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기자들로부터 자주 연락을 받았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됐는데도 왜 현장은 그대로냐는 것이다. 여기서 ‘그대로’의 정확한 의미는, 기본적인 조치도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대로’라는 것이다. 기자들 중 상당수는 취재와는 무관하게, 반복되는 현실이 개인적으로도 참 답답하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서초동 사무실에서 하루 종일 서면이나 쓰는 필자에게 묘안이 있을 리가 없다. 다만 이 지면을 통해서 오늘도 여러 현장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동지들이 해 온 말을 그대로 전하고자 한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지부는 지난 2월 1일 생활임금 쟁취, 근로기준법 준수, 국민건강보험 공공성 강화, 고객센터 직영화 쟁취를 내걸고 24일간 파업을 진행한 바 있다.
24일간의 파업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현실, 공공성 파괴의 현실이 만 천하에 드러났다. 외주화 된 노동으로 극심한 경쟁에 내몰려 10명중 8명이 우울증 고위험군으로 분류되고, 시민들은 콜 수 압박에 쫓겨 서둘러 수화기를 내려놓아야 하는 현실로 인하여 제대로 된 상담을 받을 수 없는 현실이 드러났다.
추운 겨울에 시작한 우리의 투쟁은 꽃 피는 계절을 지나 어느덧 신록의 계절로 넘어가고 있지만 우리의 현실은 여전히 겨울에 머물러 있다.
2월 파업 당시 수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이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지부 투쟁을 지지했으며 이제는 국민건강보험 공공성 강화와 고객센터 직영화·노동권 보장을 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본격적으로 파업 투쟁 지원을 선언했다. 파업 투쟁 지지만이 아니라 국민건강보험의 가입자로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취한 행동이라곤 당사자를 제외한 민간위탁 사무논의협의회 개최와 여전히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만 거듭 밝히고 있다.
고객센터의 업무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왜 직접운영과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이 필요한지는 온 몸으로 보여줄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자들을 논의의 자리에 참여하지도 못하게 하면서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 외주화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미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에 따라 이미 청소, 시설관리, 경비 등 용역노동자 700여 명을 직접고용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유독 고객센터 상담사의 고용형태를 놓고는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은 외면한 채 회피만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4대 보험 기관 중 국민연금공단 근로복지공단 고객센터는 이미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이 이루어졌으며, 건강보험 심사평가원 역시 고객센터 업무를 직영화했다. 이제 건강보험공단만 남았다.
일각에서 말하는 상담사의 직접고용이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피해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지부 노동자들의 요구에는 포함되어 있지도 않은 내용으로 근거도 없는 억측으로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고 공공성 강화를 외면하는 태도 역시 비난받아 마땅하다.
우리는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제와 차별을 받아야 하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다시 무기한 전면 총파업에 나서고자 한다. 전체 국민이 가입하는 공적인 보험으로서, 공공부문에서 일하는 노동자로서의 책임감을 가지고 전면적인 투쟁에 나선다.
우리는 비록 간접고용 노동자지만 공공부문의 노동자로서 성실하게 일 해왔다. 정부와 질병관리청의 결정으로 코로나 확산 초기, 그리고 백신접종예약 업무를 진행하는 정부와 공공기관의 업무를 성실히 수행해왔다. 이게 바로 우리의 노동이다. 우리의 노동에 걸 맞는 고용형태를 반드시 만들 것이다. 감염병 위기의 시대, 공공부문의 역할을 다시금 강조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걸고 투쟁할 것이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이제 전면파업, 끝장 투쟁이다!! 우리는 노동자의 노동권과 생존권 국민건강보험 공단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총력을 다해 투쟁할 것이다!!
세계여성의 날이었던 3월 8일로부터 나흘 지난 지난 3월 11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아주 중요하지만 은폐되어있던 사실이 드러났다. 바로 국내 매장수 3,400여개에 달하는 대표적인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파리바게뜨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작업환경, 화장실 실태였다.
라디오에서 제빵여성노동자는 화장실을 가지 못하는 주요 이유로 많은 업무량과 높은 노동강도 그리고 화장실 자체가 매장에 없는 환경적 요인을 지목했다. 그로 인한 결과는 여성의 건강과 삶에 안좋은 영향을 미칠수밖에 없다. 전체 고용인원의 80%에 달하는 노동자가 여성임에도 여성노동자 스스로 화장실을 가지 않기 위해 먹거나 마시는 것 자체를 스스로 통제할 수밖에 없고, 노후된 건물 매장의 경우 위생 문제와 불안감으로 인해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참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지어 화장실을 가지 못해 겪는 여성질환에 대한 차별적 시선을 갖고 개인의 사생활에 대한 소문이 날 것을 감수하며 모욕을 견뎌야 한다.
단 하나의 거짓도 없이 있는 사실 그대로를 이야기했을 뿐이었는데도 파리바게뜨 측은 라디오에 출연한 여성노동자에게 정직 3개월의 징계처분을 내렸다. 이유로 댄 것은 기업의 이미지를 실추 시켰다는 것이다.
오히려 기업의 이미지를 실추 시킨 것은 바로 파리바게뜨 스스로다. 이전부터 화장실 문제는 파리바게뜨에서 근무하는 여성노동자들이 오래전부터 제기했던 주요한 문제 중 하나였다. 그런데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선 것은 파리바게뜨가 아닌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이었다.
화장실 이용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건강권과 인권, 노동권에도 직결되는 사항이다. 산재를 예방하는 목적을 지닌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사업주의 의무로 노동자의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줄일 수 있는 쾌적한 작업환경의 조성 및 노동조건 개선을 할 것을 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것처럼 파리바게뜨는 노동자들을 통해 높은 이득을 취하기만 할 뿐, 정작 자신들이 책임져야 할 것들을 방기할 뿐이다.
화장실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데,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 할 수 있는데 있어 아주 기본중에 기본이다.
파리바게뜨는 기본중에 기본을 지키고, 라디오에 출연한 여성노동자에게 내린 부당징계를 즉각 철회하라! 그리고 화장실과 관련된 작업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라!
산업재해는 크게 사고와 질병으로 나뉜다. 사고와 질병 사이에서 두드러진 차이점 중 하나가 ‘드러남’의 정도일 것이다. 사고는 드러남의 정도가 크기 때문에 산재로 쉽게 인정되는 편이지만 질병의 경우 드러내기가 쉽지 않다. 노동자가 어렵게 산재신청을 하더라도 업무와 발병한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입증 책임이 노동자에게 있는 것 또한 큰 부담이다.
업무상 질병의 산재 인정률에 대한 최근 통계를 보면 산재 승인률이 점차 높아지고 있어 얼핏 다수의 노동자들이 산재보상시스템의 혜택을 누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승인률이라는 것은 알다시피 신청건수에 대한 승인건수의 비율이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산재신청건수는 각각 5,201명, 6,375명, 9,524명으로 증가추세는 맞지만 한국에서 직업으로 인해 ‘골병’이 드는 사람이 1년에 과연 만 명도 안 될까. 승인률이 높은 것은 고무적이지만 근골격계 질환을 포함하여 다수의 직업성 질병들이 크기를 추정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노동자 건강을 보호할 책임이 있는 기관들은 여전히 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최근 근골격계 질환의 업무관련성을 평가한 두 가지 사례를 소개하고 짧게나마 의견을 나누고자 한다.
첫 번째 사례는 좌측 어깨 회전근개 파열로 산재신청을 했던 41세 여성이다. 불승인되어 소송을 진행하였으며 법원 제출 목적으로 업무관련성 평가서를 받기위해 내원하였다. 사실 내원한 노동자가 OO자동차 서비스센터의 전화교환원이어서 선입견이 있긴 했다. 이 노동자가 일한 곳에서는 원래 전화교환원이 2명이었으나 한 명이 퇴사하였고 인원 보충 없이 2016년부터 혼자서 업무를 담당했다고 한다. 그런데 2017년 특정 차종의 리콜사태가 발생하면서 문의가 쇄도하여 노동강도가 증가하였고 이 상황은 1년 넘게 지속되었다. 문제는 전화교환기 자체의 독특한 기능과 어깨를 들어 뻗어가면서까지 퇴사 직원 자리의 전화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본인 교환기에 동시 통화량이 많고 통화보류를 잡아 놓기에도 한계가 오면 옆 전화기로 보류를 넘긴다.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도 교환기로 전화가 오는 상황인데다 현장으로 넘긴 전화가 일정 기간 응답이 없으면 다시 교환기로 연결이 된다.
전화기의 재착신 업무와 교환기의 복잡한 기능과 동시에 걸려오는 전화를 대처하는 방식을 고려한다면 응대전화 한 건 당 어깨 사용 1회로 단순하게 계산할 수는 없다. 게다가 옆자리의 교환기는 몸을 기울여 팔을 뻗어서 받아야 해서 어깨 부담이 컸다. 최근 10년간 건강보험 요양급여내역을 봐도 노동강도가 증가한 시점 이후로만 어깨 치료 이력이 확인된다. 오른손잡이인 41세 여성에게 발생한 좌측 회전근개 파열을 자연적 퇴행의 결과로 결론짓기엔 무리가 있는데도 공단은 이러한 이유로 불승인하였다. 다행히 법원에서 업무관련성을 인정하여 1심에서 승소하였으나 공단에서 항소하여 현재 항소심 진행 중에 있다.
두 번째 사례는 요추부 추간판탈출증으로 산재신청을 했던 60세 남성으로 산재 불승인되어 재심사 청구를 위해 내원하였다. 20년을 조선소 배관공으로 일했던 분이라 질판위에서 탈출 정도를 두고 또 발목을 잡혔겠거니 생각했다. 불승인 사유는 MRI 영상에서 팽륜만 있고 신청 상병은 추간판탈출증이기에 관련성을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MRI 영상을 확인해보니 요추 4-5번 사이의 추간판이 명백히 탈출되어 있고 일부는 분리되어 있었으며 치료차 다녔던 병원의 판독소견 역시 동일했다. 물론 재해자의 주치의와 질판위 의사 사이에 영상학적 소견을 두고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이 경우 있는 소견을 없다고 한 것이라 황당했다. 재해자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근로복지공단의 관치행정 혹은 관료주의가 지닌 한계라는 말로도 앞선 두 사례는 납득할 수 없다. 첫 번째 사례의 재해조사 내용은 보기 민망할 정도로 부실했다. 업무환경의 변화와 증가한 업무량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또한 좌측 어깨 사용량을 그저 기계적으로 접근해 계산하였으며 팔을 뻗어 전화를 받는 작업자세가 어깨에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린다. 부실한 재해조사 자체가 불승인에 기여도가 높아도 공단에 책임을 물을 방법이 없다. 노동자가 시도할 수 있는 것은 재심사 청구가 전부이다. 두 번째 사례의 경우 더욱 황당하다. 추간판 탈출 정도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유무가 바뀌었는데도 그것을 재평가하기 위한 내부적인 프로세스가 전혀 없다.
코로나를 맞은 지 벌써 1년이 넘었다. 노동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대책들이 나와도 벌써 나와야 했다. 노동자 보호에 더욱 힘써야 하는 상황임에도 그 책임이 있는 기관들은 산재보험이 사회보험임을 망각하고 있는 듯하다. 업무상 질병의 인정기준을 우리가 처한 상황에 맞게 완화하여 선보상하고 차후 재평가를 통해 업무관련성이 낮다고 판단되면 단계적으로 환수하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실행해야 한다. 이것이 재난지원금보다 훨씬 더 큰 효과로 나타날 수 있다. 팬데믹 이후 모든 영역에서 불평등의 크기는 점차 커지고 있다. 산업재해는 노동자에게 언제나 큰 부담이었지만 코로나 시대의 재해는 노동자에게 삶의 위기나 다름없다. 재해 당사자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위치에 있다면 그것은 개인을 넘어 가족공동체의 위기이다. 더 늦기 전에 노동자 보호에 역할을 부여받은 자들은 더 이상 직무유기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
5월 23일 12시 30분경 퇴근하는 노동자 3명이 후진하던 42톤 지게차의 뒷바퀴에 깔려 안타깝게도 한 명은 사망하고, 2명은 부상을 당하였다. 지게차 작업시 필수적으로 해야할 안전보건조치인 유도자를 미배치하였고, 작업지휘자도 지정하지 않았다. 지난 4월 22일 평택항에서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사망한 고 이선호님의 죽음이 있었고, 5월 17일 정부는 ‘평택항 사망사고 재발방지’ 항만 특별점검을 발표한 지 5일이 채 지나지도 않아 또다시 발생한 사망사고다.
5월 23일 동구 보건소 간호직 노동자가 사망하였다. 코로나 19 재난으로 재난 안전 업무와 방역업무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였지만, 인원 충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특히 하위직 공무원노동자는 늘어난 업무량과 일선의 사건 사고를 직접 처리해야 했으며, ‘국민 건강’을 위해 모든 어려움을 스스로 감내해야 했다. 고인의 죽음은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긴급한 재난 시기의 문제를 오로지 개인에게 감당케 한 구조적인 병폐로 인한 죽음이다.
5월 24일 새벽 기장군 정관읍 음식물폐기물 처리업체에서 오수조 장비를 점검하던 노동자가 질식(추정)으로 사망하였다. 고인은 야간에도 가동하는 폐기물처리작업을 위해 혼자서 야간근무를 하였고, 늦은 밤 작동이 멈춘 기계장비를 점검하다 사망한 것이다. 오수조 장비는 밀폐작업 안전조치와 2인 1조 작업을 해야하지만, 고인은 방진마스크와 고무장화에 의지한 채 작업하다가 의식을 잃어 오수조에 빠졌고, 한참 후 숨진 채 발견되었다. 폐기물처리업체는 지자체의 허가가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지자체의 ‘허가’에는 노동자의 안전과 보건을 위한 사업주의 조치는 없었다.
정부는 지난 3월 25일 ‘2021년 산재 사망사고 감소 대책’중 하나로 지방자치단체의 산재예방 협업 및 연계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하였고, 4월 29일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하여 지방자치단체 산재예방활동 근거를 마련하였다. 그리고 부산시는 2020년 5월 27일 ‘부산시 산재예방 및 노동자건강증진 조례’를 제정하여 부산시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노동자의 건강증진에 이바지하겠다고 하였다. 심지어 5월 27일 ‘부산광역시 노사민정 공동선언문’을 발표하며 부산시가 산업재해 없는 안전한 일터를 만들겠다는 결의를 하였다.
하지만 2020년 부산에서 55명이 중대해재로 사망하였고,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14명의 노동자가 사망하였다. 그리고 지난주 연이은 사망사고가 3건이나 발생하였다. 지속해서 중대재해가 발생하고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부산시는 그동안 이에 대한 어떠한 입장표명도 대책마련의 모습도 없었다. 그러하기에 ‘산업재해 없는 안전한 일터를 만들겠다’는 선언은 공허하고, 가족을 잃은 유족과 중대재해에 노출되는 시민.노동자에겐 어떠한 위로조차 되지 못한다.
우리는 부산시민.노동자의 산재예방과 노동자 건강증진을 위하여 부산시의 적극적인 행동과 대책마련을 요구한다. 노동존중의 도시, 노동자가 안전한 도시는 선언만으로 가능하지 않으며, 적극적인 행정조치와 대책 마련이 강구될 때 가능하다.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중대재해에 대한 진심 어린 애도와 무엇보다도 시민의 생명.안전.건강 보호를 위한 부산시의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한 때이다.
<우리의 요구>
부산시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노동자건강증진을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 시행하라.
부산시는 중대재해, 산업재해 발생에 대비한 상시 대응체계를 구축하라.
부산시는 이번 중대재해사망사고에 대한 진심어린 애도와 진상조사 및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라.