 사상검증의 대상이 된 건 SNS 상에서 페미니즘 관련 발언을 하거나, 리트윗·좋아요 등을 취한 작가들 입니다. 이후 여성단체인 여성민우회계정을 팔로우하거나 페미니즘 이슈에 발언·좋아요를 누른 작가를 팔로우한 것 만으로도 사상검증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남성 일부 유저들이 피해 작가들을 메갈이라고 공격하며 사이버불링하고, 스토킹, 마녀사냥을 했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문제가 되는 건 기업이 이들의 반발을 수용하고 메갈 없는 클린한 게임이라며 마케팅으로 활용했다는 겁니다. 기업에서는 작업자에게 SNS상의 발언·리트윗·좋아요 등을 철회하고 물의를 일으킨 것에 사과문을 게시하라 요구했어요. 그리고 사과를 거부하든 수용하든 기업의 사이트와 게임에 게재되어있던 작가의 작업물을 일제히 내렸습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 작가의 복귀입니다. 피해 작가들은 길게는 10년 이상의 경력이 하루아침에 끊겨서 생계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WFIU에서는 국가인원위원회,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진정을 넣었고, 사실관계 조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을 통해서는 1차적으로 피해 작가 심리 상담이 진행되었습니다.”



한편에서 여성 작가들에 대한 백래시가 프리랜서는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노조를 결성할 수 없다는 주장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신아 : “원고료 미지급 사건을 예로 들면, 작가가 그림을 300장을 그렸는데 외주라서 업체가 힘들다고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300장의 그림을 그리려면 최소한 6개월은 매달려 일을 해야 하는 분량이에요. 한 프로젝트에 300장의 그림을 그렸는데, 어떻게 노동을 한 게 아니고 노동자가 아닐 수 있을까요.”


비담 : “작가들은 프리랜서라고 통칭되고 노동법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여있습 니다. 아무런 법도 우리를 위해 존재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법의 사각지대에서 부당함과 싸우려고 하니, 그러려면 법 테두리 안에서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모순입니다. 따라서 이 싸움은 권리가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권리를 찾기 위한 것이기도 해요.”



마지막으로 미래의 조합원들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소개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김희경 : “현재는 계약서를 수집하여 불 공정 사항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설문조사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취합했고 이렇게 모인 계약서상의 불공정계약과 업계의 부당한 관행에 대해서 비영리 공익법인 에게 법률검토를 받은 후, 표준계약서를 정립하려 합니다. 또 전국여성노조 자문노무사를 통해 법률지원은 물론, 비영리공익법인인 으로부터도 법률상담 지원을 받을 계획입니다.


또한, 방문상담이 어려운 디콘지회 조합원을 위해 오픈 카톡방 운영을 논의하고 있어요. 다음으로는, 조합원 간의 정보공유와 공동대응입니다. 지금까지 많은 작가들이 업체로부터 피해를 입어도 침묵할 수밖에 없어 가장 기본적인 피해 회복에 대한 요구조차 포기하거나, 반대로 대중 앞에 위험한 공론화를 택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노조에 가입한다면,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이런 부담을 노조와 함께 나눌 수 있어요.


디콘지회는 기업노조가 아니기 때문에 계 약한 사측에 노조가입 사실을 알릴 필요도, 의무도 없습니다. 조용히 머릿수로 힘을 키워주시면서 노조의 우산을 함께 쓰시되, 사측과 문제가 생길 때 노조의 투쟁력과 협상력으로 해결을 도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각자 할 수 있는 만큼만 한다는 마음으로 편히 와주시면 좋겠습니다.”






30일터기사

특집3. 지금 당장, 성평등 노동을 외치다 : 한국여성노동자회 이을 활동가 인터뷰 / 2019.03

일터기사

[특집 지워지지 않는 존재, 여성 노동자] 




지금 당장, 성평등 노동을 외치다 : 한국여성노동자회 이을 활동가 인터뷰





선전위원회  





올해로 111주년을 맞이한 날이 있다. 바로 세계 여성의 날이다. 빵과 장미가 상징이 되어 장미를 여성에게 주며 기념하는 날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2019년에도 여성 노동자들의 삶은 장밋빛과 거리가 멀다. 190838일 미국 여성 노동자 15천 여명이 외친 구호는 오늘과 맞닿아 있다. 당시 여성 노동자들은 하루 12시간 심지어 18시간 동안 일해야 했고 그들은 외쳤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노동이 아니라 휴식이다!”, “우리는 빵(임금)과 장미(권리)를 원한다!” 

한국에서도 올해 38일 제33시 스탑 조기퇴근 시위가 열린다. 채용 성차별, 최저임금 개악, 성차별 조직문화를 끝장내기 위해 바쁘게 준비하고 있는 한국여성노동자회 사무실을 지난 228일에 방문해 이을 활동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요즘 집회 준비하시느라 많이 바쁘시죠. 한국여성노동자회가 1987년에 창립되고 지금까지 활발히 활동 중인데요. 무엇을 지향하고,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성평등 노동이 주요 슬로건이에요. 인구의 절반, 노동인구의 절반인 여성이 존재함에도, 여성이 어떻게 일 하는지,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잘안 드러나고 있다는 걸 뜻해요. 법이나 정책을 살펴보면 남성 중심적이죠. 거기에 대해서 여성 노동자들이 처한 상황이 다르다는 분명한 인식 속에서 여성들의 이야기가 더 많이 울려 퍼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노동 문제에서도 여성 노동은 부차적이거든요. 노동 안에서 성평등해지는 것,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안전하게 일 하는 것이 성평등이라는 키워드 안에 담겨 있어요. 최근 주목하고 있는 건 성별임금격차 문제예요. 임금으로 차별 받는 것 안에 무수히 많은 것들이 포함돼요. 임금 차별은 성차별의 총합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해서 고용상 차별 받는 문제도 시정되어야 하고, 문화가 바뀌어야 해요. 그래야 성별임금격차가 해소 될 수 있는거죠.” 



채용 성차별은 노동권, 시민권을 침해받는 엄연한 범죄 행위에요. ‘여자보다 남자가 일 잘하지’, ‘여자는 임신, 출산 때문에 생산력이 떨어져라는 인식 자체가 심각한 시민권 침해인거죠. 채용을 안 하는 거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여성들이 나쁜 일자리로 몰리고, 빈곤에 빠지고, 삶을 영위하기 힘들게 만들어요. 이뿐인가요. 승진, 배치, 정규직전환 나중에는 퇴직까지 다 이어져요.” 



얘기하신 채용 성차별 문제는 그간 여러 활동의 고민이 묻어나는 슬로건 같네요.


실제 채용 성차별 문제는 심각한 문제예요. 남녀고용평등법이 생긴지 30년이 지났어요. 71사업주는 근로자를 모집하거나 채용할 때 남녀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되어있지만, 처벌규정은 벌금 500만원에 불과하죠. 사실 유명무실해요. 관행이 계속 있어요. 과거 90년대 채용 공고에 아예 여성 키, 몸무게, 외모 준수를 명시했죠. 여성운동 진영에서 문제를 제기했고, 성과가 있었어요. 그런 활동이 있은 후 최근 점수 조작 사건이 확인된 거죠. 다시 재점화가 된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사이 공백이 길기도 했고, 여성 스스로도 채용 과정에서 임신, 출산 계획, 남자친구 여부 묻는 걸 당연시 생각하기도 하죠. 기분은 나쁜데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고민스럽고, 이런 걸 묻는 게 법을 어기는 거다라고 생각하기 쉽지 않아요.” 


제일 기억에 남는 사례는 두 가지예요. 하나는 면접을 보는데 우회적으로 결혼을 안했냐는 질문을 받은 거예요. 그래서 솔직하게 이혼했다고 대답했더니 갑자기 분위기가 안 좋아지면서 이혼했다는 건 성격상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 하더니 결국 채용이 안 된 거죠. 다른 한 경우는 디자이너 면접을 보러갔는데 쓰리 사이즈(가슴, 허리, 엉덩이)를 물어보면서 피팅 모델해야하니깐 사이즈를 물어본다는 거예요. 사실 시민사회진영에서도 결남출(결혼, 남자친구, 출산) 질문이 횡횡해요. 지역운동과 결합되어 있는 한 풀뿌리운동 단체의 채용과정에서 있었던 일인데요, 면접관이 나름 배려 차원에서 임신 계획을 물어봤다고 하더라고요. 진짜로 여성 노동자를 배려하려고 했다면, 육아휴직과 출산휴가문제는 뽑고 나서 협의하면 될 문제라고 생각해요. 면접 자리에서 물어보는 건 그 자체가 당사자에게 부담이고, 위계적인 불법 질문입니다.” 



그런 상황과 문제가 여성 스스로 자기 검열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애초에 일자리를 구할 때 나에게 가능한 것들, 결혼과 임신, 육아 계획이 있다면 다니지 못할 환경이 갖춰진 곳은 애초에 선택조차 못하게 되죠. 그리고 그런 환경이 주어진 곳은 드물고요. 


여성들은 출산해서 육아를 담당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제 친구들만 봐도 그걸 많이 고려하더라고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적극적으로 찾는 게 아니라, 근거리에 있는데, 사장이 눈치 안 주는 데, 근무시간이 유동적일 수 있는 데를 많이 찾죠. 이런 사회 전반적 분위기와 조건이 채용 성차별로 연결되는 거예요. 순응하는 질서가 있죠. 인터뷰한 사례 중 어떤 분은 커플링을 빼고 면접장소에 들어 간데요. 확실히 반지를 빼고 들어가면 결남출 질문을 덜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커플링 끼면 그거 보고 남자친구 있냐, 결혼 계획 있냐 묻고요. 실제 계획이 없기도 하지만 구체적으로 5년 안에 없다고 대답을 한다는 거죠. 당사자에겐 확실히 부담이에요.” 



순응, 자기검열, 타협 아닌 타협을 해서 직장에 들어가는 거네요. 남녀고용평등법이 30년 넘게 존재했는데, 사람들은 법 자체를 많이 모르는 것 같아요. 왜 이 법 자체가 주목을 받지 못했을까요? 


사람들이 관심이 없어요. 남녀고용평등법의 주무부처는 고용노동부예요.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성평등, 젠더 의식 자체가 없죠. 고용 평등에 관심이 없어요. 채용 성차별 문제도 2017년 한국가스안전공사 사건을 계기로 밝혀졌어요. 게다가 국민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까지 금융권에서도요. 점수를 조작해서 합격했던 여성들을 떨어뜨렸죠. 매우 심각한 성차별 채용 비리 범죄죠. 하지만 작년에 국민은행은 채용 성차별 1심 판결에서 벌금 500만원을 받았어요. 500만원은 그런 대기업에는 껌값에 불과하죠. 500원 느낌 아닐까요? 그러니 기업은 위반해봤자 벌금 정도니 그냥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 뽑자는 태도를 갖기 쉬워요. 게다가 직권조사해서 증거를 잡지 않으면 밝히기 쉽지 않아요. 그러니 면접 2차까지 여성이 훨씬 많은데 3차 올라가면 확 줄어든 인원을 보고 여성들은 차별 받는 것 같다고 생각할 뿐이죠. 채용 성차별 문제가 어려운 지점이 그런 거에요. 거기에 취준생이기 때문에 당당하게 얘기하기도 어렵죠.” 



여성들이 겪는 차별의 문제는 실제 존재하는 것인데도 정황으로만 취급되는 현실이네요. 한편에선 여성이 그 직무에 적합하지 않은 거 아니냐, 여성이라고 차별 받았다고 하는 거 억지 아니냐는 시선이 많은 것 같아요. 


맞아요. 그리고 여성 스스로도 알기 어려워요. 공채 시스템의 문제를 얘기하시는 분도 있어요. 걸러지는 시스템이죠. 사람들을 대거 모집해서 걸러요. 그런데 당사자들은 왜 떨어졌는지 모르죠. 그냥 떨어지는 거예요. 그래서 사람들이 힘들어하죠. 저희 대표의 딸과 친구들 이야기인데, 여자라서 떨어졌다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 그게 또 정말 그런지도 모르겠고, 내가 실력이 부족해서 그랬나 싶어 자존감이 막 떨어진다는 거예요. 정황만 있지 정확한 증거도 없고, 어떤 기준이 나한테 공개되는 것도 아니고, 채용 당사자들에게 밝혀지지 않죠. 그러니까 개별 여성들은 자기 탓을 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원형 탈모가 생기고, 정신과 치료를 받는 사람이 많아요. 채용 성차별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인거죠. 그렇기 때문에 고용노동부에 익명신고센터만 만드는 게 아니라, 채용과정에서부터 채용 성비를 공개하라, 왜 이 과정에서 떨어졌는지 밝히라고 요구했지만 먹히지 않았죠. 블라인드 면접이라고 하지만 최종으로 가면 얼굴 다 공개되고, 서류에도 군필, 미필 이런 거 아직도 체크하게 되어 있거든요. 거기에 해당 사항 없음으로 체크하면당연히 여성인 게 밝혀지죠.” 



채용 성차별뿐만 아니라 성별임금격차 해소도 중요한 요구인데요. 성별임금격차라는 것 자체가 사회적으로 수용되고 있는 문제도 있다고 보여지네요.


 성별임금격차라는 한 키워드 속에 여성 노동의 다양한 의제가 담겨있어요. 여성의 임금이 저임금화되어 있고 소위 싸구려노동 취급을 받죠. 그래서 미투운동 이후 해외에선 페이미투운동이 일어났고요. 채용 성차별을 시작으로 안 좋은 일자리에 내몰리고, 경력단절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고용단절을 겪는 것, 고용단절이 되면서 질 나쁜 일자리로 더욱 고착화 되는거죠. 같은 일을 하면서 임금을 적게 주는 건 눈치 보이니깐 아예 여성의 일이라고 해서 떼어 버리는 것, 회사에서 승진하거나 경력이 올라갈 수 없게 단순한 업무로 임금을 낮게 처버리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어요.” 



젠더 관점에서 노동안전보건 문제가 재해석되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혹시 주목해야 한다고 보는 의제가 있으신가요?


여성 노동자 건강권 문제를 더 파고 들었으면 좋겠어요. 얼마 전부터 그런 흐름이 있는 것 같긴 해요. 여성 노동자들이 많은 사업장, 직군, 직종에서 노동환경, 작업환경이 더 많이 얘기되면 좋겠어요. 그 안에서 신체적 건강, 정신적 건강 그리고 사회적 건강도 다뤄져야죠.” 


노동자 건강권 운동에서도 비정규직, 미조직 노동자 고민이 많은데 그것 역시 남성의 얼굴을 띄지 않았나 싶어요. 많은 수의 여성들이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죠. 왜 여성들이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 하게 됐는지 얘기 되는 게 필요해요. 임신출산 문제, 육아 문제도 건강권과 연결되죠. 정말 많은 수의 여성들이 임신출산, 육아 문제로 해고 위협을 당하거나, 막상 들어가도 불이익을 당해요. 파리바게트 사례만 봐도 그렇거든요. 80% 넘게 여성이 있는데도 여성 생애주기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어요. 생리, 임신출산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데도 말이죠. 생리 때 화장실에 못가고 일하다 질염에 걸린다던지, 임신을 해도 노동시간에 대한 고려가 인력 부족을 핑계로 전혀 안 되서 유산을 한다던지. 임신 했으니 차라리 그만둬라, 아니면 휴직해라. 당사자는 건강하게 일할 수 있고, 하고 싶은데 그런 게 전혀 안 되는 거죠. 그런 문제가 없도록 하는 활동이 필요해요.” 


작업중지권도 다뤄지는 게 필요해요. 독일은 작업거절권이라고 해서 법에 명시되어 있죠. 한국도 산업안전보건법에 있긴 하지만 협소하게 해석되고, 여성이 경험하는 위험까지 연결되진 못해요. 노동안전보건 운동에서도 작업중지권과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을 연결해 본 적이 없죠. 2차 가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작업중지권이 필요하단 생각이 들어요.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피해자로만 머무는게 아니라 피해를 당한 노동자로서 취할 수 있는 권리들, 그 권리가 다각적으로 재해석 될 필요가 있어요.”






37일터기사

[2019 올해의현장] 심포지움 자료집

발간보고서

“올해의 현장 2019”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센터 및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심포지움



일시 : 2019년 3월 8일(금) 13:00~17:30

장소 : 가톨릭대학교 의생명산업연구원 1002호



32발간보고서자료실

특집2. 여성 노동자의 재생산권을 보장하지 않는 산재보험제도 / 2019.03

일터기사

[특집 지워지지 않는 존재여성 노동자 ] 





여성 노동자의 재생산권을 보장하지 않는 산재보험제도  





조애진 / 한노보연 회원, 법률사무소 시대 변호사 





지난 22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기록되었고, 이는 출생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라고 한다. 통상 가임기간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출생아 수가 채 한 명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언론은 큰 일이 난 것처럼 출산율 수치를 보도했고, 인터넷 뉴스 댓글에는 결혼하지 않는 젊은이들, 출산하지 않는 여성들을 싸잡아 비난하는 댓글이 심심찮게 달렸다.



과연 우리 사회는 여성의 재생산권을 얼마나 보장하고 있으며, 출산과 양육과정을 얼마나 두텁게 보호하고 있기에, 이같이 근거 없는 비난이 통용되는 것일까. 출산과 양육을 둘러싼 우리의 사회보장제도를 진지하게 들여다본다면, 가임기 여성의 출산파업에 대해 그 누구도 함부로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노동하는 여성의 임신과 출산을 둘러싼 수년에 걸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바로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이 낸 요양급여 반려처분 취소소송이 그것이다. 제주의료원에 비슷한 시기에 입사하여 근무하다가 2009년경 임신한 여성 간호사 4명이 선천성 심장질환아를 출산하였고, 다른 5명은 유산을 했다. 의료원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 간호사들은 임신 중 주·야간 교대로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에 장기간 노출되었을 뿐만 아니라, 임산부에게 치명적인 약물 등 유해한 작업환경에 노출되었음이 드러났다. 선천성 심장질환아를 출산한 간호사들은 자녀의 질환이 업무와 관련되어 있음을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청구하였으나, 근로복지공단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및 그 시행령과 시행규칙에서 업무상 재해란 근로자 본인의 부상·질병·장해·사망만을 의미하고, 자녀는 산재보험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요양급여 부지급 처분을 하였다. 간호사들은 공단에 심사청구를 하였지만 기각되었고, 처분결과에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제기, 1심에서 승소하였으나 2심에서 원심판결을 취소함에 따라 현재 대법원에 사건이 계류 중이다.



이 사건의 쟁점은 노동자가 임신 중 업무상 유해요인에 노출되어 태아의 건강이 손상됨으로 인해 아이가 선천성 질병을 가지고 태어난 경우, 이 아이의 질병을 산업재해로 인정할 것인지, 산재보험급여의 수급권은 누구에게 귀속되는 것인지 여부에 관한 것이었다.



1심 법원은 선천성 심장질환의 발병 원인과 메커니즘이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원고들이 제주의료원에서 임신 중에 근무하면서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 ·야간 교대근무, 임산부와 태아에게 유해한 약물 등과 같은 작업환경상의 유해요소들에 일정기간 지속적·복합적으로 노출된 후 원고들이 선천성 심장질환이 있는 아이를 출산하였으므로, 이러한 선천성 심장질환의 발병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넉넉히 추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항소심 법원은, 산재보험급여의 수급권자는 업무상 사유로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린 사람 본인에 한정되고 업무상 사유로 사망한 경우에는 그 유족이 된다는 점, 여성노동자에게 업무상 질병을 야기할 정도의 유해요인으로 태아에게 건강 손상이 발생한 것을 보험사고로 본다 하더라도, 출산 이후에는 보험급여 수급권의 주체를 출산한 자녀로 볼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여성노동자 본인이 급여수급권자가 될 수는 없다는 점, 여성노동자에게 출산한 자녀를 위한 보험급여수급권을 인정하지 않은 것 자체만으로 임신한 여성노동자를 불리하게 차별하는 것으로서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거나 모성보호의무 및 사회보장·복지증진의무 등에 위배된다고 할 수도 없는 점, 출산으로 모체와 출산아가 분리된 이상 그 질병은 출산아가 지닌 것이므로 업무상 재해도 출산아에 대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태아의 건강손상에서 비롯한 선천성 질병을 가진 자녀의 출산은 여성노동자 본인의 신체 기능이나 노동능력 감소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 점 등을 논거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말았다.



헌법상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사회보장의무·평등원칙 등에 대한 진지한 고려 없이 법률의 문언해석에만 천착하여 내린 항소심의 판단에 동의할 수 없다. 다만 항소심 역시 출산아에게 보험급여의 수급권이 있는지는 별론으로 하고라거나, “출산으로 모체와 출산아가 분리되는 이상 그 질병은 출산아가 지닌 것이므로 업무상재해도 출산아에 대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라고 하는 등 모체의 업무와 태아의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면, 출산아가 급여수급권자가될 수 있다는 취지를 설시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현행법 해석상 원고인 여성 노동자들에게는 급여수급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출산아에게는 그것이 인정된다는 취지를 보다 적극적으로 판결이유에 명시함으로써, 판결 주문에서의 청구기각 여부와 무관하게 근로복지공단으로 하여금 재처분의 여지를 제공할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한편, 이 소송 중에 산재보험법 대상조항이 불완전·불충분하게 규정되어 헌법에 위배된다는 점을 들어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하거나, 헌법해석상 특정인에게 구체적인 기본권이 생겨 이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행위의무 내지 보호의무가 발생하였음이 명백한데도 입법자가 아무런 입법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라고 하여 입법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을 하는 방법도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항소심 법원의 판단은 입법권자의 광범위한 입법권을 침해하지 않으려는 권력분립의 원칙에 입각한 것이라기보다, 우리 사회가 여성노동자를 대하는 시선을 고스란히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국가인권위도 2심 판결의 위헌성을 지적하며, 지난 129일 대법원에 헌법이 규정하는 모성보호와 여성 근로의 특별보호, 국제인권기준, 산재보상보험법 제정 목적 등을 고려할 때, 임신한 여성노동자와 태아는 업무상 유해요소로부터 특별히 보호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출한 바 있다. 오늘날 임신부터 출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과 양육의 과정이 더 이상 여성 또는 개인만의 문제로 치부될 수 없음에도, 여성 노동자의 출산을 사회연대적 관점으로 보지 않고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려는 경향은 쉽사리 변하지 않고 있다. 태아

의 건강손상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 이외에 모()와 자() 모두 현행 산재보험법으로 보상받을 방법이 없다는 사실은 매우 부조리하다. 이는 그간의 노동시장이 남성 중심으로 조직되어 왔고, 산재보상제도 또한 남성의 노동을 중심으로 설계되었으며, 여성의 노동은 주변화 되고 소외되어 왔음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현행 산업안전보건제도 및 산재보상제도에서 여성노동자 특유의 임신·출산·육아·가사노동과 관련한 보호와 보장 방안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만큼 국가와 사회가 여성 노동자의 재생산권 보장 의무는 방기한 채 여성에게 재생산의무의 이행만을 강요해 왔던 것이다.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태아와 모성보호를 위한 산재보험법 개정논의가 시작되었고, 2018.5.3. 산재보험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발의되었다. 늦은 감이 없지는 않으나 여성 노동자의 재생산권보장을 위한 개정법률안의 조속한 통과를 바라는 동시에, 제주의료원 노동자들의 기나긴 법정투쟁이 헛되지 않도록 대법원이 전향적 판단을 내리길 기대한다.








28일터기사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 제대로 하기 안내서] 더 건강하고 행복한 노동을 위한, 골병 제대로 잡기

발간보고서

더 건강하고 행복한 노동을 위한,
골병 제대로 잡기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조사
제대로 하기 안내서
  




1. 왜 만들었나.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조사 제대로 하기 안내서>
흔하고 심각한 근골격계 질환에 대해 제대로 대응해야
유해요인조사를 제대로 해서 근골격계질환 잡고 일터를 바꿔야

2. 근골격계 질환이란?
1) 근골격계 질환이란 무엇인가
2) 근골격계 질환의 원인
3) 근골격계 질환의 특징과 단계
4) 대표적인 근골격계 질환
5) 업종별 근골격계 질환 인간공학적 유해요인과 주요 관련 업무

3.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조사 어떻게 하고 있나
1) 낮은 실시율, 제조업 중심 시행
2) 법적 의무 이행에 초점을 둔 형식적인 조사
3) 치료와 일터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 하는 조사

4.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조사 관련 법제도
1) 현행법의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조사
2)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조사 법제도 개선 과제

5.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조사 기획하기
1)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조사 기획 시 기본 원칙
2)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 기획 어떻게 해야 하나
  

6. 유해요인조사 하기
1) 사전준비

2) 노사협의과정
3) 교육활동
4) 유해요인조사 현장조사
5) 결과정리
6) 후속조치를 위한 협의
7) 후속조치 제대로 하기

7.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조사, 노동조합 상황에 맞는 준비와 대응은 이렇게!
1) 노사합의로 제3의 조사기관이 유해요인조사를 할 때
2) 유해요인조사를 노조가 주도할 때
3) 근골 유해요인조사를 사측 주도로 할 때
4) 유해요인조사를 안 해 본 업종에서

8.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조사 도구

9. 노동자가 더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 할 수 있는 일터 만들기
1)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조사 제대로 하기
2) 유해요인조사 관련 제도개선 및 고용노동부의 역할 강화

부록
증상설문, 근골설문, 설문단축형, 면접  

33발간보고서자료실

특집1. 일하는 여성의 숨겨진 노동시간 / 2019.03

일터기사

[특집 지워지지 않는 존재, 여성 노동자 ]





일하는 여성의 숨겨진 노동시간





나래 / 상임활동가





노동시간이 연일 이슈다. 작년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상한제부터 최근 탄력근로시간제 단위 기간 확대 합의까지 노동시간을 둘러싼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문제가 놓쳐지고 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 공정하게 주어진 것처럼 여겨지지만, 여성 노동자는 시간 빈곤을 경험한다.



사회는 여성에게 빚지고 있다


한 여성 노동자의 하루를 떠올려보자. A씨는 대형마트에서 계산원으로 일한다. 새벽 6시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씻고 아침밥상을 차린다. 아이를 씻겨 옷을 입히고 달래가며 밥을 먹인다. 그시간 동안 남편은 밥을 먹고 바로 출근길에 나선다. 설거짓거리가 쌓여있지만 치울 새가 없다. 본인 출근길에 늦지 않기 위해선 부지런히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직장으로 향한다. 출산 전까진 중소기업에서 기획 업무를 담당했지만, 출산 후 육아를 하며 몇 년 동안 공백이 생기니 재취업하기가 쉽지 않았다. 면접을 보러 가도 아이가 있단 사실을 안 면접관들은 A씨를 뽑아주지 않았다. 결국 집에서 멀지 않은, 아이의 등하교 시간에 맞는 대형마트 계산원에 지원했고 비슷한 상황과 조건에 처한 여성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일을 마친 A씨는 유치원에 들러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향한다. 아이를 씻기고 바로 저녁 준비를 한다. 아이와 함께 밥을 먹고 나선 설거지를 하고 세탁기를 돌리고, 빨래를 개고 어질러진 집을 치운다. 중간중간 놀아달라는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재우고 나서야 한숨 돌릴 여유가 생긴다. 봄이 돼서 친구들과 인근으로 나들이라도 가고 싶지만 언감생심이다. 11시가 다 되어가지만, 남편은 오늘도 자정이 가까이 돼서야 들어온다. 녹초가 된 남편과 반갑게 인사할 시간도 없이 A씨는 먼저 잠자리에 든다. 내일 또 고단한 하루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극적인 설정이 아니다. A씨처럼 여성은 직장과 가정에서 출·퇴근이 없이 가사노동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에서 작년 12월에 발간한 시간 빈곤에 관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직장을 다니며 미취학 자녀를 돌보는 40대 기혼 여성이 가장 극심한 시간 빈곤(타임푸어)’에 시달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결혼했거나 돌볼 가족이 있는 경우, 다른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가 또는 자유시간이 더욱 부족한 것이다. 결국 가사 부담을 크게 지고 있는 여성이 남성보다 온전히 자기 자신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4년 기준 1일 평균 가사노동시간은 남성이 53, 여성이 214분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4배 이상 가사노동을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추정치 역시 가사노동 범주에 자녀 목욕, 음식 준비 등 단순노동만을 포함했을뿐 필요한 가계 경영, 가족 돌봄 시 수반되는 감정노동 등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가사노동의 복잡성과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은 시각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여성은 이 복잡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고 있지만, 그것은 성별분업이 굳어진 형태로 여성의 당연한 일로 취급될 뿐이다. 장시간 노동을 이야기할 때 정작 여성이 가사·돌봄 등 무급 노동을 전담하는 것에는 주목하지 않는다. 분명 존재하는 사실인데 이상하게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여긴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듯한 시간, 노동시간을 뒤집어 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면 여성에게 시간이 공평하게 주어지지 않는다는 사실, 심지어 저평가되거나 가려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여성 노동자의 과로사를 대하는 한국사회


시간 빈곤 문제와 연결해 함께 주목할 것이 있다. 바로 여성 노동자의 노동시간장시간, 과로 문제다. 노동시간에 관해 이야기할 때 누구의 입장에서, 누구의 조건에서 살펴보느냐는 중요하다. 지금까지 노동시간에 대한 분석, 문제 제기, 대안 마련은 남성 중심으로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로사 인정 기준조차 여성의 돌봄노동시간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만 봐도 그러하다.



고용노동부는 과로로 인해 뇌심혈관계 질환이 발생한 것인지 판단하는 근거로 뇌심혈관질환업무상재해 인정기준을 두고 있다. 뇌심혈관질환은 과로를 상징하는 주요 질환 중 하나다. 정기준에 따르면 지난 4주간 매주 64시간 이상 또는 지난 12주간 매주 60시간 이상 일하는 경우를 과로로 인정한다. 법정 노동시간을 주 52시간 상한제로 설정했음에도 여전히 60시간을 기준으로 하는 것도 문제지만, 여성 노동자에게 있어 더 큰 문제는 직장을 벗어나 가정에서 행한 가사·돌봄노동 자체를 노동(시간)’으로 인정조차 해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강조하는 ·가정 양립을 실현하고 있는 여성 노동자에게 이 같은 과로사 인정기준은 해당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과로사라는 개념이 이슈 되기 전이었던 20132월 한 여군 중위가 임신 상태에서 과로하다 숨졌다. 유가족에 의하면 하루 12시간 이상을 일했고, 한 달 초과근무만 50~53시간에 달했다고 한다. 휴가 계획도 1개월 전에 올려야만 했다. 규정은 없었지만, 남성 중심적 군대에서 여군이 임신을 이유로 필요에 따라 자기 시간을 자유롭게 쓰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을 것이다.



20171, 30대 여성 공무원이 정부세종청사 계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세 아이의 엄마이기도 했던 그는 한 주 평일 동안 밤 9시 전에 퇴근한 적이 없었고, 주말 오후엔 자녀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새벽 5시 청사에 출근해, 밀린 업무를 봤다. 계산해 본 그의 한 주 근무시간은 70시간이 넘었다. 이 기간에도 매일 새벽 6시에 일어나 밥을 짓는 등 세 아이를 돌봐야만 했다.

죽지는 않더라도 죽을 만큼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은 너무나 많다. 자녀가 있는 한 여성 노동자는 점심시간을 포기한 지 오래다. 돌볼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 업무 능력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밥 먹는 시간을 포기하고 점심시간 1시간조차 일하는 데 바친다. 자기 시간을 포기할 뿐만 아니라 노동강도를 높여 건강을 위협한다.



4년의 세월 차이가 나는 두 사례지만 여성 노동자로서 겪는 문제는 공통적이다. 여성은 과로의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휴가나 병가를 쓰기조차 어렵다. 자신보단 자녀와 관련된 일을 처리하느라 얼마 없는 휴가도 거기에 몰아 쓰게 되고, 직장에서 평판을 위해 본인이 아픈 것은 도리어 참는다. 결국 여성 스스로 건강()을 포기하게 된다. 혹은 자녀가 없더라도 고용 유지, 진급 등을 위해 결혼, 출산을 포기하거나 미루기까지 한다. 자기 생애 결정권마저 침해당한다.



돌봄노동은 사적이고, 비공식적 시간으로 치부된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 1주일, 한 달, 1, 평생 일한 노동시간이 일터 위험에 노출된 시간을 계산할 때 일반적으로 여성은 남성보다 위험에 노출된 시간이 적은 것처럼 보인다. 최근 얘기되고 있는 과로사,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문제의 경우에도 여성은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결국 여성은 위험에 더욱 적게 노출되는 것처럼 취급된다. 주로 여성에 집중된 시간제 일자리, 단기 일자리가 갖는 효과가 그것이다. 유연근로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노동시간을 분절, 단절하기 때문에 위험의 연속성도 마치 없는 것처럼 보인다.



노동시간 단축이 모든 노동자에게 좋다는 것은 대명제다. 예를 들어, 노동시간이 줄어든다고 했을 때 여성에게 그 줄어든 노동시간이 어떤 시간으로 재구성될 것인가가 중요하다. 직장에서 보내는 노동시간이 줄어든 만큼 가사·돌봄시간이 더 증가한다면 그것이 정말 여성을 위한 것일까. 직장에서 과로하지 않는 대신 집에서 과로하라는 의미로 여겨진다. 여성노동자, 모두를 위한 노동시간 단축은 무급으로 평가되는 여성의 직장 밖 노동시간을 제대로 인정받을 때, 시간의 주권자로서 여성이 자기 시간을 재구성할 수 있을 때만이 의미 있을 것이다.






31일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